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 메고 세상 속으로>
아프리카의 보석(寶石) 모로코(Morocco)<8>
7. 모로코 전통도시 페스(Fes/Fez)
모로코의 옛 수도였던 페스(Fes)는 동물가죽 염색공장 태너리(Tannery) 등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관광도시이다. 마라케시에서 페스의 숙소를 예약하며 제발 메디나 가운데만 아니기를 빌었는데 이 무슨 애꿎은 운명의 장난인가 가격이 싼 곳을 찾다 보니 또다시 메디나 안에 있을 줄이야...
모로코 가죽제품들 / 밥 보젤루드(블루 게이트) / 페스 중앙광장
저녁 8시쯤 페스에 도착해서 지도를 펴들고 우리의 숙소를 물어보았더니 메디나 안에 있다며 거리가 머니 택시를 타고 가라고 한다. 그러잖아 배낭도 무겁고, 날도 어둡고.....
택시 정류장으로 가는데 웬 40대 녀석 ‘택시?’ 하더니 따라오라고 한다. 택시 기사 복장이기에 지도를 보여주며 ‘얼마?’ 했더니 ‘50디르함(6천 원 정도)’ 한다. ‘오케이’하고는 따라갔는데 기사가 앉아있는 택시로 가더니 기사에게 뭐라고 속닥거리더니 우리보고 타라고 한다.
조금 미심쩍어서 택시에 앉아있던 기사에게 ‘얼마?’ 했더니 ‘40디르함’ 하기에 ‘오케이’하고는 택시 뒤 트렁크에 우리 배낭을 싣고... 채 5분도 안되어 다 왔다고 내리라는데 보니 우리 숙소가 아니고 메디나 문 앞이다. ‘우리 숙소는?’ 했더니 메디나 안에 있어 택시는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
사실 메디나의 골목길은 작은 손수레나 당나귀로 짐을 실어 나르고 대부분은 사람들이 어깨에 메고 짐을 운반한다. 나중 알아봤더니 택시비 10디르함이면 충분하다고... 이런 사기꾼들 같으니 끓.
다시 가방을 둘러메고 메디나 문을 들어서서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가는데 미로가 끝도 없다.
또 결국 길 안내를 세우고서야 도착했는데 우리를 보더니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방에 빈대(Bed Bug)가 많아서 약을 뿌려서 잘 수가 없으니 자기 형(Elder Brother)이 운영하는 숙소로 가라며 열 두어 살 먹은 소년을 보고 길 안내를 하라고 한다.
제기럴... 배낭도 무겁고 10시가 다 돼 가는데... 항의해 봐야 소용이 없을 것 같아 너덜너덜 소년을 따라나섰는데 이 녀석 가깝다더니 꼬불거리는 골목길을 한없이 간다. 다리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고...
슬슬 짜증이 나는데 소년이 돈을 달라고 손바닥을 내밀며 이 집이라고 한다.
‘잠깐, 일단 들어가서...’ 소년이 문을 두드리니 주인 녀석이 나오는데 오늘은 손님을 받지 못한다고 하며 문을 열어 보여주는데 모든 방에 불이 꺼져있다. 이런 넨장... 그러더니 소년을 따라 자기 아버지가 운영하는 숙소가 좋으니 그리로 가라고 한다. 무지 짜증이 나고 화가 치미는데 소년이 앞서가다 돌아서며 또 손바닥을 내민다. 그러잖아 화가 치미는데... 나도 모르게 소리를 꽥 내질렀다. 가깝다더니 이리저리 골목길을 헤매게 해놓고는...
‘You said it's very close... Is it close? It's maze...’(네가 매우 가깝다고 했잖아? 이게 가까운 거야? 미로의 연속이네?) 소년은 퉁퉁 부은 표정으로 골목길의 깡통을 걷어차며 걷는다.
더 가관인 것은 세 번째 숙소의 60대의 돼지 같은 영감탱이는 우리가 예약한 두 사람이 1박에 60디르함 예약서를 보여주었더니 자기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오리발을 내민다.
내가 퉁명스럽게... ‘그럼 전화를 해봐!’ 영감탱이 전화기를 들고 한참 통화를 하더니 계약은 그렇지만 자기는 그런 가격으로 사람을 받아본 적이 없단다.
‘그럼 얼마냐?’ ‘1박에 1인당 100디르함이다.’ 이런 얼토당토... ‘임교장 갑시다.’
내가 배낭을 다시 메며 일어서자 임교장은 울상을 하며 ‘12시가 다 됐는데...’
나의 표정을 살피던 주인 영감이 ‘그러면 1인 1박에 60디르함이면??’
결국, 1인 1박에 60디르함으로...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인 것으로 짐작되었다.
‘지네들이 12시가 넘었는데 설마 가겠어?....’ 끓. 어쨌거나 숙소는 비교적 괜찮은 편이었다.
이튿날 아침 술주정뱅이처럼 생긴 40대 중반의 아들 녀석이 50디르함에 길 안내를 해 주겠다고 한다. 그러잖아 길 찾기가 어려운데... 녀석은 우리를 골고루 데리고 다니며 안내를 한다.
수공예품 가게, 카펫가게, 향수와 크림 가게, .... 그리고는 점심때쯤 우리를 가죽염색공장에 데려다주고는 빠이 빠이다.
화장품가게에서 모로코의 특산으로 모로코 전통요리에도 들어간다는 아르간 오일(Argan Oil)...
향수와 크림제조의 원료가 되기도 한다는데 향수와 크림을 사라고 성화다.
사진을 찍어도 돈을 요구하고, 특히 여성들은 찍지 말라는 안내 녀석의 경고에 상품 사기는커녕 사진도 제대로 찍지 못했다.
꼬불꼬불 가죽제품 가게와 공방을 지나 계단을 올라가 보니 옥상인데 관광객들로 이미 꽉 차 있다.
눈 아래 펼쳐진 광경은... 우리가 사진으로 보던 바로 그 동물 가죽 염색 공장(Tannery)이었다.
가죽염색공장 태너리(Tannery)
모로코 가죽염색공장(Tannery)에서
旅浪(여행의 낭만) 자작시
형형색색의 보석들로 수놓아진 / 모자이크 조각들이 펼쳐진다.
저 속에 / 아라비안나이트의 기묘한 / 이야기들이 숨어있다.
알함브라 궁전의 / 눈을 어지럽히는 / 아라베스크 문양들이 보인다.
햇빛을 투과한 / 대성당 스테인드글라스 창도 보인다.
코를 찌르는 악취에 / 허위적 거리는 염색공들의 가녀린 팔뚝
흘러내리는 땀방울로 / 얼룩진 목덜미와 흠뻑 젖은 러닝셔츠
그리고 헉헉거리는 거친 숨소리.... / 온통 핏물처럼 팔다리에
얼룩져 흘러내리는 물감들이 빚어낸 / 처절한 아름다움이다.
검은 선글라스 / 하늘거리는 무지갯빛 / 화려한 스카프를 날리며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관광객들이 눌러대는 / 카메라 셔터 소리가
가죽을 두드리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 직공들의 거친 숨소리가
묘한 조화를 이루며 내 가슴을 울린다.
흡사 벌집처럼 생긴 칸막이마다 형형색색의 물감을 풀어놓은 물들이 들어있고 염색공들은 물감들인 무거운 가죽들을 치대느라고 구슬땀을 흘리는데 관광객들은 그 칸막이 위로 걸어 다니며 사진을 찍어댄다. 그리고... 코를 찌르는 비릿한 악취(惡臭)로 골머리가 지끈거린다.
한쪽 옆으로는 동물들의 털을 뽑아 종류별로 수북이 쌓아놓은 곳도 있고 가죽을 잡아 늘려 말리는 곳도 있다. 가죽으로 사용되는 동물들은 낙타, 말, 양, 염소 등이라는데 털들은 종류별로 모아 손질해서는 다시 실을 잣는 공장으로 보내진다는 설명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페스의 메디나는 수천 년의 역사를 지닌 곳이고, ‘모로코 가죽원단’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당나귀에 실려 온 가죽들은 이곳에서 털을 뽑고 비둘기 똥에 담가 무두질을 한 다음 염색과 가공공정을 거쳐 천연가죽으로 만든다고 한다.
다닥다닥 붙은 가옥들 사이로 좁은 골목길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고대 가옥형태 메디나는 세계 최대의 미로로 꼽히며 유일한 운송수단은 당나귀와 수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