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흥기행경 하권
9. 부처님이 말먹이는 보리를 잡수신 전생인 연을 말씀하 시는 경
[佛說食馬麥宿綠經]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이 아뇩대천에서 큰 비구 대중 5백 인과 함께 계셨다.
모두가 이들은 아라한(阿羅漢)으로서 여섯 가지 신족을 통하였다.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아득하게 멀고 오랜 세상에 부처님의 명호는 비바섭(毘婆葉)여래ㆍ지진ㆍ등정각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도법어ㆍ천인사이시며 부처님 세존이시었는데, 반두마발성(槃頭摩跋城) 가운데서 큰 비구 대중 16만 8천인과 함께 계셨느니라.
왕의 이름은 반두(槃頭)였는데, 여러 신하와 일반 평민들과 청신사며 청신녀들과 함께 네 가지를 비바섭 여래와 대중들에게 공양하되, 마침내 모자람이 없게 하였다.
그때 성 안에는 인제기리박달(因提耆利愽達)이라는 범지(梵志)가 있어서 범지의 4베다[四圍] 전적을 널리 통달하였고 니건(尼揵)의 산술과 바라문의 계율도 알았으며 5백의 동자들을 가르쳤다.
왕은 모임을 베풀어서 먼저 부처님을 청하자 부처님은 잠자코 허락하시므로, 왕은 돌아가서 여러 가지의 맛있는 음식을 장만하고 평상과 자리를 마련하여 담요 등을 깔아 마치고서 왕은 향로를 붙잡고 자리 위에서 길이 꿇앉아 아뢰었다.
‘이제 때가 이르렀으니 오직 원하옵건대 내려오소서.’
때에 비바섭 부처님은 때가 이미 이르렀음을 보시고 곧 대중들에게 칙명하셨다.
‘가사를 입고 바루를 지니고 왕의 청에 나아가리라.’
대중에게 둘러 싸여 왕궁에 나아가셔서 자리에 나아가 앉으시니 왕은 음식을 손수 나르고 따르며 찬을 올렸다.
그때 미륵(彌勒)이라는 한 비구가 때에 병이 들어서 가지 못하였는데 부처님과 대중들이 잡순 뒤에 각기 돌아오면서 돌아올 때에 모두가 그 병든 비구를 위하여 음식을 청하였다.
비구들이 지나가자 범지 산(山)은 향기롭고 맛있는 음식을 보고는 문득 질투를 일으켜서 말하였다.
‘이 까까머리 사문은 바로 말이 먹는 보리를 먹어야 할 것이요, 이런 맛있는 공양을 먹어서는 안 되리라.’
그리고 여러 동자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이 까까머리 도인이 달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을 보느냐?’
여러 동자들은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실제로 보았습니다. 이들의 스승 역시 말이 먹는 보리를 먹어야 합니다.’ ”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그 때의 산왕(山王) 바라문을 알겠느냐? 바로 지금의 내 몸이니라.
그 때의 5백의 동자들은 바로 지금의 5백 아라한이며, 그 때의 병든 비구 미륵은 지금의 미륵보살이니라.”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그때에 질투를 일으켜 말하기를,
‘이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는 안 되며, 바로 말이 먹는 보리나 먹어 마땅하리라’ 하였고,
너희들 역시 그렇게 말하였기에 그 인연 때문에 나와 너희들은 지옥을 수천 년 동안 겪고 지내왔으며,
이제 비록 부처를 이루었다 손치더라도 그 때의 남은 인연으로 나와 너희들은 비란읍에서 그 때문에 말이 먹는 보리를 90일 동안이나 먹은 것이다.
나는 그때에 부처님에게도 말이 먹는 보리를 드리라는 말은 않고 다만 비구에게만 주라고 말하였는데, 그 때문에 나는 이제 찧은 보리를 먹을 수 있었지만,
너희들은 말을 보태서 부처님에게까지 보리를 드려야 한다고 하였기 때문에 오늘 너희들은 겉보리를 먹은 것이다.”
이에 세존은 전생의 인연을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나는 본래에 범지가 되어서
배운 바가 매우 넓고 넓었으며
5백의 동자들을 가르치면서
나무 동산의 안에 있었느니라.
비바섭불 계실 적에
여러 비구에게 욕하며
맵쌀로 지은 음식 먹어서는 안 되고
말먹이 보리를 먹어야 한다면서
너희들 동자들에게 말을 하였는데
참으로 스승이 일러준 것 같아 하고
아울러 이들의 스승에게까지도
말먹이 보리를 먹어야 한다 했다.
이러한 인연 때문에
오랜 동안 지옥의 고통을 받았고
그 대의 남은 재앙으로 인하여
역시 5백의 비구들까지도
바라문이때에 청하여
비란읍에 모이게 하고서
너희들과 먹이의 보리를 먹으며
90일 동안을 꼭 채웠느니라.
인연은 마침내 씻어지지 아니하고
또한 허공에도 붙지 아니하나니
마땅히 세 가지 인연을 수호하여
몸과 입과 뜻을 범하지 말지니라.
이제야 나는 부처의 도 이루었고
세 가지 세계의 대장이 되어
아뇩의 큰 샘 가운데서
스스로 전생의 인연을 말하노라.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여래를 보아라. 뭇 악이 이미 다하고 모든 선을 널리 갖추었으며,
여러 하늘ㆍ용ㆍ귀신ㆍ제왕과 신민이며 일체 중생들을 모두 제도하면서도 오히려 이 전생에 남은 재앙을 면하지 못하거든 하물며 어리석고 아직 도를 얻지 못한 이들이겠느냐?”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마땅히 세 인연을 배우고 지켜서 몸과 입과 뜻을 범하지 말지니라.
사리불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울지니라.”
부처님이 이렇게 말씀하여 마치시니, 사리불과 5백의 아라한과 아뇩대용왕이며 8부 귀신 들이 부처님의 말씀하신 바를 듣고 기뻐하며 받아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