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대집회정법경 제3권
[외도 대중을 제도하다]
세존께서 법을 설하실 때 다시 8만 4천 바라문 대중과 9만 구지의 니건타 외도대중이 있어 서로 이렇게 의논하였다.
“지금 사문인 구담이 왕사성 취봉산, 대중이 모인 자리에서 무엇을 설하는가 알아보자.
우리 이제 함께 저기에 가서 그들과 토론해 보자.”
바라문과 외도들은 서로 의논하고 나서 셀 수 없는 권속과 함께 부처님 처소로 갔다.
이때 세존께서는 대중 가운데서 매우 희유하고 청정하고 묘한 광명을 놓아 널리 대중을 비추셨다.
그때 자씨(慈氏;미륵)보살마하살이 즉시 앉은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꿇고는 합장 공경하고 부처님께 나아가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아무 이유도 없이 광명을 놓지 않으십니다.
지금 여기 모인 대중들이 다 듣고 알고자 하오니 부처님께서는 자비로 저희들을 위해 말씀해주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너는 지금 이곳에 한량없는 대중이 찾아와 모였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자씨보살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대중들입니까? 하늘 대중입니까, 인간 대중입니까, 용이나 신이나 야차 등의 대중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자씨야, 네가 말한 모든 대중이 와서 모였고, 게다가 모든 바라문ㆍ니건타 외도 등의 대중도 모임에 들어와 나와 함께 토론을 하였다.
그들을 이미 누르고 나서 내가 즉시 그들을 응대하여 법을 설하였더니 저 8만 4천 바라문과 9만 구지 니건타 외도들이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겠다는 마음을 냈다.
자씨야, 뿐만 아니라 1만 8천 구지 용왕 대중이 모임에 들어와 나의 설법을 듣고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겠다는 마음을 냈다.
다시 6만 구지 정광천자(淨光天子)의 무리와, 3만 2천 구지 모든 천마(天魔) 대중과, 1만 2천 구지 아수라 대중이 모두 모임에 들어 와서 『정법』을 듣고 마음에 새겼다.
또 환희왕(歡喜王)ㆍ묘희왕(妙喜王)ㆍ최상희왕(最上喜王)ㆍ인선왕(人仙王)ㆍ정군왕(淨軍王)ㆍ범음왕(梵音王)ㆍ선현왕(善現王)ㆍ애군왕(愛軍王)ㆍ희군왕(喜軍王)ㆍ묘색왕(妙色王)ㆍ승군왕(勝軍王)ㆍ증장왕(增長王) 등 5백 명의 큰 국왕들이 각각 천 구지 권속과 함께 모임에 들어와 『정법』을 듣고 마음에 새겨 낱낱이 견고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안주하였다. 자씨야, 이 인연 때문에 이 광명을 놓았다.”
자씨 보살이 부처님의 설법을 들을 때, 이 집회에 있던 하늘ㆍ사람ㆍ사람 아닌 존재 등 가운데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겠다는 마음을 낸 자도 있었고, 『정법』을 듣고는 믿고 마음에 새긴 자도 있었다.
그들은 법을 듣고 매우 기뻐하며 부처님 발에 예를 올리고 나서 오른쪽으로 세 바퀴 돌고 즉시 대중 가운데서 몸을 숨기더니 사라졌다.
그때 모든 바라문ㆍ외도 니건타ㆍ좌라가(左囉迦)ㆍ파리몰라야가(波哩沒囉惹迦)ㆍ하늘ㆍ용 나아가 5백 명의 큰 국왕 등이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 각각 나름대로 공경을 표한 뒤 한 쪽에 앉았다.
그때 동쪽에 3만 구지 큰 보살 대중이 있었으며, 동남쪽에도 그만큼 있었다.
남쪽에 5만 구지 큰 보살 대중이 있었으며, 서남쪽에도 그만큼 있었다.
서쪽에 6만 구지 큰 보살 대중이 있었으며, 서북쪽에도 그만큼 있었다.
북쪽에 8만 구지 큰 보살 대중이 있었으며, 동북쪽에도 그만큼 있었다.
위쪽에 10만 구지 큰 보살 대중이 있었으며, 아래쪽에도 9만 구지 큰 보살 대중이 있었다.
이렇게 시방의 모든 큰 보살 대중은 하나 하나가 다 10지(地)를 원만히 성취하였으며, 각 방향에서 와서 부처님 모임에 들어갔다.
부처님 처소에 이르고 나서 각각 머리 조아려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물러나 한 쪽에 앉았다.
이때 세존께서 보용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보용아, 너는 지금 다시 시방 세계에 가서 모든 보살대중에게
‘여래께서 오늘 중생을 위하여 『대집회정법』을 설하신다’고 알려,
저 시방의 일체 보살들이 합장하고 정례하며 따라 기뻐하는 마음을 내게 하여라.”
보용보살은 부처님의 성스러운 뜻을 받들어 즉시 머리 조아려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오른쪽으로 세 바퀴를 돌고는 홀연히 모임에서 몸을 숨기더니 사라졌다.
그리고는 시방 세계로 빠짐없이 가서 각 세계마다 큰 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지금 사바세계 석가모니여래께서 중생을 위하여 『대집회정법』을 설하신다.”
이렇게 세 번을 반복해서 소리쳤다.
“지금 사바세계 석가모니여래께서 중생을 위하여 『대집회정법』을 설하신다.”
이때 시방 모든 부처님과 모든 보살들은 모두 이 말을 듣고 각각 찬탄하였다.
“훌륭하십니다. 훌륭하십니다. 석가모니여래시여, 중생에게 이익과 안락을 주시는군요.”
그리고 시방 세계에서 부처님 일을 선양하는 보용보살에게도 찬탄을 보냈다.
보용보살은 시방 세계를 두루 다니면서 모든 큰 보살에게 이 일을 선포하고는 손가락 한번 퉁기는 사이에 다시 이 국토로 돌아와 부처님 앞에서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물러나 한 쪽에 앉았다.
그때 사방에 바람을 관장하는 네 명의 왕이 모임에 들어와 왕사성의 경계는 물론, 왕사성 바깥 백 유순까지 전혀 티끌이나 더러움이 없도록 청소하였다.
제석천주(帝釋天主)가 금강저(金剛杵)를 가지고 모임에 들어오니 모든 마구니와 외도가 두려워하였다.
그리고 시방 세계를 바라보니 허공에 매우 향기로운 구름이 퍼져 매우 향기로운 비를 내렸는데 술에 담근 전단으로도 비유가 되지 않았다.
또 우발라화(優鉢羅華)ㆍ구모나화(俱母那華)ㆍ분나리가화(奔拏利迦華) 등 하늘나라의 묘한 꽃이 비처럼 내리다가 공중에 머물러 일산으로 변했다.
또 부처님 위에 8만 4천 채의 누각이 변화로 지어졌는데 낱낱이 다 일곱 가지 보배로 이루어졌으며, 여러 가지 색을 섞어 채색하여 아주 아름답고 장엄하였다.
또 공중에서 큰 보배 좌석을 무수히 나타내었는데 낱낱의 좌석마다 다 부처님께서 계시어 현재 중생을 위하여 묘한 법을 연설하셨다.
그러자 저 삼천대천세계가 여섯 종류로 진동하였다.
그때 보용보살이 합장하고 공경히 예를 올리고 부처님께 나아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허공 가운데 매우 희유하게도 이 상서로운 모양이 나타나 저 대지가 갑자기 진동합니까?
부처님께서는 부디 자비로 말씀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용아, 지금 이 모임에 시방의 모든 큰 보살과 하늘, 사람, 용, 신 등이 다 와서 모였는데 내가 그들을 위해 이제 『정법』을 말해주려 한다.
또 모든 외도들이 저 삿된 마음을 부수고 올바른 견해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 이런 인연 때문에 이 상서를 나타낸 것이다.
보용아, 알아야 한다. 모든 종류의 범부들이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께서 세상에 출현하심을 만났다해도 부처님의 뛰어나고 묘한 색상에 존중심을 일으켜 만나기 어렵다는 생각을 내지 않는다면, 설사 부처님께서 설하신 『정법』을 듣는다 해도 법을 의지해 수행하지 못한다.
거기다가 고정관념을 가지고 아만심(我慢心)을 일으켜 잠깐 들은 것을 가지고 많이 이해했다는 생각을 함부로 하게 된다.
그리고는 얻기 쉽다는 생각과 함께 의혹과 불신을 갖고 이렇게 말한다.
‘부처님이 말씀하신 계경(契經)이나 기야(祇夜)같은 것은 내가 옛날에 듣지는 않았으나 무슨 말씀인지 안다.
내가 지금 듣고 마음에 새기고 기억하지 않아도 나는 모든 법을 다 스스로 끝까지 안다.’
이 사람은 이 미혹한 마음 때문에 자기의 어리석음을 멋대로 부려 부처님 법을 어기고 죄업의 씨앗을 만든다.
자신이 경서를 짓고 이치를 찬집(撰集)하여 세간에다가
‘바른 말[正說]’이라 하면서 ‘나의 책[集]은 훌륭한 지혜로 지은 것이다‘하며 다른 사람에게까지 닦고 익히도록 권한다.
이렇게 자기가 지은 경서를 다른 사람에게 닦고 익히게 권하며 갖가지 방편을 시설하나 마침내는 한 보특가라(補特伽羅)에게도 이익과 안락을 주지 못한다.
많은 생 가운데 스스로 자기 몸을 파괴하고, 업의 인연 때문에 생명이 마칠 때 가서는 큰 고뇌를 받는다.
보용아, 이 모든 외도가 미혹한 마음을 일으켜 바르지 못한 견해를 내어 해탈하지 못하는 것이 마치 저 처음 태어난 새와도 같다.
깃도 나지 않았는데 어떻게 날겠는가? 날 수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다.
이 외도 무리가 마음을 돌이켜 부처님의 『정법』에 돌아가지 않는다면 끝내 어떻게 위없는 청정한 열반을 얻겠느냐?
항상 자신이 열반이라고 하는 자 역시 거짓말을 하는 자이다.
왜냐하면 이 외도 무리는 바르지 못한 씨앗을 심어 계금취견(戒禁取見)을 일으켜 자신을 파괴하고 『정법』을 끊어 내가 있다는 생각에 굳게 집착하여 벗어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설사 사람 몸을 얻는다 할지라도 훌륭한 과보가 아닌데 어떻게 실제로 청정한 열반을 얻겠는가?
본래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게 되는지 자신도 알지 못하면서 생사문제를 그냥 무시하므로 모든 고뇌를 받으며 쉴새없이 악한 세계만 늘려간다.
내 이런 무리들을 보면 매우 불쌍한 마음이 든다.”
세존께서 이 말씀을 하시고 나서 모든 외도 니건타 등에게 말씀하셨다.
“염부제에 매우 크고 진기한 보배가 있는데 지키는 자가 없으므로 마음대로 갖다 써도 된다는 것을 너희들은 알아야 한다.
내가 설하는 이 큰 법의 무더기도 구하는 자가 있다면 아끼지 않으리라.
너희들이 의심나는 것과 알고싶은 것이 있다면 마음대로 질문하거라.
여래께서 크게 불쌍히 여겨 낱낱이 너희들을 위해 분별해 열어 보이겠다.”
[태어나고 죽는 까닭]
그러자 외도 니건타 등이 각각 앉은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고 부처님께 이렇게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긴 세월 동안 모든 중생을 제도하시어 윤회를 벗어나게 하십니다.
어찌하여 중생들은 끊임없이 계속 태어나고 죽습니까?
저희들은 이 일을 확실히 알지 못하겠사오니 부처님께서 말씀해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