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blog.n백미(百味)의 으뜸...‘장 담그기’
가장 작은 상업신문 ・ 2021. 3. 8.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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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간장, 된장, 고추장)은 발효시켜 만드는 것으로 예전에는 집에서 담갔으나 이제는 주로 사먹는다. 장을 만들려면 바람이 잘 통하고 햇빛이 잘 드는 장독대가 있어야 한다. 간장과 된장은 해마다 담가 묵혀야 맛이 깊어지고, 고추장은 해마다 햇고춧가루로 담그며 묵은 고춧가루로는 담그지 않는다.
2021년 주민참여예산 사업으로 3월 6일 장곡동행정복지센터에서 취약계층에 전달하기 위한 ‘장 담그기 행사’를 했다. 장곡동 학생들과 주민 30여 명의 봉사자들이 모였고 조랑(KACE시흥 인문교육원 원장) 선생의 지도를 받았다.
장 담그는 날을 잡을 때는 정월 말(마(馬, 午))날과 손(損)없는 날을 택한다. 2월 장(40~60일), 3월 장(30~50일)도 있으나 정월 장(50~70일)은 긴 숙성기간과 기온 덕에 가장 맛있는 장이 된다고 한다. 단백질이 풍부해 ‘밭에서 나는 고기’로 불리는 콩, 이를 재료로 만든 발효식품 메주는 오래 묵을수록 맛이 좋아지고 건강에도 좋다고 알려졌다. 장을 만드는 기본 재료는 콩과 소금이다. 소금은 간수를 3년 이상 뺀 것으로 쓰고 염수(소금물)는 18°~20°, 또는 계란을 염수에 넣어 500원짜리 동전 크기로 떠오르면 적당하다.
조상들에게는 장 담그는 날 금기사항이 있었는데 당일 목욕 재개를 하고 생리하는 여성은 참여하지 않았다. 외출과 다른 사람의 출입도 금했으며 개를 꾸짖어도 안 됐다. 장 담그는 날 택일을 했으며 남의 집 장 담근 것을 손가락으로 찍어 맛보지 못하게 했다. 장 담근 뒤 삼칠일(21일) 동안 상갓집, 해산한 여인, 생리중인 여인, 잡인 등 장독대에 가지 못하도록 했다. ‘음식 맛은 장맛이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장이 일 년 식생을 좌우하기에 이토록 중요하게 다루었다.
장 담그기 위한 준비는 메주 씻기(물에 오래 담그지 말고 얼른 씻어 내고 한나절 정도 말린다)→염수(염도는 18°~20°) 만들기→항아리 소독(짚에 불을 붙여 항아리 안쪽에서 태우기, 또는 뜨거운 물 이용)→항아리에 메주 담고 염수 채우기(메주 1말에 염수 20L 전후–고추, 숯, 대추 등 넣고 대나무로 누르기)→마무리로 새끼줄(왼쪽으로 꼬아 귀신이 밑으로 빠져나감)에 솔잎(찔러 막을 수 있다)을 이용해 고추(붉은색 벽사), 숯(살균, 소독)을 여기에 꽂고 버선(귀신 접근 금지, 버선코로 벌레가 들어와 밑으로 빠져 나가라)을 항아리에 붙인다.
숙성 기간이 끝나면 장 가르기를 한다. 메주를 건져내고 장은 바구니나 천에 걸러서 끓이면 전통 장이 된다. 이때 씨간장이 있으면 섞어 준다. 된장도 씨 된장이 있으면 섞어 줘도 되고 콩을 삶아서 으깬 후 섞어줘도 된다.
학생들은 메주를 처음 봤다며 신기해했다. 또 메주 하면 ‘장독대’가 떠오른다고 했다. 장곡고 3학년 남신원, 김재국 학생은 단짝으로 중학교 때부터 다양한 봉사활동을 함께 다닌다고 했다. 남신원 학생은 “외가에서 가져다 먹기만 했는데 장이 담가보고 싶었어요. 미신이라고 생각했던 옛 풍습이 과학적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금줄에 다는 각종 재료 등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운동을 좋아한다는 김재국 학생은 “장 담그기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고 재료도 많은데 다음에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했다.
두 학생이 메주 씻기부터 전 과정을 손 놓지 않고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 혹시 봉사점수가 부족해서 참여했는지 물어봤더니 그건 아니라고 했다. 고3이라 해서 그럼 사회복지 쪽 진로와 관련 있느냐 했더니 이것도 아니란다...진정한 봉사를 실천하는 학생들이었다.
‘장 담그기’ 주민참여 사업 계획서를 작성하고 추진에 힘쓴 김선희 씨는 “아파트에서 장 담그기 어렵잖아요. 해가 잘 드는 옥상 유휴공간 활용도 하고 강의를 통해 유래도 알리고 싶었어요. 취약계층에 전달할 때 사서 주는 것 보다 담가 주면 이웃사랑 전달도 되고요. 될 수 있으면 지역 제품을 쓰고 싶었는데 여의찮아서 메주는 강원도에서 샀어요. 농가 살리기 차원이기도 하고요. 코로나 19가 아니었으면 주민들이 모여 잔치처럼 하고 싶었는데...”하면서 아쉬워했다.
윤인숙(28통 통장,제일풍경채) 씨는 “시집와서는 시어머니랑 함께 담가 먹었는데 지금은 편리해서 사 먹는다.”고 했다.
강의를 맡은 조랑 선생은 “장 만드는 문화가 중요하고 꼭 이어져 내려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벽사의 의미와 종교적으로 보지 말고 조상과 부모님의 정성이 들어 있다고 보아주길 바랐습니다."라고 했다,
코로나19로 심란한 시국이나 의미 있는 일에 여러 손이 모여 힘을 보탰다. 사라져 가는 전통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마는 이런 기회를 통해서라도 남녀노소가 익히고 배워 명맥이 유지되었으면 한다. 장 담그기가 장곡동의 명품 프로그램이 되어 장곡동 주민이라면 누구라도 장 하나는 자신 있게 담글 수 있다면 좋겠다. 김선희 씨의 바람대로 잔치처럼 하면 재미와 실속 모두를 챙길 수 있을 것 같다. / 글, 사진 황금숙
메주를 빠른 시간에 씻는다.
씻어 건진 메주를 한나절 말리며 물기를 제거한다.
항아리를 짚으로 소독한다.
물에 소금을 풀어 염도를 맞춘다.
새끼줄에 숯, 고추, 솔잎을 끼운다.
메주가 잘 잠기도록 대나무로 눌러 준다.
장담그기에 참여한 청소년과 장곡동 주민
항아리를 닦으며 마무리 하는 김선희 씨
[출처] 백미(百味)의 으뜸...‘장 담그기’|작성자 가장 작은 상업신문
aver.com/janggoktimes/222268085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