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대승장엄보왕경 제4권
[바라나대성의 법사를 만나다]
이때 제개장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지금 하겠습니다.
어떤 곳에서 저에게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얻게 하시겠습니까?
자세히 보여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바라나대성(波羅奈大城)에 한 법사가 있으니, 항상 뜻을 내어 육자대명다라니를 수지하여 매일 송하고 있다.”
“제가 지금 바라나대성으로 가서 법사님을 뵙고 예배하며 공양드리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착하구나, 착하구나. 선남자야, 그 법사는 만나기 어렵다.
능히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수지하고 있으니,
그 법사를 보는 것은 여래를 보는 것과 다름이 없고
공덕성지(功徳聖地)를 보는 것과 같으며,
또 복덕의 무더기를 보는 것과 같고,
진귀한 보배의 무더기를 보는 것과 같으며,
원하는 대로 베풀어주는 여의마니주를 보는 것과 같고,
법장(法蔵)을 보는 것과 같으며,
세상을 구제하시는 분을 보는 것과 같다.
선남자야, 네가 만약 그 법사를 보면 가볍고 업신여기며 의심하는 마음을 내지 말아야 할 것이니,
선남자야, 너의 보살의 지위를 잃어버리고 다시 생사의 윤회를 받을까 염려된다.
그 법사는 계행을 범하여 처자(妻子)가 있고, 대소변을 볼 때 가사를 더럽히는 등 위의(威儀)가 없는 듯 하다.”
이때에 제개장이 세존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대로 하겠습니다.”
이에 제개장보살이 무수한 보살과 출가한 대중들과 장자(長者)와 동자와 동녀를 거느리고, 그 천개(天蓋)와 모든 공양구와 보관(寶冠)과 귀걸이와 장식한 영락과 반지와 보배 팔찌와 교시가 등의 옷과 빛깔이 고운 비단과 와구를 가지고 공양을 바치려 하였다.
또 온갖 묘한 꽃, 이른바 우발라화ㆍ구모나화ㆍ분나리가화ㆍ만다라화ㆍ마하만다라화ㆍ만수사화(曼殊沙華)ㆍ마하만수사화(摩訶曼殊沙華)ㆍ우담바라화(優曇缽羅華)가 있었다.
또 온갖 나무의 꽃이 있었으니, 첨파가화(瞻波迦華, Campaka, 金色花)ㆍ가라미라화(迦囉尾囉華, Karavira)ㆍ바타라화(波吒攞華, Pāṭala, 重葉樹)ㆍ아디목가다가화(阿底目訖多二合迦華, Atimuktaka, 苣勝子)ㆍ바리사가시화(嚩㗚史二合迦引設華)ㆍ군다화(君去哆華, Kunda, 捃難花)ㆍ소마나화(蘇摩娜華, Sumana)ㆍ마리가화(麼哩迦引華, Mallikā)였으며, 원앙과 백학과 사리(舎利)가 날아올라 따라왔으며,
또 푸른색ㆍ누런색ㆍ붉은색ㆍ흰색ㆍ다홍색ㆍ파리색 등의 색깔을 한 백 가지 잎사귀가 있었고, 또 온갖 진기한 과일이 있었다.
이와 같은 공양물을 가지고 바라나대성으로 가서 법사가 있는 곳에 이르렀다.
도착하고 나서는 머리를 땅에 대고 발 아래 예배하며, 비록 그 법사가 계행을 어기고 위의가 없었으나 가지고 간 일산과 공양구와 향과 꽃과 의복과 장엄물 등으로써 공양법회를 크게 일으키고 나서
합장하고 그 법사 앞에 머물러 말하였다.
“대법장(大法蔵)은 바로 감로미장(甘露味蔵)이며, 깊고 깊은 법해(法海)이어서 마치 허공과 같습니다.
모든 사람이 당신의 설법을 듣고, 천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誐嚕拏]ㆍ마후라가ㆍ인비인 등이 당신이 설법할 때 모두 다 와서 당신의 설법을 듣습니다.
마치 대금강과 같아서 모든 유정으로 하여금 얽어 매인 윤회의 과보를 벗어나게 하니, 저들 유정은 이러한 복덕을 얻습니다.
이 바라나대성에서 사는 사람들은 항상 당신을 보는 까닭에 모든 죄가 다 없어지기가 마치 불이 숲의 나무를 다 태우는 것과 같습니다.
여래ㆍ응ㆍ정등각께서 당신을 잘 아시니, 지금 무수한 백천만 구지 나유타의 보살이 당신에게 와서 공양을 바치고,
대범천왕ㆍ나라연천ㆍ대자재천ㆍ일천ㆍ월천ㆍ풍천ㆍ수천ㆍ화천ㆍ염마법왕(閻魔法王)ㆍ사대천왕이 모두 와서 공양합니다.”
이때 법사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당신은 희롱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실제로 성자(聖者)를 구하여 세간에서 윤회의 번뇌를 끊기 위해서입니까?
선남자여, 만약 어떤 사람이 육자대명왕다라니를 얻으면, 이 사람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세 가지 독이 더럽힐 수 없으니, 마치 순금의 보배를 먼지나 때가 더럽힐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이와 같으니 선남자여, 이 육자대명왕다라니를 만약 받들어 몸에 지니는 사람이 있으면, 이 사람 역시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병에 더럽혀지지 않습니다.”
이때 제개장보살이 그의 발을 잡고 말하였다.
“밝은 눈을 갖추지 못하여 미묘한 도를 잃었으니 누가 인도해 주겠습니까?
저는 이제 법을 갈망하니 법미(法味)로써 구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제가 아직 무상정등보리를 얻지 못하였으니, 보리법종(菩提法種)에 안주하여 색신(色身)이 청정하고, 뭇 선이 무너지지 않게 하시고, 모든 유정이 다 이 법을 얻게 해 주십시오.”
여러 사람이 말하였다.
“아끼지 마십시오. 법사시여, 저희들에게 육자대명왕법을 주시어 우리가 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도록 하여 주십시오.
마땅히 십이법륜(十二法輪)을 굴리어 모든 유정을 윤회의 고뇌에서 구하여 주십시오.
이 대명왕법은 예전에 미처 듣지 못한 것입니다.
이제 저희로 하여금 육자대명왕다라니를 얻게 하시어 구제받을 데 없고 의지할 데 없는 사람에게 부모가 되어 주시고, 깜깜한 밤중에 밝은 등불을 비추어 주십시오.”
이때 법사가 말하였다.
“이 육자대명왕다라니는 만나기 어렵습니다.
금강을 파괴할 수 없는 것과 같고 무상지(無上智)를 보는 것과 같으며,
무진지(無尽智)와 같고 여래청정지(如來清浄智)와 같으며,
무상해탈(無上解脱)에 들어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과 윤회의 고뇌를 멀리 여의는 것과 같고,
선(禅)과 해탈과 삼마지와 삼마발저(三摩缽底)와 같으며,
일체법에 들어가 항상 성스러운 대중들이 좋아하는 것과 같습니다.
만약 선남자가 여러 곳에서 해탈을 구하기 위하여 온갖 외도법을 존중하여 받들며,
이른바 제석(帝釈)을 존경하여 섬기던지, 혹은 백의(白衣)를 섬기던지, 혹은 청의(青衣)를 섬기던지, 혹은 일천(日天)을 섬기던지, 혹은 대자재천과 나라연천을 섬기던지, 가루나[蘖嚕拏] 가운데에서나 나형외도(裸形外道) 가운데서 좋아하면,
이런 곳에서는 그들이 해탈하지 못하고, 어리석고 허망하여 공연히 수행한다는 이름만 얻고 공연히 스스로 피로할 뿐입니다.
모든 천계의 대중과 대범천왕과 제석천주와 나라연천과 대자재천과 일천과 월천과 풍천과 수천과 화천과 염마법왕과 사대천왕이 어째서 항상 나에게 육자대명왕을 구하는가 하면, 그들이 나에게서 육자대명왕을 얻으면 모두 해탈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제개장이여, 모든 여래는 반야바라밀다의 어머니인 이와 같은 육자대명왕을 널리 설하므로 모든 여래ㆍ응ㆍ정등각과 보살들이 모두 공경히 합장하고 예배합니다.
선남자여, 이 법은 대승 가운데에서 가장 정순(精純)하고 미묘합니다.
왜냐하면 이 법은 모든 대승의 계경(契經)과 응송(応頌)과 수기(授記)와 풍송(諷頌)과 비유(譬喩)와 본생(本生)과 방광(方広)과 희법(希法)과 논의(論議) 중에서 얻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선남자여, 이 본모(本母)를 얻으면 적정(寂静)하여서 해탈하거늘, 어찌 많은 것을 빌리겠습니까?
마치 벼를 찧어 쌀을 거둘 때 집에서 그릇에 가득 담아 볕에 쬐어 건조시켜 찧고 키질하여 껍질은 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왜냐하면 정미(精米)를 거두기 위해서이니, 이와 같이 나머지 다른 유가(瑜伽)는 껍질과 같고, 모든 유가 중에서 이 육자대명왕은 정미가 나타나는 것과 같습니다.
선남자여, 보살은 이 법을 얻기 위하여 보시바라밀다와 지계ㆍ인욕ㆍ정진ㆍ정려ㆍ반야바라밀다를 행합니다.
선남자여, 이 육자대명왕은 만나기 어려우나 단지 한 번만 염하면, 이 사람은 모든 여래가 의복과 음식과 탕약과 좌구와 와구 등의 자구(資具)를 가지고 공양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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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름에 관한 주석
[우발라화ㆍ구모나화ㆍ분나리가화]
연꽃은 꽃 빛깔에 따라 네 종류로 나눈다.
청색의 꽃을 우발라(優鉢羅), 붉은 색의 꽃을 파두마(把頭摩), 흰색의 꽃을 분타리(芬陀利), 황색의 꽃을 구물타(拘物陀)라고 한다.
본문의 꽃은 순서대로 청ㆍ황ㆍ백색의 연꽃이다.
[만다라화ㆍ마하만다라화]
산스크리트로 mānāra, mānārava, mandāraka, 의역하여 천묘(天妙)ㆍ열의(悅意)ㆍ적의(適意)ㆍ잡색(雜色)ㆍ유연성(柔軟聲)이라 하며,
또는 만다륵화(曼陀勒華)ㆍ만나라화(曼那羅華)ㆍ만다라범화(曼陀羅梵華)ㆍ만다라범화(曼陀羅帆華)라 한다.
소백련화(小白蓮華)를 가리키는 말. 유연화(柔軟華), 천묘화(天妙華)라 번역한다.
또는 색이 아름답고 좋은 향기가 나며, 이것을 보는 사람은 마음 속에서부터 환희심이 난다는 천계의 꽃이다.
그 꽃이 큰 것은 마하만다라화(摩訶曼陀羅華)라 한다. 만다라화는 네 가지 천화(天華)의 하나로서 천계(天界)의 꽃이름이다. 꽃의 색은 붉은 색과 같아 아름다워서 보는 자의 마음을 기쁘게 한다.
[만수사화(曼殊沙華)ㆍ마하만수사화(摩訶曼殊沙華)]
산스크리트로 mañjūṣaka, 파리어로 mañjūsaka. 또는 유연화(柔軟華)ㆍ백원화(白圓華)ㆍ여의화(如意華)ㆍ함화(檻花)ㆍ만수안화(曼殊顔華)라고도 한다.
그 꽃이 큰 것은 마하만수사화(摩訶曼殊沙華)라 한다.
만수사화는 사종천화(四種天華)의 하나로서 천계(天界)의 꽃이름이다.
그 꽃은 선명한 흰색으로 부드러워서 제천(諸天)의 뜻에 따라서 이 꽃이 떨어져 설법하는 도량을 장엄하니 보는 자마다 악업을 끊는다고 한다.
[우담바라화(優曇缽羅華)]
산스크리트로 udumbara. 또는 우담발라화(優曇跋羅花)ㆍ오담발라화(鄔曇鉢羅花)ㆍ울담발화(鬱曇鉢花)라 한다.
의역하여 서응화(瑞應花)ㆍ영서화(靈瑞花)라 한다. 학명은 Ficus glomerata이다.
남방의 열대지역에서 자라나며 넓은 잎을 가진 높이 삼 척 정도의 은화식물(隱花植物)이다. 잎은 마치 배[梨]와 같고 그 과일이 큰 것은 어린아이의 주먹만하며, 적은 것은 엄지손가락만하다. 잘 익어도 별 맛은 없으며 그 과일은 열댓개 정도가 모여 있다.
이 나무는 과거칠불의 제5 구나함모니불(拘那含牟尼佛)이 성도한 나무이다. 그로 인하여 은화식물(隱花植物)이 되어 사람의 눈으로는 그 꽃을 보기 어렵다.
그래서 갖가지 억측을 자아냈는데 견강부회(牽强附會)하여 이 나무에서 꽃이 피는 것은 특별한 상서로운 일로 여긴다. 그래서 서응화(瑞應華)라는 칭호가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