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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도심 속의 보석 서구종단트레킹숲길 탐방후기
1. 일 시 : 2015. 9. 6(일) 09:20~13:40
2. 탐방지 : 서부종단트레킹숲길(대신동 꽃마을~송도해수욕장)
3. 산행코스 : 구덕꽃마을-구덕문화공원-편백나무숲-무명 폭포-시약산 밑 초소-대티고개-대티배수지-까치고개-반달고개-감천문화마을-감정초등학교-천마산전망대-천마산조각공원-알로이시오전자기계고-송도요양병원앞
4. 참석자 : 권정순, 김동주, 김정순, 신환옥, 임춘애, 조현미, 조현정, 최홍구, 황용권 등 이상 9명
5. 탐방후기
이번 서구종단트레킹숲길 탐방은 결혼식 등 개인사정이 있는 일부 회원의 간곡한 요청에 따라 첫째 토요일이 아닌 첫째 일요일로 변경하여 실시하게 됐다. 매주 주말이면 모친 병문안으로 참가가 어려웠던 이정수 교장은 이번에는 탐방계획을 세웠으나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날짜가 변경되자 카페 탐방안내 란에 댓글로‘토요일이 아니고 일요일로 변경되어 부득이 참석이 어렵습니다. 집안 결혼식 시간과 중첩되어 같이 하지 못해 너무 아쉽네요. 잘 다녀오시기 바랍니다.’하며 아쉬움을 나타냈고, 나는‘교장 샘, 요일을 바꿔 죄송합니다.’라고 미안함을 표시할 수밖에 없었다.
매월 첫째 토요일에 산에 가던 습관에 젖은 나는 비는 토요일을 때우기 위해 내가 근무하는 남산고등학교 생활지도부에서 벌점이 많은 학생들의 벌점해소를 위해 실시하는 금정산 어깨동무 산행에 학생들이 120명이나 참석한다하여 남교사가 적어 나도 동참하여 도와주기로 하였다.
코스는 부산대 대운동장에서 동문과 3망루를 지나, 4망루 전 갈림길에서 남산동 방향으로 빠져 외국어대학을 거쳐 남산고까지 산행하는 것이었다.
학생들의 행사라 집에서 일찌감치 나와 부산대 대운동장에는 8시 40분에 도착했다. 생활지도부 송지은 부장과 김영석, 이창영, 신기성 선생과 여선생 두 사람이 먼저와 있고, 학생들은 열 명 남짓 도착해 있었다.
평소에 지각을 많이 하는 학생들은 이날도 아홉시가 다되어가도록 3분의 1정도밖에 오지 않았다.
김영석 선생은 이날 선두에 서서 산행대장하기로 한 남산고 한기원 교장이 일찍 도착하지 않는다고(거의 9시에 도착) 가슴을 조아리며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김영석 선생은 참가학생들의 출석을 체크하고 인솔자인 학교장의 인사말과 산행 주의사항을 들은 다음, 최흥환 선생의 지도로 가볍게 몸을 풀고는 산행을 시작했다.
선두에는 나와 한 교장이 그 뒤에는 여학생과 남학생 순으로 산행이 시작되었고, 교사들은 중간과 후미에서 학생들을 이끌었다. 산행 길은 부산대 대운동장을 빠져나와 산성도로를 건너 산길로 접어들어 산성도로를 옆에 끼고 동문까지 쉬지 않고 걸어 올라갔다. 얼마 되지 않는 거리지만 선두와 후미의 거리 차가 많이 생겼고, 후미는 작은 계곡과 갈림길에서 선두를 놓쳐 다른 길인 산성옛길을 따라 오다보니 우리보다 30~40분 정도가 늦었다. 동문에 먼저 도착한 학생들과 함께 동문 뒤쪽에서 쉬는 사이 중앙도서관 김문형 관장이 친구와 만나기로 했다며 북문 쪽으로 갔고, 뒤이어 삼덕초 오지숙 실장이 혼자서 산성고개에서 동문을 거쳐 북문 쪽으로 간다. 10분 뒤 북문 쪽에서 너무나도 눈에 익숙한 분이 혼자서 걸어오고 있었다. 다름 아닌 우리 산악회의 김태선 고문이다. 반갑기도 하고 야속하기도 하다. 우리 산악회에는 오지 않고 주말에는 혼자서 금정산을 찾는단다. 가까운 시일에 만나 회포를 풀기로 약속을 한 뒤 김 고문은 산성고개로 향했다.
후미에 오는 학생들은 한참 뒤에야 동문에 도착했다. 동문 뒤편 계단에 앉아 단체사진을 찍고는 제3망루 쪽으로 향했다.
동문에서 300m 정도 걸어 오르막을 오를 때 스쳐지나가던 해운대도서관 이영호 과장이 나를 알아보고 되돌아와 인사를 한다. 같은 과에 근무하다 헤어진 지 10개월만이라 반가웠지만 갈 방향이 달라 인사만하고 서로의 길을 재촉했다.
제3망루 옆을 지나 제4망루로 오르기 전에 나무침목이 놓여있는 곳인 갈림길에서 오른쪽 남산동 방향으로 가야했기에 걸음을 멈췄다. 시간은 11시 30분이다. 한창 식욕이 왕성한 아이들은 도착하자마자 침목바닥에 앉아 아침에 나눠준 바푸리 김밥(한줄에 4천원으로 크기도 크고, 김밥속도 고기를 비롯해 갖가지 재료로 대단하다)을 꺼내 먹기 시작한다. 뒤이어 도착한 교사들도 배가 고픈지 김밥을 먹고 가잔다. 교장은 하산한 뒤 식사를 할 건데 먹을 필요가 있냐고 한다. 그래도 간단한 요기를 하고 가자는 교사들의 요청에 나무그늘 아래 자리를 잡아 앉아서는 김밥 반줄씩 나눠먹고는 갈림길에서 남산동 방향으로 방향을 틀었다. 산성을 가로질러 남산동으로 내려가는 길 건너 능선에 선 무명바위는 더 높아진 코발트색에 가까운 아름다운 가을하늘과 어울려 수려한 비경을 뽐내고 있었다. 무명바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떼를 지어 따라오는 학생들로 인해 꼼짝달싹도 할 수 없었다.
부산외대를 지나 학교에 도착하니 오후 1시다. 샤워를 마치고 산행에 참가한 교사들과 범어사 일주도로 하행길 날입에 있는 만도리 식당에 가서 조개정식에다 조개파전, 동동주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14:30), 다음날 서구종단트레킹숲길 탐방지도를 인쇄하기 위해 학교로 들렸다.
지도 인쇄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중(15:00 경) 배드민턴 동호회 갑장(이창섭)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금 배드민턴구장으로 가고 있다고 나도 오란다. 그렇지 않아도 산행이 시원찮아 운동을 더 했으면 하는 찰라 잘된 일이었다. 나는 알았다고 대답하곤 집을 들러 라켓을 들고 연산동 마하사 뒤 산에 있는 함박배드민턴 구장에 도착하니 오후 4시가 넘었다.
신나게 4게임을 치고 나니 어둑어둑한 어둠으로 더 이상 게임이 어려웠다. 선약이 있다며 이창섭 회원은 먼저 내려가고 나머지 셋이서(최원진, 조양제 회원) 주차장으로 걸어 내려오다 술이나 한잔하고 가자는(최원진 회원) 제안에 따라 모두가 콜이란다.
이렇게 해서 연산동 복개천 연산체육센터(연동초등학교 체육관) 옆 마산아구찜에서 시작한 술자리는 횟집으로 자리를 옮겨 오징어회를 시킨 지 얼마 되지 않아 갑작스럽게 억수같은 소나기가 쏟아졌다. 세차게 내리는 비를 보며 마시는 술맛은 좋을 수밖에. 셀 수 없는 술잔이 순배를 돌고 기분마저 좋아져 또다시 맥줏집으로 가서 마시고 또 마셨으니 취할 수밖에. 날을 안 넘기고 집에 갈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휴대폰 전화벨소리가 요란하여 눈이 뜨였다. 받자마자 전화는 끊겼다.(07:47) 김동주 회원이었다. 전화를 걸으니 통화중이었다. 혹시나 해서 휴대폰을 확인하니, ‘비가 많이 와요. 오늘 산행이 좀 곤란할 것 같은데요. 그칠 비가 아닌 것 같아요.(06:07)’, ‘막걸리 준비할까요? 어찌 할까요?(07:01)’, ‘임춘애 회원과 친구 분께서 연락이 왔는데요. 비가 와서 어찌할지 망설이고 있답니다. 답장주세요(07:28)’라고 카톡을 보냈는데도 답장이 없다보니 전화를 했나보다. 나는 카톡으로 ‘비가와도 우산 쓰고 산행은 합니다.(07:51)’라고 답장을 보냈다.
그 시간 김동주 회원이 통화 중인 것은 내가 전화를 받지 않아 권정순 교장에게 전화를 해서 ‘산행을 어찌 할 것이냐?’며 물어봤다나. 권 교장은 ‘비가 오면 꽃마을에서 파전에 막걸리를 마시더라도 출발한다.’는 얘기를 듣고는 산행준비를 해 집에서 나왔단다.
전화를 끊자마자 황용권 사장한테서 출발했느냐고 전화가 왔다. 전철 양정역 플랫홈에서 만나기로 하고 배낭을 챙겨 집을 나섰다.(08:15) 버스를 타고 지하철 양정역에 도착하자 스크린도어가 닫히고 있어 5~6분을 기다려야 했다.
전철을 타자마자 전날 마신 술로 인해 배가 살살 아프기 시작했다. 집에서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시간이 늦어 도중에서 내릴 수도 없고 해서, 일단 배를 움켜쥐고 참으면서 동대신역까지 가기로 했다.
서면역에서는 일본인 관광객한 무리(12~3명)가 전철을 탔고, 그 중 여성 두 명이 우리 옆자리에 앉았다. 바로 옆에 앉은 여성은 발에 모기에 물려 벌겋게 변색되어 있었다. 이를 본 앞자리에 앉은 중년 여성은 핸드백에서 연고를 내어주며 바르라고 하고, 황 사장은 배낭에서 원형 살색밴드를 찾아 붙이라고 건네주며 친절을 베푼다. 일본 여성은 또박또박한 우리말로 ‘감사합니다’라며 인사를 한다.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미소를 머금으며 흐뭇해한다. 정말 보기 좋은 장면이다. 전철이 남포역에 도착하자 중년여성과 일본인 관광객을 비롯한 많은 승객들이 내렸고, 객실은 이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공허했다.
잠시 후 전철은 동대신역에 도착했다. 동대신역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급히 화장실을 찾았다. 너무 급한 나머지 엘리베이트 안내를 화장실 안내로 착각하여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허둥대며 소중한 시간을 소비하기도 했다. 동대신역에서 조현미 샘을 만나 같이 마을버스를 타고 꽃마을로 갔다.
버스에서 내려(09:20) 주위를 둘러봐도 선뜻 회원들이 보이지 않는다. 꽃마을 식당가 쪽을 쳐다보는 사이 조 샘이 회원들을 먼저 발견하고 회원들을 가리키며 앞서 걸어갔다. 도로보다 높게 설치된 서구종단트레킹숲길 출발지 앞 목재테크 위에 조성되어 있는 정자 아래에는 권정순 교장과 김동주, 임춘애 회원과 처음으로 참석한 김정순 회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신환옥 회원과 조현정 회원은 아침밥을 먹지 못해 정자 바로 위 구덕문화공원 앞에 있는 시락국으로 유명한‘해 뜨는 집’에 아침식사를 하러 갔다고 했다. 회원들과 같이 구덕문화공원 입구 식당 앞으로 올라갔다. 때맞추어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오고 있었다. 환하게 웃으면서 인사하는 두 사람 얼굴이 무척 예쁘고 반가웠다. 신환옥 회원은 오후 집에 할일이 있다며 탐방하다가 적당한 지점에서 빠지겠다며 그리 알고 있으란다.
아름다운 코스를 끝까지 함께하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오전만이라도 함께할 수 있다는 게 어딘가?
새벽에 엄청난 비를 퍼붓던 시커먼 구름은 어느새 엷어지고 하늘은 서서히 개어 탐방하기에는 좋은 상쾌한 날씨였고, 콧노래가 절로 났다.
서구종단트레킹숲길은 서구 곳곳에 흩어져 있던 다양한 생태, 역사, 문화자원을 걷는 길로써 이어주며, 길을 천천히 걸으면서 서구의 경관을 조망하고 구덕산, 시약산, 천마산, 암남공원, 송도해수욕장을 배경으로 가꿔온 서구의 고유하고 특색있는 점적요소들을 선으로 연결하여 문화를 직접 느끼고 체험하는 길이다.
출발지점은 구덕문화공원 바로 왼편에 있는 오솔길이다. 물론 구덕문화공원 안으로 들어가서 가더라도 길은 이어진다.
하지만 우리는 국제신문 근교산행팀의 답사경로를 따라 구덕문화공원 입구에서 돌계단인 장미동굴을 올라 주차장 좌측 오솔길로 접어들었다. 크고 화려한 풍광보다는 아늑하고 포근한 멋을 가진 편백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오솔길을 따라 권정순 교장이 앞장서고 임춘애, 김정순, 김동주 회원 순으로 앞서 걸었고, 나와 신환옥, 조현정, 황용권 사장이 뒤를 이었다.
구덕산 허리는 온통 곧게 뻗은 편백나무로 천지를 이루고 있다. 편백나무숲길은 언제 걷더라도 상쾌한 느낌을 주지만 전날 저녁부터 새벽까지 내린 세찬 비로 공기는 무척 신선하였고, 정감어린 흙길마저 기분을 좋게 해주웠다.
우리는 편백나무 사이로 난 좁은 흙길은 직선에서 지그재그길인 꼬불꼬불한 오르막길이 나타나고, 이내 예쁘게 조성된 평평한 널따란 길이 능선을 따라 이어진다. 이 길을 구덕문화공원 내에 조성된 명상의 숲길이었다. 길 옆 비탈면에는 화강석을 절단하여 단면에 아름다운 시들을 새겨 군데군데 설치해 놓아 마치 시인이 된 양 착각에 빠지게 했다.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행복해하며 즐겁게 앞서가던 권 교장을 따라 갔더니만 서구종단트레킹숲길은 어디가고 없고 구덕문화공원 역사박물관 건물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 승학산과 구덕, 시약산 정상으로 갈 때 질러가는 길과 마주치게 됐다. 아뿔싸! 우리가 빠져나가야 할 갈림길을 놓치고 지나왔던 것이다.
주차장에서 들어서 숲길을 걷다가 명상의 숲길로 이어지는 오르막을 오르기 전(쉴 수 있도록 평상이 설치된 곳)에 좌측방향으로 빠져나갔어야 했지만 숲길이 너무 예쁘고 아름다워 정신 줄을 놓고 걸은 결과였다. 다시 되돌아간다고 해도 내리막길이고 걷기에 너무 좋다면서 아무도 불만이 없단다. 오히려 싱글벙글하면서 좋아하기까지 한다.
우리는 되돌아와 명상의 숲길 내리막을 다 내려오면 편백나무 숲도 끝나는 지점에 이르면 왔던 길과 우측으로 빠지는 갈림길이 나타나고 이곳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꿀 때에는 걷던 길에 비해 높이가 현저히 낮기 때문에 서구종단트레킹숲길로 가는 길이 아닌가하고 착각하기 쉽고, 내려설 때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조금 더 내려가면 서구종단트레킹숲길 출발점에서 시작해 오는 길과 만나게 된다.
갈림길에서 통나무다리(통나무로 뗏목처럼 엮어 길게 다리)가 있는 첫 번째 계곡까지는 50여 미터의 내리막길로 미끄러지지 않도록 군데군데 나무막대계단이 설치되어 있지만 작은 돌들이 널브러져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이 구간을 지나면 말 그대로 길을 걸으면 걸을수록 정감이 가는 트레킹코스다.
계곡 위쪽에는 가느다란 물줄기가 바위 위를 세차게 흘러내리고 있다. 평소에는 겨우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바위지만 비가 오면 물이 세차게 흘러내린단다. 우리는 운에 좋게 전날 내린 비로 멋진 광경을 구경할 수 있었다. 이곳이 바로 국제신문 산행팀이 딱히 이름을 붙이기 뭣했는지 무명폭포라고 칭했단다.
무명폭포를 지나 숲길을 걸으며 서대신동 시가지와 구덕운동장을 벗 삼으니 마치 동네 뒷산에 올라온 친근한 기분마저 든다.
울창한 나무가 우거진 소담스럽고 정다운 평평한 산책로인 구덕산 허리 길은, 특히 수십 년이 된 나무들은 새벽까지 내린 비의 수분이 증발하는 희뿌연 수증기와 어우러져 마치 원시림 속을 걷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대신공원만 주변만 좋은 줄 알았지 이곳까지 이렇게 멋진 줄을 정말 몰랐다.
평소 좋은 경치를 보면 쉽게 감격해 하는 권 교장 샘이 말없이 걷기만 하기에 ‘교장 샘! 어쩐 일입니까?’하고 물으니, ‘여기가 이렇게 좋을 줄 너무 좋아 말이 안 나온단다.’
편백나무 숲을 지나 무명폭포 아래 계곡을 가로지르는 목제다리를 그냥 지나치려는 권 교장을 불러 김동주 회원과 인증 샷 한 장!
구덕산을 지나 시약산 허리길에 접어들면 이정표와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구간마다 설치되어 있는 안내판에는 탐방지도와 현재의 위치, 고도와 구간의 거리, 산림청 국가숲길 등급표에 의한 난이도 등을 상세히 기술해 놓았다. 중간 중간 갈림길에는 이정표나 ‘시점과 종점’의 방향을 표시한 안내팻말이 세워져 있어, 지도 없이도 수월하게 탐방할 수 있게 해 놓았다.
이정표에서 오른편 대티배수지 쪽으로 방향을 틀어 오르막길을 올르면 이내 산불감시초소가 나타난다. 계속 직진하면 체육공원이 있고, 조금만 더 가면 대티고개가 바로 보이는 갈림길이다.
갈림길에서는 직진이 아닌 왼쪽 대티고개(배수지) 방향으로 내려서 좁은 골목길을 통과해야한다.
6. 25때부터 산자락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마을들이 형성됐던 것처럼 이곳 대티고개에도 마찬가지였다.
지그재그의 좁은 골목길은 사람 사는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집사이로 조성된 텃밭에는 맨드라미가 만발해 있고, 열린 대문 사이로 보이는 마당에도 활짝 핀 맨드라미가 화분이 우리들을 기쁘게 해 주었다.
골목길 바닥에는 ㄴ자로 된‘시점과 종점’화살표가 표시되어 있다. 우리는 동심으로 돌아가 바닥화살표에 발을 모으고 한 장의 인정 샷을 찍고 골목길을 내려섰다.
골목길을 내려서면 대신동과 대티고개로 이어지는 도로가 나온다. 길을 건너 직진하여 대티배수지 쪽으로 가야하지만, 대티고개 쪽 둔덕에‘천마산 화살표’안내가 붙어있어 헷갈리기 쉬우니 주의해야 한다. 도로를 건너 삼거리에서 대티배수지 입구 쪽에서 이정표를 확인하고 대티배수지 옆을 올라 넘어갈 무렵 한 두 방울씩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마냥 비를 맞을 수가 없어서 서구와 사하구의 경계지점인 까치고개에 있는 아미까치공영주차장 맞은편 작은 수퍼 처마 밑에서 잠시 비를 피했다. 많은 비가 아니라 모두들 준비해 온 우산을 펴들었지만 권 교장 샘은 새로 장만한 비옷을 꺼내 입었다. 새빨갛고 예쁜 비옷은 권 교장과 잘 어울렸고, 비로 인해 자랑 아닌 자랑을 하게 되었다. 비옷은커녕 우산도 준비하지 않은 조현미 샘은 까치고개에서 그만 집으로 돌아가겠단다. 다른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비가 와서 돌아간다고 해서 이건 아니다싶어 비도 많이 내리는 것도 아니고 우산을 같이 쓰고 걸으면 되지 않느냐고 설득을 하니, 다행이 자신의 생각을 접고 배낭에서 바람막이를 내어 입고는 계속 탐방에 동참해 주어서 고마웠다.
이곳 까치고개 트레킹길은 수퍼 앞에서 아미까치공영주차장 쪽으로 도로를 건너 오른쪽 좁은 골목으로 이어진다. 길이 헷갈릴 때는 바닥의 화살표 표시를 확인하면 된다. 이 좁은 길로 2분정도 가면 '까치고개로128번길 53번지' 앞에 갈림길이 있다. 이곳이 옛날 원래의 까치고개였단다. 오른쪽 산 능선 길은 낙동정맥으로 가는 길이다. 우리는 직진했다. 팽나무인 아미동 당산나무인 오래된 팽나무를 지나면 감천마을로 향하는 길이 이어진다. 이 길을 반달고개라고 한단다.
고개를 넘다보면 감천문화마을을 옆에 끼고 걷게 된다. 권정순 교장 샘과 회원들은 감천문화마을을 안 들어갈 거냐? 막 따지다 보니 안 들어 갈 수가 없었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지만 감천문화마을에는 적지 않은 관광객들로 붐볐다. 외국인들도 간간히 눈에 뜨였다. 감천문화마을에 오면 씨앗호떡을 반드시 사먹고 가야한다는 입소문 때문인지 마을 입구에 있는 씨앗호떡집 앞에는 호떡을 사기위해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호떡집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들어갔다 둘러보고 다시 되돌아와 삼거리에서 감정초등학교 쪽으로 빠져 나왔다. 사람들은 갖가지 벽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지만 삼거리에서 감정초등학교 쪽 문화마을 입구 중간에 있는 대형물고기 타일벽화가 가장 인기가 많았다.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려고 차례를 기다리다 앞사람이 끝나면 잽싸게 들어가 사진을 찍는 모습이 우스꽝스럽기까지 했다.
우리도 빠질 수 있으랴! 나와 임춘애, 김정순 회원이 차례로 한 컷하고 문화마을을 빠져나오니 감정초등학교가 떡 버티고 있다.
감정초등학교 주차장 왼쪽을 돌아 언덕에 올라서면 차단봉이 설치되어 있는 천마산 임도와 연결된다. 이 천마산은 내가 혜송학교에 근무할 때 수시로 찾았던 산이었건만 오랜만에 찾아선지 감회가 새로웠고 반가웠다.
임도에 올라서 얼마 안 되는 거리에는 넓은 목제판으로 만든 말의 형상의 천마산10리길 안내 입간판이 있다. 입간판에는 천마산 산행지도와 천마산과 달빛걷기 설명이 적혀있다. 우리가 안내판을 읽으면서 이야기 하는 동안 황 사장이 저만치 앞서서 빠른 속도로 걸어가기 시작한다. 나도 땀이나 흘릴 겸 속도를 내며 뒤따랐다. 비가 오는 습한 날씨에 오르막을 오르니 전신에 송골송골한 땀이 맺혔다.
임도 옆에 설치된 전망대는 30여명의 단체 산행팀이 점유하고 있어 얼씬하기가 어려워 조각공원 옆에서 보기로 하고 그냥 올라갔다.
임도를 따라 올라가다보면 임도 좌측에 천마산10리길이 나타난다. 이 길은 맨발로 걷기도 좋은 길이다. 우리는 천마산10리길로 접어들었다. 비가 오는 호젓한 날씨와 딱 맞는 걷기 좋은 길이다.
조각공원에 도착했을 때에도 비는 그칠 줄 모르고 계속 내리고 있다. 조각공원 모서리에 있는 정자에는 서너 사람이 음식을 먹고 있었다. 나와 황 사장은 정가 한쪽 모퉁이에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배낭을 널어놓고 회원들을 기다렸다. 한참이 지난 후 임도 쪽으로 걸어 온 회원들이 도착하고 산성막걸리와 생탁, 간식으로 배를 채운 뒤 조각공원 옆 능선에 있는 천마산 전망대에서 부산의 남북항과 부산항대교, 남항대교, 용두산공원과 부산타워, 영도와 자갈치시장 등 원도심지가 한눈에 들어왔고, 부산항의 풍광을 제대로 볼수 있었다. 특히 비오는 날의 포근하고 아늑한 부산항 전경이야말로 또 다른 묘미를 선사해 주고 있다.
전망을 관람한 다음 능선 길을 탄 뒤 임도를 타고 내려가다 혜광사 앞을 지나 계단길을 내려서면 암남타워빌 앞 고갯길이다. 도로를 건너 우측으로 도로를 따라가다가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어 내려가면 알로이시오전자기계고를 지나고 송도에서 감천으로 이어지는 큰 도로다. 먼저 도착한 황사장과 내가 알뜰주유소 앞 횡단보도로 길을 건넜고, 뒤따라오던 권 교장과 조현미, 조현정 회원도 길을 건넜다. 이 때 시간이 오후 1시 40분. 감천문화마을을 둘러보고 구경하다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모지포 마을까지는 1족히 km는 더 걸어야 했다. 2년 전 갈맷길 탐방 때 모지포마을과 암남공원, 송도해수욕장 구간은 이미 걸었으니 이날 모지포 마을까지의 구간 탐방은 생략하잔다.
나도 오후 4시에 배드민턴을 치기로 한 약속이 있었기에 흔쾌히 동의했다.
우리가 이러고 있는 사이 뒤늦게 내려온, 김동주, 임춘애, 김정순 회원은 도로에 닿기도 전에 탐방을 종료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그 자리에 선채로 손을 흔들며 작별인사를 한다. 우리도 손을 흔들며 다음 산행을 기약했다.
알뜰주유소 앞에서 회차하여 돌아가는 134번 버스가 제일먼저 도착했다. 우리는 전철역까지만 타고가기로하고 버스를 타는데, 조현미 샘은 집으로 바로 가는 61번 버스를 타겠다며 혼자 남았다.
우리는 남부민동 산복도로를 달리는 134번 버스에서 다시 한 번 아름다운 부산항의 전경을 감상하고는 부산대병원에서 하차하여 전철을 타고 집으로 향했다.
정말 오늘은 비가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였지만, 산과 도심을 가로지르는 부산의 원 도심길인 서구종단트레킹숲길이 너무 좋아 피곤한 줄을 몰랐던 행복한 탐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