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제법본무경 하권
[모든 법에 들어가는 문]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수시리야, 누구의 위신력으로 이와 같이 멀고 먼 과거에 지은 업장을 기억하는 것이냐?”
만수시리가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모든 보살이 만약 사유하거나 염(念)하거나 염을 수순한다면 그것은 모두 여래의 위신력입니다.
왜냐하면 세존이시여, 이와 같은 모든 법이 다 여래의 본성(本性)이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여래의 10력(力)을 얻는다면 이것을 들은 자와 그 양(量)이 하나로 평등할 것이다.
만일 무생법(無生法) 가운데서 인(忍)을 얻는다면 이것을 들은 자와 그 양이 하나로 평등할 것이다.”
만수시리가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의 뜻을 이해하는 대로라면 이 법의 근본[法本]을 들은 과보[果]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만수시리야, 네가 말한 대로 이 법의 근본을 듣는 과보는 헤아릴 수 없다.
다만 여래가 기설(記說)하지는 않으니, 무엇 때문인가?
힘써 수행하지 않고, 훌륭한 장부(丈夫)가 아닌 자들이 이것을 듣는다면 분명 믿고 이해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수시리야, 이것이 바로 모든 법에 들어가는 문(門)이다.”
이때 만수시리동진과 자씨(慈氏)보살마하살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마땅히 이 법의 근본을 머물게 하셔서 말후세(末後世)의 후오백세(後五百歲)에 법을 전할 때 널리 여러 사람의 손에 이를 수 있도록 하시고, 마라(摩羅:악마)나 마라의 몸을 가진 천신들이 틈을 엿볼 수 없게 해 주십시오.”
이때 세존께서 이 법의 근본을 주지하시기 위해 좌우를 살펴보셨다. 이와 같이 수많은 세존[無間世尊]을 관찰하시고 나자 그때 시방의 항가하의 모래처럼 많은 불국토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다.
그 사이에 세존께서는 곧 이 법의 근본을 주지하셨고, 나머지 모든 불세존께서도 항가하의 모래처럼 많은 세계 안에서 또한 이 법의 근본을 주지하셨다.
이 법의 근본을 말씀하셨을 때 시방의 항가하 모래알보다 배나 많은 저 중생들이 무생법인을 얻었으며, 그보다 다시 배나 더 많은 중생들이 법을 증득하고 보았다. 하물며 성문승과 독각지(獨覺地)와 무학지(無學地)에 머물게 된 자들이야 어찌 말로 다하겠는가?”
[법의 이름]
이때 명자(命者) 아난타(阿難陀)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 법의 근본을 무엇이라고 합니까?
그리고 제가 어떻게 지녀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타야, 이 법의 근본의 이름은 ‘설제법부전(說諸法不轉)’이다. 이 이름을 마땅히 지니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을 때 만수시리동진은 환희하였으며, 자씨(慈氏)보살마하살ㆍ사자유보(師子遊步)보살마하살ㆍ연화유희지통(蓮華遊戲智通) 천자와 그 밖의 여러 천자들과 아울러 대보살의 무리와 모든 하늘ㆍ사람ㆍ건달바ㆍ아수라 등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모두 크게 환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