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매2리~208.3m~마현산~신령천/금호강합수점
경상북도 영천시 임고면 삼매2리의 산협마을 매곡부락,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는
열기를 가득 품은 햇살이 흔전만전 쏟아져 내린다.이상(李箱)의 수필 '권태(倦怠)'를
떠오르게 할 만큼 산협은 한적하고 고요하기만 하다.마을을 찾는 이가 적을 수는
있겠다.그렇지만 짖는 행위를 천직으로 하는 마을의 집개들도 이럴 수는 없다.낯선
과객들이 마을의 한복판까지 들어섰는데도 불구하고 눈여겨 살펴보거나 관심표현쯤
으로 한 두번 으르렁 댈만도 하지 않은가.모든 일이 귀찮고 따분하고 지루하기만 한
거다.권태스러운 삶,그것은 생에 대한 좌절이고, 비애이며 허무적 상태의 자각을
말한다 하겠다(11시쯤).
오뉴월의 가뭄치고는 유래가 없이 긴 대한에 온누리의 산천초목은 갈증에 목말라
하며 시나브로 메말라 간다.마을 회관을 지나서 마을 고샅을 막 벗어나는 지점의
갈림길 어귀에 '산수정(山水亭)'이라고 써 있는 갈색 바탕의 사각의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중요민속자료 제24호의 산수정은 좌측의 길로 100m쯤 이동을 하면 만날 수
있다고.지맥의 주능선으로 붙는 일이 시급한 지맥의 산꾼들은 산수정 방향의 좌측
길로 접어든다.곧바로 만나게 되는 선원천(仙源川)은 바닥을 거의 드러낸 메마른
상태로 푸릇푸릇한 이끼들이 그나마 남아있는 계류 주변으로 더께를 이루고 있다.
오늘 산행의 들머리이자 산수정 입구
경운기 엔진을 부착한 지친 표정의 낡은 양수기 한 대가 너럭바위 한구석에서 고단
한 몸을 의탁하고 있다.선원천을 뒤로하고 복숭아밭의 곁을 지나가면 다갈색의 낙엽
이 수북하게 내려앉은 수렛길이 지맥의 산꾼들을 기다린다.수렛길은 갈지자를 그려
가며 수직상승을 안내한다.머지않아 지맥의 주능선 안부에 붙게 되고 계속이어지는
지맥의 방향은 좌측 편이 된다.산길은 여느 지맥의 산길에 비하면 뚜렷하고 번듯하기
만 하다.거추장스럽기만 하던 잡목들의 방해도,가시넝쿨들의 무지막지한 위협도 느낄
수 없는 산책로 느낌의 산길이다.
잡풀로 뒤덮혀 있는 두 기의 납작한 봉분을 지나면 기본 석물을 갖춘 교하노가의 번듯한
묘지도 가로지르게 된다.꺽다리 소나무들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이 연출하는 기하학적
무늬가 영롱하게 산길을 수 놓는다.바람 한 점 불어오지 않는 숲이지만 부드럽고 밋밋한
산길은 고즈넉하기만 하다.지맥의 산길은 내세울 만한 지형지물이 마땅하게 나타나지
않는다.산행일기를 써 나가는 입장에서는 진행상황을 펴나가기가 곤혹스러운 경우가
마땅한 지형지물이 드문 경우이다.결국은 대안으로 떠 오르는 것이 지맥의 산길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수많은 묘지들이 그것이다.
지맥을 잇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묘지들,곧 죽은 자들의 영원한 안식의
거주지,실제의 삶에서의 층하 못지않게 영면의 안식처도 천양지의 층하를 나타내고
있다.산 자들의 허영을 채우는 허례에 불과한 쓸데없는 묘지들이 아직도 전국의
산지를 야금야금 좀 먹어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사철 굽힐 줄 모르게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는 믿음직한 소나무들이 줄을 잇는 산길이다.그리고 지맥의 주능선
한복판을 차지하고 있는 묘지들도 빈번하게 모습을 드러낸다.영양이가의 묘가 자리
하고 있는 붕긋한 멧부리를 넘어서서 다시 한 번 완만한 치받이 산길을 올려치면
소나무들이 무성하게 우거진 붕긋한 멧부리에 오르게 된다.삼각점으로 권위를
부여받은 해발 246.5m봉이다.
이곳 삼각점 봉에서 묘지 두어 군데를 더 가로지르면 바람을 가르며 질주하는 차량
들의 소음이 귓전을 울리는 익산-포항간 고속도로가 빤히 내려다 보이게 된다.고속
도로 절개지 경계를 따라 울타리가 둘러쳐져 있다.울타리 곁을 따라 우측의 완만한
비탈을 내려서면 고속도로를 건널 수 있는 야생동물들의 생태통로 육교가 보이는데
부득이 하게 그 생태통로를 경유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생태이동통로 육교 입구에
'통행금지안내'입간판이세워져 있다.
익산-포항 고속국도
야생동물 보호와 안전한 고속도로 환경을 위하여 부득이하게 통행을 금지하고 있으니
양해를 바란다는 내용이 담겨있는 입간판인데,우리들 처지도 부득이한 측면이 있으니
양해를 바란다는 심정으로 생태이동통로의 육교를 주뼛거리며 넘어선다.육교를 넘어
서자마자 좌측의 숲으로 '길없는 길'을 막무가내로 들어서서 온갖 잡목들과 넝쿨들의
거센 저지를 뚫어가며 지맥의 산길로 붙느라고 애면글면 한다.허우대가 끌밋하고 튼실한
소나무 한 그루가 수문장처럼 지키고 있는 둥긋한 멧부리를 넘어선다.
한창 성장기에 접어든 잦나무들의 숲 길을 빠져 나가면 산길은 지맥을 가로지르는
2차선 차도(14번)로 내려서게 된다.죽천고개이다.영천시 화남면과 임고면 사이의
14번 차도가 넘나드는 죽천고개 언덕배기를 곧바로 가로지르면 완만한 산비탈에
층하를 두고 자리한 여러 기의 묘지들의 곁을 지나가게 된다. 오천정가들의 묘역
이다.숲 길은 다갈색의 솔가리가 수북하게 내려앉아 있는 푹신한 산길이다.소나무
들이 드리운 그늘이 아늑하고 고즈넉하기는 이전의 산길과 다를 게 없다.멀지 않은
곳에서 뻐꾸기 울음소리가 들려온다.말을 타고 서울 가신 우리 아빠가 비단 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는 때가 뻐꾸기가 우는 계절이 아니었던가.
죽천고개
멧부리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언덕 같지도 않은 소나무가 무성하게 우거진 밋밋한
봉우리를 지나면 벽진이가의 묘지를 지나고 솔가리를 잔뜩 뒤집어 쓰고 있는 묵묘
의 곁도 지나간다.그런 뒤에 오르게 되는 멧부리가 소나무들 만의 해발 239m봉이다.
산길은 꺽다리 소나무들이 꾸며놓은 숲 길이 꾸준하게 이어진다.삼거리 갈림길이
산객의 의중을 묻는다.맞은 편의 번듯하고 이전의 산길보다 폭이 다소 널찍해진
직진의 산길로 발걸음을 옮긴다.맞춤맞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소나무들과 그
그늘아래에서 지친 입산객들을 기다리는 쉼터용 등받이의 긴 의자가 마련이 되어있는
쉼터가 기다린다.
매호마을(우측)로의 등하행 산길이 나 있는 삼거리 갈림길,지맥의 방향은 산행안내
이정표가 가리키는 일성부원군묘소 쪽이 된다.펑퍼짐한 외양의 봉우리 언저리에서
마른 목을 축이고 과일 하나로 입매를 대신한다.날씨가 무더워서인지, 바람이 미약
해서인지는 몰라도 땀은 쉴새없이 줄줄 흘러내린다. 손길이 연신 식수통으로 향한다.
멧부리라고 부르기도 미흡한 해발 208.3m봉에서의 삼각점을 구경못하고 그곳을
내려서면 오천정가들의 묘역을 가로지르게 된다.
철망울타리를 빙 둘러쳐놓은 묘역을 지나가면 거대한 송전철탑이 기다리고 송전
철탑을 뒤로하고 완만한 오르막을 오르면 삼각점이 부여 된 해발181.7m봉에
오르게 된다.그곳을 내려서면 한 아름이 넘어뵈는 노송 한 그루가 수문장처럼
서 있는 잡풀이 무성한 널찍한 개활지 한복판을 가로지르게 된다.묘역으로 조성이
된 공간인지, 구석 이곳저곳에 묘지가 보인다.그곳을 지나서 얼마 안 가면 향나무
수십 그루로 울타리를 삼은 김령김가의 묘역 곁도 거푸 지나가게 된다.
그 묘역을 뒤로하면 지맥을 가로지르는 왕복4차선의 28번 차도가 기다리는데,그
28번 차도 위로 층하를 두고 또 다른 왕복4차선의 차도가 신설 중에 있다.신설 중
인 차도는 아직 완공이 안 된 도로인데 공사를 쉬고 있는지 관계자들은 물론이고
작업장비들도 보이지를 않는다.그렇다면 곧장 넘어가도 위험스러울 건 없어보인다.
이 공사 중인 도로를 넘어서면 결국은 28번 도로까지 덤으로 넘어서는 이중의
효과를 한꺼번에 이를 수 있게 되는 거다. 도로를 넘어서 절개지 우측 편의 U자형
배수관로를 따라 지맥의 주능선으로 올라 붙는다.
28번 차도 위를 비스듬히 걸쳐 건설 중인 차도
주능선의 지맥의 산길은 신설 중인 도로 이전의 산길이나 다를 게 없는 산책로 풍의
산길이다.송전철탑을 지나면, 펑퍼짐스럽고 붕긋한, 찐빵 모양의 밋밋한 봉우리에
오르게 되는데,여러 종류의 운동기구들이 갖추어진 쉼터겸 헬스장 봉우리이다.
가근방 시민들의 휴식공원인 거다.산행안내이정표가 세워져 있는데,이곳에서 지맥
의 방향은 산행안내가 가리키는 청구아파트 쪽이다.산길은 수렛길의 행색으로 꼬리
를 잇는다.수렛길을 따르다보면 군데군데 수북수북 쌓인 말똥들이 눈에 띤다.말의
분변이 이렇게 산길에 널려있다면 말들이 오고가고 하였다는 증거 아니겠는가.
미상불,머지않아 수렛길 좌측의 산비탈에 말 사육장이 자리하고 있는 게 아닌가.
수렛길 같은 지맥의 산길은 창신아파트 방면으로 이어진다.그리고 군데군데 간이
쉼터까지 마련해 놓고 있다.창싱아파트로의 등하행 산길이 나 있는 삼거리를
지나면 지맥의 방향은 영천이가의 시조묘가 자리한 쪽이 된다. 꺽다리 소나무들이
안내하는 수렛길은 벽돌담으로 울타리를 친 영천이가의 시조묘로 지맥의 산꾼들을
안내한다.문인석과 무인석 그리고 석등 등의 온갖 석물들로 칠갑을 한 영천이가의
시조묘인 게다.시조묘를 뒤로하면 곧바로 2차선 차도로 내려서게 된다.
영천시가지
2차선 차도를 곧바로 가로질러 치받이 오르막을 올려치면 주능선은 대부분이 따비
밭으로 일궈져 있는데, 그것들은 다시 손바닥 만한 크기의 땅뙈기로 나뉘어져 모기장
같은 망으로 구획정리를 하고 있는 꼴이다.그러한 행색의 따비밭은 이곳 일부분에
불과 할 거라고 추측을 했는데,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주능선의 행색은 모두
그런 모습의 따비밭이다.그러한 행색 덕분에 폭염의 뙤약볕을 고스란히 뒤집어
쓰고 팥죽땀을 노드리듯 쏟아내며 지맥의 산길을 따르게 된다.
도시의 허파 노릇을 하고 시민들의 휴식공간이자 산책로가 닦여진 도시 한복판의
산이야말로 대대손손 가꾸고 보존해도 부족할 만큼 귀하고 소중한 자연의 유산인
것이다.그 귀하고 소중한 자산을 몇몇의 반찬값으로 전락을 방치시키고 있는 감독
기관의 무능이 어이없다. 서둘러 바삐 그곳을 빠져 나온다.지맥을 가로지르며 닦여
있는 왕복4차선의 차도로 접어든다.뒷고개이다.영천중학교 앞 쪽의 횡단보도를
건너서 오른쪽으로 보이는 절개지의 배수관을 따라 뒷고개 언덕배기의 주능선으로
올라붙는다.
지맥의 주능선으로 올라서니, 차도나 다를 게 없는 널찍한 양회임도가 기다린다.
영천시민들의 휴식공간인 마현산 공원의 들머리인 셈이다.양회임도를 따르다가
길 우측으로 로타리 클럽 기념비석이 서 있는 곳에서 나지막한 봉우리를 올려친다.
삼각점을 부여받은 멧부리이기에 확인삼아 오른 거다.삼각점봉을 내려서면 좌측
으로 나 있는 포장도로는 '영천전승체험로'이다.우측 어귀에는 '민족통일염원
(民族統一念願)'이라는 글귀가 한자로 새겨진 빗돌이 우뚝 서 있다.맞은 쪽 직진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곧바로 영천지구 전적비와 무공수훈국가 유공자비가
기다린다.
영천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마현산 산등성이에 이러한 기념비를 세워놓은
것은 비극의 전란을 기억하고, 그러한 참혹함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함이 아니던가.
영천지구전적비를 뒤로하면 이번에는 영현봉안소(英顯奉安所)로 발길은 이어진다.
두 손을 합장한 형상의 거대한 대리석 구조물이 세워져 있는 충혼탑이다.구조물의
양 옆으로는 여러 동작을 하고 있는 전투 중인 병사들의 동상들이 예닐곱 기가
세워져 있다.데크계단을 따라 충혼탑을 내려서면 곧바로 영천시내 오거리에 닿게
된다.오거리를 건너가면 머지않아 중앙선 철길을 넘어서게 되고, 고가도로 밑을 거푸
빠져 나가면 이제는 더 이상 갈 길이 없는 막바지 강가에서 지친 발걸음을 멈춰서게
된다.신령천(우측)과 금호강(좌측)이 서로 합류가 이루어지는 두물머리에 드디어
다다른 것이다(17시).
산은 사람을 나누거나 흩뜨리고,물은 사람을 한데 끌어모은다고 했던가.온종일
지맥을 잇느라고 이합집산을 거듭하던 지맥의 산꾼들이 신령천과 금호강이 합류
하는 두물머리 어름에서 한데 어울려 시끌벅적이다.더운 육신과 땀을 식혀주려는
강바람이 신산하게 불어온다. 비교적 짧은 구간에 불과하지만 완주의 작은 성취감
에 달뜬 분위기가 시나브로 무르익는다.(2017,6/17)
(아래)기룡지맥 지도2 외미기재-죽천저수지(지도를 클릭하면 확대됨)
(아래)기룡지맥 지도2 죽천저수지-합수점(지도를 클릭하면 확대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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