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효곤 선생님.
저는 1989년에 명지고등학교 1학년이던 정철수라고 합니다.
지금은 이매진이라는 조그마한 출판사를 하고 있습니다.
다음 카페에 쓰신 글에서 이석린 선생님에 관해 이야기하신 구절처럼,
김효곤 선생님도 저를 기억하시지 못할 겁니다.
사실 몇 번 뵙지도 못했어요. 학교 복도에서 몇 번 스치고, 명지대 강당에서 선배들이랑 한 번 뵙고,
전교조 중서부지회 일일주점 때 술 한잔 했습니다.
그리고 졸업하고 몇 년 뒤, 아마 복직하신 다음일 텐데요,
신촌역 현대백화점 뒤쪽에서 아이 손잡고 가시는 모습을 뵈었죠.
그때 놀라서 인사를 못 드린 게 아쉽습니다.
그러고는 <한겨레> 인터뷰에 나오신 뒤부터 명지고 근처 다녀오면 한 번 검색하고 그랬습니다.
저는 늘 전교조 세대라고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그런 마음이 제 정체성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저는 확신하지만,
그런 마음에 걸맞게 살지는 못하고 있다며 때때로 절망했습니다.
혼자만 잘살려는 사람이 되지 말자는 생각에 편집자라는 직업을 선택하고,
지금은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올 봄에 우신고 권종현 선생님 제자가 쓴 <미래 교육 이전에 내 미래가 더 걱정이다>라는 책을 내면서,
중고등학교 다닐 때 생각이 났습니다. 검색해보니 그사이 퇴직하셨더라고요.
연락을 할까 말까 하면서 시간만 흐르다가,
편집자 시작할 때 큰 영향을 받은 국어순화운동가 이수열 선생님이 얼마전 돌아가시고,
어제 오랜만에 뵌 지도 교수님도 늙어가는 육신을 한탄하는 모습을 보고는,
더 늦기 전에 메일을 쓰자 마음먹었습니다.
선생님을 쓰신 글들을 모아 책을 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더라도 조만간 만나 뵙고 싶습니다.
갑작스럽게 긴 글을 보내 죄송합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첫댓글 반갑네그려.
자네 말마따나 이름은 잘 떠오르지 않지만 얼굴 보면 생각날지도..
이매진 출판사? 어쩐지 익숙한 이름..
여기에도 올렸지만 내가 퇴직하면서 "하지 않기로 마음 먹은 게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책 내는 일. ㅎㅎ
그러나 자네 말대로 그것과 관계 없이 만나면 반갑게 얘기할 수 있겠지.
나도 한때 책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삼기도 했고, 이후 푼돈 만지는 재미로 종종 편집일에 관여한 경험도 있으니..
이제 코로나도 대충 정리되어 가는 듯하니 여유로울 때 연락 주게나. 010-2731-2020일세
네, 선생님.
지금 마감 걸린 책들 대충 내고 위드 코로나 시작되면,
연말 전에 연락드리겠습니다.
모쪼록 무탈하시기를 바랍니다.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