<사람의 순간>발매일이 1월 21일로 정해졌습니다.
그동안 관심과 성원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ㅠㅠ
12월 28일 마스터링을 끝으로 음원 작업은 종료되었구요.
이제 앨범 자켓과 북클릿 디자인, 뮤직비디오, 보도자료와 자잘한 서류 업무 등이 남았네요.
이번 보도자료는 '사이'씨가 써주시기로 했습니다.
친한 친구이기도 하지만, 저번에 사이씨가 쓴 김목인씨 평론 보니 쓸만하더라구요ㅎㅎ
(김목인 평론 http://blog.naver.com/be2in/20199999366)
이럴때 써먹어야지!!하며 냉큼 부탁했습니다.
사이씨에게 4집을 만들게 된 마련기를 써서 보내다 보니
이번 앨범을 만들게 된 2년여의 세월이 쭉 정리되더군요.
여러분께도 보여드리고 싶어 여기에 올립니다.^^
더불어 이번 펀딩에 참여해주신 총 166분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덕분에 소중한 음반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총 입금액: 8,510,000원
전병준, 이귀정, 김병용&박은애, 김세훈, 조종한, 정태준, 김보성, 신행수, 유승원, 김대윤, 공경진, 이지영, 송재두, 금종민, 오수정, 김용권, 황동윤, 정재영, 김경태, 김지경, 양인순, 김세용, 김주연, 민영진, 곽재영, 고영빈, 김보람, 김동인, 고영진, 김수희, 김오영, 이소, 네오뮤직, 유병민, 안혜경, 박수경, 정연아, 최원익, 김소미, 조준호, 김미영, 정동훈, 이지형, 민아야화이팅, 개허세매뉴얼, 최숭님, 윤지강, 전준형, 장형윤, 정호석, 김목인, 임진규감성달빛, 양종근, 최용준, 추민성, 옥유호&하지선, 몰아저씨, 신혜정, 강지이, 김미성, 김선효, 이학봉, 윤선해, 문예원, 이정훈, 김나리, 김대현, 꼬레아정광신, 문두환, 박은정, 이호석, 고진석, 박경은, 황현우, 최고은, 아빠, 김정환, 안혜선, 신희정, 김종구, 고경호, 서세영&황화수, 박경희, 한정림, 류경식, 오소영, 송무준, 한희권, 박미선(기어쓰리), 김윤서, 최승호, 김성주(비온뒤), 김기훈, 조주원, 정용재, 정인+지현, 안상현, 신지영, 장문희, 진현호, 김진아, 박재오, 정정호, 김원표, 김은진, 안미정, 이홍진, 이승수, 이윤경, 김진영, 김영규, 오유진, 김윤환, 이태규, 배성근, 구품화, 이동훈, 성애리, 배영성, 임대신, 배상수, 송예담, 김준휘, 배종령, 이정아, 박권석, 김혜린, 박두하, 최보근, 조연행, 김태욱, 이병한, 박경선, 이현인, 최창현, 백자, 서상환, 임민숙, 성배경, 4집, 이미경, 안용준, 정의선, 양현모, 박혜리, 이상진, 이병건, 남궁철, 강민석, 김홍국, 장효진, 정아람, 최정남, 국향기, 이연화, 오다희, 김정훈, 염규홍, 이지연, 오신석, 황혜림, 송원석
음악가에게는. 아니, 예술가라면 아마도 누구나 ‘한계’를 만나게 된다. 아니 기어이 오더라! 설거지통에서 자라나는 버섯처럼 징그럽고 끈질긴 생명력으로 어찌어찌 이어가기는
했으나, ‘음악가의 삶’을 계속 연명하고 싶다면 나는 찾아야
했다. 과연 계속 나에게서 또다시 나를 대변(똥
아님) 할 노래가 나올 것인지.
집에서는 도저히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 일단 근처 도서관을
돌아다녔다. 회사원이 출근하듯 도서관으로 출근해 읽으려고 체크해두었던 책 혹은 갑자기 눈에 띈 책들을
읽었다. 마포- 서대문- 정독- 이진아 도서관 정도 갔을 때. 이진아 도서관의 ‘이진아’ 씨를 생각하며, 그에 반발하는 마음으로 가난한 아가씨의 가사가 나왔다. 어린 딸의 죽음을 사립도 아닌 공립 도서관의 이름으로 기념한다는 건, 가난한
아가씨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코드나 멜로디 보다 가사가 먼저인 나는, 뭔가 작업하려면 우선 가사를 쌓아두어야 했다. 도서관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확인했으니 이젠 생활에 변화를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바로 ‘도서관 전국 투어’를 떠났다. 서울을 몇 군데 돌았으니 경기도로. 안양, 수원을 거쳐 이젠 고속버스 타고 순천. 부산. 전주. 그냥 발길 닿는 데로. 숙박은
거의 찜질방 에서 했는데, 그중 안양의 ‘수리산 한증막’을 거치며 쓰게 된 가사가 서른세 살 엄마에게이다. 수리산 한증막은 안양에서 가장 오래된 막인데다 병이 낫는다는 묘한 믿음이 있는 곳이었다.(좋긴 진짜 좋음) 그곳에 가면 몸 파는 여자, 남편에게 쥐어 맞고 온 여자, 신 내린 여자 등등 온갖 종류의 ‘몸이 아플만한’여자들이 모여있었다.
어릴 적 엄마와 다닌 아련한 기억을 갖고
혼자 들어갔는데, 생각해보니 그때 엄마는 지금의 내 나이였던
것이다. 억척같기만 했던 엄마의 그 세월은 사실 ‘어린 나이’였다는 것이 그제야 피부로 느껴졌다. 왜 사는지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어린 나를 데리고 한증막에서 몸을 풀어가며 살아야 했던 엄마의 세월은 사실 엄마도 모르게 지나가버린 한 여자의 청춘이었다는 것.
한 일주일 정도 도서관 투어를 다녀온 후, 어딘가에
짱박혀 곡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 장소는 전주. 전주한옥마을
안의 한옥민박 ‘덕만재’에 자리를 잡았다. 그냥 돌아다니기도 하고, 전주에 있는 지인도 만나고, 공연도 하고, 도서관도 다니며 보름을 지냈다. 이곳에서 ‘부정한 여인’의
가사와 ‘가난한 아가씨’의 멜로디 모티브가 나왔다. 부정한 여인의 원제는 ‘부정한 여인에게’였다. 나는 예전부터 매춘부에 대한 경외심이 있었다. 말하자면 세상의 하대를 견뎌내는 삶에 대한 경외심이랄까. 나는, 너는. 무엇을 근거로 그들에게 손가락질 할 수 있는가? 오히려 번듯한 모양새를
가진 그 무엇이 사실 더 더럽고 토악질 나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에 쓰게 되었다. 희망가는 전주의 지인이 페이스북에 가사를 올려놓은 것을 보고 찾아 듣다가 ‘절대
희망적이지 않은 희망가’를 만들겠다며 담담하고 적막하게 편곡해 보았다.
이후 2012년 11월
말부터 원주의 ‘토지문화관’에서 근 한 달을 지내며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들어간 첫날, 연습하는 소리가 다른 작가님들께
방해가 되어 운 좋게도 박경리 선생님께서 생전에 쓰시던 거실을 작업실로 사용하게 되었다. 또 하나의
행운이 있었는데, 어느 날인가 식당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가 김민기 선생님을 뵈었다. 실제로 살아있는 나의 뮤즈를 보니 존재만으로도 영향을 받았다. 그곳에서
‘울지 말아요’ 곡과 가사,
‘입속의 말, 부정한 여인’ 곡을 썼다. 울지 말아요는 문득
생각난 ‘작은 아이여 울지 말아요.’라는 한 문장에서 시작했다. 중간에 문장을 더하고 바꾸며 김민기 선생님의 곡 ‘아름다운 사람’의 영향도 받았다. 입속의 말은 바람과
현실의 괴리를 이야기한 곡이다. 예전에 춘천 강가에 숙소를 잡으며 ‘창밖으로
강이 보이는 방을 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 밤에 방을 잡아서
당시엔 창이 새까맣게만 보였지만 그곳에 강물이 흐를 것이라고 생각하며 잠들었는데 정작 아침에 일어나보니 허허벌판의 공사 터였다. 이 경험이 모티브가 되어 만들어졌다.
토지문화관에서의 생활이 끝나고 부산에 공연을 갔다 우연히 ‘아지트’라는 레지던시에서 예술가를 구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기회를 놓칠세라
바로 입주. 2013년 3월 말부터 3달가량 지냈다. 부산의 다양한 예술가들과 질펀하게 술도 마시고 부산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작업했다. 무엇보다 남자친구와 가장 오랫동안 떨어져 있는 시기였는데, 그 영향을 받아 ‘사랑 노래’와
‘해여, 지지 말아요’ 두
곡이 나왔다. 사랑 노래는 한마디로 ‘솔로가 가진 가능성에 대한 부러움’을 이야기한 노래이고, 해여,
지지 말아요는 지는 해를 바라보다가 ‘만약 남자친구가 죽는다면…’이라는 전제를 두고 쓴 노래이다.
작고 작게는 2012년에
만든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을 위한 외침과 속삭임 <이야기해주세요>’음반에
수록된 곡이다. 내가 그녀였다면 ‘아주 작고 평범하게 살길
원했겠지.’라고 생각하며 만들었다. 이번 앨범에서 프로듀서
서영도 씨의 편곡을 거쳐 정말 멋진 곡으로 재탄생 되었다.
근 1년가량의 여행을 거쳐 집으로 돌아와 그간 쓴
곡들을 추리고 정리했다. 내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곰곰이 살펴보며 사람의 순간 가사를 썼다. ‘있는 그대로의 사람, 날것의 사람, 나와도 너와도 같은 사람’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선과 악을 모두 가지고 있는 우리들.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것이 당연하듯, 어느 날은 찬란하고 어느 날은
고통스러운 삶을 그대로 인정하고 그 가운데 사람의 반짝임을 발견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을 노래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첫댓글 아무래도 다음 번엔
출판사 편집자들이
민아 누님에게
책 내자고 몰려올 것 같은 예감이...
후기...잘 읽었어요 .....짧게나마 저도 같이ㅣ 여행한 듯한 느낌이 들기까지 하네요....
민아님의 앨범에 아주 작~~은 보탬이 되고 함께 할 수 있어 기쁩니다...
전 곡이 다 제 필~~같아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민아님 화이팅^^~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