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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홍도광현삼매경 제5권
11. 수봉배품(受封拜品)
이때 용왕 아뇩달은 궁의 부인과 태자 권속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는데, 스스로 3존께 귀의하였으며, 가지고 있던 궁실과 연못들을 모두 다 세존과 비구승에게 받들어 공양하여 정사(精舍)로 삼게 하였다. 그리고 다시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제 이러한 서원을 내세웠으니,
이 커다란 연못으로부터 네 개의 강이 흘러나와 네 개의 바다를 채우며,
저 세존으로부터 나온 네 강의 흐름들을 만약 용이나 귀신이나 인간이나 날짐승이나 들짐승과 두 발이나 네 발을 지닌 모든 목숨을 가진 중생들이 이 강물을 마신다면,
저 일체가 모두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일으키며,
오랜 동안 일으키지 않은 자라도 이 물을 마신 뒤에는 그 행을 속히 이루어서 빨리 부처님 자리에 머물 것이며,
악마의 무리를 항복시켜 물리치고 모든 외도들을 항복시켜 다스릴 것입니다.”
이때 세존께서 웃으시니, 모든 부처님의 웃음의 법에는 입으로부터 5색 빛이 흘러나오는데, 기운에 넘치고 찬란하게 눈부신 빛이 나며 그 빛줄기는 헤아릴 수 없었다.
시방의 한량없는 부처님 세계를 환히 비추니 그 밝기는 해와 달보다 뛰어나며,
수미산의 보배구슬이나 모든 하늘과 악마의 궁전 및 제석과 범천의 궁전 등의 모든 하늘의 광명이 모두 무명(無明)을 덮었다.
이때 헤아릴 수 없는 천억의 하늘 무리들 가운데 기쁨을 품지 않은 이가 없었으며,
성각(聖覺)께 원을 발하니 그 빛은 아비지옥과 같은 모든 큰 지옥을 꿰뚫어, 그 광명을 입은 자는 모두가 뭇 괴로움을 벗어나서 한결같이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내었다.
그리고 나서 그 빛은 세존께로 다시 돌아와서 이내 헤아릴 수 없이 돌다가 홀연히 정수리 속으로 사라졌다.
이때 피기(披耆)라고 하는 이름의 현자가 있었는데,
[피기(披耆): 중국 말로는 변사(辯辭)라고 한다.]
그 광명을 보고 나서 문득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가지런지 하고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부처님을 향하여 무릎을 꿇고 공손하게 세존을 찬송하며 게송으로 말하였다.
그 색이 한량없어 보는 자가 기뻐하나이다.
사람들 중에 영웅이시며 가장 지극하시고 홀로이신 세존이시여.
뭇 어둠 멸해 없애시고 커다란 광명 내어주시며
위신(威神)을 지니신 이여, 웃는 뜻을 말씀하소서.
백 가지 복이 노래하는 바, 덕의 일곱 원만으로
지광명(智光明)을 얻으시고 혜행(慧行)을 펼치시며
법의 우두머리이신 법왕(法王)께서는 오직 말씀하여 주소서.
세존께서 지금 웃으시는 것은 어떤 상서로운 감응이십니까?
참다운 진리론 빠짐없이 보고서 항상 기꺼이 믿으며
근(根)과 정(定)이 고요해 무리들은 오직 경배합니다.
일체를 교화하시며 적연(寂然)하시니
덕이 무극(無極)을 초월하여 미소를 지으시기 때문입니다.
범성(梵聲)은 청정하고 투명하며 매우 부드럽고 온화하고
메아리 소리는 힘이 있고 맑으니 온갖 악기를 뛰어넘습니다.
뭇 소리들을 고루 갖추시어 빠진 것이 없으시니
웃음을 풀이하여 널리 나타내주소서.
지탈(智脫)의 광명은 지혜바라밀에 응하며,
행은 언제나 맑고 깨끗하며 즐겁고 담연(淡然)하시고,
뭇 행을 방편으로 일깨우고 보지를 구족하셨으니
어질고 성스러운 도왕(導王)이시여, 웃음의 뜻을 설해주소서.
지(智)와 말솜씨에 통달하시고 혜(慧)는 끝없으시며
한량없는 힘을 나타내시어 신족(神足)을 고루 갖추셨으며
열 가지 힘을 이미 갖추시고 널리 감동케 하시는
하늘의 스승이시여, 어찌하여 웃음을 나타내셨습니까?
헤아릴 수 없는 몸의 빛은 깊은 어둠을 비추시니
대천세계의 온갖 광명도 능히 가릴 수 없으며
해와 달과 진주와 불빛을 뛰어넘으셨으며
위성(威聖)의 광명은 동등하게 짝할 이가 없습니다.
공덕을 가득 채우신 것은 바다와 같으시며
보살을 지혜의 광명으로 순화(順化)하시고,
한량없는 혜(慧)를 품으시고서 뭇 의심을 풀어주십니다.
무엇을 일으켜 내시고자 웃음을 웃으셨습니까?
세존께서는 한량없이 삼계를 제도하시며
방편으로 중생을 이끌어 온갖 더러움을 없애 주시며
능히 탐욕의 때를 맑게 하고 남김없이 교화하십니다.
하늘 얼굴에 웃음을 머금으신 것은 무엇을 일으키시고자 함입니까?
여래께서 말미암는 바는 두루 감동케 하시며
하늘과 용과 온갖 귀신들을 진동시킵니다.
머리 조아려 왕께 예를 올리니
웃음의 뜻 설하여 뭇 의심 해결해 주소서.
이때 부처님께서 장로 변사(辯辭) 현자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아뇩달이 여래를 공양하고자 이런 장엄한 장식을 꾸민 것을 보았느냐?”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이것을 보았습니다.”
“이 용왕은 이미 96억의 부처님들에게 덕의 근본을 베풀고 심어 지금의 봉배(封拜)를 받았다. 내가 지난 세상에 정광(定光)불세존께 기별을 받은 것처럼 그대도 미래의 세상에 부처가 될 것이니,
그 호는 능인(能仁)ㆍ여래(如來)ㆍ무착(無着)ㆍ평등정각(平等正覺)ㆍ통행비족(通行備足)ㆍ위최중우(爲最衆祐)ㆍ무상(無上)ㆍ법어(法御)ㆍ천인사(天人師)ㆍ불세존(佛世尊)이라고 할 것이다.
이때 용왕은 그 이름을 비수타래(比守陀來)라고 하는 장자(長者)의 아들이었는데, [비수타래(比守陀來)의 래(來)는 거란본에는 미(未)로 되어 있다. 중국 말로는 정의(淨意)라고 한다.]
내가 수기 받는 것을 듣고서 더욱더 원을 내어,
‘나로 하여금 내세(來世)에 그 배서(拜署)를 얻게 할지이다’라고 하였다.
이와 같은 범지(梵志)는 바로 정광불이 수기하신 바이다.
이때 정의(淨意) 장자의 아들이 바로 아뇩달이다.
또한 이 용왕은 현겁(賢劫) 가운데 이 연못 속에 있으면서 갖가지고운 무늬의 뭇 보배로 장식하니, 마치 하늘의 궁실과 같은데, 이것을 장차 모두 현겁의 천불(千佛)께 받들어 올리리니, 이 모든 여래들은 모두 왕의 뜻을 알아서 그 모두를 이끌고 이 청정법품(淸淨法品)을 설할 것이다.
그리하여 모두 이 자리에 앉게 될 것이니, 마치 지금과 똑같을 것이다.
그리고 또한 앞의 구루진불(拘樓秦佛)ㆍ문니(文尼)ㆍ가섭(迦葉)처럼 한결같이 이 사자좌에 함께 앉게 될 것이며,
그리고 그 마지막인 누지(樓至)여래에도 또한 이 법품요의(法品要義)를 굴릴 것이다.
무열용왕은 마땅히 현겁의 천불을 공양하고 그들로부터 이 법을 듣게 될 것이며,
모든 부처님의 법회의 무리들도 모두가 지금과 같을 것이다.
이 아뇩달은 후에 헤아릴 수 없는 세상에서 모든 여래를 받들고 뭇 정각들을 섬길 것이며,
범정행(梵淨行)을 닦고서 언제나 바른 법을 보호하고 보살을 권하여 정진하게 할 것이다.
그리하여 7백 무수겁이 지난 뒤에 마땅히 부처를 이룰 것이니, 그 이름을 아뇩달여래ㆍ무착ㆍ평등정각ㆍ통행비족ㆍ무상법어ㆍ천인지사ㆍ불세존이라 할 것이다.
현자여, 이와 같이 무열여래가 부처를 이룰 때에 그 국토의 백성들은 모두 탐욕이나 성냄이나 어리석음이 전혀 없을 것이며, 영원히 서로 해치거나 서로의 단점을 논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중생들은 뜻과 행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현자여, 이와 같이 아뇩달불과 지진여래는 그리하여 마땅히 그 수명이 80억년에 이를 것이며 제자 무리 또한 80억이요, 그 처음 모임이 청정한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달라지거나 줄어드는 일이 없을 것이니,
이와 같은 무리들의 수는 백천 가지 모임이 될 것이며, 마땅히 통변수결(通辯受決)보살이 있을 것이다. 4천억 명이 모두가 모임에 모여들 것이며 또한 그 수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모든 이가 보살행에 뜻을 낼 것이다.
무열여래가 부처가 될 때에 그 국토는 청정하며 감유리(紺琉璃)가 땅이 되며, 하늘에 금분(金分)으로 무늬 놓인 것은 모두 온갖 보배로써 장식되어 있을 것이다.
온갖 밝은 구슬로써 누각과 경행지(經行地)를 만들고, 그 국토의 중생이 만일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 이내 온갖 진미(珍味)가 나타나서 그것을 먹으면 모두 5통(通)을 얻게 될 것이다.
그 국토에 살고 있는 백성의 생활은 오직 진귀한 보배로써 옷을 입으며,
음식이나 오락은 자유로워 모두가 네 번째의 도술천상(兜述天上)과 같으며,
그에게는 두 가지 생각이 없다.
또한 탐욕이나 음행의 마음이 없고,
그러면서도 모든 중생은 법의 즐거움으로 스스로 기뻐하며, 그 국토의 백성은 탐욕의 때가 전혀 없다.
만일 저 여래가 두루 법을 설할 때에도 피로하다는 생각을 갖지 않는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신통변화로써 널리 교화를 펼치며,
경법(經法)을 널리 설할 때에도 전혀 어려워함이 없으며,
바야흐로 조금만 법을 설하여도 중생은 바로 제도된다.
왜냐하면 저 모든 이들의 뜻이 잘 성숙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그 여래는 삼천대천세계에서 오직 홀로 법의 교화를 하여 달리 삿된 무리들이 있지 않다.
또한 만일 여래가 대중을 모이게 하고자 할 때면 홀연히 몸에서 빛을 놓는데, 그것이 세계를 모조리 비추면,
그 국토의 백성들은 곧 이렇게 생각을 하게 된다.
‘세존성각(世尊聖覺)께서 장차 법의 교화를 펼치시려고 빛을 놓으시는구나’
그리하여 각자 부처님의 성스러운 신족통을 입고서 날아서 모여들어 부처님께 나아가 법을 듣게 될 것이다.
또한 저 여래는 끝내 확실치 않은 것이 없으며,
대성(大聖)의 신통력을 타고서 홀연히 지상으로부터 일곱 길[丈] 높이의 공중으로 날아올라 자연의 사자좌로 나아가셔서 두루 대중들의 모임을 위해서 설법을 하신다.
비유하면 저 해와 달의 궁전이 광명으로 가득 찼을 때를 보는 것과 같다.
중생이 덕을 심는 까닭에 그 국토에 태어나게 되며,
그 국토의 백성들은 세존의 사자좌가 허공에 걸려 있지만 묶인 곳이 없음을 보고서 나아가 모든 법 또한 공하고 집착함이 없음을 깨닫게 될 것이니,
그러할 때에 모두가 법인을 얻게 될 것이다.
그 여래는 다만 금강정입(金剛定入)에 들어가는 문만을 설할 뿐이며,
성문이나 연각의 잡된 말은 하지 않는다.
오직 금강정만을 연설하는 이유는 마치 금강은 어떤 곳에 닿더라도뚫지 못하는 것이 없기 때문인 것과 같다.
그리하여 저 여래께서 설하신 법 또한 금강과 같아서 의심을 품거나 온갖 견해에 집작하여 머무는 것을 뚫고 부순다.
현자여, 이와 같이 아뇩달부처가 만일 멸도를 나타내려 할 때, 그 세계에는 지원(持願)이라고 이름하는 존귀한 보살이 있을 것이며,
마땅히 그에게 수기를 준 연후에 멸도를 보일 것이니,
그 부처가 막 멸도에 들면 지원보살이 곧 위없는 최고로 바른 깨달음을 얻고 머지않아서 보불(補佛)에 처할 것이다.
그리하여 그 호(號)를 등세(等世)ㆍ 여래ㆍ무착ㆍ평등정각이라고 할 것이며,
그 국토의 모든 신통력이 있는 보살과 뛰어난 제자 무리들의 수는 아뇩달과 같을 것이다.”
이때 아뇩달왕의 태자 가운데 당신(當信)당(當)은 거란본에 상(常)으로 되어 있다.
이라는 이가 있었는데, 공경하는 마음에 기쁨이 가득 차서 보배로운 밝은 구슬의 교로(交露)로 꾸며진 덮개를 여래께 바치면서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누가 장차 지원보살이 되겠습니까?”
그러자 세존께서 왕태자 당신(當信)의 뜻을 알고 나서 아난에게 이르셨다.
“그때의 지원보살대사로서 장차 보불이 될 자는 지금의 용의 왕자인 당신(當信)이다.
아뇩달여래가 막 멸도할 때에 지원보살은 불좌(佛座)로 나아갈 것이며,
또한 그 등세(等世)ㆍ 여래ㆍ무착ㆍ평등정각이 막 부처를 이루려 할 때에 또한 다시 이 법품정요(法品正要)를 굴릴 것이다.”
부처님께서 막 이 봉배품(封拜品)을 설하셨을 때에 4만의 보살이 무종생인(無從生忍)을 얻었으며,
시방세계에서 모여온 보살ㆍ제석ㆍ범천ㆍ지세(持世)ㆍ하늘ㆍ용ㆍ귀신은 부처님께서 설하신 이 봉배법을 들은 뒤에 모두가 기쁨에 넘쳤으며,
환희하는 마음에 뛰어오르며 믿고 즐거워함이 마침내 생겨나, 오체(五體)와 머리를 조아린 뒤에 각자의 궁전으로 돌아갔다.
아뇩달왕은 여러 태자와 권속들에 둘러싸인 채 이라만(伊羅蠻) 용상왕(龍象王)에게 칙명을 내렸다.
“여래를 위하여 교로와 진귀한 보배 수레를 만들어라.
그것은 매우 크고 넓어야 하며 특수하고 미묘하기가 더할 나위 없어야 한다.
그리하여 마땅히 그것을 지진ㆍ정각께 바치고서 응당 가르침을 받아야 한다.”
그리하여 금세 여래를 위하여 지극히 높고 크고 넓었고 더할 나위 없이 장식된 7보 구슬의 교로수레를 만들었다.
세존과 보살과 모든 제자들이 모두 다 수레에 나아가 앉자 무열용왕과 태자와 권속들은 마음으로 공경심을 품고 손수 그 수레를 끌고서 그곳으로부터 큰 연못으로 나왔으며, 그리하여 여래의 신지(神旨)는 갑자기 영취산으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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