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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샤텔 호수 전망대
라우터브루덴 캠핑장에서 하루 더 묵을까도 고민했지만, 다음 일정에 따라 제네바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체크 아웃하니, 캠핑장 비용이 94 스위스프랑이 나왔습니다. 원래 금액보다 많이 저렴해서 다시 물었더니 비수기에는 20%더 할인이라고 합니다. 가야할 일정의 반을 소화했는데, 좋은 곳에서 휴식하고 나니 몸도 마음도 충전이 되었습니다. 발걸음도 가볍습니다. 선물같은 이틀을 보내고 이제 뇌샤텔과 로잔을 거쳐 제네바로 이동합니다. 10시 30분에 차로 출발을 시작합니다.
스위스의 수도 베른을 지나갑니다. 베른에도 볼거리들이 많습니다. 한 나라의 수도치고는 지나치게 작은 도시입니다. 하지만 베른은 관통하여 지나가기고 하고, 바젤 대신 뇌샤텔 방향을 택했습니다. 12시 15분에 뇌샤텔 도심으로 들어섰습니다. 우선은 뇌샤텔 호수변에 주차를 했습니다. 따사로운 햇살에 호수변에 나와 점심식사를 하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저마다 샌드위치, 샐러드와 음료를 가지고 호수변에서 점심을 즐기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근무하다 나온 사람들도 있는 듯 싶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통영과 비슷할까요? 호수방향으로 걸어나갈 수 있는 전망대가 있습니다. 운치있는 곳에서 사진을 담아 봅니다.
뇌샤텔 호수는 무척 근사했습니다. 불같은 사람이었던 기욤 파렐이 일했던 뇌샤텔 교회를 방문하기로 합니다. 조용하게 학자의 삶을 살려했던 칼뱅을 꾸짖어 종교개혁의 한복판으로 이끌어낸 인물이기도 합니다. 뇌샤텔의 도심도 고풍스러움이 가득 남은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에 요들송을 부르는 작은 공연이 거리공연이 벌어졌습니다. 스위스 전통복장의 소녀들이 손에 전통악기를 잡고 맑고 투명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릅니다.
마을 위쪽에 자리잡은 교회에서 내려다보는 뇌샤텔 호수와 도시의 전망이 분위기 있습니다. 화장실이 급해서 주변에 있는 맥도날드를 찾았습니다. 왠만하면 유료화장실은 안가고 최대한 무료 장소를 이용했습니다. 맥도날드와 스타벅스는 화장실이 무료이고, 식당에서 식사 할 때에도 무료입니다. 뇌샤텔 맥도날드는 예외인가 봅니다. 맥도날드 조차 유료입니다. 당황스럽습니다. 그냥 잠깐 참기로 합니다. COOP 매장을 찾아가서 과일과 빵, 샐러드를 서서 로잔으로 이동합니다. 이동식 샐러드 만들기는 간단합니다. 깨끗하게 만들어진 샐러드를 팝니다. 소스만 원하는 것을 구매해서 뿌려서 포크로 찍어 먹으면 끝. 차량 이동중에 먹는 샐러드ㅡ인기가 좋습니다.
로잔입니다. 날이 흐려져서 인지 뇌샤텔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릅니다. 파란 하늘과 햇살이 얼마나 큰 변화를 주는지 모릅니다. 로잔도 아름다움에선 빠지지 않는 도시인데, 뇌샤텔과 달리 회색빛 우울함이 감도는 도시처럼 느껴집니다. 개혁자인 비레의 부조를 사진에 담고, 시내 광장에 있는 비레 분수도 담아봅니다. 언덕에 위치한 교회를 둘러보기 위해 주차를 했는데, 내부를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공익요원이 딱지를 발부하는 중입니다. 걸어내려오는 도중에 보니 차량마다 줄줄이 딱지들이 붙었습니다. 급한 마음에 먼저 뛰어내려 갑니다. 다행히 차량앞은 깨끗합니다. 휴우ㅡ 한숨을 내어쉬고 내려오는 가족을 담아 바로 제네바로 이동합니다. 머물 곳이 아닌 경유지는 목적한 지점들만을 찍고서 바로 움직이기로 합니다.
부러진 다리는 지뢰의 위험성을 알리는 상징물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제게 다가서는 느낌은 UN, 하나됨을 열망하지만 결코 하나가 되지 못하는 UN의 현주소를 보는 상징물로 보여집니다.
제네바로 가는 길에 비가 조금씩 흩뿌리기 시작합니다. 큰 가게나 슈퍼가 있는 휴게소는 화장실이 유료입니다. 하지만 고속도로에 눈에 띄는 졸음쉼터같은 휴게소가 따로 있습니다. 이곳에는 간이매점이 있고 화장실도 무료입니다. 제네바에 진입할 때의 시간이 오후 4시 50분입니다. 취리히에서의 교통악몽이 떠올랐습니다. 퇴근시간인데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찾은 곳은 UN입니다. 반기문 총장을 만날 수는 없지만, 제네바에 오면 필수적으로 들러야 할 곳입니다. UN 청사 앞에 있는 부러진 다리 조형물과 UN 담벼락에서 사진을 담습니다.
성 제르베 성당을 들렀다가 성 피에르 성당에 도착했습니다. 성 삐에르 교회 옆에 비교적 현대식 건물이 있어 안에 들어갔습니다. 연세 지긋하신 분들이 모여서 열심히 노래를 연습중에 있습니다. 막둥이가 화장실이 급하다고 발을 동동입니다.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화장실이 보이지 않습니다. 정중하게 한 분께 양해를 구했더니, 이런저런 얘기를 물으시곤 앞 쪽 옆에 있는 작은 공간에 설치된 화장실로 안내합니다. 가족이 화장실 볼 일을 다 끝낼 때까지 열쇠를 들고 기다리고 계셨기에 조금은 눈치가 보였습니다.
성 삐에르교회는 시간이 되어 문을 닫았습니다. 내부를 보고 싶었는데, 보지 못하게 생겼습니다. 하룻밤을 제네바에서 묵고 내일 다시 오자고 했습니다. 이미 캠핑장을 찾아갈 시간은 늦어 버렸습니다. 비도 계속 부슬거렸기 때문에 작은 다리하나 건너 스위스와 프랑스의 접경위치에 놓인 Ibis budget 호텔에 방을 2개 스마트 폰으로 예약했습니다. 가족실이 없어 방을 2개 빌려야 했는데, 방 하나에 97스위스프랑 도합, 194스위스 프랑입니다. 앞선 4일치 숙박비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스위스의 물가를 제대로 경험하는 순간입니다. 이제 호텔을 잡았으니 일찍 서두들 필요없이 바스티옹공원으로 갑니다.
왼쪽에서부터 파렐, 칼뱅, 베자, 녹스
흐린 날씨, 어둠이 내려앉기 전에 넓다란 바스티옹 공원을 이리저리 헤집고 다닙니다. 16세기 종교개혁의 중요한 인물 4인이 조각된 부조가 있는 곳에서 기념사진을 담아봅니다. 근처에 있는 제네바 대학도 방문했습니다. 아직 제네바에서 보지 못한 호수변과 성 삐에르교회의 내부는 내일 다시 보기로 하고, 숙소로 이동합니다. 호텔에 들어가면 중요한 단점이 하나 발생합니다. 식사를 만들어 먹을 수 없습니다. 호텔 근처에 만만한 피자집에 들어갑니다. 빗줄기가 굵어졌습니다. 오랜만에 폭신폭신한 호텔에서 잠을 청하게 되었습니다. 아내는 곤했는지 벌써 잠들었습니다.
여행중 가장 비싼 비용을 지불한 Ibis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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