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안
아내는 안에다가 해 하나 품고 살고
사내는 그 해 가득 품에다 숨겨 살고
안방에 안채 안마당 안식구의 몫이지
안[內]
아내는 안에다가 해 하나 품고 살고
사내는 그 해 가득 품에다 숨겨 살고
안房에 안채 안마당 안食口의 몫이지
안(2)
양파를 잘라보면 겹겹이 싸여 있고
나무의 나이테는 속속들이 세월이라
밖에서 발끝 세우고 댓돌 마루 살피네
안(2)
洋파를 잘라보면 겹겹이 싸여 있고
나무의 나이테는 속속들이 歲月이라
밖에서 발끝 세우고 臺ㅅ돌 마루 살피네
앞
간다고 다는 아냐 어떻게 가야냐지
우보로 뚜벅뚜벅 가야할 구만릿길
가끔은 뒷태도 살펴 외투자락 여미며
앞[前]
간다고 다는 아냐 어떻게 가야냐지
牛步로 뚜벅뚜벅 가야할 九萬里ㅅ길
가끔은 뒷態도 살펴 外套자락 여미며
얼
아홉 개 구멍 중에 목 위로 일곱 구멍
어디로 들락날락 도무지 알 수 없고
혼불로 절친한테만 보여주고 간다네
얼
아홉 個 구멍 中에 목 위로 일곱 구멍
어디로 들락날락 도무지 알 수 없고
魂불*로 切親한테만 보여주고 간다네
* 최명희 대하소설 ≪혼불≫은 있으나 국립국어원 표준대사전 등재 어휘는 아니다.
열
구에다 일을 더해 두 자리 수 십이 되네
생각을 가두는 힘 십진법 무소불수
이진법 디지털 새힘 뚫어낼 수 있을까
열[十]
九에다 一을 더해 두 자리 數 十이 되네
생각을 가두는 힘 十進法 無所不數*
二進法 디지털** 새힘 뚫어낼 수 있을까
* 못 세는 수가 없다.
** Digital.
온
열에 열 곱하거나 즈믄을 열로 나눠
온세상 온우주는 헤아릴 수 없는 수요
몽땅 다 주고픈 님께 온마음을 바치네
온[百]
열에 열 곱하거나 즈믄을 열로 나눠
온世上 온宇宙는 헤아릴 수 없는 數요
몽땅 다 주고픈 님께 온마음을 바치네
※ 우리말 고어(古語)로는 ‘일백(一白)’의 뜻이고, 국어사전에 등재된 순우리말은 ‘모두’의 관형사 또는 접두사이다.
옷
뼈가 있고 살이 있고 그 위를 걸칠세라
저마다 색색깔로 철마다 바꿔 입어
오늘은 무얼 입을까 입을 옷이 없다네
옷[衣]
뼈가 있고 살이 있고 그 위를 걸칠세라
저마다 色色깔로 철마다 바꿔 입어
오늘은 무얼 입을까 입을 옷이 없다네
※ 아내는 항상 ‘입을 옷이 없다’고 옷타령을 합니다.
윷
※ <천지굴렁>의 147쪽에 게재되었음.
울
부모님 살아실 제 자식의 산울이라
나 많아 돌아가도 바다 속 산호초니
매몰찬 바람과 파도 한풀 꺾어 주시네
울[籬]
父母님 살아실 제 子息의 산울이라
나 많아 돌아가도 바다 속 珊瑚礁니
매몰찬 바람과 波濤 한풀 꺾어 주시네
울(2)
돌담이 아니라도 둘러 두니 여간 좋다
헐어서 개나 괴나 맘대로 들고나도
사립을 밀고 나서니 사람답다 싶구나
울(2)
돌담이 아니라도 둘러 두니 여간 좋다
헐어서 개나 괴나 맘대로 들고나도
사립을 밀고 나서니 사람답다 싶구나
입
먹어야지 말해야지 쉴 새가 어디 있나
노래는 아주 가끔 헐뜯고 씹고 삼켜
전염병 닥쳐라 하고 아랑곳이 없어요
입[口]
먹어야지 말해야지 쉴 새가 어디 있나
노래는 아주 가끔 헐뜯고 씹고 삼켜
傳染病 닥쳐라 하고 아랑곳이 없어요
※ 코로나19로 인해 전에 없던 입단속이 아주 심한 시절을 살았습니다.
입(2)
말씀이 나실 적에 복 나고 화는 들고
음식은 드신 후에 아래로 나셔야만
혀 아래 군침 고인듯 열고 닫고 하리라
입(2)
말씀이 나실 적에 福 나고 禍는 들고
飮食은 드신 후에 아래로 나셔야만*
혀 아래 군침 고인듯 열고 닫고 하리라
* 나시어야만, ‘나다(出)’의 존칭을 ‘나시다’로 봄.
입(3)
한 일 자 꾹 다물고 코더러 숨 쉬라고
눈 감고 고개짓에 대답을 맡길지라
웃을 때 먹을 때 말고 닫아두고 살지라
입(3)
한 一 字 꾹 다물고 코더러 숨 쉬라고
눈 감고 고개짓에 對答을 맡길지라
웃을 때 먹을 때 말고 닫아두고 살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