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법집경 제4권
[법집의 뜻]
이때에 무소발 보살마하살과 분신혜 보살마하살, 이 두 대사(大士)와 한량없는 권속이 함께 부처님의 처소에 나아가 머리를 부처님의 발에 닿게 절하고 백천 번이나 부처님을 돌고 높은 뜻을 받들어 물러나 한쪽에 앉았고 권속들도 또한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 두 사람이 뛰어난 누각인 묘보대(妙寶臺) 위에서 법집(法集)을 말할 때, 모든 부처님 여래의 모든 법을 모두 알고 보고 깨달아 장애가 없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 두 사람이 말한 법집이 부처님의 뜻에 맞습니까, 맞지 않습니까?”
세존께서 두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그대들이 말한 것은 모두 부처님 여래의 모든 법과 같이 모두 알고 보고 깨달아 장애가 없었다.
선남자여, 그대들 두 사람이 말한 법집은 나의 뜻에 꼭 맞았다.
선남자여, 모든 보살이 말한 것은 다 모든 부처님 여래의 위신력이니라.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여, 그대들이 지금 이 묘한 법집을 명쾌하게 말하였다.
만약 모든 보살이 법집을 말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으면 마땅히 그대들이 말한 것과 같이 말할 것이니라.
선남자여, 그대들이 말한 묘한 법집은 이미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 하신 일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그대들 두 사람이 말한 법집에 따라서 기뻐하는 마음[隨喜心]을 내었다.”
이때에 혜명(慧命) 사리불이 무소발 보살마하살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대는 무슨 뜻으로 무소발이라고 이름했습니까?”
무소발보살이 대답하였다.
“대덕(大德) 사리불이여, 만약 어떤 보살이 모든 몸ㆍ입ㆍ뜻의 업을 쉬고, 모든 지은 일에 집착하지 않고, 한 법도 구하지 않으며, 번뇌를 여의지 않으며, 법을 얻고자 하지 않으며,
과거와 미래의 모든 법과 진여가 평등한 것으로 보며, 또한 법에는 하ㆍ중ㆍ상이 있음을 보지 않으면,
이런 이유로 무소발이라고 이름합니다.
또 대덕 사리불이여, 모든 법은 다 ‘낼[發] 것’이 없으니 본래 없기 때문입니다.
사리불이여, 법이 만약 시작이 있다면 곧 낼 것이 있을 것입니다.
모든 법은 시작이 없으니, 시작이 없는데 어찌 낼 것이 있다고 말하겠습니까?”
혜명 사리불이 말하였다.
“법이 만약 이와 같다면 그대는 무엇을 말하여 법집이라고 했습니까?”
“대덕 사리불이여, 저는 내는 것이 없이 법집을 말했습니다.”
무소발보살이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사리불이여, 그대의 뜻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냄이 있는 것을 물은 것입니까, 냄이 없는 것을 물은 것입니까?
만약 내는 것이 있음을 물었다면 어떠한 인연에 의지해서 냄이 있는 것입니까?
그러나 법을 여의고는 어떤 법도 내지 못하고, 법을 여의고는 물을 것이 있지도 않습니다.
대덕 사리불이여, 만약 냄이 없는 것을 물은 것이면 곧 사람과 저를 위하여 말한 것이 법집입니다.”
혜명 사리불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제가 물은 것이 있고, 그대가 또한 대답한 말이 있는데 어찌 ‘말한 것이 없다’고 하십니까?”
“대덕 사리불이여, 그대가 물은 것과 제가 말한 것은 다 허깨비 같은 말입니다. 이같이 보살마하살이 진여 법계에 안주하여 말하는 것을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대덕 사리불이여, 허깨비는 마음도 없고 마음으로 헤아리는 법[心數法]도 없습니다.
모든 중생도 또한 이와 같이 마음도 없고 마음으로 헤아리는 법도 없습니다.
만약 이와 같다면 어찌 냄이 있다고 말하겠습니까?
대덕 사리불이여, 요술쟁이로 인하여 허깨비라 말할 것이 있는 것과 같습니다.
이같이 보살마하살도 진여 법계에 의지하여 말할 수 있으니, 마땅히 이와 같이 알아야 합니다.”
혜명 사리불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비유를 들자면 요술쟁이가 요술을 부리는 것과 같아서 그것은 실제인 것도 아니고 실제가 아닌 것도 아닙니다.
만약 이와 같다면 그대 역시 그러하여 진실한 것도 아니며 진실하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무소발보살이 대답하였다.
“대덕 사리불이여,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 모든 법은 다 허깨비 모양과 같음을 깨달으셨으므로
‘모든 법은 허망하여 허깨비와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이와 같이, 선남자여!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는 모든 법이 허깨비와 같음을 깨닫고
‘모든 법은 허깨비와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무소발보살이 대답하였다.
“대덕 사리불이여, 저것은 허깨비와 같아서 실제인 것도 아니고 실제가 아닌 것도 아닙니다.
모든 법도 또한 이같이 실제인 것도 아니고 실제가 아닌 것도 아니니, 마땅히 이와 같이 알아야 합니다.”
무소발보살이 말하였다.
“사리불이여, 만약 모든 법이 실제이거나 실제가 아닌 것이 있다면 마땅히 모든 법은 허깨비 모양과 같다고 말씀하시지 않았을 것입니다.”
[보살행을 실천한다는 것]
혜명 사리불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대는 무엇을 하는 것이 보살행을 실천한다고 합니까?”
무소발보살이 대답하였다.
“대덕 사리불이여, 제가 보살행을 실천하는 것은 의(義)를 하는 것도 아니고 의를 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왜냐하면, 만약 보살이 의의 실천을 하는 이가 있다면 이 같은 보살은 곧 보는 것이 있어 실천을 행하니,
만약 보는 것이 있어 그 실천을 행하면 이 같은 보살은 곧 모든 부처님 여래를 따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무슨 까닭일까요?
만약 보는 것이 있어 그 실천을 행하는 사람이라면 이와 같은 사람은 무생법인(無生法忍)을 따르지도 못하는데 어찌 하물며 무생법인에 들겠습니까?
만약 무생법인을 여의면 곧 모든 부처님 여래를 수순하지 못하고,
만약 의를 하지 않고 실천을 행하면 이 같은 사람은 그릇된 길을 행하니, 그릇된 길을 행하는 것은 곧 진실한 의가 없기 때문입니다.”
혜명 사리불이 말하였다.
“선남자여,만약 의를 하는 것도 아니고 의를 하지 않는 것도 아니라면 이와 같은 보살은 어느 곳에서 실천합니까?”
무소발보살이 대답하였다.
“대덕 사리불이여, 어느 곳에 따라 있겠습니까?
모든 어리석은 범부가 행하는 곳이니 보살도 곧 저곳에서 실천합니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어리석은 범부는 어느 곳에서 실천합니까?”
무소발보살이 대답하였다.
“대덕 사리불이여,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 어느 곳을 따라 실천하십니까?
어리석은 범부는 곧 저곳에서 실천하지만, 그러나 어리석은 범부는 모든 부처님께서 어느 곳에서나 실천하시는 것을 모릅니다.
나도 또한 저곳에서 실천합니다.”
혜명 사리불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만약 어리석은 범부가 모든 부처님께서 행하시는 경계를 모른다면,
어떻게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 어느 곳에서든 실천하시고,
어리석은 범부는 곧 저곳에서 실천한다고 말하겠습니까?”
[부처님의 경계]
무소발보살이 대답하였다.
“혜명 사리불이여, 그대는 지금 부처님의 경계를 아십니까, 모르십니까?”
사리불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저 문자와 같이 취할 뿐인데, 어찌 부처님의 경계를 알겠습니까?
선남자여, 그러나 모든 성문은 여래를 따르면서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분별하며 말씀에서 앎을 얻습니다.
선남자여, 모든 부처님의 경계는 헤아릴 수 없고 그지없지만 모든 부처님의 경계를 여의고 다시 범부의 경계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무소발보살이 대답하였다.
“대덕 사리불이여, 만약 모든 부처님의 경계를 여의고 다시 범부의 경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사리불이 앞서 말한 모든 어리석은 범부는 부처님의 경계를 모른다는 이 말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혜명 사리불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는 세간을 초월하셨고 어리석은 범부는 세간에 묻혀 행동합니다. 이런 까닭으로 어리석은 범부는 모든 부처님의 경계를 모릅니다.”
무소발보살이 말하였다.
“대덕 사리불이여, 그대의 뜻은 무엇을 말합니까?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 얻은 것이 있습니까? 머무는 곳이 있습니까?
이롭게 하는 것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는 모르는 법은 없고, 모든 법을 아시며, 모든 법을 깨닫고 나서 유위법(有爲法)에서 중생을 이롭게 하십니다.”
무소발보살이 말하였다.
“만약 사리불이 이와 같이 아신다면 무슨 까닭으로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 세간을 초월하셨다고 말합니까?
사리불이여, 이것은 대덕 사리불이 생각해보지도 않고 말한 것입니다.
사리불이여, 만약 여래께서 세간을 초월하셨다면 여래는 얻은 것도 없고 머문 것도 없으며 이익을 지을 것도 없습니다.
사리불이여, 그대의 말은 유지될 수가 없습니다.”
이때에 혜명 사리불이 무소발보살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저는 먼저 이미 유지될 수 없었고 지금 적당하지 않습니다. 일찍이 과거에 선근(善根)과 모든 부처님 지혜[智智]에서 마음이 물러났기 때문입니다.
선남자여, 저는 어진 분의 요설변재(樂說辯才)에 따라 기쁜 마음을 깊이 내었으니 모든 중생도 다 이러한 변재를 얻기 바랍니다.”
이 법집을 말했을 때에 8만 보살이 무생법인을 얻었고,
6만의 천자(天子)가 번뇌를 멀리하여 번뇌를 여의었고,
법의 눈이 깨끗함을 얻었으며, 5천 비구가 성문의 마음을 돌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으며,
저 모든 비구를 부처님께서 수기(授記)하시니, 각기 여러 부처님 나라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성취하였다.
[취할 수 있는 것과 능히 취하는 법]
이때에 무소발 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무엇을 보살마하살이 취할 수 있는 것과 능히 취하는 법을 잘 안다고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만약 보살이 모든 법을 알면, 보살은 이때에 취할 수 있는 법과 능히 취하는 법을 잘 아느니라.”
무소발보살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무엇을 모든 법을 잘 아는 것이라고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법은 꿈ㆍ허깨비ㆍ건달바성ㆍ아지랑이ㆍ불 바퀴ㆍ물속의 달ㆍ거울 속의 영상과 같다고 보는 것이니라.”
무소발보살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무엇을 모든 법은 꿈ㆍ허깨비ㆍ건달바성ㆍ아지랑이ㆍ불 바퀴ㆍ물속의 달ㆍ거울 속의 영상과 같다고 보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모든 법은 눈과 빛깔ㆍ귀와 소리ㆍ코와 향기ㆍ혀와 맛ㆍ몸과 닿음ㆍ뜻과 법을 말하느니라.
선남자여, 이것을 이름하여 모든 법은 꿈ㆍ허깨비ㆍ건달바성ㆍ아지랑이ㆍ불 바퀴ㆍ물속의 달ㆍ거울 속의 영상과 같다고 보는 것이라고 하느니라.
능히 취하는 것은 눈[眼]ㆍ귀[耳]ㆍ코[鼻]ㆍ혀[舌]ㆍ몸[身]ㆍ뜻[意]을 말하며,
취할 수 있다는 것은 빛깔[色]ㆍ소리[聲]ㆍ냄새[香]ㆍ맛[味]ㆍ닿음[觸]ㆍ법(法)을 말하느니라.
보살마하살은 능히 취하고 취할 수 있는 모든 법을 다 보고 알고 깨달으며 또한 능히 잘 말하니, 이런 까닭으로 일체지(一切智)라 이름하느니라.
만약 일체지라면 이 사람은 사번뇌(使煩惱)를 여의었고, 만약 사번뇌를 여의었다면 이 사람은 나도 없고 내 것도 없으니 허공과 같이 분별이 없느니라.
모든 중생이 평등한 마음을 얻으니 평등한 마음을 얻은 까닭으로 모든 처소에서 적정한 마음을 얻으며, 적정한 마음을 얻은 까닭으로,
이름하여 법을 실천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견고한 이라 하며,
모든 중생의 우두머리가 된 이라 하며,
모든 법에서 걸림이 없는 이라 하며,
대자대비한 이라 하며,
움직여 변하지 않는 이라 하며
삼먁삼불타라고 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