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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일어나 하늘을 바라 본다. 동이 트려는 맑은 하늘에 낮 달이 걸려있다.
동틀 무렵의 몽블랑 산군들이 잠을 깨고 일어난다.
오늘은 좀 여유로운 트레킹 진행의 날이 되려는가.
그제(8/2)원래 계획한 발베니 에귀 느와르 캠핑장에 도달하지 못하고, 엘리자베타 산장 아래 작은 폭포 옆에서 와일드 캠핑을 하게 되어 일부 일정 변경이 불가피 하게 되었다. 그래서 어제(8/3) 콩발 호수 평탄로를 조금 걷다가 라 비자이 마을에서 버스를 타고 끄르마이예르를 경유하여 그랑조라스 캠핑장까지 버스로 진행을 하여, 캠핑장에서 야영을 하였기에 원래 계획된 휴식일 아닌 반쪽 휴식일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오늘은 변경된 일정으로 뚜르 드 몽블랑 최고의 트레일 TMB 42번 루트 '몽 드 라 삭스'(Mont de la Saxe 2,320m)천상의 능선을 걷는 날이 되었다. 즉, 그랑조라스 캠핑장을 베이스로 하고, 원점 회귀를 하려고 한다.
캠핑장에서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원삼, 최군은 비상식과 여벌 의류를 챙겨 보조 배낭을 매고, 나머지 연화.ek.박군은 스틱만 소지하고 캠핑장 앞 버스 정류장에서 어제 끄르마이예르 버스 터미널에서 구입한 버스 데이티켓(1일권 3.5유로)으로 버스를 타고 출발한다. 약 20분 후 어제 오후 잠간 머물러 낮익은 끄르마이예르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여, 어제 확인 답사하여 논 TMB 출발 깃점인 성 판탈레오네 성당 앞을 찾아간다.
성당앞에서 빌라이에르(Villair 1,327m) 마을 방향의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TMB 트레킹 또 하루를 시작한다. 마을길 도로를 따라 걷다보니 군데 군데 버스 정류장 표지판이 서있는것을 보니 빌라이에르 마을 상부까지 버스가 다니는 모양이다.
20여분간 완만한 오르막 도로를 걷고나니, 아스팔트 도로가 끝나고 임도 수준의 도로가 이어진다.
이어 빙하물이 흐르는 발 샤핀 계곡 다리를 건너자 마자 갈림길 이정표가 나온다. 이때부터 왼쪽으로 길을 잡아 삼림지대로 접어든다.
갈림길 삼거리
갈림길을 지나자 마자 급경사 오름길이 시작된다. 그러나 지그재그 오르막 구간으로 그리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보조 배낭을 맨 세 사람이나. 맨 몸으로 오르는 세사람이나 어제까지 어께를 짖누르는 무거운 배낭에 비하면 오늘은 날라리 트레킹을 한다고 할까. 출발점 성당 옆 담벼락에 흉상이 세워져 있듯이 여기 지나가는 길 옆에 추모비인가 기념비인가 세워져 있다.
길 옆에 세워진 기념비? 추모비?
하룻밤을 끄르마이예르에서 머물다 출발한 트레커들이 많이 올라온다. 아침인사가 봉주루~~에서 본 주르노~~ 로 바뀐다. 프랑스 인사말에서 이탈리아 인사말로 바뀐것이다. 올라 갈수록 연화가 힘들어 한다. 무거웠던 배낭도 없이 스틱만 가지고 오르는데 무엇이 힘들까? 아마도 긴장이 풀려버린 탓일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매사 마음먹기 달렸다고 하지 않던가. 말 사면 말 고삐 종에게 잡히고 싶다고, 편하면 더 편해지고 싶은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우릴 추월하는 젊은 트레커들 중에 무거운 배낭의 백 팩커들이 있는가 하면, 데이 백을 맨 가이드 팩 팀들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베르토네 산장으로 올라간다.
가끔 끄르마이예르 주민인 듯한 등산객들도 눈에 보인다. 그 중 나이 많은 할머니가. 제법 큰 배낭을 매고 대형 개와 함께 올라 오는데 대단하다 싶다. 끄르마이예르 주민이라면 산책을 하면서 개를 운동시키려면 가볍게 올라도 되련만,
고도를 높이자 끄르마이예르 시내가 눈아래 내려다 보인다.
울창한 삼림 사이로 멀리까지 시야가 트이니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앙상불이되어 멋스럽게 보인다. TMB 시작일 부터 오늘까지 너무 좋은 날씨가 계속되어 한 도움 톡톡히 하고있다. 우중 트레킹은 상상하기가 싫다. 남자들은 그런대로 견딜수 있지만, 여자들에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연화는 너무너무 싫어한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끄르마이예르 시내가 조그맣게 내려다 보인다.
끄르마이예르 시내가 내려다 보일수록 우리도 그만큼 올라가고 있음을 느낀다. 끄르마이예르 시내를 압도하는 끄르마이예르의 수호신인 몽쉐티프(Mont chetif 2,343m)의 삼각 봉우리가 우뚝 솟아 눈 높이에서 마주 보인다.
여기가 모든 트레커들이 카메라 앵글을 들이대는 포토 존이다.
우뚝 솟은 삼각 봉우리 몽쉐티프(Mont chetif 2,343m)의 위용
원삼.연화.ek가 카메라에 들어 왔다.
각자 절경을 카메라에 담으며...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그 아래 몽블랑 산맥과 빙하 그리고 삼림과 목초지의 앙상불.
액자용 사진 한 컷으로 건진 몽쉐티프(Mont chetif 2,343m)
끄르마이예르 시내 전경
연화 인증 샷
포토 존을 지나 한바탕 올라치면 드디어 베르토네 산장이 올려다 보이는 곳에 다다른다. 많은 트레커들이 한숨을 쉬며 쉬어가는 타임이다. 베르토네 산장(Rifugio Bertonne 1,989m)은 1970년대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산악인으로 1977년 몽블랑 뒤 따궐 근처에서 비행기 사고로 죽은 조르지오 베르토네를 기념하기 위하여 1982년 건축한 산장으로 커다란 암릉의 둔덕에 자리한 산장이다.
산장이 보이는 곳에서 한시름 놓은 트레커들...
이 곳에서도 산장까지는 완만하지만, 만만치 않은 걸음걸이를 해야한다. 시원한 맥주 한잔 생각을 하며 산장으로 향한다.
힘들게 산장에 도착했지만, 쉴만한 좋은 자리는 만원 사례다. 산장 뒤켠으로 돌아가 보니 산장 건물의 그늘에 쉴만한 공간이 있어 자리를 잡는다. 팀원들에게 맥주와 음료수(코카콜라)를 선택하여 주문을 받고, 최군과 박군에게 부탁을 하고, 잠시 기다리는 동안 잔듸 테라스 릴렉스 체어에 몸을 눕이고 쉬어 보나 햇볕이 너무 따거워 오래 있을 수가 없어 사진 한장씩 남긴다.
원삼.
최군
연화
일광욕을 좋아하는 유럽 트레커 한쌍이 몽쉐티프와 몽블랑 남벽과 함께 카메라에 들어와 있다.
액자 사진 또 한 점
멀리 세이뉴 고개가 보일려나.
따가운 햇볕아래 산장으로 힘들게 오르고 있는 한 무리의 트레커들...
시원한 맥주와 코카콜라로 목을 축이며 잠깐의 휴식을 즐기며...
늦게나마 나도 릴렉스 체어에 몸을 누이며 한 컷.
맥주와 콜라로 갈증을 해소하며, 산장에서의 꿀같은 휴식을 마치고 다시 길을 나선다. 산장에서 오르막을 15분정도 힘들게 오르면 문제의 갈림길 삼거리가 나온다. 편평한 구릉지에 원형 동판이 설치되어 있는데, 동판에는 알프스 주요 산군의 방향과 높이 그리고 유럽 주요 도시의 방위가 표시되어 있다.
모든 트레커들은 여기서 몽 드 라 삭스(Mont de la saxe) 능선으로 오를 것인가. 아니면 편안한 허리길을 걸어 보나티 산장 방향으로 갈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지점이다.
알프스 주요 산군의 방향과 높이, 그리고 유럽 주요 도시의 방위가 표시되어 있는 원형 동판
이 지점은 내가 처음 TMB 계획 당시부터 고뇌하면서 어렵게 결단을 해야 했던 곳이다. 몽블랑 TMB 구간중 알프스 산맥을 옆에 끼고 눈 높이를 맞춰 걸을 수 있는 환상적이면서 절대 놓쳐서는 않될 구간이 두 코스가 있다. 그 중 한 코스는 콩발 삼거리(약 2,000m)에서 짚 로드가 아닌 정상적인 TMB 코스인 아에르피 비에이(2,420m)를 경유 메종 비에이 산장(Rifugio Maison Vieille 1,956m)까지 걷는 코스인데 우린 꽁발 삼거리에서 짚 로드를 택하여 라 비사이 마을에서 버스를 타고, 이미 지나쳐 와버렸기 때문에 남은 한 코스는 오늘 우리가 가려고 하는 몽 드 라 삭스(Mont de la saxe) 코스이고 그래서 결코 가야하는 코스이다. 원래 계획은 8/2일 발베니 에귀 느와르 캠핑장에서 야영을 하고, 8/3일 하루 끄르마이예르 시내관광 겸 휴식을 취하고, 8/4일 즉,오늘 무거운 캠박 배낭을 매고 베르토네 산장을 올라 팀원들의 컨디션을 참작하고 여론을 모아, 이 갈림길에서 진행 방향을 결정 하려고 하였다. 불행이 다행인지 몰라도 일부 야영장 일정이 변경되어 그랑조라스 캠핑장에 머물게 되면서 그랑조라스 캠핑장을 베이스로 하면서 무거운 배낭을 매지 않고, 몽 드 라 삭스 능선을 오르게 되었으니 그 또한 행운인지 모른다.그러나 결과는 아무도 몰랐다. 몽 드 라 삭스 능선에서 비탐로를 헤매며 고생을 할지...
TMB를 떠나기 전 계획을 세우면서 몽 드 라 삭스 구간에 많은 시간을 들여 도(圖)상 훈련을 하였다. 일단 몽 드 라 삭스 능선에 들어서면 탈출로가 없기 때문에 떼뜨 베르나다(Te'te Bernada 2,534m) 봉 과 떼뜨 드 라 트롱슈( Te'te de la Tronche 2,584m)봉을 경유하여 급 경사 하강코스인 샤핀 고개(Col Sapin 2,436m)를 통과 아르미나 계곡을 따라 보나티 산장까지 가야한다.
상당히 힘들고 어려운 코스다, 연화를 비롯한 우리 팀원들이 과연 소화를 할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단축 코스를 찾다가 인터넷 지도상에 떼뜨 베르나다(Te'te Bernada 2,534m) 봉 못미처 작은 연못(물 웅덩이) 고도 2,130m 지점에서 좌측 사선으로 내려가 폐 목장터(La Lichere 2,115m)를 경유 라 레시(La Le'che 1,929m)에서 정상적인TMB 허리길 루트와 만나 보나티로 갈 수도 있는 희미한 선, 즉, 비탐로를 발견하고 선답자가 있는지 인터넷 검색을 수도 없이 검색해 보았으나, 찾을 수 없었지만, 만약의 경우 우회로 또는 비상 탈주로로 이미지 트레킹을 해 왔었다.
그 결정판이 지금 이순간이다. 과감하게 이정표 아래 발 페렛 허리길을 버리고 능선길로 올라간다.
눈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목책 아래 멀리 연화가 서있는 이정표에서 올라가는 길이 몽 드 라 삭스 능선으로 올라 가는 길이고, 빨간 원(자전거 표시) 표지석이 있는 방향이 허리길 들머리다.
몽 드 라 삭스 능선으로 올라가기 전 연화.
몽 드 라 삭스 갈림길 이정표
TMB 트레커 중 몽 드 라 삭스 능선길을 선택한 트레커는 5% 미만 정도???? 오늘도 우리를 제외한 트레커는 현재까지 전무하다.
몽 드 라 삭스 능선은 전체 TMB 코스 중에서 가장 빼어난 코스로 몽블랑 산맥의 산군을 가장 조망하기 좋은 코스로 결코 짧지 않은 가파른 고갯길을 30분 정도 올라서야 몽블랑 산군은 물론 360도 조망이 되는 환상적인 능선에 올라설 수 있다.
오르막을 오를수록 몽블랑 산맥 전체가 서서히 그 전모를 드러낸다.
몽 드 라 삭스 능선을 힘들게 오르고 있는 ek와 성냥갑처럼 작게 내려다 보인 베르토네 산장과 끄르마이예르 시내와 발 아래 서 있는 몽쉐티프.
보기와는 달리 몽 드 라 삭스 능선에 오르기가 만만치 않다. 과연 우리팀이 이 길을 백팩을 매고 올라갈 엄두를 낼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미치자 그랑조라스 캠핑장에 캠프를 설치한 것이 다행스럽기만 하다.
베르토네 산장부터는 나무 한그루 볼수 없는 목초지대가 펼쳐진다. 아직 8월 초인데 초지가 누렇게 말라 초록의 싱그러움을 찾을 수 없다. 올 해 유럽 전체가 유난한 가뭄을 겪고 있는 탓 일것이다.
ek가 2착으로 말 잔등같은 능선에 올라서서 사방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환호한다.
2 착으로 오른 ek
3착, 원삼
4 착, 연화
5 착, 최
마지막 6착, 박군
모두가 힘겹게 오른 만큼 거침없이 펼쳐지는 360도 팔방의 알프스를 눈에 담을 수 있는 호사를 누린다. 이 풍광을 어찌 작은 카메라에 다 담을 수 있단 말인가.
다시 한번 우리가 걸어왔던 방향으로 뒤돌아 본다. 가깝게는 지금 우리가 서 있는 몽 드 라 삭스 능선과 끄르마이예르를 지키고 있는 몽쉐티프와 브렌바 빙하, 그리고 멀리 사진 가운데 안부가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국경인 세이뉴 고개다.
후리 카에리( 振り返り) ,일본 산행을 하면서 자주 썻던 말이다. 산행을 할 때 앞을 보는것보다 뒤를 돌아보라는 것이다.
브렌바 빙하와 알프스 산군들
몽 드 라 삭스 능선에서만 볼 수있는 알프스 산군의 자태
천상의 능선에 오로지 우리 팀원만이 존재한다.
아름다운 천상의 몽 드 라 삭스 능선의 우리 대열에 외국인 트레커가 몇 사람 끼어 걸어가고 있다.
왔던 길을 배경으로 연화.
ek.
Mr 최(삼촌)와 박(조카)
원삼
그랑조라스와 어께를 나란히 한, 장소에 가지고 온 빵과 음료수로 점심을 때운다. 그런데 웬 날파리가 그렇게나 많은지 쉴수가 없다. 대충 식사를 마치고 자릴 뜰 수 밖에 없다.
몽 드 라 삭스 능선에서의 런치 타임.
선답자들의 기록에는 능선상에 물 웅덩이가 서너군데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작은 흙 구덩이만 있을뿐, 물이라고는 한방울도 없다. 가뭄이 심하기는 심한 모양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가뭄이 우리 트레킹 일정에 도움이 되고 있음에 역지사지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떼뜨 베르나다 봉 오름 직전에 능선상 제일 큰 물 웅덩이가 있는 곳이다. 이 웅덩이에 물이 가득 차면 웅덩이 물에 건너편 그랑조라스가 잔영으로 비추어진 모습 일텐데...
웅덩이에서 그랑조라스를 배경으로 원삼.
연화
ek
Mr 최
박군
노짱
펌 사진<물이 있을때 몽 드 라 삭스 >
문제의 마른 물 웅덩이 지역에 당도 하였으니, 떼뜨 베르나다 봉으로 올라갈것냐 아니면 좌측 사선으로 내려가느냐 를 결정해야 한다. 목표대로 힘들었지만 천상의 몽 드 라 삭스 능선도 걸어 보았으니, 올라가는것 보다. 내려가는 것을 원한다는 것은 물어보나 마나일 것이다.
지도상에서 보았드시 마른 물 웅덩이 끝에서 좌측 사선으로 내려가는 길이 제법 뚜렷하게 보인다. 분명 사람들이 다닌 흔적임에 틀림없다. 그 길을 따라 내려가면 1차 목표 지점인 폐 목장터가 나올것이다.
비슷하게 내려가면서 전진을 해보니 능선과는 다르게 수풀이 무성하여 점점 사람이 다녔을 만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길도 아닌 길을 찾아 이리저리 헤메이며 전진하다보니 뒤따라 오던 팀원들과 거리도 멀어진다.
내가 보이지 않을 때 마다 연화의 화난 목소리로 나를 부르며 불평이 가득하다. 나는 나대로 길을 찾지 못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데...
무성한 수풀을 헤치며 내가 간 흔적을 찾아 따라오고 있는 팀원들...
어렵게 헤메고 내려 온 길이 얼마인데 다시 원점으로 올라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설령 올라 간다고 치더라도 그 이후에는 어디로 갈것인가. 우리가 지금 가고 있는 방향으로 볼때 크게 잘 못 간것이 아니고, 다만 탐방로가 아닌 비탐로를 가고 있어 조금 불안할 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암.빙벽까지 섭렵한 원삼이와 나에게는 이런 길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나머지 네 사람에게는 당황스럽고 불안하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 지사다. 후일담으로 들었지만, 산행 경험이 많지 않은 제일 젊은 박군이 수풀에 미끄러져 추락한 것을 가까스로 움켜잡고 구조(?)를 하여, 한때 박군이 혼비백산 하였다고 한다.
갈수록 무성한 수풀속 미로를 찾아서...
눈 사태 방지 철책 구간을 어렵게 지난다. 아무리 수풀이 무성하여도 오래전이라도 사람이 다닌 흔적은 알 수있을 터인데, 그런 흔적은 보이지 않고 짐승들이 다닌 흔적만 보일 뿐이다. 등산용 고도시계가 고장난 것을 출발 직전에 알게되어 그냥 두고 왔더니 후회 막급이다. 지도상 출발지 능선 물 웅덩이 고도가 2,310m, 1차 목표지인 폐 목장의 고도가 2,115m. 고도시계만 있었다면 현 위치를 대강 가늠이라도 할 수있을 텐데...
수풀 더미 사이사이 야생 불루베리가 지천으로 열려있어 한 움쿰 따서 입에 털어 넣으니, 그런대로 갈증이 해소되어 뒤 따라오는 팀원들에게 알려주고 이럴 때 일수록 침착하게 대처해야 하기에 여유를 가지고 한 시름 쉬어 가기로 한다.
많이 내려 왔는지 그랑조라스가 많이 높아 보인다.
파노라마로 한 컷 더...
대원들을 기다리며 한참을 쉬다가 일어나 전방을 살펴보니 폐 목장터 있었던 평평한 지역이 눈앞에 보인다. 얼른 뛰어가 보니 확실한 폐 목장터가 분명하다. 작은 샘터 같은 곳도 보이고 물이 질컥거리는 넓은 습지가 펼쳐진다. 그리고 보이지 않았던 희미한 비탐방로가 이어지고 멀리 TMB 정상 루트에 오가는 트레커들이 보인다.
폐 목장터에서 바라 본 그랑조라스
이제 TMB 길을 만나 보나티산장까지 편한 허리길을 걸어가면 된다. 뒤 따르던 팀원들에게 확실한 비탐로를 찾았으니 걱정 말라고 하면서 멀리 내려다 보이는 발 페렛 계곡에 우리의 베이스 캠프가 있다고 위안을 준다.
자동차 도로가 있는 발 페렛 계곡이 내려다 보인다.
2차 목표지 폐목장이 있는 라 레시(La Le'che 1,929m)에 도착하여 반가운 정식 TMB 길에 합류를 하고, 폐 목장 수전에 흘러내린 물로 목을 축이고 잠시 쉬어 가기로 한다. 결과적으로 13시30분에 몽 드 라 삭스 능선에서 출발하여 15시30분에 TMB 길에 합류를 하였으니, 약 2시간을 비탐로를 헤맨것이다.
반가운 TMB 이정표(베르토네 산장과 보나티 산장의 중간 지점)어느쪽 산장으로 가던지 1시간 15분 걸린다.
다 같이 한 숨 돌리고 휴식을 취한 후, 보나티 산장으로 출발한다. 이제부터는 둘레길 수준으로 편하게 걸을 수 있음에 다들 부담이 적을 것이다.
아르미나 계곡 다리에 배낭을 내려 놓고 흐르는 맑은 물에 손과 얼굴을 씻고 피로를 풀어 본다. 이 계곡 최 상부가 샤핀 고개로 우리가 떼뜨 베르나다 봉을 거쳐 떼뜨 드 라 트롱슈에 올랐다면이 계곡을 따라 내려 올 수 있다.
샤핀 고개에서 부터 이어지는 아르미나 계곡 다리
이 곳 목장 옆 계곡길로 내려가면 차도가 나오고 버스편으로 우리 베이스캠프인 그랑조라스 캠핑장까지 갈수가 있으나, 여기까지 와서 보나티 산장을 지나칠 수는 없다. 오늘 보나티 산장을 가지 않으면 다음 날 이어지는 TMB 루트에도 빠지게 된다.
팀원들을 독려하여 오늘 마지막 목적지인 보나티 산장까지 힘을 내 보자고 당부를 한다. 지금은 어떤 팀원에게는 보나티 산장의 의미가 별로일 수도 있지만 지나고 보면 분명히 보람과 자긍심을 느낄것이기에 밀어 부친다.
보나티 산장 지붕 끝이 보인다.
보나티 산장으로 올라가는 삼거리에서 산장까지 올라가기 힘든 팀원은 삼거리로 다시 내려 올것이니 기다려도 된다고 하였는데, 생각 외로 연화를 제외하고 모두들 기꺼히 올라가겠다고 한다.
연화를 혼자 두고 올라갈 수 없어 같이 천천히 올라가자고 하였으나, 막무가내 올라가지 않겠다고 한다.
많이 힘들었든 모양이지만, 인터넷에서 보여 주었던 한글 안내판이 산장 바로 밑에 세워저 있으니 인증 샷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냐고, 설득과 설득 끝에 억지 춘향으로 같이 올라가게 된다.
보나티 산장으로 올라가면서... 건너편 알프스 산군
한 무리의 사람들이 말을 몰고 내려오는데, 그 중 한 노년의 사나이가 말을 타고 내려온다. 말이 사람보다 크다는것은 알았지만, 막상 옆에서 보니 생각보다는 말이 엄청나게 크다. 그러니 사람을 태우고 질주를 할 수 있는것인가 보다.
말탄 사람과 그 무리들과 개들
최군도 신기한 듯 카메라를...
힘들게 올라오고 있는 연화.
말을 타고 내려가는 대단한 노인장.
훨 가까워진 월터 보나티 산장(Rifugio Walter Bonatti 2,025m)
산장 아래 이정표와 세계 각국어로 "환영한다"라고 적혀 있다. 물론 한글도 적혀 있다.
모든 팀원들이 산장에 도착하여 시원한 맥주와 음료수를 마시며, 오늘 하루 힘든 여정을 이야기 한다.
보나티 산장 앞에 이탈리아 국기와 함께 한, 그랑조라스 남면
보나티 산장 앞에 이탈리아 국기와 함께 한, 그랑조라스 남면
보나티 산장에서 본 그랑조라스 남면
그랑조라스 남면 빙하
보나티 산장에서의 짧은 휴식을 마치고 왔던 길로 다시 내려가 삼거리를 지나면 급 경사 지역의 수림지대로 들어선다. 40~50분정도 내려 오면 계곡 작은 다리가 있는 아스팔트 도로에 도착을 한다. 사전에 공부한 27번 버스정류장에서 팀원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멀리서 버스가 오고 있어 빨리 내려 오라고 소리쳐 부른다. 이에 뜀박질로 내려와 간신히 전원 버스에 탑승을 한다.
이 구간 보나티 산장에서 머물지 않거나, 몽 드 라 삭스 능선을 경유하지 않은 트레커들은 다음 버스 정류장에 있는 라 바쉐 호텔(hotel Restaurant La Vachey 1,642m)에 주로 머문다. 라 바쉐 호텔은1900년대 꾸르마이예르에서 대장간을 운영하던 앙리 그리벨이 빙벽등반에 필수품인 슈타이그아이젠을 최초로 제작한 이후 그라벨 가문의 대장간은 빙벽장비 개발 역사의 산증인이 되었으며, 그 후 '그리벨'이라는 브랜드는 빙벽장비의 세계 표준으로 인정받고 있는 그리벨 가문의 후손들이 현재까지 호텔을 운영하고 있어 유명하다고 한다.
그리벨이란 장비 브랜드는 원삼이와 내가 암.빙벽을 할 때 사용한 장비로 잘 알고 있다.
우린 20번 정류장에서 내려야 한다. 버스티켓은 버스 터미널에서 구입한, 데이 티켓(1일 무제한 사용 3.5유로)을 사용하였다.
연화와 ek에게 19번 정류장 표시가 나오면 내릴 준비를 하도록 부탁을 하였는데, 두 사람 다 깜빡 했는지 어느새 20번 정류장을 지나고 있어, 스톱~ 스톱을 외쳐 간신히 정류장을 조금 지나서 내릴 수 있었다. 만약 버스 한 정류장을 더 갔다면 피곤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걸어서 캠핑장까지 백을 해야 할뻔 했다.
고생은 하였지만, 아무나 걸을수 없는 TMB 최고의 코스 몽 드 라 삭스 능선을 무사히 마쳤다는 성취감을 안고 하루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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