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정생왕인연경 제5권
[33천과 아수라의 싸움]
또 다음으로는, 그 뒤 아수라가 4병(兵)을 엄하게 정돈하였으니, 상병(象兵)ㆍ마병(馬兵)ㆍ거병(車兵)ㆍ보병(步兵)을 일컫는다.
네 가지의 견고한 갑옷을 입고 금ㆍ은ㆍ유리ㆍ파지가 등으로 그 사이를 번갈아서 장엄하였으며, 네 가지의 날카로운 병기를 가졌으니 활ㆍ창과 칼을 일컫는 것이다.
자기 궁에서 나와서 33천의 무리와 함께 싸움을 하였다.
그때에 아수라가 4병의 무리를 엄하게 하고 갑옷을 입으며 날카로운 병기를 들고 아수라궁을 나와서 하늘과 싸움을 하려고 하는 것을 물에 사는[水居] 용왕(龍王)이 보았다.
용왕이 본 뒤에 또한 4병을 정돈하고. 갑옷을 입고 금ㆍ은ㆍ유리와 파지가 등 4보로 장엄하고 병기를 갖고 아수라와 싸움을 하였다.
만약 용왕이 이기고 아수라의 무리가 패하여 물러날 때에는 그 아수라의 무리가 곧 자기 궁으로 들어가고,
만약 아수라가 이기고 용왕이 패하여 물러날 때면, 이는 곧 33천의 맨 첫 번째 수호자[第一守護者]의 병력(兵力)이 깨져서 흩어지는 것이다.
이에 큰 바다에서 달아나 수미산왕(須彌山王)의 맨 첫 번째 층급[第一層級]에 나아가는데. 거기에는 견수천왕(堅首天王)이 있어 그 사이에 멈추어 머무른다.
이때 견수 천왕이 물에 사는[水居] 용왕과 더불어 힘을 합하여 하나로 모아 함께 저 아수라왕과 싸웠다.
만약 두 번째 수호하는 이가 이기고 아수라 무리가 패하여 물러날 때에는 곧 자기 궁으로 들어가고,
만약 아수라가 이기고 저 두 번째 수호하는 이가 패하여 물러날 때면 이는 곧 33천의 두 번째 수호하는 병력이 깨져서 흩어지는 것이다.
이에 수미산 왕의 맨 첫 번째 층급에서 나와 제 2층으로 나아가는데, 거기에는 지만천왕(持鬘天王)이 있어서 그 사이에 멈추어 머무른다.”
불설정생왕인연경 제6권
[천왕들ㆍ용왕과 아수라의 싸움]
“이때 지만(持鬘) 천왕ㆍ견수(堅首) 천왕과 물에 사는 용왕의 수호하는 이들 셋이 합하여 힘을 하나로 모아 아수라와 더불어 전투를 하였다.
만약 수호하는 이 셋이 이기고 아수라가 패하여 물러날 때에는 곧바로 자기 궁으로 들어가고,
만약 아수라가 이기고 수호하는 이 셋이 패하여 물러날 때면 이는 곧 33천의 수호하는 이 셋의 병력이 깨져서 흩어지는 것이다.
이에 수미산왕의 두 번째 층에서 나와 세 번째 층으로 나아가는데, 저기에는 상교(常憍) 천왕이 있어서 그 사이에 멈추어 머무른다.
이때 상교 천왕ㆍ지만 천왕ㆍ견수 천왕과 물에 사는[水居] 용왕이 합하여 힘을 하나로 모아 아수라와 더불어 전투를 하였다.
만약 수호하는 이 넷이 이기고 아수라가 패하여 물러날 때에는 곧바로 자기 궁으로 들어가고,
만약 아수라가 이기고 수호하는 이 넷이 패하여 물러날 때면 이는 곧 33천의 수호하는 이 넷의 병력이 깨져서 흩어지는 것이다.
이에 수미산왕의 세 번째 층급에서 나와 네 번째 층으로 나아가는데, 저기에는 4대천왕(大天王)이 있어서 그 사이에 멈추어 머무른다.
이때 4대천왕ㆍ상교 천왕ㆍ지만 천왕ㆍ견수 천왕과 물에 사는[水居] 용왕이 합하여 힘을 하나로 모아 아수라와 더불어 전투를 하였다.
만약 수호하는 이 다섯이 이기고 아수라가 패하여 물러날 때에는 곧바로 자기 궁으로 들어가고,
만약 아수라가 이기고 수호하는 이 다섯이 패하여 물러날 때면, 이는 곧 33천의 수호하는 이 다섯의 병력이 깨져서 흩어지는 것이니,
이에 수미산왕의 네 번째 층급에서 일어나 33천의 제석이 사는 곳까지 이르렀다.
맨 뒤에 이르러, 아수라의 무리가 적과 싸워서 수호하는 이 다섯의 병력을 깨뜨려 흩어지게 하고 나서 다시 4병을 정돈하여 제석의 처소로 나아가 싸움을 걸었다.
이때 4대천왕이 곧바로 제석의 궁중으로 나아가, 도착하고 나서 말하였다.
‘하늘의 주인[天主]이시여, 아수라의 무리가 4병을 엄하게 하고 와서 싸움을 걸었습니다.
하늘에 있는 수호하는 이가 다섯이 깨져서 흩어지고 달아나 이제 돌아와서 하늘의 주인 처소에 이르렀습니다.
저 무리가 강하여 승리하는데도 저희들은 병력을 추가할 수 없습니다.
하늘의 주인이시여, 이제 원하옵나니, 전력(戰力)을 베푸소서.’
[제석천의 군주]
이때에 제석천의 군주가 이 말을 듣고 나서 33천의 무리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마땅히 알아야 하오. 아수라의 무리가 강한 힘으로 적과 싸워, 수호하는 이 다섯이 깨지고 흩어져서 돌아왔는데 다시 여기에 와서 내게 싸움을 거니 그대들은 이때에 용감한 힘[勇力]을 베푸는 것이 마땅하리오.’
이때 제석천의 군주가 곧 이런 생각을 하였다.
‘선주 코끼리 왕이 응하는 것을 타고 어거하자.’
[선주 코끼리 왕]
그때에 선주 코끼리 왕은 하늘의 주인이 생각하는 것을 알고, 비유하면 장사(壯士)가 팔을 굽혔다가 펼 정도의 짧은 순간에 섬부주(贍部洲)의 사는 곳에서 숨어 33천에 나아가 이에 32머리를 나타냈다.
그 낱낱의 머리마다 각각 이빨 여섯이 있으며, 낱낱의 이빨마다 못이 49곳이 있고, 낱낱의 못마다 연꽃 49개가 있으며, 낱낱의 꽃마다 집[臺]이 49곳이 있고, 낱낱의 집마다 안에 누각(樓閣)이 49곳이 있으며, 낱낱의 누각 안에 지키는 이 49명이 있고, 지키는 이 하나하나마다 하늘 여인 49명이 있으며, 하늘 여인 하나하나마다 시녀가 49명이 있고, 낱낱의 시녀가 49개의 하늘 북을 울렸다.
그리고 코끼리 왕이 갖고 있는 가장 뛰어난 머리 모양은 제석이 어거하였으며, 그 32천은 변화한 머리에 차례대로 편안히 처하였고 나머지 여러 하늘 무리들은 이에 따라 응하며 머물렀다.
코끼리 왕이 다닐 때에 빠르기가 바람이 굴러가는 듯해서, 천자와 천녀가 모두 다 그 앞과 뒤를 볼 수 없었다.
그때에 선주 코끼리 왕이 33천에 이른 뒤 남문(南門)을 나와 추견원에 나아가서 자기의 신통력[神力]으로 하늘 사람의 모양을 나타내 여러 하늘의 무리와 더불어 놀고 장난치며 즐거워하였다.
이때 제석천의 군주가 코끼리 왕을 타고 4병을 엄하게 정돈하였으니, 모두 4보로 장엄한 갑옷을 입고 네 종류의 날카로운 병기를 가지고 아수라의 무리와 더불어 싸움을 하였다.
[정생왕과 아수라의 싸움]
그때에 정생왕이 이 일을 보고 나서 제석에게 아뢰어 말하였다.
‘하늘의 주인이시여, 그대는 이제 싸우는 일을 내버려 두시오. 내가 그와 더불어 그 병력을 비교하고자 합니다.’
하늘의 주인이 대답하였다.
‘그대가 하고자 하는 대로 따르겠소. 지금이 바로 그 때이구려.’
그때에 정생왕은 18구지(俱胝)의 승력병(勝力兵) 무리와 더불어 공중에 올라가, 활을 맞추어 고르고 줄을 당기니 순식간에 그 소리가 나왔다.
아수라 무리가 이 소리를 듣고서 물었다.
‘어떤 사람이 활줄을 당기는 소리냐?’
이에 대해 아는 이가 대답하였다.
‘이것은 정생왕이 활줄을 당기는 소리입니다.’
그때에 아수라는 마음으로 놀라고 기이하게 여겼다. 또 다시 법도가 그러하여 아수라의 무리가 하늘과 더불어 싸울 때는 병력이 똑같아서 더하고 감할 것이 없었는데, 그 정생왕이 병사의 무리를 내는 순간 용력(勇力)이 강하고 우세하여 아수라를 지나쳐 공중에 올라가 머물렀다.
그때에 아수라가 이런 생각을 하였다.
‘그는 사람들 중의 왕자로 이름이 정생인데 용맹(勇猛)한 보살이며 복덕을 갖추었으며, 위덕이 특히 높아 어깨를 겨룰 이가 없다고 한 것을 오래도록 들어왔는데, 허공(虛空)에 높게 나타나는 것이 우리들보다 훨씬 낫구나.’
이 말을 한 뒤에 곧 겁이 나서 두려워하는 마음을 품고 물러나 자기 궁으로 들어갔다.
그때에 정생왕이 신하와 보필하는 이들[臣佐]에게 물었다.
‘이제 이 병사의 무리는 누가 이긴 것인가?’
신하와 보필하는 이들이 대답하였다.
‘이제 왕이 이겼사옵니다.’
왕이 문득 생각하였다.
‘내가 이 33천을 이겼다. 내 이미 남쪽 섬부주ㆍ동쪽 승신주ㆍ서쪽 우화주와 북쪽 구로주를 통치하며 7보를 구족하고 수많은 아들[千子]이 있으며 ,생김새[色相]는 가장 뛰어나고 용맹하여 두려움이 없으니 다른 군대를 굴복시킬 수 있다.
또 궁중에 7일 동안 금전을 비로 내려주었다.
다시 33천에 이르러, 제석의 궁에 들어가서 선법당에 올라가 반절의 자리[半座]에 처하였다.
만약 제석천의 군주가 이 자리에서 곧 세상을 하직하고 떠나면 내가 천계(天界)를 거느리고 또한 사람의 왕이 되어 하늘과 사람 중에서 뛰어날 것이니, 어찌 즐겁지 아니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