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굴마라경 제3권
[일학(一學)]
그때 부처님께서 앙굴마라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것을 일학(一學)이라고 하느냐?”
앙굴마라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학(學)은 범본(梵本)에서는 ‘식차식차(式叉式叉)’라 하였는데, 번역하면 ‘수순하여 어김이 없다’는 뜻이다. 또한 ‘학(學)은 곧 지금의 계(戒)이다’라고 하였다]
일체 중생은 모두가
음식으로 생명을 유지한다고 하나니
이것은 성문의 법이요
대승의 법이 아니니
이른바 대승의 법이란
음식을 떠나서 늘 견고합니다.
어떤 것이 하나인가 하면
이른바 온갖 중생들이
모두 여래장으로써
항상 편히 머무는 것입니다.
어떤 것이 둘인가 하면
이른바 명(名)과 색(色)이니
이것은 성문의 법이요
대승의 법이 아닙니다.
명과 색이 다르다 함은
성문과 연각의 법이니
해탈은 명만 있을 뿐이요
미묘한 색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여러 부처님의
해탈은 미묘한 색이 있어
마치 손바닥 안에서
암라과(菴羅果)를 보듯 합니다.
어떤 것이 셋인가 하면
이른바 세 가지 느낌[受]이니
이것은 성문의 법이요
대승의 법이 아닙니다.
여래의 가장 항상함인 그것을
무상하다고 들으나 느낌 생기며
만일 법과 승가[僧]의 없어짐 들어도
이 둘에 대해 느낌 생기나니
이것을 대승법에서 말하는
세 가지 느낌의 법이라 합니다.
어떤 것이 넷인가 하면
이른바 4성제(聖諦)이니
이것은 성문의 법[聲聞乘]이요
대승의 법[摩詞衍]이 아닙니다.
일체 여러 부처님의
제일 필경인 항상[常]함이
곧 대승의 진리이니
괴로움[苦] 아님이 곧 진제(眞諦)입니다.
일체 여러 부처님의
제일 필경인 항상[恒]함이
곧 대승의 진리이니
쌓임[集] 아님이 곧 진제입니다.
일체 여러 부처님의
제일 변하여 바뀌지 않는 것이
바로 대승의 진리이니
사라짐[滅] 아님이 곧 진제입니다.
일체 여러 부처님의
제일 필경인 고요[靜]함이
곧 대승의 진리이니
도(道) 아님이 곧 진제입니다.
이것이 대승의 네 가지 진리로서
괴로움 아닌 것이 진리이니
만일 괴로움이 진리라면
지옥과 축생과
아귀와 아수라
네 가지 갈래도 진리가 있어야 하리.
어떤 것이 다섯인가 하오면
이른바 저 다섯 감관[根]이니
이것은 성문의 법이요
대승의 법이 아닙니다.
이른바 저 눈의 감관은
모든 여래의 항상함에
결정적으로 분명히 보는 것이
구족하여 아무 모자람 없습니다.
이른바 저 귀의 감관은
모든 여래의 항상함에
결정적으로 분명히 듣는 것이
구족하여 아무 모자람 없습니다.
이른바 저 코의 감관은
모든 여래의 항상함에
결정적으로 분명히 맡는 것이
구족하여 아무 모자람 없습니다.
이른바 저 혀의 감관은
모든 여래의 항상함에
결정적으로 분명히 맛보는 것이
구족하여 아무 모자람 없습니다.
이른바 저 몸의 감관은
모든 여래의 항상함에
결정적으로 분명히 부딪치는 것이
구족하여 아무 모자람 없습니다.
어떤 것이 여섯인가 하면
여섯 가지 감관[處入]이니
이것은 성문의 법이요,
대승의 법이 아닙니다.
이른바 눈의 받아들이는 감관은
모든 여래의 항상함에
분명히 보고 받아들이는 것이
구족하여 아무 모자람 없습니다.
이른바 귀의 받아들이는 감관은
모든 여래의 항상함인 그것에
분명히 듣고 받아들이는 것이
구족하여 아무 모자람 없습니다.
이른바 코의 받아들이는 감관은
모든 여래의 항상함인 그것에
분명히 맡고 받아들이는 것이
구족하여 아무 모자람 없습니다.
이른바 혀의 받아들이는 감관은
모든 여래의 항상함인 그것에
분명히 맛보고 받아들이는 것이
구족하여 아무 모자람 없습니다.
이른바 몸의 받아들이는 감관은
모든 여래의 항상함인 그것에
분명히 부딪치고 받아들이는 것이
구족하여 아무 모자람 없습니다.
이른바 의(意)의 받아들이는 감관은
분명히 여래장을 말하며
어기는 마음 일으키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 깨끗이 믿습니다.
무엇이 일곱인가 하면
이른바 7각분(覺分)이니
이것은 성문의 법이요
대승의 법이 아닙니다.
대승의 7각분은
마치 우담바라[優曇鉢]와 같나니
여래가 항상 머무신 데에서
7각(覺)의 미묘한 꽃이 핍니다.
어떤 것이 여덟인가 하면
이른바 8성도(聖道)이니
이것은 성문의 법이요
대승의 법이 아닙니다.
대승의 8성도는
여래가 항상하다는 것을 들으면
그 귀에 거친 인연의 힘으로
마침내 열반의 성(城)에 도달합니다.
여래는 항상[常]하고 또 항상[恒]하며
제일 변하여 바뀌지 않으며
청정하여 아주 고요하신[寂靜]
바르게 깨달은 미묘한 법신입니다.
매우 깊은 여래장은
필경 쇠하거나 늙음 없나니
이것이 곧 대승이며
8성도를 갖추었습니다.
어떤 것이 아홉인가 하면
이른바 그 9부경(部經)이니
이것은 성문의 법이요
대승의 법이 아닙니다.
대승법은 일승(一乘)이며
여래의 걸림없는 지혜입니다.
어떤 것이 열인가 하면
이른바 열 가지의 힘이니
이것은 성문의 법이요
대승의 법이 아닙니다.
대승은 한량없는 힘이니
그러므로 부처님은 불가사의여서
방편으로 은밀하게
한량없는 수다라를 연설하셨습니다.
어떤 것이 하나의 도인가 하면
하나의 승(乘)과 하나의 귀의이며
하나의 진리와 하나의 의지함과
하나의 세계[界]와 하나의 생(生)입니다.
하나의 색(色)이란 여래를 말함이니
그러므로 일승을 말했나니
오직 최고인 법뿐이요,
그 밖에는 모두 방편입니다.
[앙굴마라가 사문이 되다]
그때 세존께서는 찬탄하셨다.
“착하고 착하도다. 앙굴마라야, 어서 오너라. 비구야.”
그러자 그는 곧 사문이 되어 오래된 비구와 같이 위의를 갖추었다.
그때 앙굴마라는 부처님의 발 아래 머리를 조아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지금부터 이 말소리가 끝나자, 곧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얻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또 말씀하셨다.
“너는 기타림(祇陀林)에 와서 중생을 많이 제도하라.”
그때 세존께서는 마치 기러기처럼 앙굴마라와 사리불ㆍ대목련ㆍ문수사리 등인 대중에게 마치 뭇 별들이 크게 둥근 달을 에워싸듯 둘러싸여 무우수(無憂樹) 밑에서 위로 공중에 오르시어 땅에서 거리가 7다라수(多羅樹)나 되게 하여 사위성에서 40구로사(俱盧舍)에까지 이르셨다.
그때 앙굴마라의 어머니는 모든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긴나라ㆍ마후라가와 함께 크나큰 공양을 올리고 제타숲에 왔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기러기와 같이 날아서 기타림 급고독원(給孤獨園)에 들어오시어 설법좌에 앉으시니 삼천대천세계의 땅이 손바닥과 같이 평탄하고 부드러운 풀이 저절로 생겨 안락국토(安樂國土)와 같았다.
그때에 온갖 세계에 있던 여러 위대한 보살들이 모두 이 세계에 와서 앙굴마라를 보고자 하였다.
그 여러 세계에 계시는 여러 부처님께서는 곧 보내시면서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곧 가 볼지어다. 지금 석가모니부처님께서 큰 법싸움[法戰]을 일으켜 큰 사자(師子)를 항복 받고 한량없는 중생을 제도하시고서 지금 기타림 급고독원에서 여러 대중을 위하여 위없는 법을 연설하실 것이니 그대들 불자(佛子)는 의당 가서 받아 듣고 겸하여 앙굴마라를 친견할지어다.”
그 여러 세계에서 온 여러 보살들이 모두 수레 바퀴만한 연꽃을 비내렸다. 그 연꽃의 향기를 맡은 이 세계 여러 중생들은 모두 다 번뇌를 여의게 되었다.
[하늘과 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와 모든 하늘 여인들의 찬탄]
그때 하늘과 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와 모든 하늘 여인들이 큰 공양을 베풀며 가지가지의 보배를 비내리면서 전일한 마음으로 소리를 같이하여 게송을 말하였다.
서른둘의 대인(大人) 모습에
한량없는 모든 공덕 갖추시고
깨끗하게 핀 연꽃 같으시며
미간(眉間)의 백호상(白豪相)이
달빛보다 더 밝고 깨끗하신 이에게
저는 지금 머리 조아립니다.
깨달아 얻은 가장 미묘한 색신에
큰 자비로 위안해 주는 덕 갖추시고
깨끗하게 핀 연꽃 같으시며
미간의 백호상이
달빛보다 더 밝고 깨끗한 이에게
저는 지금 머리 조아립니다.
제일 항상 머무시는 몸이며
가장 훌륭한 모니(牟尼)의 주인이요
위없는 천상 인간의 높은 이로서
중생을 위안하심이 최상이시고
깨끗하게 핀 연꽃 같으시며
미간의 백호상이
달빛보다 더 밝고 깨끗한 이에게
저는 지금 머리 조아립니다.
제일 항상한 공덕 지니셨으며
가장 훌륭한 모니의 주인이요
위없는 천상 인간의 높은 이로서
중생을 위안하심이 최상이시고
깨끗하게 핀 연꽃 같으시며
미간의 백호상이
달빛보다 더 밝고 깨끗한 이에게
저는 지금 머리 조아립니다.
변역하지 않는 공덕 지니셨으며
가장 훌륭한 모니의 주인이요
위없는 천상 인간의 높은 이로서
중생을 위안하심이 최상이시고
깨끗하게 핀 연꽃 같으시며
미간의 백호상이
달빛보다 더 밝고 깨끗한 이에게
저는 지금 머리 조아립니다.
고요하고 수승한 덕을 지니셨으며
가장 훌륭한 모니의 주인이요
위없는 천상 인간의 높은 이로서
중생을 위안하심이 최상이시고
깨끗하게 핀 연꽃 같으시며
미간의 백호상이
달빛보다 더 밝고 깨끗한 이에게
저는 지금 머리 조아립니다.
인욕을 닦고 깨끗한 계행 지니며
또한 한량없는 덕을 닦는
앙굴마라에게 귀의하옵나니
그러므로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립니다.
일승(一乘)의 도와 대승의 인자함인
그 공덕을 가지고 지니는
앙굴마라에게 귀의하옵나니
그러므로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립니다.
한량없는 몸과 입 잘 지니며
한량없는 비밀법을 잘 지니는
앙굴마라에게 귀의하옵나니
그러므로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립니다.
한량없는 지혜 광명을 지니며
한량없는 비밀법을 연설하는
앙굴마라에게 귀의하옵나니
그러므로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립니다.
한량없는 환술을 지니어
한량없는 악마 항복 받는
앙굴마라에게 귀의하옵나니
그러므로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립니다.
한량없는 열반법을 지니어
무량한 세상에 수순하여 태어나는
앙굴마라에게 귀의하옵나니
그러므로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