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아유월치차경 중권
11. 석과상품(釋果想品)
현자(賢者) 아난이 게송을 말하였다.
세존께서 연설하신 것처럼
니원(泥洹:涅槃)이란 임시로 붙여진 이름이니
비유하면 허공과 같으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치로써 해탈케 하셨네.
비록 강설(講說)이 있었다 할지라도
그것은 말이 아니니.
모든 부처님께서 훌륭한 방편으로써
종합하여 설법하셨네.
그때 아난이 이 게송을 설하고 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천중천(天中天:佛)이시여, 세간의 백성들이 여래ㆍ지진ㆍ등정각께서 때를 따라서 교화하신 이치를 알지 못하여 스스로 속고 있습니다.
여래께서 무슨 까닭에 보살대사의 지신(持信)ㆍ봉법(奉法)에서부터 연각(緣覺)에 이르기까지를 분별하여 말씀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지혜 있는 사람이라면 과거 부처님 때에 공을 쌓고 덕을 쌓았으므로 마음이 열리고 생각이 통하여 속임수에 침해받지 않으리라.
왜냐 하면 모든 법을 밝게 깨달아 알기 때문이니라.
비유하면 마치 환상ㆍ꿈ㆍ그림자ㆍ메아리ㆍ아지랑이ㆍ물속의 달 그림자와 같느니라.
무슨 까닭인가?
보살대사는 이러한 지혜로서 분별해 알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침해를 당하지 않고
은근히 여래의 법을 닦아서 정진하되 게을리 하지 않으며 스스로도 속임을 당하지 않기 때문이니라.”
부처님께서 게송을 설하셨다.
세존께서 찬탄하시고
찬양하신 거룩한 법
이런 인연 때문에
보살은 용감하게 정진하네.
지혜도 적고 게으른 이는
이 이치를 잘 알지 못하기에
마땅히 닦고 정진하게 하고자
여래께서 이 이치를 설하셨느니라.
수행할 마음 가진 중생 위하여
세존께서 인도하여 교화하고자
이런 지혜로 분별하여 말씀하시니
청정하고 밝은 지혜 얻게 함일세.
저들이 도의 뜻[道意] 안다 해도
지혜롭고 거룩함을 얻을 수 없나니
만약 이런 법 깨닫는다면
마음으로 다섯 가지 일이 공한 것임을 깨달으리라.
공하되 공한 것을 알지 못하며
적정(寂定)하여 말하지 않는 것도 아니라서
일체의 음성 다 제거하나니
그런 까닭에 공한 법을 찬탄하여 말하네.
허공은 잡아도 잡히지 않고
일찍이 얻을 수도 없었으니
가령 가질 수 없는 것이라면
공한 이치야 어찌 모르리.
설령 이 다섯 가지를 안다 하여도
공한 지혜를 분명하게 분별한다면
방일하지 않음을 이루어서
곧 스스로 속이지 않으리라.
그때 오백억 비구가 마음 속으로 믿음 지닐 생각을 굳히고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 앞에 나아가 합장하고 스스로 귀의하면서 똑같은 음성으로 게송을 읊었다.
지금 세존 큰 성인께서
저희들의 모든 의혹 없애주셨고
평등각(平等覺:佛)께서 널리 설하시어
굳은 의지로 큰 도에 머물렀습니다.
또 다른 오억 비구가 이 설법을 듣고 다함께 받들어 행하면서 모두 부처님 앞에 머물러 똑같은 마음으로 게송을 읊었다.
유일하신 세간의 빛이시여.
저희는 이제 의심을 여의었고
거룩한 세존께서 찬탄하셨기에
부처님의 큰 도를 깨쳤습니다.
지극한 마음으로 법의 자취 받들어
바른 지혜 얻어 걸림 없으니
도덕은 저절로 이루어지고
시방 중생들 모두 교화되었습니다.
또 천억 비구가 8등(等)의 생각을 내어 이 찬탄하는 게송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고 서서 다함께 게송을 읊었다.
마음 속에 8등의 법 가지니
이제는 의심의 그물 풀어지고
마음에 이미 분명하게 깨달았으니
그 원인은 8등법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또 십억 비구가 도적(道迹: 須陀洹)의 마음을 품고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고 서서 같은 음성으로 게송을 읊었다.
도사(導師)께서 우리를 깨우쳐서
법의 지혜 획득하게 하였으므로
평등각의 이치 깨달았으니
도적의 법 연설해 주신 탓이옵니다.
또 이백오십만 비구가 왕래(往來:斯陀含)의 마음을 품고서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고 스스로 귀의하며 같은 목소리로 찬탄하면서 게송을 읊었다.
저희들이 본래부터 의지하고 집착했으나
왕래의 마음 품은 뒤로는
오늘에 이르러 영원히 어려움 없고
존망(存亡)에 대해 방일함이 없어졌습니다.
또 오십억 비구가 불환(不還:阿那含)의 생각을 가지고 게송을 읊었다.
가장 높으신 도사(導師)시여,
이제는 조롱과 희론이 없어져
영원히 모든 과보의 생각 버리고
거룩한 도사의 깨달음을 이루었습니다.
또 삼십오억 비구가 무착(無着:阿羅漢)의 생각을 품고 4선(禪)에 머물러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고 이런 게송을 읊었다.
이제 저는 의심하지 않고
무여법(無餘法:無餘涅槃)을 체득하였습니다.
모든 승(乘)의 평등함을 깨닫고 보니
비유하면 마치 환상[幻]과 같더이다.
또 오십팔억 비구가 마음 속에 성문의 생각을 품고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고 서서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저희들이 이 말에 집착하자
세존께선 중생들 제도시킬 마음으로
성문법을 연설하셨으므로
오늘에야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또 오억 비구가 자리에서 일어나 연각(緣覺)의 생각을 일으켜 합장하고 서서 같은 마음으로 게송을 읊었다.
오늘 본 현전의 일
연각으로 비롯된 것이나
세존께서 분별하여 말씀하시니
연각의 법 생각으론 헤아릴 수 없사옵니다.
또 백만 비구니가 도적ㆍ왕래ㆍ불환ㆍ무착과의 생각을 성취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고 서서 게송을 읊었다.
저희들은 평등법을 깨달아
여인의 몸 버리고
각각 부처님 도 이루었으니
마땅히 세상에 제일입니다.
또 팔백팔십만 청신사(淸信士)와 청신녀(淸信女)가 모두 도적의 생각과 왕래ㆍ불환의 생각을 품고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고 부처님의 앞에 서서 같은 마음 같은 생각으로 다함께 게송을 읊었다.
저희들의 마음과 생각 청정하여
비유하면 마치 유리그릇 같나니
이제사 마땅히 집을 버리고
부처님의 법다운 가르침을 닦았습니다.
또 육십억해의 많은 저 모든 천인(天人)들이 허공에 머물면서 하늘꽃을 내려 부처님 위에 뿌려 다함께 세존께 공양하고 곧바로 내려와서 부처님 앞에 서서 게송을 읊었다.
저희들은 본래 모든 승(乘)을 생각하였고
과(果)에 대한 생각도 또한 그러했더니
오늘날 영원히 끊어 없애고
무상도(無想道)를 깨달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