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가타경 제4권
[대지가 진동하는 인연]
그때 약상 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 때문에 대지가 진동합니까?”
세존께서 약상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무엇을 보았기에 대지가 진동한다 하느냐?”
그때 약상이 사방을 관찰해 보니 아래 세계에서 20억 중생들이 땅으로부터 솟아 나왔으며, 위 세계를 보니 2만 5천억 중생들이 동시에 태어났다.
그때 모든 젊은이들이 이 일을 보고 나서 부처님께 고하였다.
[지금 출생한 자]
“세존이시여, 지금 출생한 자는 어떤 사람들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들도 이 대중을 보았느냐?”
약상보살이 부처님께 고하였다.
“네, 세존이시여, 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중생들이 나와서 너희 무리와 짝이 될 것이다.”
[죽음]
젊은이들이 물었다.
“세존이시여, 이 모든 중생들에게도 죽음이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젊은이에게 말씀하셨다.
“일체 중생에게는 다 죽음이 있나니, 이들도 피하지 못한다.”
그때 모든 젊은이들이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해 부처님 발에 머리를 대어 예를 올리고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차마 다시는 생사에 떠돌지 못하겠나이다.”
[큰 정진]
부처님께서 젊은이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큰 정진을 일으킬 수 있겠느냐?”
젊은이가 부처님께 고하였다.
“저희들은 부처님을 대면해 보았으며, 귀로는 여래께서 설하시는 감로법을 들었으며, 보살이 나타내는 큰 신통력을 보았으며, 부처님의 제자인 모든 성문들이 여기에 모이는 것을 보았습니다.
세존이시여, 정진을 닦고자 합니다. 차마 생사를 받아서 떠돌지는 못하겠습니다.”
그때 약상보살과 5백의 권속이 신통력으로 몸을 허공에 솟구치니 몸에서 사자ㆍ맹호ㆍ흰 코끼리가 나와 큰 신통을 나타내었으며, 높은 산꼭대기에서 가부좌를 맺고 앉았는데, 2만 유순에 가득하였으며, 변화로 만억 개의 해와 달을 만들어냈다.
[광명이 있게 된 인연]
그때 젊은이들이 부처님께 고하였다.
“무엇 때문에 세간에 이런 광명이 있습니까?”
세존께서 젊은이들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너희들은 이 해와 달을 보았느냐?”
젊은이들이 부처님께 고하였다.
“네, 세존이시여, 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 젊은이들에게 말씀하셨다.
“이것은 보살 자신의 광명으로 해와 달을 중생에게 나타내 보이고, 그들을 위해 법을 설하여 모든 천상과 인간에게 안락과 이익을 주는 것이다.
사람의 몸으로 수행하여 이런 신통을 얻은 것이다.”
그때 모든 젊은이들이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이런 광명이 있게 된 인연을 설해 주옵소서.”
그때 세존께서 약상 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너는 이 삼천대천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는 것을 보았느냐?”
약상보살이 부처님께 고하였다.
“네, 세존이시여, 보았습니다. 저에게 조그만 의심이 있어 여래께 질문하고자 하오니 부처님께서는 들어주십시오.”
부처님께서 약상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네 마음대로 묻거라. 내가 설명하여 너를 기쁘게 해 줄 것이며, 과거ㆍ미래ㆍ현재 3세의 일을 너를 위해 설하리라.”
약상이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제가 여래를 뵈오니 8만 4천 천자들이 여래를 에워싸고 공경하며, 8만 4천 보살들이 에워싸고 공경합니다.
또 1만 2천억 모든 용들이 에워싸고 공경하며, 1만 8천억 천신들이 에워싸고 공경하며, 2만 5천억 아귀들이 에워싸고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 때문에 이 대중이 모였습니까?”
세존께서 약상 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여기 대중들은 법을 듣고자 모였다.
약상아, 이 모든 중생들은 이제 생사를 등지고 오늘 당장 10지(地)에 머물 것이며, 10지에 머물고 나서는 번뇌를 여의고 적멸한 부처님 법을 얻을 것이다.”
약상보살이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이 모든 중생들은 잡된 업 때문에 태어났는데,어째서 여래께서는 이 대중을 청정하다 하십니까?”
부처님께서 약상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너는 이제 잘 듣거라. 너를 위해 설하리라.
약상아, 이 모든 중생들은 어리석고 무지하여 해탈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하지만, 많은 젊은 중생들이 오늘 법다라니를 얻을 것이며, 일체 법을 알게 될 것이며, 10지를 얻게 된다.
10지에 이르고 나서는 부처님의 일을 할 것이니, 법바퀴를 굴려 법비를 내리며, 최상의 부처님 법을 이어 중생을 안락하게 할 것이다.”
하늘ㆍ용ㆍ아수라ㆍ건달바ㆍ아귀 등은 법을 듣고 기뻐서 다 10지에 머물렀으며, 큰 법고(法鼓)를 치고 큰 법라(法螺)를 불었다.
젊은이들은 부지런히 수행을 했기 때문에 10지를 얻었으며, 지금 얻은 법이 시방 부처님의 법과 같았다.
그때 5천 명의 젊은 중생들이 앉은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고하였다.
“세존이시여, 이 몸이 무거운 짐 때문에 매우 두렵습니다.
도가 아닌 것을 도라 하는지 알지 못하겠으니, 저희들은 마치 깜깜한 맹인과 같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불쌍히 여기소서. 저희들이 세존께 권하고 청하옵나니, 부디 법을 설하소서.
저희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지혜가 없어 약이 되는 법을 알지 못합니다.
세존께서는 부디 저희들을 위해 법을 설하시어 생사의 괴로움을 멀리 여의게 하시고, 태어나는 곳마다 부처님 몸을 보게 하옵소서.”
[음식]
그때 약상 보살마하살이 젊은이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이 음식을 먹은 뒤에 너희들을 위해 바른 법을 설하리라.”
모든 젊은이가 약상에게 말하였다.
“저희들은 그대를 알지 못합니다.
그대는 누구십니까?
몸[色相]이 적멸하면 3악도의 공포를 여읜다는데, 그대의 몸은 모든 악법을 여의셨습니다.
그대를 보아 하니 손바닥은 7보로 장엄되었고, 몸에는 보배 영락을 둘렀습니다.
그러나 이런 공덕의 덩어리로저희는 그대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저희는 먹을 것을 구하지도 않고 마실 것을 구하지도 않습니다.
음식이 몸에 들어가면 매우 혐오스럽게도 그것들이 똥오줌이 되며, 피ㆍ살ㆍ근육ㆍ가죽이 됩니다. 그러므로 저희는 음식을 구하지 않습니다.
미세하고 부드러운 옷들을 구하지 않으며, 비인(臂印)과 금팔찌를 구하지 않으며, 진주와 영락 등 몸을 장엄하는 도구도 다 욕심을 내지 않습니다. 그것은 무상하기 때문입니다.
저희들은 또한 악도를 떠나기 위해 신명을 아끼거나 돌아보지 않으며, 천신과 인간에게 안락을 주기 위해 법보시를 합니다.
전륜성왕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선지식을 구합니다. 전륜성왕은 사방을 주재하나 닳아 없어짐을 면치 못하기 때문입니다. 아들과 딸과 처자도 따라가지 못하며, 소유한 7보도 따라가지 못하며, 한량없는 대중도 따라가지 못합니다.
4천하에서 다시는 자재하지 못하고, 한 몸이 왕이 되어 무상함을 많이 보며, 악업을 지었기 때문에 규환(叫喚)지옥에 떨어집니다.
7보를 가지고 자재하게 4천하에 유희했지만 끝내는 어디에 있습니까?
인자(仁者)여, 저희들의 말을 듣고 속히 부처님 계신 곳에 가소서.
부처님께서는 모두를 관찰하시고 자식같이 불쌍히 여기실 것입니다.
저희들은 아버지도 없고 어머니고 없고 형제 친척 아무도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나의 아버지며 여래께서 나의 어머니십니다.
부처님은 해와 달과 같이 사람에게 착한 도를 보여 주시어 생사에서 중생을 건져 다시는 태어나지 않게 하십니다.
모든 번뇌의 강은 매우 공포스럽고 두려운데 중생이 그 가운데 빠져 표류하면 여래께서 구제하사 다시는 들어가지 않게 하십니다.
세존께서는 불쌍히 여기시어 바른 법을 설하시어 사람들에게 위없는 보리가 있는 곳을 보여 주십니다.
저희들은 음식을 탐하지 않으며, 세간의 부귀를 욕심내지 않으며, 하늘에 태어나기를 원하지 않으며, 악도에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사람의 몸을 얻고 나서는 세존 뵙기만을 원합니다.
중생은 짧은 수명으로 덧없이 유전합니다. 악업 때문에다섯 가지 욕심을 탐착하면서 죽음에 이르도록 깨닫지 못합니다.
죽음이 반드시 찾아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나고 멸함을 생각하지 않으며, 미세한 법을 알지 못하며, 미세한 업을 닦지 않으며, 적멸의 세계를 알지 못합니다.
무명에 마음이 덮인 채 태어나면 죽음에 돌아가고, 죽으면 다시 태어나면서도 염증을 느껴 떠날 마음을 내지 않습니다.
긴 밤에 채찍으로 맞는 고통을 받아도 싫어 떠날 생각을 내지 않고, 다만 겁탈할 마음만 일으켜 옥에 결박되고, 다섯 가지 결박에 묶이게 됩니다.
본래 지은 악업 때문에 명식(命識)이 멸하려 할 때 슬피 울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누가 나를 구제하겠는가?
금은 보배들을 다 줄 것이며, 몸은 노복이 되어 모든 일과 심부름을 내가 다 하겠다.
왕의 지위가 자재해도 나는 하고 싶지 않으며, 재물도 필요 없다.
그저 목숨만 살렸으면 한다.’
이렇기 때문에 그대여, 저희들은 음식을 구하지 않습니다.
모든 왕은 마음대로 먹지만 으뜸가는 맛이라도 마침내는 죽음에 돌아가며, 천신들도감로를 먹지만 그것도 사멸로 돌아갑니다.
왕이 탐착하는 백 가지 온갖 맛은 실제로 찾아보면 없는 것입니다.
저희들은 맛난 음식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바른 법을 들어서 고통을 떠나고, 애욕의 결박과 모든 번뇌의 결박을 떠나고자 합니다.
세존께 귀의하는 것은 모든 결박을 떠나고자 소원하기 때문입니다.
저희들이 대선이신 세존께 공경히 예를 올림은 모든 중생을 위하기 때문입니다.
그대의 이름이 무엇인지 아직 모르니 말해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