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을 보내는 마음
來去去來自然理(래거거래자연이)-오면 가고 가면 또 오는 자연의 이치
十一惜離十二到(십일석리십이도)-11월이 아쉽게 가고 12월이 문 앞에 왔다
沒感如矢過光前(몰감여시과광전)-느낌도 없이 쏜살같이 지나간 시간 앞에서
方向感失呆看天(방향감실태간천)-방향 감각을 잃은 듯 멍하니 하늘을 본다
昨日杏葉蓋所位(작일행엽개소위)-어제까지 샛노란 은행잎이 덮은 자리에는
今日枯葉寒風飛(금일고엽한풍비)-오늘은 회색 고엽들이 찬바람에 흩날린다.
十二汽車必换驛(십이기차필환역)-이제 12월의 기차를 갈아타야 할 환승역에
無伴孤驛寒風吹(무반고역한풍취)-동반자 없는 고독한 역(驛)에 찬바람이 분다!
농월(弄月)
기차를 갈아타야 할 환승역 앞에서
지난 1월부터 11월 까지 337일간을 거의 매일 동네 길을 걷고
창문을 열고 정원을 내려다보았다.
오 헨리의 단편 소설 “마지막 잎새”가 있다.
여기에 나오는 우울증 걸린 존시 소녀는 초겨울에 말라 떨어져 가는 담쟁이 잎을 보고
“저 담쟁이 잎이 다 떨어지면 나도 죽을 거야” 하는 절망을 한다.
문 밖에는 한소녀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자기의 건강을 바쳐 밤새도록 떨어지지 않는 담쟁이 잎을 벽에 그린 늙은 화가 베어먼이 있다.
필자는 “마지막 잎새”를 읽으면서 느끼는 것이 “간절함”이다.
저 잎새가 언제 떨어지지?
떨어지지 말기를---
그리고 소녀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줄기찬 겨울 눈비를 맞으며
담벼락에 담쟁이 잎을 그린 늙은 화가의 붓질,
이 모두는 “간절함”이다.
간절(懇切)함
懇切之至誠(간절지지성)-간절함은 지극한 정성이다.
懇切之極勤(간절지극근)-간절함은 지극한 부지런함이다
愛信業健知(애신업건지)-사랑 신앙 사업 건강 지식도
懇無是僞善(간무시위선)-간절함이 없는 것은 위선(僞善)이다
농월(弄月)
지난 1년 동안 정원을 산책하면서 풀과 나무, 새와 구름, 바람과 비를
간절한 마음으로 보아왔다.
정원의 365일은 사람의 얼굴과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얼굴의 주름살은 늙어가는 상징으로 매일 매일 거울을 보아서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60세를 넘기면서 어느 날 한두 줄 주름과 흰 머리칼이 보인다.
애써 “새치”라고 변명을 하지만 거부 할 수 없는 늙는 신호다.
정원을 매일 걸으면 어제가 오늘같이 변함이 없지만
1년에 4계절이 있듯이 인생도 소년 청년 장년 노년이 있다.
1월에 메말랐던 가지에 3월에 움이 트고 꽃이 핀다.
항상 푸르게 보이든 나뭇잎도 10월이 되면 단풍이 들고
11월에 낙엽으로 땅에 떨어진다.
이렇게 변화하는 1년은 사람 일생의 축소판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에게나 1년은 똑 같이 찾아온다(사계절이 아닌 나라도 있겠지만)
그러나 지구상의 70억 사람들은 1년을 보는 생각은 다 다를 것이다.
1년을 느끼는 생각과 인생을 보는 가치도 다를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1년과 인생을 보는 “간절함”의 농도(濃度)이다.
중용(中庸) 23장에는 아래와 같이 강조하고 있다.
曲能有誠(곡능유성)-간절해지면 진실해진다
誠則形(성칙형)-진실하면 그 모습이 밖으로 드러난다.
形則著(형칙저)-그 모습이 밖으로 드러나면
著則明(저칙명)-흐름이 뚜렷해지고 모두에게 분명해진다.
明則動(명칙동)-모두에게 분명해지면 사람이 움직이게 된다.
動則變(동칙변)-사람이 움직이면 작은 변화가 일어난다.
變則化(변칙화)-작은 변화가 일어나면 마침내 큰 변화가 일어난다.”
唯天下至誠(유천하지성)-이렇게 보면 세상에서 완전한 진실만이
爲能化(위능화)-큰 변화를 일구어낼 수가 있다.
위에 필자가 쓴 “11월을 보내는 마음”에서
十二汽車必换驛(십이기차필환역)-이제 12월의 기차를 갈아타야 할 환승역
無伴孤驛寒風吹(무반고역한풍취)-동반자 없는 고독한 역(驛)에 찬바람이 분다
고 쓸쓸한 소회(素懷)를 말하였지만 “간절한” 마음으로 12월과 새해를 맞으면
눈속 붉은 매화(雪中梅)의 강한 생명력을 보게 될 것이다.
농월
↑11월 1일 기온 13도
11월의 단상(斷想)
十一年中冬至月(십일년중동지월)-11월은 1년중 동지가 있는 열한 번째 달
丹楓落葉寒氣發(단풍낙엽한기발)-단풍낙엽 지며 추위가 시작된다.
冬深落楓葉地蓋(동심낙풍엽지개)-겨울은 깊어가고 낙엽은 차가운 대지를 덮지만
秋收冬藏悠農夫(추수동장유농부)-가을 추수 겨울 갈무리 끝낸 농부는 느긋 하다
立冬在月寒不到(입동재월한부도)-입동이 들어있는 달이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고,
小雪近始寒氣感(소설근시한기감)-소설이 가까워야 비로소 찬기운이 든다.
陰十一月年上月(음십일월년상월)-음력 11월은 1년 중 첫째가는 상(上)달이라
日月山川奉收祭(일월산천봉수제)-옛날에는 일월산천에 수확제(收穫祭)를 올렸다.
爐邊圍坐煖爐會(로변위좌난로회)-추위가 깊으면 난로가에 둘러 앉아
雉雞煮食御寒氣(치계자식어한기)-꿩고기를 삶아먹으면서 추위를 막았다
下席被子母胸深(하석피자모흉심)-아랫목 따뜻한 이불속에 엄마품 파고 들며
深遠故事寒气深(심원고사한기심)-깊고 먼 옛날 이야기로 추위는 깊어 간다
농월(弄月)
↑11월 2일 기온 15도
겨울 나그네
鳥語霜林曉(조어상림효)-서리 내린 새벽 숲에 새들 재잘거리고
風驚客榻眠(풍경객탑면)-평상에서 잠자던 나그네 바람에 놀라네
簷殘半窺月(첨잔반규월)-처마는 이그러져 달이 엿보는데
人在一涯天(인재일애천)-이 몸은 아득히 떨어진 타향에 있네.
落葉埋歸路(낙엽매귀로)-나뭇잎 떨어져 귀로에 쌓이고
寒枝罥宿烟(한지견숙연)-차가운 가지에 안개 희끄므레 어렸네
江東行未盡(강동행미진)-언제나 고향 강동에 돌아갈런지
秋盡水村邊(추진수촌변)-강 마을 어귀에 가을이 저무네.
고조기(高兆基)
↑11월 3일 기온 14도 흐리고 비
초겨울 비
初冬細雨無聲降(초동세우무성강)-초겨울 비가 소리없이 내린다
此雨降後速寒來(차우강후속한래)-이비가 내리고 나면 추위가 빨리 올 것이다.
少年楓踩不覺意(소년풍채부각의)-소년은 낙엽을 밟으면서도 이 의미를 깨닳지 못한다
冬至去後催白髮(동지거후최백발)-11월이 가고나면 백발을 제촉하는 것을
冬經春來自然理(동경춘래자연리)-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것은 자연의 이치라지만
新年春來我不願(신년춘래아부원)-나는 원하지 않는다 새해 새봄이 오는 것을
농월(弄月)
↑11월 4일 기온 7도 체감온도 7도
초겨울 추위(初寒)
三角楓蓋美衾村(삼각풍개미금촌)-삼각산 단풍으로 고운 이불 덮은 마을
衣翼整寒街燈凍(의익정한가등동)-옷깃 여미는 추위에 가로등불 얼어있네
獨靑老松綠色夸(독청노송녹색과)-독야청청(獨也靑靑) 늙은 소나무 푸르름 자랑하고
落葉霜紅情熱誇(낙엽상홍정열과)-잎떨어진 설상홍(雪霜紅) 붉은 정열 과시하네
文明變易節異氣(문명변역절이기)-문명이 바뀌니 절기도 이상기온 자주 생겨
球熱氷消地命危(구열빙소지명위)-지구 덥고 빙하 사라져 지구생명 위험함이
勢中天子北狂犬(세중천자북광견)-마치 천자(天子)행세 중국과 미친개 북핵처럼
風前如燈韓安保(풍전여등한안보)-바람앞에 등불같은 한국의 안보같네
然變現象人治無(연변현상인치무)-자연의 변하는 현상 사람 힘으로 어찌 할 수 없지만
旋轉輪回理妙源(선전륜회리묘원)-돌고도는 이치에는 오묘(奧妙)한 근원이 있다
到來酷寒勿身縮(도래혹한물신축)-닥쳐올 혹독한 추위에 움추려 들지말면
不久孕胎春魂觀(불구잉태춘혼관)-머지않아 잉태하는 봄의 영혼을 볼 것이네.
농월(弄月)
↑11월 5일 기온 14도
하늘은 이불 땅은 자리
天衾地席山爲枕(천금지석산위침)-하늘을 이불삼고 땅을 자리 삼고 산을 베개 삼아
月燭雲屛海作樽(월촉운병해작준)-달은 촛불 구름은 병풍 바다는 술동이네
大醉居然仍起舞(대취거연잉기무)-크게 취해서 슬그머니 일어나 춤추니
却嬚長袖掛崑崙(각렴장수괘곤륜)-행여 긴 소매자락이 곤륜산에 걸릴까 염려되는구나.
진묵대사(震默大師)
↑11월 6일 기온 15도
단풍이 떨어지니
荊溪白石出(형계백석출)-형계의 물이 줄어 강바닥의 흰 돌이 보이고
天寒紅葉稀(천한홍엽희)-날씨가 추워지자 붉은 단풍도 듬성듬성
山路元無雨(산로원무우)-산길에 비가 내리지도 않는데
空翠濕人衣(공취습인의)-쪽빛 하늘이 사람의 옷을 물들이네.
왕유(王維)
↑11월 7일 기온 11도
낙엽
秋陰漠漠四山空(추음막막사산공)-가을 그늘은 막막하고 온 산은 조용한데,
落葉無聲滿地紅(낙엽무성만지홍)-낙엽은 소리 없이 땅에 가득차 붉도다.
立馬溪橋問歸路(입마계교문귀로)-개울가 다리 위에 말을 세우고 돌아갈 길 물으니
不知身在畫圖中(부지신재화도중)-내 몸이 그림 속에 있는 건지도 모르겠네.
정도전(鄭道傳)
↑11월 8일 기온 12도
초겨울 사군자
梅蘭菊竹愛窓東(매란국죽애창동)-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 동쪽 창 아래 기르며
春夏秋冬四季同(춘하추동사계동)-춘하추동 사계절을 아꼈네
驚蟄芒種靑葉綠(경칩망종청엽록)-굳은 절개 그윽한 향기에 푸른 잎
孤高强直秀紅黃(고고강직수홍황)-고고하고 강직하며 노랑 빨강 색깔이여
山川溪野生淸氣(산천계야생청기)-험준한 절벽 산과 들의 정기로 사는 것인데
屋室內房居無風(옥실내방거무풍)-집안 서실 탁한 속에 살면서 점점 약해가니
拘禁可憐君子惜(구금가련군자석)-갇혀있는 사군자 가련하여 초겨울
決行基谷植栽窮(결행기곡식재궁)-궁리 끝에 고향 선산기슭에 설중매부터 옮겨 심었네.
강희식(姜熙植)
↑11월 9일 기온 10도
겨울밤 손님에 차한자이 술을 대신하고
寒夜客來茶當酒(한야객래다당주)-추운 밤 손님오니 차 한잔이 술을 대신하고
竹爐湯沸火初紅(죽로탕비화초홍)-화로에 물 끓어오르니 숯불 빨갛게 타오르네
尋常一樣窗前月(심상일양창전월)-주변을 둘러보니 창문에 달빛 비치는데
纔有梅花便不同(재유매화변부동)-매화 한 그루 있어 고요히 서 있네
두소산(杜小山)
↑11월 10일 기온 11도 오후에 가는 비가 내리다
겨울비(寒雨歌)
莫怪隆冬贈扇枝(막괴융동증선지)-엄동설한에 부채를 선사하는 이 마음을
爾今年少豈能知(이금연소기능지)-너는 아직 나이 어려 그 뜻을 모르겠지
想思半夜胸生火(상사반야흉생화)-그리워 깊은 밤에 가슴에 불이 일거든
獨勝炎蒸六月時(독승염증육월시)-오뉴월 복더위 같은 불길을 이 부채로 식히렴
임제(林悌)
↑11월 11일 기온 10도 빼빼로 데이
등고(登高)
風急天高猿嘯哀 (풍급천고원소애)-바람 차고 하늘이 높은데 잔나비 울음 슬프고
渚淸沙白鳥飛廻 (저청사백조비회)-물은 맑고 모래는 흰데 새가 돌아오는구나.
無邊落木蕭蕭下 (무변낙목소소하)-끝없이 지는 나뭇잎은 쓸쓸히 떨어지고
不盡長江滾滾來 (부진장강곤곤래)-다함이 없는 긴 강은 쉬지 않고 흘러오는구나.
萬里悲秋常作客 (만리비추상작객)-만리 타향 슬픈 가을에 항상 나그네가 되니
百年多病獨登臺 (백년다병독등대)-평생 병든 몸을 이끌고 혼자 누대에 오르니
艱難苦恨繁霜빈 (간난고한번상빈)-지난날 고생에 서리 같은 귀밑머리가 한스러워
요倒新停濁酒杯 (요도신정탁주배)-늙고 초췌한 몸이 탁주잔을 잠시 멈추었노라.
두보(杜甫)
↑11월 12일 기온 7.5도 맑음
겨울밤의 고독
酷風北方吹(혹풍북방취)-찬바람은 북쪽에서 불어오고
老軀春思溫(노구춘사온)-늙은 몸 지난 봄 따듯하던 시절을 생각한다
多想冬長夜(다상동장야)-이 생각 저 생각으로 긴긴 겨울밤에
燈影搖冊床(등영요책상)-등불 그림자만이 내 책상위에 흔들린다.
昔日美事夢(석일미사몽)-지난날 아름답던 일들 꿈이 되었고
眼前孤老松(안전고로송)-눈앞에 보이는 것은 외로운 늙은 소나무 하나
孤獨庭中松(고독정중송)-고독하구나! 정원속의 소나무여
身老追憶靑(신로추억청)-몸은 늙으면서 추억만 푸르구나 !
近友得病離(근우득병리)-가까운 친구들 하나 둘 병들고 떠나가니
餘涯誰盞換(여애수잔환)-남은 시간 누구와 술잔을 나눌까
松枝卦半月(송지괘반월)-소나무 가지에 걸린 반달이
今夜尤冷貌(금야우랭모)-오늘밤 따라 더욱 춥게 보이는 구나
농월(弄月)
↑11월 13일 기온 5.5도 아침부터 이슬비가 내린다
옛정을 잊지 않고
花開蝶滿枝(화개접만지)-꽃이 피고 있을 때는 나비는 가지에 모여 들지만,
花謝蝶還稀(화사접환희)-꽃이 지면 나비는 도라오지 아니하게 된다,
惟有舊巢燕(유유구소연)-다만 제비만는 지난 해의 옛집을 잊이 않고,
主人貧亦歸(주인빈역귀)-주인이 가난 할 지라도 금년에도 돌라오니 기뿐 일이다.
우분(于賁)
↑11월 14일 기온 5도 매우 쌀쌀한 날씨다 민들례 시인의 시모님 장례식에 조문하다
보우스님 임종게
人生命若水泡空(인생명약수포공)-인생의 목숨이 물거품 같아서
八十餘年春夢中(팔십여년춘몽중)-80여년이 일장춘몽이로구나
臨路如放今皮袋(임로여방금피대)-죽음길에 다달아 가죽주머니를 놓아버리니
一輪紅日下西峯(일륜홍일하서봉)-한 바퀴 붉은 해가 서산에 걸리네
보우(普愚)
↑11월 15일 기온 3.4도
걸음을 멈추고
秋暮庭寂寞(추모정적막)-가을은 저물고 정원은 조용한데
落葉地蓋紅(낙엽지개홍)-낙엽은 땅을 덮어 정원이 붉구나
停足北看山(정족북간산)-걸음을 멈추고 북한산을 바라보니
我身然中圖(아신연중도)-내 몸도 자연속에 작은 그림이네
농월(弄月)
↑11월 16일 기온 아침에는 영하 기온 낮에는 6.1도
올 초겨울 들어 제일 추운 날씨인 것 같다. 길거리 사람들이 모두
오리털 방한복을 입었다
조선조 시대에 춥게 해 달라는 “기한제(祈寒祭)”가 있었다
겨울에 얼음이 얼지 않을 정도로 너무 따뜻하여 기후에 이상이 생길 때에
추워지기를 비는 나라의 제사다.
조선 성종 17년 12월 4일에는 왕이 승정원(承政院)에 전교하기를,
“올 겨울이 따뜻하여 얼음이 얼지 않으니, 기한제(祈寒祭)를 행하는 것이 가하다.
홍문관으로 하여금 옛 제도를 상고해 아뢰게 하라.” 하였다.
(傳于承政院曰 今冬暖無氷 可行祈寒祭 令弘文館 考古制以啓)
왕이 기한제(祈寒祭)를 지내고 절구를 짓다
王以祈寒後寒甚(왕이기한후한심)-왕이 기한제를 지낸 후에 추위가 심하다 하여
製詩一絶(제시일절)-시 한 절구(絶句)를 짓고
又賜宣醞于政院曰(우사선온우정원왈)-또 선온(宣醞)을 정원(政院)에 하사하였는데,
시에 이르기를,
祈寒初畢澟風吹(기한초필름풍취)-기한제 끝났으나 센 바람 불어오네
天感微誠報片時(천감미성보편시)-하늘이 미성(微誠)에 감동하여 곧 보답하시리
我以醪殽欣意諭(아이료효흔의유)-내 술과 안주로 기쁜 마음 표하노니
不妨沈醉謹賡詩(불방침취근갱시)-얼근하게 취하여 내 시를 화답하오
仍書其尾曰(잉서기미왈)-그리고 그 끝에 쓰기를,
惟政院知之(유정원지지)-정원(政院)에서만 알고
毋煩傳說(무번전설)-번거롭게 전하여 말하지 말라
성종실록(成宗實錄)
↑2017년 11월 17일 기온 영하 1도
지진 재앙(地震 災殃)
自然地震禦科學(자연지진어과학)-자연의 지진을 인간의 과학으로 막을 수 있으랴?
不可抗力地災殃(불가항력지재앙)-불가항력의 대지(大地)의 재앙(災殃)이다
地搖屋崩樹根拔(지요옥붕수근발)-땅이 흔들리고 집이 무너지고 나무가 뿌리째 뽑히고
多人驚愕何不行(다인경악하부행)-사람들이 놀라 어찌 할 줄을 모른다
一瞬災殃茫自失(일순재앙망자실)-일순간 재앙을 만나 정신을 차리지 못하니
生基破失焉可慰(생기파실언가위)-생활터전을 잃는 고통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으랴?
此寒冬節失家民(차한동절실가민)-이 추운 겨울에 집을 잃은 이재민(罹災民)들
何時終不不知震(하시종부부지진)-언제 끝날지 모르는 공포의 지진으로
坐卧不安胸壓迫(좌와부안흉압박)-앉아도 누워도 불안함이 가슴을 누르고
今後生路漠然也(금후생로막연야)-앞으로 살길이 막연할 뿐이다
日地震看他事耶(일지진간타사야)-일본의 지진을 남의 일로만 보았는가?
王朝實錄震記多(왕조실록진기다)-조선왕조실록에도 지진기록이 많이 있다
地震無備國無覺(지진무비국무각)-지진을 대비하지 않은 것은 국가의 무관심이다
耐震設計當義務(내진설계당의무)-건축물의 내진설계는 당연히 의무화해야 한다
地震被害解只國(지진피해해지국)-지진의 피해는 국가만이 해결할 수 있다
政爭中斷力復舊(정쟁중단력복구)-정치싸움을 중단하고 지진복구에 만전해야 한다.
농월(弄月)
↑11월 18일 기온 영하 3.9도 정말 겨울이 왔다 겨울이 오면 추위야 필연적(必然的)
이지만 지진으로 집에 못들어가는 포항 이재민(罹災民)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입으로만 “정치 잘한다”고 떠버리더니 이웃나라 일본이 지진으로 난리를 겪는 것을
보면서 왜 한국은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내진설계를 소흘이 하여 이고생을
하는 것일까 5.4지진이면 내진설계만 충실히 했다면 이런 피해는 방지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도 입으로만 정치를 하고 있다.
내진설계를 실천하지 않은 정부는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
매우 추운날(極寒)
北岳高戌削(북악고술삭)-북악(北岳)은 높이도 깎아지르고
南山松黑色(남산송흑색)-남산(南山)은 소나무가 새까맣다.
隼過林木肅(준과임목숙)-솔개 지나가자 숲은 오싹하고
鶴鳴昊天碧(학명호천벽)-학이 울고 간 하늘은 새파랗다.
박지원(朴趾源)
↑11월 19일 기온 0.6도
나목(裸木)
彩色治粧丹楓木(채색치장단풍목)-때때옷으로 치장했던 단풍나무들
娼女似也輕脱衣(창녀사야경탈의)-창녀처럼 홀홀 옷을 벗었다
萬慮重壓煩束縛(만려중압번속박)-만 가지 걱정에 무겁게 눌린 번뇌의 굴레를
落葉歸土裸木化(낙엽귀토나목화)-낙엽은 흙으로 보내고 벗은 몸이 되었다
風雨吹霈無關係(풍우취패무관계)-바람 불고 비 쏟아져도 걸릴 것 없는
人如裸木自由好(인여나목자유호)-사람도 나목처럼 자유로웠으면 좋겠다.
冬脫新春新衣服(동탈신춘신의복)-겨울에 헌옷 벗고 새봄에 새 옷 입는
如娼解衣裸木慕(여창해의나목모)-창녀처럼 옷을 벗은 나목이 부럽다
농월(弄月)
↑11월 20일 기온 영하 2.5도 오후에 눈이 잠깐 날렸다
추운 11월
晩來微雨洗長天(만래미우세장천)-저물녘 가랑비 내려 긴 하늘 씻어내고
入夜高風捲暝烟(입야고풍권명연)-밤 들자 높이 부는 바람 어둑한 안개 걷어내네
夢覺曉鍾寒徹骨(몽각효종한철골)-새벽 종소리에 잠을 깨니 한기가 사무치는데
素娥靑女鬪嬋娟(소아청녀투선연)-달빛과 서리가 아름다움을 다투네
이행(李荇)
↑11월 21일 기온 영하 3.9도
임을 향한 마음
燭影輝輝曙色分(촉영휘휘서색분)-촛불 밝혀 밤새우고 동이 트는 새벽녘
酸嘶孤雁不堪聞(산시고안불감문)-홀로된 기러기 울음 애처로워 못 듣겠네
想思一段心如石(상사일단심여석)-임을 향한 이 내 마음 돌처럼 굳세건만
夢醒依稀尙對君(몽성의희상대군)-꿈을 깨면 아스라이 사라지는 그대 모습
鏡裏誰憐病已成(경리수련병이성)-거울 속 병든 이 몸 누가 가련히 여기랴
不須醫藥不須驚(불수의약불수경)-모름지기 약도 없고 놀랄 필요도 없네
他生若使君爲我(타생약사군위아)-저승에서 만약 임으로 하여금 내가 되게 한다면
應識相思此夜情(응식상사차야정)-오늘밤 상사(相思)의 정(情)을 응당 알리라
박죽서(朴竹西)
↑11월 22일 기온 5.7도 오늘이 소설절(小雪節) 눈이 오는 계절이다
이제 본격적인 추위가 오는 겨울이다
소설(小雪)
每年定日回小雪(매년정일회소설)-올해도 정해진 날 소설절이 돌아오니
流歲哀惜獨步山(류세애석독보산)-흐르는 세월 애석하여 홀로 산을 걷는다
秋去冬來寒雪飛(추거동래한설비)-가을 가고 겨울 오니 날씨 차고 눈날리니
落葉冬山何時鵑(낙엽동산하시견)-낙엽진 겨울산에 뻐꾸기 소리 언제오나
杏葉冬風路上滾(행엽동풍로상곤)-은행잎 겨울바람에 길 위를 딩굴으니
獨自窓邊想往事(독자창변상왕사)-창가에 홀로서서 옛일에 잠긴다
농월(弄月)
↑11월 23일 기온 0.6도 아침부터 눈이 간간이 날리고 있다 어제가 소설이라
그냥 지나가기가 서운한 모양이다
겨울 밤
百年人住百年愁(백년인주백년수)-백년을 살아도 시름이 백년인데
其中忍難冬長夜(기중인난동장야)-그중에서 가장 견디기 어려운 건 긴 겨울밤이라
北風吹來梧聲音(북풍취래오성음)-북풍이 불어와 오동나무 흔드는 소리가
情人來訪似人氣(정인래방사인기)-임이 찾아온 인기척 같아서
開門外看明月下(개문외간명월하)-문을 열고 밖을 보면 휘영청 달아래
二三落葉門前轉(이삼낙엽문전전)-몇 잎 낙엽이 문 앞으로 굴러 오네!
농월(弄月)
↑11월 24일 기온 영하 0.9 몇번 눈이 왔지만 하얗게 깔리기는 처음이다
이제 정말 겨울 맛이 난다
눈덮힌 대나무
竹也今朝喪父母(죽야금조상부모)-대나무 오늘 아침 부모를 여웠는가
子孫千百素衣同(자손천백소의동)-수많은 자손들이 함께 소복입었네
晩來鳥雀來相弔(만래조작래상조)-늦게 온 참새들이 서로 조문하더니
淸淚欄干日下風(청루란간일하풍)-별 바람에 난간에선 맑은눈물 떨어지네
송희갑(宋希甲)
11월 25일 기온 영하 0.6도 약간의 눈과 가는 비가 내리다
찬바람(寒風)
寒風西北來(한풍서북래)-찬바람은 서북에서 불어오고
客子思故鄕(객자사고향)-나그네는 고향을 생각한다.
悄然共長夜(초연공장야)-초연히 잠 못 드는 긴 밤을
燈火搖我牀(등화요아상)-등불만이 내 책상에 흔들린다.
古道已云遠(고도이운원)-옛날의 도는 이미 멀리 떠났고
但見淨雲翔(단견정운상)-다만 보이는 것은 뜬 구름 뿐
悲哉庭下松(비재정하송)-슬프다 뜰 밑의 소나무여
歲晩逾蒼蒼(세만유창창)-세밑이 되자 더욱 푸르구나.
願言篤交誼(원언독교의)-바라건대 사귀는 정 돈독히 하고
善保金玉相(선보김옥상)-귀하신 몸을 잘 보전하세요.
이색(李穡)
↑11월 26일 기온 7.1도
산촌의 겨울저녁(山村冬暮
衡茅林麓下(형모림록하)-산기슭 초가에
春色已微茫(춘색이미망)-봄기운이 가늘게 오는구나
雪竹低寒翠(설죽저한취)-눈 덮인 대나무에 차가운 푸른 싹이 움트고,
風梅落晩香(풍매락만향)-매화에 바람 불어 늦은 향기 떨어지네
樵期多獨往(초기다독왕)-나무할 때 혼자 가고,
茶事不全忙(다사부전망)-차 끓일 때 바삐 하지 않노라
雙鷺有時起(쌍로유시기)-백로 한 쌍이 가끔
橫飛過野塘(횡비과야당)-백로 한 쌍이 가끔 들못을 비껴 날아간다.
임포(林逋)
↑11월 27일 기온
눈오는 겨울강(江雪)
千山鳥飛絶(천산조비절)-산에는 새도 날지 않고
萬徑人蹤滅(만경인종멸)-모든 길엔 사람 인적이 끊어졌다.
孤舟蓑笠翁(고주사립옹)-외로운 배 위 삿갓 쓴 늙은이가
獨釣寒江雪(독조한강설)-눈 덮인 차가운 강에서 홀로 낚시를 하고 있다.
유종원(柳宗元)
↑11월 28일 기온
겨울날 먼길을 떠나는 사람에게
今朝零露冷(금조영로냉)-오늘 아침 된서리처 차기도한데
履遠獨凄其(이원독처기)-멀리 떠나는길 쓸쓸하여라
處世同炊黍(처세동취서)-세상사리 비슷비슷 거의 같은데
持身若累碁(지신약루기)-행동은 서로 달라 복잡하구나
浮沈元有數(부침원유수)-잘되어도 못되어도 모두 다 운명
覆載本無私(복재본무사)-엎치락 뒤치락할 사가 없으니
白酒可人意(백주가인의)-언제나 좋은 술 마음에 들어
頹然一中之(퇴연일중지)-몸 겨눌수 없도록 취해지구나
조수(趙須)
↑11월 29일 기온 1.9도 어제 저녁과 새벽에 가는비가 내렸다 겨울가믐이 심한것 같다
눈과 비가 적당히 와야 보리가 잘 자라고 내년에 자연의 수목과 사람의 건강도 좋아진다
간절함(懇切)
懇切之至誠(간절지지성)-간절함은 지극한 정성이다.
懇切之勤勉(간절지근면)-간절함은 지극한 부지런함이다
愛信業健知(애신업건지)-사랑 신앙 사업 건강 지식도
懇無是僞善(간무시위선)-간절함이 없는 것은 위선이다
농월(弄月)
↑11월 30일 기온 영하 4.6도 지금까지 제일 낮은 기온이다
오늘이 빼빼로이 11월의 마지막 날이다.
11월을 보내는 마음
來去去來自然理(래거거래자연이)-오면 가고 가면 또 오는 자연의 이치
十一惜離十二到(십일석리십이도)-11월이 아쉽게 가고 12월이 문 앞에 왔다
沒感如矢過光前(몰감여시과광전)-느낌도 없이 쏜살같이 지나간 시간 앞에서
方向感失呆看天(방향감실태간천)-방향 감각을 잃은 듯 멍하니 하늘을 본다
昨日杏葉蓋所位(작일행엽개소위)-어제까지 샛노란 은행잎이 덮은 자리에는
今日枯葉寒風飛(금일고엽한풍비)-오늘은 회색 고엽들이 찬바람에 흩날린다.
十二汽車必换驛(십이기차필환역)-이제 12월의 기차를 갈아타야 할 환승역에
無伴孤驛寒風吹(무반고역한풍취)-동반자 없는 고독한 역(驛)에 찬바람이 분다!
농월(弄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