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일 칼럼- 명분
명분(名分)
광해군은 임진왜란 때 세자 분조(分朝)를 이루어 전시 동원을 지휘하는 등 엄청나게 고생한 분이다.
선조가 승하한 1608부터 1623년 인조반정이 일어나기 까지 15년간 재위하면서 전후 민심수습과 불타버린 궁궐을 복원 하는데 전심전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폐모살제(廢母殺弟)>라는 명분을 주어 인조반정이 일어나게 만들었다. 그것이 결정적인 실수였다.
<폐모살제>란,이복동생인 영창대군을 죽이고 새 어머니 인목왕후를 유폐한 것을 말한다.
이는 유교사회에서 패륜의 극치로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그로 인해 서인이 주도한 인조반정(1623)에 의해 폐위가 되고 강화도 교동에 위리안치 되어 15년을 살다가 세상을 버렸다.
이처럼 정치인은 정적에게 <명분(名分)>을 주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최근 윤대통령은 일제 강점기시 일본기업의 체불 임금을 한국정부가 대신 배상해 준다는 시책을 내놓아 정적들에게 굴욕외교의 <명분>을 주었다.
일본이라 하면 괜히 물어씹고 싶은 것이 한국 사람들의 정서이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韓日請求權協定)이 체결되었다.
이 협정에서, 일본은 한국에 대해 조선에 투자한 자본과 일본인의 개별 재산을 모두 포기하고, 3억 달러의 무상 자금과 2억 달러의 차관을 지원하고,
한국은 일체의 대일 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렇다면 그 자금을 활용, 잘 살게 된 마당에 정부가 일본을 대신하여 배상금을 줄 수 있는 문제다.
그것을 이해 시키지 못하고 굴욕외교를 한다고 오해하는 바람에 사단이 벌어진 것이다.
5.16~5.17일 건설노조의 노숙 데모에 이어, 어제 20일 오후 2시에는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들이 세종대로를 점거하는 대규모 데모가 있었다.
G7 회의 참석차 일본에 간 윤대통령을 향해 <오염수 조사, 윈폭피해 등 굴욕외교 그만하라!>고 구호를 외치고 나섰다.
요 며칠전에는 개 키우는 업자들이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 개를 싣고 와서 개를 풀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고 조계종 승려들이 죽비를 들고 딱딱 치면서 <굴욕외교 중지하라!> 고함 질렀으며,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간호사들 까지 데모를 벌였다.
조금 있으면 대학생 집회, 야간 촟불집회 등이 일어나고
데모로써 낮과 밤을 지새우는 일이 벌어질 터인데, 경찰이 도저히 견뎌내지 못할 것이라 본다.
사회혼란이 가중되면 북한이 가만 있지 않을 것이다.
혼란 현장에 특수부대원을 파견하고 서해안, 고성수복지구 등에 포사격을 가해오고 일부 전투를 벌여올 것이라 본다.
그러기 때문에 지난 11일, 군의 원로 김관진 전 국방장관을 국방혁신위원으로 임명한 것이다.
윤대통령은 한미일 3국이 굳건한 동맹체제를 이룩하기 위하서는 일본기업의 임금배상 정도는 괜찮을 것이라 보았지만 이는 큰 패착이다.
정적들에게 <명분>을 준것이다.
<대국민 담화문>을 내고 양해를 구하라고 소제는 건의했지만 대통령실은 듣지 않았고 이젠 시기를 놓쳤다.
민심은 부글부글 끓고, 정세는 더욱 난감하게 꼬여들어 갈 것이라 본다.
계엄령을 선포해서 또 한차례 소동을 겪는 수 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고 본다.
나라의 앞날이 풍전등화에 놓인 작금이다.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일을 <명분>을 만들어 주어 큰일을 만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