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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
일본 | |||
소사전 (한글학회) |
큰사전 (한글학회, 1957) |
국어대사전 (이희승) |
국어사전 (講談社) | |
어휘수 |
64,355 |
164,125 |
257,853 |
약 72,000 |
고유어 |
44.48 % |
74,612(45.46 %) |
62,912 (24.4 %) |
30.1 % |
한자어 |
45.41 % |
85,527(52.11 %) |
178,745 (69.32 %) |
54.9 % |
외래어 |
3.03% |
3,986(2.43 %) |
16,196 (6.28 %) |
5.3 % |
혼종어 |
7.08 % |
9.7 % | ||
계 |
100 % |
100 % |
100 % |
100 % |
Oxford English Dictionary (OED)는 약 40만의 어휘를 수록하고 있다. 국어사전도 조선어학회에서 1957년에 간행한 『우리말큰사전』은 164,125개의 어휘를 담고 있다. 이희승(1961)의 『국어대사전』이 약 23만의 어휘를, 최근에 편찬된 국립국어연구원에서 편찬한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어휘 항목수는 440,262개인데 부표제어 6,8509까지 합치면 모두 508,771개가 된다.
개인의 어휘도 본래요소와 외래요소로 구분될 수 있다. O. F. Emerson의 계산에 의하면 영어로 쓴 몇 작가의 어휘 사용수는 다음과 같다.
본래요소 |
외래요소 | |
영어성서 |
94 % |
6 % |
Shakespeare |
90 % |
10 % |
Tennyson |
88 % |
12 % |
Addison |
82 % |
18 % |
Milton |
81 % |
19 % |
Pope |
80 % |
20 % |
S. Johnson |
72 % |
28 % |
Gibbon |
70 % |
30 % |
흥미로운 사실은 훌륭한 작가로 평가되는 사람일수록 고유어 사용률이 높다는 점이다. 이것은 한국 작가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것 같지만, 아직 그러한 연구가 진행된 적이 없어서 그 실상은 알 수 없다. 아마 신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가장 난해한 어휘와 영어식 문장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신문은 흥미롭게도 ‘교수신문’이다.
5. 고유어에 대한 어원 검토
(1) 형태론적 분석
국어도 본래요소와 외래요소로 분류될 수 있다. 본래 요소인 고유어를 검토할 때에는 단어 형성 규칙에 의해 검토되어야 한다. 이것은 언어학에서 형태론의 연구 영역에 속한다. 형태론은 단어의 형태소와 이들의 결합에 대한 연구이다. 그러나 많은 학자들은 형태론을 ‘단어의 내적 구조에 대한 연구’, 또는 ‘단어의 형성과정의 연구’로 단어의 내적 구조와 형성과정에 중점을 두어 정의한다. 그 범위를 보이면 다음과 같다.
완전굴절법 : 활용론
굴절법
준굴절법 : 곡용론
접두사에 의한 파생
접사에 의한 파생 -
접미사에 의한 파생
형태론 파생법
영파생
접사에 의하지 않은 파생
내적 변화
조어법복합어
합성법
그러나 주로 다루는 것은 파생법과 합성법이어서 고유어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를 다루게 된다. 예컨대 ‘다니다’는 지금은 단일어처럼 보이지만 원래는 합성어였다. 즉 ‘다 + 니다’가 합쳐져서 ‘니다 > 니다 > 다니다’가 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뽐내다’는 ‘다 + 내다’의 합성어였다. 그래서 ‘내다 > 내다 > 뽐내다’로 변화한 것이다.
‘개나리’는 ‘개-’라는 접두사와 ‘나리’라는 어기가 파생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고, ‘진달래’도 접두사 ‘진-’에 ‘달래’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단어이다.
‘호랑이’는 원래 ‘虎狼’에 접미사 ‘-이’가 붙은 것인데, ‘호랑’은 한자 합성어로 원래의 의미는 ‘범과 이리’였었는데, 이것이 오늘날의 ‘범’을 지칭하는 단어로 변화한 것이다.
(2) 여러 알타이어와의 관계
한편 고유어라도 동일 계통의 언어와 비교하는 방법도 있는데, 예컨대 몽고의 수도 ‘울란바토르’의 ‘울란’(중세몽고어 *pulaγan)과 국어의 ‘붉다’를 비교할 수 있거나, 신라시대의 관직명 ‘角干’과 몽고어의 ‘khaγan’(징키스칸의 ‘칸’)과 비교하기도 한다.
그런데 언중들이나 학자들이 우리말 어휘를 알타이어와 비교하면서 곧잘 잘못 인식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특히 몽고어와 한국어가 비교가 되면 그 한국어가 몽고어로부터 왔다고 생각하는 점이다. 물론 그러한 몽고어 차용어도 있지만(예컨대 송골매, 보라매 등), 뿌리가 같은 말일 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ㅱ고어와 한국어는 친족 관계에 있는 말이지, 몽고어로부터 한국어가 분화된 것이 아니다. 참고로 세계적인 알타이어학자 N.Poppe가 제시한 알타이어 계통을 표로 보이면 다음과 같다.
Altaic unity |
Chuvash-Turkic-Mongol-Manchu-Tungus unity |
Proto-Korean |
Chuvash-Turkic unity |
Mongolian-Manchu-Tungus unity |
Proto- Turkic |
Proto- Chuvash |
Common Mongolian |
Comman Manchu-Tungus |
Turkic Languages |
Chuvash Language |
Mongolian languages |
Manchu-Tungus languages |
Korean language |
<N.Poppe(1965), Introduction to Altaic Linguistics>
그리고 한국어가 그 이후에 분화한 내용을 보이면 다음과 같다.
알타이共通語
夫餘‧韓 共通語
夫餘 共通語 韓 共通語
北方系諸語 南方系諸語
<이기문(1961),국어사개설,민중서관>
6. 외래어에 대한 어원 검토
검토하려는 어휘가 외래어라고 한다면 국어 어휘의 외래요소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외래 요소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한자어와 중국어
1) 중국을 통해 온 한자어
① 중국 고전에 연유하는 것.
和睦, 上下, 身體, 父母, 百姓, 富貴, 妻子, 天地, 君臣, 中心, 修身, 鬼神, 孝子, 朝夕, 娛樂, 風俗, 學校, 時節, 動物, 豊年, 衣裳, 平生, 太陽, 文物, 正直, 國家, 首領, 聰明 등
② 중국을 경유한 불교 경전에서 나온 것.
ㄱ. 佛經에 나타나는 산스크리트어의 音譯
伽藍(寺院, sangharama), 袈裟(法衣, kasāya) 劫(kalpha) 등.
ㄴ. 번역된 불교 용어.
疑心, 工夫, 無明, 佛陀, 神通, 如來, 三昧, 苦行, 出家, 世間, 衆生, 有心, 無心, 極樂, 發願, 慈悲 등
③ 서양의 문물이 중국을 통해서 들어 온 것.
火砲, 千里鏡, 自鳴鍾, 眼鏡 등
④ 중국의 口語, 즉 白話文에 연유하는 것.
容易, 自由, 都是, 許多, 報道, 多少, 從前, 初頭, 十分, 等閒, 合當, 零星 등
2) 일본을 통해서 들어 온 한자어 (괄호 안의 것이 한국어)
貸店鋪(貰店鋪) 生産高, 殘高(生産額, 殘額) 相談(相議) 納得(理解), 約束(言約), 役割(所任), 黑板(漆板), 相互(互相), 入口(於口), 案內(引導), 調印(締結), 當番(當直), 請負(都給), 敷地(基址) 등
3) 우리나라에서 만든 한자어
田畓, 感氣, 苦生, 寒心, 八字, 福德房, 道令, 進士, 生員, 査頓, 四柱, 兵丁, 身熱 등
(2) 英美語
문화의 여러 분야에서 영어로부터의 차용어가 많이 쓰이고 있다. 영어를 공용어로 하는 영국이나 미국의 문화가 우세하거나 세계의 패권을 차지한 데에 기인한다. 영어에서 차용된 제3의 언어가 다시 국어로 차용되는 예도 적지 않다. 가스(gas), 글라스(glass), 커피(coffee), 콤파스(compass) 등은 네델란드어인데, 영어의 힘을 빌려 세계에 전파된 예이다.
(3) 인도어와 불교
불교용어로 적지 않은 인도의 말이 차용되어 있다. 산스크리트(Sanskrit) 팔리(Pāli) 등의 언어가 불교용어로 쓰인 몇 가지 예를 보인다. 아미타(阿彌陀, 산스크리트, 팔리어 amita), 석가(釋迦, 산스크리트어 Sākya, 팔리어 Sakya), 보살(菩薩, 팔리어, bodhisatva), 가사(袈裟, 팔리어, kāsāya) 등. 불교용어 이외에도 삼매(三昧, samādhi), 사파(娑婆, sābhā), 나락(奈落, naraka), 달마(達磨, dharma, Bodhidharma) 등이 있다.
(4) 이탈리아어와 음악
음악용어로 이탈리아어가 많이 차용되고 있다. 피아노(piano), 알토(alto), 솔로(solo), 소프라노(soprano), 테너(tenor) 등
(5) 프랑스어와 미술 기타
미술을 포함한 예술 분야와 복식ㆍ미용ㆍ외교ㆍ요리 등의 용어에는 프랑스어가 많다. 아틀리에(atelier), 레알리즘(réalism), 콩트(conte), 샤포(chapeau), 아그레망(agrément), 누가(nougat) 등
(6) 독일어와 철학 의약 기타
독일어로부터의 차용어에는 철학ㆍ의약ㆍ스키ㆍ등산 등의 용어가 많다. 테마(Thema), 세미나(Seminar), 노이로제(Neurose), 자일(Seil), 피켈(Pickel), 륙색(Rücksack) 코펠(koeher) 등
(7) 그리스어ㆍ라틴어와 학술
그리스어와 라틴어는 학술용어로서 불가결의 언어가 되어 있다. 이들은 직접차용어가 아니고 이중외래어일 것이다. 알파(희랍어 alpha), 베타(희랍어 beta), 라듐(라틴어, radium) 등
(8) 일본어
일본어에서 직접 차용한 것 이외에 일본어를 통한 이중 차용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모치(モチ, 餠), 가보(カボ, 九) 등은 직접 차용한 예이고, 다음과 같이 이중외래어의 경우에는 그 발음이 일본어식인 것이 특징이다. 이들은 연령이 높은 층이나 특정직업 종사자 사이에서 쓰이고 있다. 사스펜스(suspence), 낫토(nut), 아또리에(atelier) 등
(9) 기타
이밖에도 포르투갈어, 스페인어, 네델란드어, 히브리어 등 많은 언어로부터의 차용어가 있다.
예컨대 우리가 보통 말하는 ‘딴따라패’라는 말의 ‘딴따라’는 우리 고유어인 것 같지만, 영어 ‘tantara’의 차용어이고, ‘양말’은 ‘洋襪’에서 온 것이며, ‘성냥’은 ‘石硫黃’(셕뉴황)에서 온 말이며, ‘가방’이나 ‘구두’는 일본어 차용어이며, ‘독서삼매지경’의 ‘三昧’는 중국 한자어 차용 같지만 실제로는 산스크리트의 ‘samadhi’의 차용어이며, ‘涅槃’이란 한자어는 산스크리트어 ‘nirvana’애서 온 것이다. 다방의 ‘레지’는 영어의 ‘lady’에서 온 것이 아니라 ‘register’에서 온 것이다. ‘그 사람 사꾸라야’의 ‘사꾸라’는 ‘벚꽃’인 일본어 ‘사쿠라’가 아니라 sakura, 즉 말고기에서 온 말이다. 일본에서 쇠고기로 속여 말고기를 파는 데서 온 것으로 보인다. 종이의 묶음을 하나로 묶기 위하여 사용하는 기계인 ‘호치키스’는 미국의 발명가 Hotchkiss가 발명한 기관총(Hotchkiss gun)을 말하던 것이었는데, 소위 지철기(Stapler)의 상표가 되면서 우리나라에서 ‘호치키스’라는 이름으로 쓰이게 되었다. ‘바바리코트’의 ‘바바리’는 영국 영국 Burbery 회사가 만들어낸 비옷(레인코트)의 상표 이름에서 비롯된 것이다. 내의를 ‘메리야스’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본래 '내의'의 상표 이름이었다. 스웨덴에서 온 medias(한 켤레의 양말이란 뜻)란 상표가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는 ‘내의’란 뜻으로 널리 통용되고 있다. 음식의 위에 덮어서 먹는 ‘마요네즈’는 스페인의 항구도시 ‘마욘’에서 나온 말이다. 이 지방에서 나는 특산품인 것이다. 자동차의 ‘클랙션’(경적)은 이 기계를 만든 제조 회사 Klaxon에서 나온 상표 이름으로부터 유래된 것이다.
7. 민간어원설(民間語源說)
그런데도 사람들은 시중에 떠돌아다니는 민간어원설을 믿으려 한다. 국어 어원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 민간어원설 때문이기도 하다. 민간어원설은 소위 ‘믿거나말거나’설로서, 국어 어휘의 어원의식을 흐려 놓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화냥년’의 ‘화냥’에 대한 것이다. 병자호란 때 청나라에 붙잡혀 갔던 여자들이 우리나라에 돌아왔을 때, 몸을 버린 여자여서 ‘還鄕’에 ‘-년’을 붙인 것이라는 설이다. 너무 그럴 듯해서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그 설을 믿으려 한다. 이제는 그 어원이 밝혀져서 이 설이 터무니없는 설이 되었지만, 그 어원이 밝혀지지 않았을 때에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오늘날에는 인터넷을 통해), 수천리 수만리를 날라 퍼져 나가곤 한다. 원래 ‘화냥년’의 ‘화냥’은 ‘화랑(花娘)’에서 온 말이다. 즉 ‘남자와 통간하는 여자’란 뜻인데, 중국어 발음이 ‘화냥’과 같다. ‘화냥’은 그 어원이 ‘화랑(花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화랑(花娘)’이 ‘화랑(花郞)’과 발음이 같고 또 실제로 ‘花娘’을 ‘花郞’으로도 표기한 예들이 있어서 ‘화냥년’을 무당이나 신라 화랑과 연관시켜 풀이한 것도 나오게 된 것이다.
이처럼 민간어원설이 위용을 떨치는 이유는 대개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으로 해석된다.
① 민간어원설은 단순한 객관적 언어학적 분석이나 설명에는 무관하고 거의 대부분 일정하고 그럴듯한 이야기 줄거리가 붙어 있어서, 언중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예컨대 ‘삼팔따라지’는 광복 이후에 삼팔선을 넘어 남하한 사람이 ‘딸’을 많이 낳아서 이들의 별명을 ‘삼팔따라지’라고 했다는 것인데, 국문과 교수가 버젓이 공영방송에 나와서 설명하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마찬가지로 ‘단군왕검’의 ‘왕검’을 고조선 시대에 그 시대에 ‘왕거미’를 숭상해서 이것이 줄어들어 ‘왕검’이 되었다고 하거나, ‘메아리’의 어원을 설명하면서, 조선왕조 때, 이성계의 권유를 거절한 고려의 신하와 학자들이 한강을 거슬러 올라 깊은 곳에 피신하여 산속에서 과거를 회고하면서 ‘소리’, 즉 노래로 신세타령을 하였는데, 그것이 산에서 울리는 소리, 즉 ‘메아리’라고 하였으며, 그 ‘메아리’ 속에서 서글픈 ‘아리랑’이 나왔다고 주장한다. 정말 그럴 듯하게 소설을 쓴 것이어서, 멋모르는 사람들은 그것이 진짜로 ‘메아리’의 어원인 것으로 믿을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허구이다. 별의별 상상력을 다 동원하여 그 어원에 대해 작문을 하고 있는 것이다. ‘노다지’를 설명한 어느 글을 인용해 본다.
조선 말기 우리나라는 힘이 매우 약했어요. 그래서 외세에 많은 경제적 이권을 빼앗겼어요. 그 가운데 하나가 금광 채굴권이에요. 우리나라의 광산을 외국 사람에게 헐값에 넘긴 거지요. 평안도 운산 지역은 유명한 금광 산지로서, 미국인들이 사들여 막대한 이득을 올린 곳이에요.
“빨리빨리 금맥을 찾아라!”
미국인 사자의 하수인 노릇을 하는 조건달 씨가 일꾼들을 마구 부려먹고 있었어요.
"뭘 꾸물대고 있는 거야, 빨리 하라니까!"
조건달 씨는 일꾼들에게 눈을 부라렸어요.
"쳇, 같은 조선 사람이면서 더 지독하게 구는군."
일꾼들은 투덜거리며 속으로 울분을 삼켰어요.
그러던 어느 날 일꾼들의 환호성이 터졌어요. 땅 속을 파 들어가던 인부들이 드디어 금맥을 찾아냈던 거지요.
"와와, 찾았다. 금이다, 금!"
일꾼들은 어렵게 찾아낸 금맥을 보며 기쁨에 차 있었어요. 잠시 후 이 소식을 들은 미국인 사장이 헐레벌떡 굴 속으로 달려왔어요. 그는 일꾼들이 금맥 주위에 둘러서서 웅성거리는 것을 보자 이렇게 외쳤어요.
"노 터치, 노 터치!"
'노 터치'란 손대지 말라는 뜻의 영어예요. 하지만 영어를 모르는 일꾼들은 서로 멀뚱멀뚱 쳐다볼 뿐이었어요.
며칠 후 일꾼 몇 명이 사무실에 들렸어요. 광산에 터뜨릴 폭약을 가지러 간 거지요.
폭약이 담긴 상자 앞에는 나무 상자가 수북이 쌓여 있었어요. 일꾼들이 상자를 옮기려고 손을 대자 사장은 깜짝 놀라 소리쳤어요.
"노 터치, 노 터치!"
일꾼들은 상자에서 얼른 손을 땠어요.
'노 터치라니? 이게 노 터치라는 건가? 이게 도대체 뭐길래 손도 못 대게 하는 걸까?'
호기심이 생긴 일꾼 하나가 뚜껑을 살짝 열어 보았어요. 그랬더니 상자 속에는 광산에서 캐낸 금덩이가 가득 담겨 있었어요.
그제야 알겠다는 듯 일꾼들은 말했어요.
"미국 코쟁이들은 금을 노 터치라고 하나 봐...."
이와 같이 일꾼들이 광산에서 캐낸 광물을 만질라치면 미국 사람들이 놀란 듯이 '노 터치'라고 외쳤는데 영어를 잘 모르는 우리 나라 사람들은 '노 터치'가 금이나 은 따위의 값비싼 광물을 뜻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던 거지요.
이 말이 나중에 '노다지'로 변해 ‘한 군데서 많은 이익이 쏟아져 나오는 일이나 물건’을 가리키게 되었다고 해요.
이 글에는 평안도 운산이라는 지역적 배경과 조선말기의 미국과의 관계, 그리고 조건달이라는 허구의 인물까지 등장하여 마치 실화처럼 꾸며 놓아서 ‘노다지’의 어원이 사실인 것인 양 설득시키고 있다.
② 민간어원설은 대부분이 민담, 전설, 신화 등과 연관시키기 때문에, 민족적 감정을 유발시켜서 그 내용을 믿으려 하는 속성이 있다. 예컨대 ‘행주치마’의 ‘행주’를 ‘행주산성’과 연관시키는 것이 그 대표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③ 한자성구에는 고사성어가 있어서 이 고사성어에 대한 인식이 국어 어휘에도 전이된 것으로 해석된다.
④ 민간어원설은 부담이 없다. 즉 철저한 검증이나 언어학적 규명을 통하지 않아도 큰 무리가 없기 때문에, 믿어도 큰 부담이 없고 또 책임질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 근거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어 버려도 상관이 없다.
그래서 민간어원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닌다.
① 그럴 듯한 이야기 줄거리가 있어서, 그것이 진실이 아니라고 해도 믿고 싶어 한다.
② 상당수의 언중들은 그것이 사실이 아닐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흥미 본위로서 인정하려 한다.
③ 상당수는 한자에 연관시키는 경우도 많다. 예컨대 ‘고린내’를 옛날에 ‘고려’ 사람들이 몸을 씻지 않아서 몸에서 냄새가 났는데, 그것 때문에 그 냄새를 ‘고려+ㅅ +내’, 즉 ‘고린내’가 되었다고 하는 것 등이다. ‘생각’이 ‘生覺’으로부터 왔다고 하거나, ‘사랑’을 ‘思郞’에서 왔다고 하거나 하는 것들이 그것이다.
④ 언어가 변화하는 과정은 설명하지 않고, 그 어휘가 발생한 시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그 이후의 역사적 변화는 거의 고려되지 않는다.
⑤ 어휘의 변화가 전제되지 않기 때문에 언어 변화의 규칙성이나 언어 변화의 유형 등은 무시되어도 좋다. 예컨대 앞에서 언급한 ‘노다지’와 같은 경우가 그것이다. ‘노터치’가 ‘노다지’로 변화하려면 그 설명이 거의 가능하지 않을뿐더러 그러한 변화유형을 보이는 다른 예들도 없다.
⑥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이 쉽게 각인되기 때문에 쉽사리 그 통념을 깨기가 쉽지 않다.
⑦ 외국의 역사가 아닌 한국의 역사에 견강부회식으로 붙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민족주의적 색채가 짙다. 예컨대 아직은 확정할 수 있는 자료가 없지만 ‘미역국을 먹는다’는 말은 요즈음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고 미끄러져서 떨어진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많은 사람들은 미역국의 미역이 미끌미끌하니까, 그렇게 사용된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 어름도 있을 텐데, 하필이면 미역국을 비유의 대상으로 삼았을까? 아직까지 이 말의 원래 뜻은 분명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다음과 같은 설이 있다. ‘미역국을 먹는다’는 말은 원래 취직자리에서 떨어졌을 때를 속되게 일컫는 말이었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이 우리나라를 강점하면서, 우리나라 군대를 강제로 해산시켰을 때, 그 ‘해산’(解散)이란 말이 아이를 낳는다는 ‘해산’(解産)과 말소리가 같아서, 해산할 때에 미역국을 먹는 풍속과 관련하여 이 말이 나왔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미역국을 먹었다’는 말은 ‘해산’ 당했다는 말의 은어로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취직자리가 떨어진 것과 시험에 떨어진 것과 같아서 ‘미역국을 먹었다’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이 설은 아직 과학적으로 중명된 것은 아니다.
8. 국어 어원 연구의 역사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언제부터 이러한 우리말의 어원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을까?
우리나라에서 현대적인 의미의 국어학이 등장하기 이전까지 우리 선조들이 국어에 대해 관심을 나타냈던 대상은 음운(또는 ‘音’)과 어휘였다. 그 중에서도 어휘에 대한 관심은 언어의 다른 층위에 대한 관심보다도 높았었다. 특히 어원에 대한 관심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고대사에 보이는 고유명사(인명, 지명, 관직명 등)에 대한 해석 노력이 그러한 일면이었다. 삼국사기의 기록에 보이는, 김대문의 ‘次次雄, 尼師今, 麻立干’ 등에 대한 해석이 그 시초라고 할 수 있다. 그 이후 19세기에 이르기까지 그 관심은 계속되었고, 20세기에 와서도 어원 해석에 대한 노력은 있었으나, 다른 분야의 연구에 비해 그 결과는 빈약한 편이었다. 그 이유는 어휘론에 대한 연구 방법의 정립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9. 어원 연구의 궁극적 목적
그렇다면 어원 연구란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을 말하며 그 연구의 궁극적 목적은 무엇인가? 어원 연구는 동일 계통의 언어와의 비교 연구에 의해서 완성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단어의 원래의 형태와 의미는 친족관계에 있는 어족과의 비교를 통해서 그 공통조어를 재구할 수 있는 단어에까지 이르러야 그 연구가 마무리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어원 연구는 동일한 언어 계통이 성립된 후에나 가능하다. 어원 연구가 주로 서구의 인구어(印歐語)를 중심으로 연구되어 왔기 때문에 국어의 어원연구도 처음에는 동일한 계통에서 갈라져 나온 어휘들의 상호 관계를 연구하면서 이루어졌었다. 그러나 국어의 계통론은 학자들마다 각각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고, 또 국어가 알타이어라고 하는 견해도 그 증거로 삼는 실증적 자료는 수백 개의 단어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국어학에서 어원론은 알타이어 계통으로 추정되는 몽고어, 터키어, 만주어, 여진어, 한국어, 일본어 등에 대해서만 비교가 가능한 형편이다. 그것도 서로 대응시킬 수 있는 단어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시각에서 국어 어원론을 기술하려면, 기술될 수 있는 단어가 한정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국어의 어원 연구는 상당히 많은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이러한 조건에서 국어의 어원 연구는 두 가지 방식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나는 동일 계통의 언어의 조어에까지 소급하여 그 기원형과 그 의미를 재구하고 그 이후 그 단어의 역사적 변화과정을 기술ㆍ설명하는 것이다. 이것은 광의의 어원 연구라고 할 수 있다. 광의의 어원 연구는 국어사뿐만 아니라 계통론이나 비교언어학의 연구방법까지도 총동원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래서 국어의 어원 연구는 동일 계통의 알타이어 제어와의 비교연구를 필연적으로 요구한다. 예컨대 Ramstedt(1949), "Studies in Korean Etymology" Studies in Korean Etymology, Helsinki와 송민(1999), 韓國語と日本語のあいだ(Korean and Japanese in Comparative Perspective)와 같은 것이 그 연구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하나는 협의의 어원 연구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어휘의 역사를 현대로부터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과거까지 더듬어서 그 음상, 형태 및 의미의 역사를 밝히는 것이다. 즉 광의의 어원 연구에서 동일 계통의 다른 언어와의 비교를 통한 어느 단어의 기원형을 밝히는 일을 제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한 단어가 역사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을 통하여(그 자료가 문헌자료이든, 금석문 자료이든 또는 한글 이외의 자료이든) 시대적으로 검증이 가능한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그때부터 현대까지의 음상과 형태와 의미의 변화를 기술 설명하는 것이 국어 어원 연구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원은 문헌상에서 확인되는 단어의 최초의 출현 연도와 그때의 형태와 의미, 그리고 시대적으로 그 이후의 문헌에 출현되는 용례 및 그 형태와 의미 변화 등이 포함된 것을 뜻한다. 아울러 그 어휘에 대한 형태소 분석과 이에 따른 간략한 해석도 포함하는 것이다.
하나하나의 단어나 어휘의 내력을 밝히고 그 본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일은 그 언어에 대한 역사적 연구가 쌓아온 모든 지식이 조직적으로 총동원되어야 밝힐 수 있다. 음운, 문법, 어휘, 의미의 역사적 연구가 이루어져야 가능한 분야이다.
10. 어원 연구의 과학적 방법
국어의 어원 연구는 광의의 의미로 연구가 되어 왔든, 협의의 의미로 연구가 되어 왔든, 국어 자료 및 동일계통의 언어 자료의 불투명성과 불명확성 때문에 무리한 재구를 통해 이루어지거나 민간어원설에 의존하여 연구되어 오기도 하였다. 오히려 언중들은 민간어원설에 의한 어원 설명에 더 매료되기도 한다. 왜냐 하면 그 설명이 언어학적 설명보다는 매력적이고 또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하여 어원론을 과학적으로 연구하기 위한 연구 방법론도 제시되기 힘들었다.
이러한 처지에서 어원론 연구가 과학적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이들을 국어와 연관시켜 재해석하고 또 어원 연구의 과학적 방법이라고 생각되는 내용을 더 덧붙인다면 다음과 같다.
① 한 어휘의 역사를 음운, 형태, 문법, 의미면에서 정확히 그리고 고르게 기술하여야 한다.
이러한 방식의 역사적 기술은 국어에서는 세기별로 제시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고대국어, 중세국어, 근대국어, 현대국어로 구분하여 제시하면 한 시대구분 내에 존재하는 어휘의 형태나 의미가 너무 다양하여 기술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 어휘의 음운, 형태, 의미의 변화과정을 고르게 제시하여야 한다. 국어의 어휘 역사를 종합적으로 기술하게 될 때, 음운론 전공자는 음운현상을 집중적으로 언급하고, 형태론 전공자는 형태분석에 치중하며, 의미론 전공자는 의미에 집착하여 기술하는 현상을 경험한 적이 있다. 이러한 기술 방법은 지양되어야 하겠지만,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춘 국어학자들이 적어서 이 원칙을 지키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다. 원로학자들이 왜 국어 어휘사나 어원에 관심을 가지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② 문화적으로 접촉할 수 있는 다른 언어에 주목하여야 한다. 즉 인근 국가들의 언어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문화적으로 접촉해 왔던 시대적, 지리적 여건을 고려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즉 한자나 중국어와의 접촉, 특수 분야에서 몽고어의 차용, 백화문의 수용, 일본어로부터의 차용, 불교 분야에서 산스크리트어와의 관련 및 중국에서의 차자표기 형태 등등에 대해 주목하라는 것이다.
➂ 알타이어들의 음운대응 관련 및 음운법칙을 관찰하여야 한다.
이 준칙은 여러 번 강조되어도 좋을 것이다. 아마추어 어원 연구자들에게 이 준칙을 지키라고 하는 주장은 가혹한 요구일지 모른다. 이 요구에 응하게 되면 아마도 그들의 주장은 상당수가 거짓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응 관계를 살피기 위해서는 이미 비교언어학자들의 연구업적들을 꼼꼼히 살피는 섬세함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서정범(2000), 국어 어원사전의 앞에 ‘국어 어원 연구 방법론’이 기술되어 있고, 거기에 조어 재구와 소실어 재구의 규칙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검증되지 않은 내용들이 많다. 예컨대 ‘조어는 단음절어로서 폐음절이다’, ‘동사와 형용사의 어근은 명사에서 전성된 것이다’, ‘조어의 어근 말음은 ㄷ이다’는 등이 그러한 규칙이다.
➃ 어휘체계 내에서 개별 어휘를 기술하되, 음운법칙의 예외에 대해서는 주의하여야 한다.
이 주장도 매우 유효한 내용이다. 왜냐 하면 A 어휘에 적응시켜 설명한 음운법칙과 B 어휘에 적용시켜 설명한 음운법칙이 서로 어긋나는 경우를 여러 어원사전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휘 변화의 전반에 나타나는 음운규칙은 그 언어의 음운사의 진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므로, 이러한 체계적인 연구가 어원 연구에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⑤ 서로 연관이 없는 단어들 간에 어형이 유사하다고 해서 이들을 함부로 연관시키지 말아야 한다.
예컨대 성조가 다른데 형태가 동일하다고 해서 이들을 하나로 인식하거나, 또는 ‘ㆍ’와 ‘ㅏ’의 차이가 있는데, 이것을 하나로 인식하는 잘못 등을 저질러서는 안된다. 예컨대 ‘한숨’이란 단어를 기술할 때에, 한글학회에서 편찬한 ‘큰사전’은
① 잠을 계속하여 자는 한동안(한 소금) ② 근심이나 설움으로 말미암아 속에 맺힌 기운을 내뿜노라고 길게 쉬는 숨(②태식 = 太息) (②옛말 : 한)
과 같이 기술하고 있고, 역시 이희승 선생의 ‘국어대사전’에서도
① 한 번의 호흡이나 그 동안. ② 잠간 동안의 휴식이나 잠. ③ 근심이나 서러움이 있을 때 길게 몰아서 쉬는 숨, 태식(太息)
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위에서 설명한 두 가지 의미들은, 즉 ①과 ②는 원래 그 기원이 다른 단어이다. ①은 중세국어에서 ‘숨’이고 ②는 ‘한숨’으로 나타나는데, 그 역사적 변화과정을 이해하지 못하면 이와 같은 오류를 범하게 된다. 즉 ①은 수사 ‘’(1)과 ‘숨’의 복합어이고, ②는 형용사 ‘하다’의 관형형 ‘한’과 ‘숨’의 복합어이다. 따라서 이 두 단어는 표제항을 두 개로 하여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표제항으로 설명하고 있게 된 것이다.
11. 어원 연구를 위한 연구자의 국어학적 지식
어원 연구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 다양하고 폭넓은 내용을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연구하기 위해 국어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면의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① 국어사(음운사, 형태사, 의미변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필요하다.
왜냐 하면 어휘변화는 음운변화에 의해서는 그 음상이 변하며, 또한 형태론적으로 변화하여 이전의 어형과 다른 어형으로 변화할 수 있으며, 또한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 여건에 따라 그 의미 변화의 폭이 매우 크기 때문에, 그것을 정확하게 기술하기 위해서는 국어학의 모든 분야에 대해 폭넓은 지식을 갖추지 않으면 안된다.
② 한자의 古訓에 대한 지식과 고대 한자음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이것은 차자표기법을 통하여 고대국어를 재구하는 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③ 문헌자료와 방언자료에 대한 풍부한 지식이 필요하다.
어느 어휘의 어형은 문헌상에는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방언형에서만 나타나는 경우도 있으며, 또 방언에서만 변화하기 이전의 의미를 유지하고 있는 어휘들도 허다하기 때문에 중앙어나 표준어만 알고 있는 학자들을 당혹케 하기도 할 것이므로, 이러한 지식이 필요한 것이다.
④ 차용어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특히 한자 차용어나 일본어 차용어가 그러하다. 국어사와 차용어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부족한 학자들이 곧잘 실수하는 가장 흔한 예들은, 이전의 국어 자료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해서 어느 어휘가 일본어에서 유래한 것인 양 주장하기도 하고(예: 自由, 十分 등), 또 어느 것은 한자어임에도 불구하고 고유어인 양 주장하기도 하고, 어느 어휘는 고유어인데도 한자어인 양 기술하기도 하는 것들이다. 이러한 사실은 어휘면에서만 보이는 것이 아니고, 문법면에서도 발견되곤 하는데(예컨대, 불완전명사 ‘것’의 활발한 쓰임이 일본어 ‘の’의 영향이라고 보거나, 조사 ‘-에의’가 일본어 ‘への’에서 차용한 것이라고 하는 등), 이러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도 차용어에 대한 지식이 필요한 것이다.
⑤ 친족관계에 있는 다른 언어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알타이어와의 친족관계 뿐만 아니라 어휘비교를 위해서 필요한 지식인데, 전공자의 대끊김으로 심각한 위기에 있다.
⑥ 정치사, 사회사, 문화사 등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어휘는 언어 외적인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러한 언어 외적 지식이 어휘사 기술에 큰 도움을 줄 수가 있다. 예컨대 ‘부시’와 연관된 어휘들(부싯깃, 부싯돌)의 역사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부싯돌 사용법’을 익히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⑦ 컴퓨터 프로그램 사용법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
어휘 역사의 기술은 검색을 통한 자료 추출로부터 출발한다. 그래서 말뭉치를 관리할 수 있고,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어휘들을 색출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폭넓고 깊은 국어학적 소양이 필요하다고 하면 어원 연구에 애착을 가질 젊은 학자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언어의 어휘수가 많기 때문에, 이 어원을 연구하는 작업(특히 어원사전의 편찬작업)은 공동작업으로서만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12. 어원 연구의 국어학 발전에 대한 기여
어원 연구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내용은 매우 다양하고 많다. 그중의 몇 가지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① 어원 연구를 통해 가장 보편적인 언어 변화의 유형을 찾을 수 있다.
왜냐 하면 어휘 변화를 유발하는 언어 규칙은 매우 다양하며, 또한 개별적인 것을 제외하고는 매우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어간 재구조화가 일어나는 과정을 면밀히 관찰해 보면, 그 변화가 일정한 규칙에 말미암는 것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② 어원 연구는 새로운 국어사 연구 방법을 개발하게 한다.
국어사 연구는 고대에서 현대로 오며 연구하는 방법과 현대에서 소급하여 근대, 중세, 고대로 올라가면서 연구하는 방법의 두 가지가 있을 것이다. 어원 연구는 현존하는 어휘를 주된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후자의 방법을 택하게 된다. 국어사 연구는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는 과정을 시간적 질서에 따라 기술하지만, 어원 연구는 비록 기술은 시간적 질서에 따라 이루어지면서도, 그 역사적 변화를 바라보는 시각은 거꾸로 현대로부터 근대로 다시 중세로 그리고 최종적으로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방향을 택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어느 어휘의 어원은 반드시 고대국어 시기까지 올라가지 않아도 된다. 그 어휘가 19세기에 발생한 어휘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19세기에 발생한 어휘는 19세기부터 기술을 시작하게 된다. 여기에서 어원 연구와 어휘사 연구의 모호성이 발생하기도 한다.
③ 어원 연구를 통해 국어의 변화가 언어 외적인 요소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다.
어원 연구를 통해 언어가 단순히 언어학적 연구의 대상만이 아니라, 문화 연구의 중요한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➃ 어원 연구를 통해 어느 어휘가 갑자기 생성되지 않고 어느 형태로부터 변이되어서 서로 유기적 관계를 가지고 변화함을 알 수 있다.
⑤ 어원 연구를 통해서 외국어가 한국어에 편입되면서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알 수 있다.
⑥ 어원 연구를 통해 어느 어휘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를 예견할 수 있다.
⑦ 어원 연구를 통해 언어 생활사를 알 수 있다.
⑧ 우리 민족의 생활의식을 알 수 있다.
13. 어원사전 편찬을 위한 준비 작업
(1) 자료 조사
어원사전을 편찬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어원사전이나 어휘역사 연구에 대한 연구업적을 먼저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한 어휘의 역사적 변화과정을 기술하여 놓은 어휘 역사사전은 존재하지 않지만, 임의로 선택된 어휘에 대해 어원을 기술해 놓은 사전은 몇 개 있다.
안옥규(1989), 어원사전, 동북조선민족교육출판사.
박일환(1995), 우리말 유래 사전, 우리교육.
김민수 편, 최호철 김무림 편찬(1997), 우리말 語源辭典, 태학사.
徐廷範(2000), 國語語源辭典, 보고사.
조영언 (2004), 한국어 어원사전, 다솜출판사.
또한 국어의 어원에 관한 수많은 논문과 저서도 있다.
田蒙秀(1947), 朝鮮語源志, 平壤 赤誠社.
Ramstedt(1949), "Studies in Korean Etymology" Studies in Korean Etymology. Helsinki.
劉昌惇(1971), 語彙史 硏究, 宣明文化社.
이남덕(1985-6), 한국어 어원연구 I - IV, 이화여대 출판부.
리득춘(1987), 조선어 어휘사, 연변대학출판사.
전재호(1987), 국어어휘사연구, 경북대 출판부.
현진건(1990), 조선말의 어원을 찾아서, 연변인민출판사.
이기문(1991), 國語 語彙史 硏究, 東亞出版社.
조항범(1996), 국어 친족 어휘의 통시적 연구, 태학사.
조항범(1997), 다시쓴 우리말 어원이야기, 한국문원.
최창열(1998), 우리말 어원연구, 일지사.
렴종률(2001), 조선말 단어의 유래, 금성청년종합출판사, 평양.
김인호(2005), 어원유래상식(1), 사회과학출판사, 평양.
그러나 이들 사전과 연구논저 중에서 우리가 진실로 믿고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몇 저서에 국한된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일반인들이 국어의 어원에 대한 관심을 크게 보이고 있어서, 웹상에서 국어 어원에 대한 풀이를 제공하는 곳이 많아졌다. 최근에 나온 몇 가지 책들만 보아도 그러한 관심을 알 수 있다.
백문식(1998), 우리말의 뿌리를 찾아서, 三光出版社.
최창렬(1988), 어원산책, 한신문화사.
서정범(1989), 우리말의 뿌리, 고려원.
김동진(2001), 선인들이 전해 준 어원 이야기, 태학사.
그러나 이들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수필식 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 말뭉치의 구축 및 정리
어원사전을 편찬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말뭉치를 마련하여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① 역사 자료 말뭉치
② 현대국어 말뭉치
③ 현대국어 구어 말뭉치
➃ 사전 말뭉치 : 고어사전과 현대국어 사전
⑤ 한자 자석 자료 말뭉치
⑥ 한자어 자료 말뭉치
현재 만족하지는 않지만 상당한 양의 역사 자료 말뭉치가 구축되어 있고, 또 그것들을 검색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다. 역사 자료 말뭉치는 21세기 세종계획에 의하여 입력된 세종말뭉치가 주를 이룬다. 15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의 문헌자료를 입력한 약 350만 어절(3,453,963 어절)이 구축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학 중앙연구원, 국사편찬위원회 등에서 입력한 말뭉치를 합치면 1,000만 어절이 훨씬 넘는다. 그리고 현대국어 말뭉치는 약 1억 어절이 될 것이다. 이들을 이용하면 어원 연구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만족할 만한 말뭉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입력되어 있는 국어사전 및 각종의 사전들이 있다.
17세기 국어사전(홍윤표 외) 가사문학집성(임기중)
고전소설독해사전(이광호 외) 국어대사전(금성사)
국어어원사전(김민수 외) 로한자전(푸찔로(1874))
신어사전(1946년) 신어사전ㆍ인명사전(1935년)
神話ㆍ想像世界辭典 어휘의미망사전(KAIST)
연세한국어사전 우리말큰사전(한글학회)
의성의태어사전 이조어사전(표제항)
조선말대사전(북한) 조선말사전(북한,1962년판)
조선어사전(문세영) 조선어사전(심의린)
조선어사전(조선총독부) 중조대사전(색인)
표준국어대사전(국립국어원) 한국어사전(배주채)
한불자전(리델) 한어대사전(중국)
한영자전(게일)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학습사전(서상규 외)
한자 자석 자료도 필자는 천자문을 비롯한 약 140책의 자료를 입력하여 놓고 있다. 한자 자석 역사사전을 간행하기 위한 작업으로 준비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21세기 세종계획의 ‘한민족 언어 정보화’ 팀에서 구축한 방언자료들도 있어서 그 검색이 용이할 뿐만 아니라 이미 각 단어마다 방언형과 그 분포지까지 파일로 제시되어 있어서 국어의 어원 연구를 위해서는 매우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이다. 그 목록을 보이면 다음과 같다.
① 김병제(1980), 방언사전, 과학백과사전출판사.
② 김영배(1997), 평안방언연구(자료편), 태학사.
③ 김영태(1975), 경상남도 방언연구(Ⅰ), 진명문화사.
④ 김태균(1986), 함북방언사전, 경기대학교 출판국.
⑤ 이기갑 외(1997), 전남방언사전, 전라남도.
⑥ 현평효 외(1995), 제주어사전, 제주도.
⑦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한국방언자료집
㉠ 한국정신문화연구원(1987), 한국방언자료집 3(충북 편)
㉡ 한국정신문화연구원(1987), 한국방언자료집 5(전북 편)
㉢ 한국정신문화연구원(1989), 한국방언자료집 7(경북 편)
㉣ 한국정신문화연구원(1990), 한국방언자료집 2(강원도 편)
㉤ 한국정신문화연구원(1990), 한국방언자료집 4(충남 편)
㉥ 한국정신문화연구원(1991), 한국방언자료집 6(전남 편)
㉦ 한국정신문화연구원(1993), 한국방언자료집 8(경남 편)
㉧ 한국정신문화연구원(1995), 한국방언자료집 1(경기도 편)
㉨ 한국정신문화연구원(1995), 한국방언자료집 9(제주 편)
⑧ 이상규(2000), 경북 방언사전, 태학사.
⑨ 서울대학교(1997), 한국 방언사전
⑩ 한영목(1999), 충남 방언의 연구와 자료, 이회문화사
⑪ 표준국어대사전(국립국어연구원)에 등재되어 있는 방언 관련 자료
⑫ 우리말큰사전(한글학회)에 등재되어 있는 방언 관련 자료
⑬ 국어대사전(금성사)에 등재되어 있는 방언 관련 자료
⑭ 국립국어원(2006, 2007), 지역어 조사 자료집.
이만한 자료들이라고 한다면 어원사전을 편찬하는 데에 기초적인 자료로서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어원사전을 집필할 수 있는 인력과 예산과 시간이 확보되는 일이다.
(3) 프로그램의 구축
또한 이들 자료를 검색할 수 있는 도구로 소강춘 교수 연구진이 개발한 일명 ‘깜짝새’(SynKDP V.1.5)가 공개되어 있다. 이 ‘깜짝새’는 용례를 찾아 줄 뿐만 아니라 용례를 보이는 문헌의 연도별로 정렬해 주는 기능까지 가지고 있어서 어원 연구를 위한 자료의 검색이 매우 용이하다. 어느 단어가 다른 어형으로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전혀 다른 어형이 아닌 이상, 표기법의 차이로 인한 것도 추정해서 검색할 수 있다. 물론 그 검색 자료에서 취사선택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그 효용성은 매우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14. 어원 사전의 기술 내용
국어 어원사전에서 다루어야 할 내용을 제시한다면 다음과 같은 것일 것이다.
① 근원 언어 또는 어족
② 궁극적 기저형 또는 재구형
③ 최초의 어형과 그 용례
➃ 마지막 어형과 그 용례(사어인 경우)
⑤ 문헌상 확인되는 최초 출현 문헌명 및 연도
⑥ 문헌상 확인되는 최후 출현 문헌명 및 연도
⑦ 형태소 분석(가능한 것만 직접구성성분 분석)
⑧ 형태의 시대별 변화
⑨ 의미의 변화
⑩ 관련어(동일 어기에서 파생된 다른 단어들)
이러한 기술은 항목별로 제시하여도 좋고 또 어느 항목은 묶어서 제시하여 주어도 좋다. 예컨대 ②-⑤는 한 항목 속에서 다루어질 수 있다. 또한 ⑦은 도표로 제시하여 주어도 좋다.
15. 맺는말
국어 어원 연구는 연구를 위한 많은 기초작업이 이루어져 왔다. 일부에서는 어원사전 편찬이 이루어져 왔다. 그리고 거의 완성단계에 있는 어원사전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필자도 같은 연구진들과 함께 현재 약 3,700여개의 어휘에 대한 어휘 역사사전의 간행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국어 어휘의 어원을 밝히는 작업을 해 보면서 이 작업이 얼마나 험난한 길인가를 알 수 있었다. 10명의 연구진이 2박 3일의 합숙을 하면서 기존에 기술해 놓은 어휘 역사 원고를 정리한 결과 약 50여개밖에 진척을 보지 못했던 경험은 어휘 역사 사전 편찬에 대한 희망을 꺾어 놓았는데, 하물며 어원사전의 편찬은 어떠할 것인가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러나 국어 연구의 꽃이 사전에 있듯, 국어사 연구의 꽃도 국어 어원사전에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어원 연구가 아무리 험난한 고난의 길이라고 해도 우리는 그 길을 가야 할 것이다. 외국에서는 이미 18세기부터 방대한 어원사전이 등장하였다는 사실에 자극을 받아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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劉昌惇(1971), 語彙史 硏究, 宣明文化社.
서정범(2000), 國語 語源 辭典, 보고사.
송민(1999), 韓國語と日本語のあいだ(Korean and Japanese in Comparative Perspective),
沈在箕(1982), 國語 語彙論, 集文堂.
이기문(1961), 국어사개설, 민중서관
이기문(1991), 國語 語彙史 硏究, 東亞出版社.
조영언 (2004), 한국어 어원사전, 다솜출판사.
趙恒範 編(1994), 國語 語源硏究 叢說(I), 太學社.
홍윤표(2008), 국어 어원 연구에 대한 관견, 한국어학 39, 한국어학회, pp.131-158.
N. Poppe(1965), Introduction to Altaic Linguistics, Otto Harrassowitz, Wiesbaden.
Ramstedt(1949), Studies in Korean Etymology, Studies in Korean Etymology, Helsin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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