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보살경 제2권
[보살들이 무소유보살의 법문을 듣고 오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신통력을 가지고 계시기 때문에 이 대지(大地)를 여섯 가지로 흔들리게 하여 안락하고 윤택하게 만드셨다. 일체 중생 가운데 놀라고 두려워하는 자는 없었다.
일체의 음악은 두드리지 않아도 저절로 소리를 냈으며, 허공 위에서는 우파라(優波羅:靑蓮華)와 발두마화(鉢頭摩花:赤蓮華)ㆍ구물두화(拘勿頭花:黃蓮華)ㆍ개타리화(芥陁利花:白蓮華)를 비 오듯 내리고, 허공 가운데서는 온갖 천의(天衣)가 내려져 나타나고 모든 천인(天人)은 가진 온갖 향을 사루었다.
그 일체의 모든 삼천대천세계의 보살들은 끝을 알 수 없게 많았다. 그들은 모두가 이 꽃을 들어 부처님 위에 뿌렸다. 이렇게 두 번 내지 세 번 거듭 뿌리고 또 모인 대중에게도 뿌렸다.
그때 또 16구치(俱致) 백천 나유타(那由他) 등의 연꽃이 수레바퀴와 같이 되어 땅으로부터 솟아올랐다. 그 꽃의 대(臺) 가운데는 보살이 앉아 있는데, 32상(相)을 모두가 갖추고 있었다.
그 모든 보살들은 저마다 꽃에서 내려와 그 꽃을 부처님 위에 뿌려 꽃을 공양하고 합장하여 예배하고 공경한 다음 부처님을 향하여 앉았다.
이때 교시보살은 부처님의 위신력을 이어받아 그들 여러 보살들에게 물었다.
“선남자들이여, 그대들은 어느 곳으로부터 왔습니까?”
보살들이 대답하였다.
“우리는 시방의 아승기(阿僧祇)와 같이 많은 세계에서 아승기와 같이 수없이 많은 부처님께 예배하고 공경하여 받들어 모시고 법을 듣고서 이곳에 이르렀습니다.”
교시보살이 다시 물었다.
“선남자들이여, 그대들은 어떠한 법을 들었습니까?”
그들이 대답하였다.
“이름이 무소유라고 하는 보살이 있는데 부처님께 여쭙고 그것에 따라 해석하는 것을 우리도 들었습니다. 또한 그것은 석가여래께서 해석하신 설법과 같았습니다. 더하고 덜함도 없었습니다. 그 보살의 이름도 무소유(無所有)라 했습니다.
그가 부처님께 여쭙자 불세존께서는 역시 이와 같이 말씀하셔서 번뇌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였으며, 의혹이 끊어지게 하고 광명을 나타내어 모든 부처님과 부처님의 은혜와 무등등(無等等)의 법을 접하게 하셨습니다.
이때 대중에게는 희유한 마음이 생겼고 모두가 이 생각[念:無等等法을 생각함]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사람들은 좋은 사람의 몸을 얻고 좋은 수명(壽命)을 얻고 부처님께서 출세(出世)하신 때를 만나 모든 부처님께 귀의하고,
무소유보살이 여쭌 바와 같은 법을 들어 믿고[信入] 봉행하여 상(相)도 없고 얻음도 없어 번뇌를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세존이시여, 지금 저희들은 좋고 큰 이익을 얻었으며, 좋은 사람의 몸을 얻었으며, 좋은 수명을 얻었습니다.
저희들은 지금 무소유보살이 물은 것과 부처님의 해석을 들을 때 이근(耳根)으로 듣고 들은 바와 같이 믿고 이해하여 의혹이 없으며 깨달은 바가 있어 저희들은 지금 일체지(一切智)를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마땅히 이와 같이 여러 중생을 위하여 이익을 짓고 능히 모든 것을 덮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희들은 지금 가령 모든 값진 보배로 이 삼천대천세계를 가득 채워 보시할 수 있다 하여도 그것을 가지고서는 이 같은 무소유보살의 덕을 더욱 갚을 수 없습니다.
더욱 몸을 드러내지 않고 능히 여래에게 적정(寂靜)의 법을 묻고 능히 한량없는 중생의 의혹과 전도(顚倒)의 뜻을 끊게 하였습니다.
저희들은 지금 어떠한 일로써 이 몸을 나타내지 않는 자를 마땅히 공양할 수 있겠습니까?”
[무소유보살의 말]
이때 무소유보살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여러 선남자여, 그대들이 만약 이와 같은 법을 듣고 능히 믿고 이해하였다면 곧 그것은 뛰어나고 오묘한 공양을 일체의 모든 부처님과 보살에게 이미 지은 것입니다. 내가 지금 묻는 것을 부처님께서는 해석하셨습니다.
그대들에게 만약 의혹하는 바가 없고 번뇌하는 바가 없음을 얻어 보리를 이룰 때 모든 중생을 위하여 이익을 짓기 때문에, 중생의 집착을 해탈시키기 때문에,
또 그 나쁜 마음을 먹어 원수가 되어 사람을 해치고자 하는 사람을 교화하기 때문에, 그저 약간의 일을 이런 이유로 해서 여래에게 물어 부탁한 것입니다.
나는 지금 이미 모든 부처님의 법의 가르침을 나타내어 이미 모든 무명(無明)의 어두움을 비추었습니다.”
[살인자의 말]
이때 다스리기 어려운 나쁜 마음을 가진 원수가 있어 사람을 해치고자 하는 자는, 이와 같은 큰 신통력을 보고서, 그가 알고 있는 것처럼 상하(上下)에서 취하지 않고, 마음은 고르고 순함을 얻어 기뻐하거나 성내는 것이 없었다.
이 말을 이야기할 때 원한을 다스리기 어려운 자는 몸을 허공에 솟구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여러 선남자여, 일체의 모든 법은 더욱 환화(幻化)와 같고, 진실로 분별이 짓는 바가 없으며, 모든 법의 실체는 여여(如如)하고 부동(不動)하여 뒤집혀지는 경우가 없습니다.
이 때문에 그대들이 지니고 있는 것에 대해 갖는 모든 생각을 지킨 채 거기 머물고 세우는 것과 같은 일[想]에는 실상(實想)이 없는 것입니다.
이 뒤집혀진 생각에는 실상이 있을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그대들은 지금 이미 의혹이 없는 곳에 이를 수가 있었고, 마땅히 막힘이 없는 변재(辯才)를 얻었습니다.
그대들은 이미 모든 의혹에서 벗어났습니다. 이 때문에 보리(菩提)를 구할 때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마땅히 능히 스스로 일체를 개오(開悟)합니다.”
이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대 선남자여, 참으로 훌륭하구나. 참으로 훌륭하구나. 그대가 말하는 바와 같으니라.”
이때 다스리기 어려운 나쁜 마음을 가진 원수가 세존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곧 수기(授記)로써 세존의 ‘선재’라는 칭찬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세존께서는 저에 대한 예언과 함께 이 대중으로 하여금 마음과 뜻이 뛸 듯이 기뻐하게 하고 다시 뛰어난 마음을 말하게 하십시오. 비겁하거나 나약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그 법을 보고 뛸 듯이 기뻐했습니다.
세존이시여, 일체의 모든 법은 사념(思念)이 없으며, 진실도 없습니다. 분별이 일어나니, 분별이 있기 때문에 장엄도 있습니다. 마치 환화(幻化)와 같고 꿈속의 소견(所見)과 같으며, 돌아가는 화륜(火輪)과도 같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여실히 깨달아 알게 하였습니다.
불세존께서 무소유보살을 위해 해석하신 것처럼 저 또한 귀의합니다. 귀의함이 없는 까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