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보급관님, 저 대학 가고 싶어요. 공부할 시간 좀 빼 주세요”
블로그 기자 활동을 하면서 인터뷰의 중요성을 실감한다. ‘최고의 인터뷰 기술을 가진 사람이 최고의
언론이다’는 말이 있듯이 거의 모든 기사는 인터뷰 성공 여부에 의해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지식이라 불리는 움베르토 에코는 “나는 궁금하다. 고로 존재 한다”고 했다.
독자들이 궁금해 하는 점을 간파해 답을 끌어내는 일이 기자의 중요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사는 부천에 산 적이 있고, 일병 아들이 제일 좋아하는 영화감독의 인터뷰집 출간기념
저자 강연회 소식을 들었다. 양 감독과 공동저자인 지승호 인터뷰 전문작가는 어떻게 인터뷰를
풀어나가 한 권의 책으로 탄생시켰는지도 궁금했다.
<군대에서 대학입시를 준비해 대학에 들어갔다는 영화 '똥파리' 양익준 감독>
여러모로 놓치고 싶지 않은 이유를 제공했던 강연은 책<Let's Cinema Party ?똥파리!>(알마 펴냄)저자와의만남. 13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배움아카데미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양익준 감독은 감독에서
배우, 연출, 시나리오 집필까지 넘나드는 엔터테인먼트답게 연기하듯 강연에 임했다. 2시간여 진행된
강연은 그의 영화입문기, 영화철학을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영화에 관심이 많은 일병 아들에게 전해 줄
이야기를 안고 온 것도 큰 수확이다.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배우 생활을 시작해 인상적인 연기를 펼쳐온 그는 2008년 생애 첫 장편 영화인
<똥파리>를 제작해 60여 군데에 이르는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을 받고 24개에 이르는 상을 받았다.
똥파리는 표현하고 싶은 그의 인생스토리로 용역 깡패 상훈의 좌절된 성장담이 담겼다. 단 한 편의 영화로
이런 성과를 거두기까지의 과정,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되었다.
<광화문 교보문고 배움 아카데미에서 열린 책'Let's Cinema Party? 똥파리!'저자 강연회에 나선 양 감독>
“영화 한 편을 만든다는 것은 저의 인생을 3, 4년 꼴아 박을 수 있을 만큼의, 내 안에 있는 위든 췌장이든
신장이든 심장이든 내장 하나 정도는 확 태워버릴 수 있을 만큼의 각오가 필요하다”는 양 감독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그의 이야기가 무르익을 즈음 앗, 병무청 블로그 기자로서 눈에 확 들어오는 스토리는 ‘군에서 준비한
대학입시’. 상병 때 부모님께 1백 만원을 달라고 했다기에 물었다. 일병 아들은 군인 월급을 쪼개 저축을
하는데 군에서 웬 거금이라는 생각에. 혹시 영화제작을 위한 종잣돈이 아닐까 예상했는데 대답은 PX에서
원 없이 먹었단다. 다음은 책에서 밝힌 병영이야기다.
<군 복무 중인 일병 아들과 모든 장병들에게 전하는 양 감독의 메시지. 장병 여러분, 힘내세요!!>
“고등학교 3학년 2학기 때 취업을 나갔지요. 2년 가까이 일을 했는데 영장이 나왔어요. 11월 7일 군번
이었으니까 그해 하반기에 군대에 가야했습니다. 그런데 연기자가 되고 싶은 생각이 있다 보니 입대
몇 개월을 남겨둔 21세 때 연기학원에 들어갔어요. 그때 엑스트라 출연을 몇 번 했죠.”
연기학원 수료식 때 학원 측으로부터 아동극 할 생각이 있느냐는 제안을 받았지만 입대가 코앞이라
거절했단다. 영화에 대한 열망을 안고 군복무에 들어간 그의 인생에서 상병시절은 큰 전환점이 되었다.
그의 진심을 읽은 상사의 배려에 가슴 뭉클해진다.
“상병 때 견장 달고 포반장을 하고 있었는데요. 제대 앞둔 고참들이 모여서 복학 얘기를 하고 있었어요.
그런 얘기를 얼핏 듣다보니 대학이라는 데를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행정보급관한테
‘저 대학 가고 싶습니다. 공부하고 싶어요. 하루에 두세 시간만 빼 주시면 안 돼요?’ 했는데 그 분이 시간을
빼줬어요. 고맙죠. 제가 제대를 12월 29일에 했어요. 아마 말년 휴가를 받았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휴가 나와서 수능을 봤을 거예요.”
<부천에 살고 있는 나는 중 2 때부터 10년 이상 부천에 살았고, 아들이 제일 좋아하는 영화감독인 양 감독이라
나도 팬이 되었다. 양 감독과 찰깍^.^>
그는 군대에서 대학의 꿈을 키우고 준비한 결과 공주영상대학 연기과에 입학하게 되었다. 상고를 졸업하기
직전부터 입대 전까지 완구를 파는 영업사원을 하고, 용산전자상가에서 냉장고도 날랐다. 공사판에서
일용 노동도 숱하게 했다. 일상의 돈벌이에 쫓기는 와중에도 배우가 되고자 하는 열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군대생활을 하면서 공부를 하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장면, 그를 흔쾌히 받아들이는 군을 접하니 참으로
흐뭇하다. 어떤 환경 속에서도 진심은 통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대학 가서 연극 정말 열심히 했어요. 2년 내내 연극만 하다가 나왔는데 그때 학교에서 배운 게 열정이었던
것 같아요. 아무 지식도 없는 학생들이 만나서 열정만으로 뭘 만들었던 거죠.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한 건
20대 중반인데 그 즈음 시작한 게 좋았던 것 같아요. 너무 일찍 시작하지 않고 군대도 경험하고 삶의 흔적이
어느 정도 쌓인 상태에서 연기를 한 것이 좋았던 것 같아요.”
수많은 상업 영화의 단역 시절과 단편 영화에서의 무명경험을 거쳐 연기에서 연출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부모에게 독립해 스스로의 힘으로 청춘을 훌륭하게 통과해 냈고 2008 영화 <똥파리>펀치를 세계에
날리더니 2012 책 <Let's Cinema Party ?똥파리!>로 강펀치를 날릴 태세다. 무엇보다 군생활을 의미 있게
한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
<지승호 인터뷰 전문 작가와 양 감독이 공동으로 펴낸 'Let's Cinema Party? 똥파리!'(알마 펴냄) 앞표지. 군대에서 공부해 대학 들어간 사연에 병무청 블로그 기자는 눈이 번쩍! >
기록적인 무더위를 남겼던 올여름.
장마 없이 물러 나려나 했더니
태풍 볼라벤이 정적을 깨고 있군요.
천사님들 무사하기를 바라는
가을 편지를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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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최정애 어머니 기자>
첫댓글 역시나 잠시도 쉬지않고 려가는 님 멋져부러유우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