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곤
2023년 11월 5일 ·
열흘 전 금요일부터 어쩌다 보니 남도 순례.
먼저 해마다 두어 차례 만나는 낚시 모임.
충주 떠나 전라도 광주의 한 저수지에서 이틀 노숙한 다음,
따로 내려온 동무들 부름 따라 남녘 물가를 며칠간 헤매다가,
동무들은 귀경하고 나는 강진으로 와서 귀촌한 동무 만나 점심 먹고 산책한 후,
영암에서 하루 더 노숙.
원래는 다음날인 금요일 저녁때 거창 가서 주말 이틀간 사과 따기 봉사(체험?)하고
오늘밤 귀가할 예정이었는데(9박 10일) 사과 따기가 취소되어
이틀 먼저인 그저께, 금요일에 올라왔다. 7박 8일.
영암 서호에서 아침나절에 짐을 꾸려 귀가할 때...
좀 돌지만 오수-장수-무주-추부를 지나는 시골길로 접어들었다.
남녘은 아직 단풍이 한창이라 혼자 보기는 아까우나 달리면서 사진 찍을 수도 없고...
눈으로만 열심히 담으며 돌아돌아 쉬엄쉬엄 오다 보니...
400킬로미터쯤 오는 데 무려 10시간 넘게 걸렸다.
언제 보아도 정겨운 산과 물.
봄 여름 가을 겨울 저마다 달리 느껴지는 이 땅의 풍경이,
타고난 방랑벽을 지닌 내게는 언제나 예쁘고 반갑고 편안하다.
밤 8시 넘어 충주 도착해서도 바로 집으로 가지 않고 단골 낚시터부터 들렀더니 동네 꾼들이 오랜만에 나타났다며 반긴다.
마침 나의 지정자리도 비어 있고...
쉴 틈도 없이 또 눌러앉아 움직이지 않는 찌 바라보며 새벽이 되도록 앉았다가 들어왔다.
오랜만에 눕는 나의 작은 방, 잠자리가 더없이 아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