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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여래흥현경 제3권
6. 여래의 행념에 들어간다는 것(2)
[여섯 번째 인연의 문]
“또 불자여, 비유하면 가정하여 말하기를, 하방(下方)의 물이 상계(上界)의 상무상천(想無想天)에 이르고, 삼천대천세계가 모두 허공에 처하여 있다고 하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헤아리면 삼계의 형체 있는 모든 중생들이 허공을 여의지 않으므로
나를 생각한다 하여도 텅 비어 계착할 것이 없고 의지할 것이 없으며,
공(空)이어서 집착할 것이 없고 또한 옥죄어 오는 것도 없다.
생사도 이와 같다.
시방에 두루한 허공을 살펴보면 모든 불세계를 받아들여 품고 있으나, 또한 받아들이는 것이 없다.
이와 같이 인자여, 모든 성문승과 연각승의 지혜나 유위행(有爲行)의 지혜나 무위행(無爲行)의 지혜가 모두 여래의 지혜에 의지하고 있다.
여래의 지혜로써 개화되어 대도(大道)에 통달하고 두루 모든 것에 들어가 접하지 않는 곳이 없되,
생각하는 것도 없고 장애도 없이 문득 성지(聖智)로써 많은 중생들을 제도한다.
이것이 여섯 번째이다.”
그리고 게송을 읊으셨다.
뜻이 극진하여 하방에서 일어나
상계에 이르니
모든 삼천 국토와
욕계ㆍ색계ㆍ무색계에서
머물고 있으나 실은 머무는 곳 없어
모든 세계에 내가 없으며
또한 유상(有常)이라고 헤아리지도 않고
단절(斷絶)을 생각지도 않도다.
안주하는 지혜도 이와 같아
모든 지혜의 근본이니
모든 배우는 이[學]와 다 배운 이[不學],
모든 연각승과
많은 보살들이 밝게 통달하여
불쌍히 여기는 마음 품고
도문(道門) 건립한다면
최상의 부처님 지혜로다.
[일곱 번째 인연의 문]
“또 불자여, 비유하면 하방에서 대약(大藥)이 생겨 산왕(山王) 꼭대기에 이르는 것을 무근원(無根原)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
또 이 대약은 뿌리가 지하에 통하여 금강(金剛)을 6만 8백천 유순(由旬) 지나 수계(水界)에 머무르므로 안온하게 서 있어 뽑을 수 있는 자가 없다.
그 근원이 염부제 땅을 둘러싸며 두루 분포되어 있어 만물이 싹트며 모든 수목의 뿌리를 에워싸고 있다.
그리하여 수목들이 그 줄기에 가까이 가면 줄기가 생기고,
그 가지에 가까이 가면 가지가 생기고,
그 마디에 가까이 가면 마디가 생기고,
그 잎에 가까이 가면 잎이 생긴다.
그 꽃에 가까이 가면 꽃이 생기고,
그 열매에 가까이 가면 열매가 생긴다.
그러므로 세상 천하에 있는 수목과 꽃과 과일이 모두 그것으로 인해서 생긴다.
그러나 또 대약은 그 뿌리를 몸체로 변하게 하고 몸체는 뿌리로 변하게 하므로 이 두 가지 일로 해서 만물을 낳지 않는다.
지옥 가까운 곳은 물의 순수한 음(陰)에 의지하기 때문에 그곳에 있어도 되돌아 오지 않는다. 그러므로 법이 으레 그렇듯이 생길 수가 없다.
그 밖의 다른 대지에 분포된 근원(根源)은 약(藥)이 생기는 곳이기에 그 땅의 끝까지 이르니, 법이 마땅히 그러한 것이다.
여래의 도혜(道慧)도 이와 같으시다.
본래의 청정함을 따르므로 대애(大哀)로써 견고한 근원[元]과 평등각종(平等覺種)을 내시고, 마침내 진제(眞諦)가 되신다.
미묘하게 근본에 통달하시어 동요시킬 수 없으므로 이것을 뿌리라고 하고,
선권방편(善權方便)을 줄기라고 하고,
지혜는 가지라고 하며,
법계는 마디라고 한다.
그리고 파괴될 수 없는 일심탈문삼매정수(一心脫門三昧正受)는 잎이고,
장엄한 각의(覺意)는 꽃이며,
나무가 끝까지 번창하는 것은 모든 신통과 지혜이고,
해도지견(解度知見)은 열매이다.
그리고 변재가 있어 말함에 통달하지 못하는 일이 없는 것을 땅이라고 한다.
여래의 지혜는 집착의 뿌리가 없으시다.
무엇 때문에 집착의 뿌리가 없다고 하는가?
영원히 믿을 것이 없기 때문이니, 이것을 끝까지 번창한다고 한다.
그리하여 가히 생겨날 수 있는 집착의 뿌리가 없으므로 행하시는 일이 없다.
보살행을 끊으면 근본이 없으므로 여래라고 부르고,
보살행을 펴면 이것을 의지하는 것이 없다고 한다.
만일 어떤 보살이 여래의 무극 지혜의 근원을 가까이하면 곧 모든 중생을 버리지 않으니, 그 도의 뿌리로 인하여 대애를 낸다.
줄기에 가까이 가는 것은 견고한 정진이고,
그 줄기로 인해서 다음에 가지가 생기는 것은 도무극(度無極)이며,
길이 성취하여 가지를 가까이하고 잎이 생기는 것은 금계(禁戒)를 배우고 고요히 때를 아는 것이다.
꽃에 가까이 가는 것은 모든 상호(相好)를 말하니 온갖 공덕의 근본이며,
마디란 때에 따르는 것을 말한다.
다음 열매가 생기는 것은 곧 끝까지 번창하는 것을 말하니, 불기법인(不起法忍)으로써 거친 말이 없이 부드럽고 인자하고 온화한 곳에 이른다.
또 그 열매란 신통과 지혜를 말하니, 곧 도과(道果)이다.
그러므로 여래의 지혜는 두 가지 일을 말미암지 않고 생긴다.
무엇이 두 가지인가?
무위(無爲)와 유위(有爲)의 넓은 골짜기이다.
만일 계곡에 떨어져 무극(無極)인 무위(無爲)에서 노닐면 모든 성문승과 연각승, 또 그 지성(志性)과 함께 합하지 못할 것이다.
또한 두려워하는 일이 없이 3애(愛)와 3류(流)의 근원에서 노닌다면 여래의 지혜가 생기는 일이 없을 것이며, 또한 퇴환(退還)하지도 않을 것이다.
만일 생긴 것이 없다면 이미 성스러운 성품에 통달하여 평등심(平等心)을 닦아 모든 보살에 대하여 피차(彼此)가 없을 것이다.
또 정각(正覺)을 관찰하면 대도(大道)가 찬란하시고 바닥이 없이 우뚝하게 높아 진제(眞諦)가 되신다.
지혜는 더함도 덜함도 없이 그 뿌리가 견고히 머물러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구경에 통달하게 하시고, 무(無)를 명료히 깨달아 깊이 믿게 하신다.
이것이 불자여, 일곱 번째 일이다.”
그리고 게송을 읊으셨다.
설산(雪山)의 견고한 봉우리에
무근착(無根着)이라 이름하는 약 있으니
그 약은 대신통 있어
위의(威儀)의 빛 비할 데 없고
두루 모든 총림과
온갖 수목들의
뿌리ㆍ줄기ㆍ잎ㆍ가지 기르니
가지는 무(無)라는 뿌리에 인(因)하네.
일체의 불종(佛種)이
자연히 도혜(道慧)와
덕지(德旨) 이루는 것도 이와 같아
일체지(一切智) 따라 수행하네.
명료히 깨달아 불도 행하고
성로(聖路) 받들어 펴며
자애(慈哀) 평등히 익히면
명철한 깨달음 생장하리라.
[여덟 번째 인연의 문]
“또 불자여, 비유하면 겁재변(劫災變) 시에 큰 불이 활활 일어나 삼천대천세계를 태우면 모든 수목과 약초 같은 만물과 위신산과 대위신산과 대금강산에 이르기까지 태우지 않는 것이 없는 것과 같다.
가령 어떤 사람이 마른 풀과 실한 소나무로 만든 이층 누각을 활활 타는 불길 속에 던진다면,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잎사귀 하나라도 타지 않는 것이 있겠느냐?
“타지 않을 수 없습니다. 타지 않게 하려 하여도 그럴 수 없습니다.”
“그렇다. 그러나 불이 수목과 높이 쌓은 땔나무나 풀을 태우지 않게 할 수는 있을지언정,
여래의 성스러운 지혜와 3달(達)하신 신지(神智)를 한정하여 중생수와 국토의 다소와 모든 법의 근저(根底)를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무수겁 동안 두루 보지 못하게 하고 작은 장애라도 있어서 미치지 못하게 하려 한다면,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정각의 도혜(道慧)는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으며 통철(通徹)하지 못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라고 호칭하니,
이것이 여덟 번째 일이다.”
그리고 게송을 읊으셨다.
만일 겁(劫)의 재난을 만나
천지가 깎이고
일시에 남녀와 수목과 열매가
다 타버린다면
불자여, 기억하여 살필진대
그곳에 있는 모든 것
금강도 오히려 녹아 없어질 것이거늘
하물며 마른 초목이랴.
산과 언덕과 모든 것들
어찌 타지 않고 배기리오.
안주하는 지혜는
모두 능히 분별하여 아노니
미래의 중생류와
수많은 겁 동안의 불토를
모든 부처님 다 밝게 통달하시니
이같이 한량없다네.
[아홉 번째 인연의 문]
“또 불자여, 비유하면 재변의 바람이 일어날 때와 같다. 훼명(毁明)이라고 하는 큰 바람이 일어나면 위신산과 대위신산을 무너뜨리고 금강산과 모든 삼천대천세계에 불어 닥쳐 산산이 파괴하여 남음이 없게 한다.
또 인연개(因緣蓋)라고 부르는 바람이 삼천대천세계에 불어 날려서 들어올려 다른 불국토에 떨어뜨린다.
가령 저 인연개풍만이 홀로 제멋대로 불고 훼명풍이 없다면 곧 시방의 한량없는 모든 불경계를 파괴할 것이다.
이와 같이 인자여, 여래께서는 무극의 큰 지혜가 있으시니, 모든 번뇌욕을 무너뜨림이라고 한다.
정각(正覺)께서 이 끝없는 큰 지혜로써 모든 보살들의 번뇌와 장애를 불어 없애신다.
여래께는 다음에 한량없는 성달(聖達)이 있으시니 훌륭한 임시 방편을 총섭함이라고 한다.
능히 애결(愛結)의 괴로움을 없애시고 묘한 도량에 이르시며,
인하여 다시 처음으로 뜻을 낸 보살들과 근(根)이 아직 익지 않은 사람들을 개화시키신다.
가령 모든 여래께서 이 훌륭한 임시 방편을 총섭하시어 대도량을 이루시지 않는다면 무수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모든 보살들로 하여금 성문승과 연각승을 수행하게 하신다.
세존께서는 훌륭한 임시 방편을 따르시어 모든 보살 대사 등으로 하여금 성문과 연각의 지위를 초월하게 하시고 이로써 자재하여 마무는 바가 없게 하신다.
이것이 아홉 번째이다.”
그리고 게송을 읊으셨다.
겁 중의 공황에 처하면
모든 하늘들은 어지럽고 불안해 하고
신위산과 수미산이
모두 다 무너지며
이 때에 바람이 일어나
능히 제지할 자 없어
한량없는 모든 불토
잘게 부서져 남음 없듯이
시방에
자재함 얻으신 성자(聖慈) 계시어
모든 보살의 번뇌
부수어 없애시고
그곳에 다시 도풍(道風) 불어
선권(善權) 따라 닦게 하시니
곧 그로써 구호하시어
성문 행자(行者) 안주케 하시네.
[열 번째 인연의 문]
“또 불자여, 여래의 지혜는 모든 성지(聖智)에 들어가 우뚝하시니, 모든 백성의 끝과 처음의 경계에 두루하지 않는 일이 없으시다.
왜냐하면 욕상(欲想)이 있으면서 세존의 지혜에 도달하고자 하면 그런 일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며,
또 여래의 지혜는 모든 모습을 여의신 자재한 지혜이기에 자연스럽게 노니시어 장애가 없으시기 때문이다.
마치 하나의 경(經)을 쓴다면 그 책은 크기가 삼천대천세계의 바다와 같거나 혹은 신위산과 같거나 대신위산과 같거나 혹은 모든 대지와 같다.
요점만 들어서 말하면, 천 개의 세계와 같거나, 4역(域) 천하의 경계와 같거나, 염부제 땅과 같거나, 혹은 큰 바다와 같거나, 수미산과 같거나, 대신궁(大神宮)과 욕행천관(欲行天舘)과 같거나, 색행천(色行天)과 같거나, 무색천(無色天)과 같고,
만일 대경(大經)을 집대성한다면 너비와 길이와 상하가 마치 삼천대천세계와 같다.
그런데 이 대경권(大經卷)에 티끌 하나가 일어나고 또 모든 경 위에 각각 티끌이 있어 대경(大經) 속에 두루 퍼져 있다면,
그 때에 한 장부(丈夫)가 자연스럽게 출현하여 총명한 지혜로 몸소 그 속에 들어가 본다.
그 장부는 천안(天眼)이 있는데 그 눈이 청정하여 두루 다 볼 수 있으므로
천안으로 그것을 관찰하고 생각하기를,
‘이제 이 경권이 이와 같이 끝없이 광대한 모습이나 그 위에는 작고 작은 티끌들이 있을 뿐이어서 중생들에게 이익을 줄 것이 없구나.
내가 차라리 무극(無極)의 힘과 대정진의 힘으로 이 경을 부수어 대경을 흩어서 모든 백성에게 이익을 주리라’고 한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무극의 힘과 정진의 힘을 일으켜 곧 서원한 대로 대경권을 취하여 뿔뿔이 흩어서 백성에게 나누어 주고, 하나의 경전처럼 많은 수의 경전 역시 이와 같이 한다.
이와 같이 인자여, 여래ㆍ지진께서도 헤아릴 수 없이 밝은 한량없는 지혜로써 모든 중생들의 강과 바다 같은 마음이 행하는 곳에 들어가시어 두루 중생의 지조(志操)를 명료히 아신다.
여래의 지혜는 한정하여 헤아릴 수 없고, 두루 통달하지 않는 것이 없으시어 끝에 이를 수 없다.
정각의 지혜는 헤아려 알 수 없어 모든 중생의 경계를 관찰하신다.
이러한 미증유의 일을 괴이하게 여기는 것은 이 중생류가 어리석어 그렇게 여기는 것이니, 여래의 성스러운 지혜는 분별할 수 없다.
세존께서 두루 들어가시어 스스로 생각하기를,
‘내가 반드시 대도(大道)를 드러내 보여 모든 얽매인 생각들을 자연히 없어지게 하리라.
부처님의 법신이 성스러움을 입혀 그 힘으로 모든 집착을 여의게 하리라.
정진의 지혜로 마땅히 돌아가야 할 곳을 명료히 알아 무극삼매(無極三昧)의 선정에 이르게 하리라.
정도(正道)를 연설하여 모든 생각[想]을 없애게 하고, 가르쳐서 무상도혜(無上道慧)를 생각하게 하리라.
5취(趣)에 있는 모든 백성을 교화하여 무극에 달하게 하리라’고 하신다.
이것이 불자여, 열 번째 일이다.
여래ㆍ지진께서 모든 보살을 권하시어 그 마음이 도의(道義)에 들어가도록 하신다.
이와 같은 비유로 무수히 많은 모든 보살들을 구제하시니, 여래의 지혜에 힘입어 그 마음을 열어주고 교화시키시어 대도에 들어가게 하신다.”
그리고 게송을 읊으셨다.
비유하면 마치 어떤 경권이
크기가 삼천세계 같으나
자연히 티끌이 생기어
모두 그 위에 흩어지고
어떤 지혜로운 사람이
밝은 눈으로 보고 경전을 허물어
모두 각각 나누어 널리 흩어
5취(趣)의 사람들에게 베풀어 주는 것처럼
세존께서도 이와 같으시어
큰 바다 같은 지혜로
중생의 마음이
모든 상념(想念)으로 미혹한 것 보시고
부처님께서 이러한 사람들 불쌍히 여기시어
뭇 상념 풀어 없애 주시니
모든 보살들 받들어 우러르고
진리로써 집착 없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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