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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방산~태화산~태학산~망경산~설화산
봄꽃의 제왕, 진달래
배방역을 나서니 오전 바람이 서늘하다(8시10분).전국의 산하에는 이미 봄꽃
으로 뒤덮혀 있는데, 때늦은 꽃샘이 정도를 벗어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배방읍내를 벗어나서 들머리로 삼은 성진산업까지는 삼십 분이면 너끈하게
닿을 수 있는 거리다.차량을 이용한다면 절 반도 안걸리겠지만.레미콘 공장인
성진산업 정문 바로 앞 우측으로 숲으로 드는 산길이 보인다(8시38분).
들머리 입구에는 산행안내지도와 안내팻말이 친절하게 세워져 있어서
초행자들의 부담을 덜어줄 것이다.봄꽃들의 황제라고 해도 과분할 것이 없는
연분홍 진달래꽃이 분홍빛 네온싸인을 밝혀 놓은 듯 아침햇살에 요염한 몸짓
을 한다.
송전철탑을 뒤로하면 이내 또 다른 송전철탑이 연거푸 산길을 가로 막는다.
산새들의 지저귐에 귀를 쫑끗거리다 보면 산길은 체육시설이 자리한 쉼터
삼거리에 이른다.우측으로 보이는 산길은 크라운제과와 동천교회 방면에서
오르는 길이고 좌측으로는 배방산 정상으로 향하는 산길이다.삼거리 길목에
배방산성과 온양방씨의 유래에 대한 안내문이 보인다. 내용을 간략해 보면,
배방산성은 축성연대가 백제시대로 추정하고 있는 상태이고,충남 기념물
제 67호로 1988년 8월 30일에 지정이 되었다고 한다.
산성의 규모는 길이가 약 1500m로 돌로 쌓은 태뫼식 석축산성이고,이 산성의
소유자는 온양방씨 중앙 종친회가 갖고 있고 관리는 아산시가 쥐고 있다 한다.
이 외에도 구구한 유래를 밝혀 놓고 있지만 산행일기와는 부합되지 않은 사실
(史實)이니 늘어놓을 필요는 없지싶다. 쉼터 평상에서 물 한잔으로 목을 적신 뒤
배방산 정상을 넌지시 가리키는 팻말의 지시를 따라서 좌측의 오르막 산길로
들어선다.
아침 햇살이 아낌없이 쏟아져 내리는 산길에는 푸릇푸릇 나무 잎새들이 돋아나기
시작한다.작은 들꽃들도 진달래 발치에서 아름다움을 과시한다.짝을 부르는 산새
들의 노래소리에 애절함이 절절하게 묻어있다.소나무 숲의 내리막 산길이 다하는가
싶더니 통나무 계단으로 이루어진 급경사가 무릅을 괴롭힌다.소나무 여남은 그루
가 그늘을 이루며 배방읍내가 내려다 보이고, 배방산 정수리가 올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솔봉 쉼터에 중년의 사내 둘이 아침녘부터 대폿잔을 기울이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다.거듭 권하는 술잔을 사양하고 발걸음을 재촉한다.카메라 셧타를 누르랴,
모처럼 적바림도 하랴, 정신줄 놓고 한가함을 즐기기에는 오늘 일정이 길고 빠듯하다.
태화산 정상에서 바라 본, 배방산
키 작은 소나무 숲길이 이어지고 그 덕분에 산길에는 연갈색 솔가리가 카펫처럼
내려앉아 감촉이 부드럽고 살갑다.이따금 능선 전망 좋은 곳마다 정방형의 평상이
느긋한 산행을 권하며 시원한 그늘을 즐길 수 있는 벤치도 잊을 만하면 모습을 나타
낸다.가파르게 이어지는 소나무 숲길을 가뿐 숨을 몰아쉬며 오른 멧부리에는 감시
카메라와 함께 무선기지탑이 세워져 있고 돌탑도 두 개씩이나 보이는 바위봉이다.
해발 361m의 배방산 정상(9시20분).높이는 불과 361m에 불과한 작은 멧부리지만
고도감이 느껴지고 주위 조망에 막힘이 없이 장쾌함이 돋아나는 멧부리다.
정수리에는 커다란 덩치의 암봉이 위엄을 내세우며 산자락 발치의 세속 풍경을
조롱한다.곳곳에 포진되어있는 요처에는 이미 오른 입산객들이 자리를 후발주자들
에게 내어 줄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꽃샘의 서늘함을 잔뜩 배여물고 일렁이는 하늬
바람에도 미동을 하지 않는다.그렇다면 이제 배방의 멧부리를 뒤로하고 태화산으로
의 여정을 떠나야 한다.가파른 내리막에 바위너설의 산길이다.기다랗게 박아놓은
말뚝을 따라 로프가 매여있다.안전에 만전을 다하거라!서두르지 마시라!로프의 당부
가 귓전을 두드린다. 이따금 급경사 내리막 산길에는 일급 조망처들이 산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거절할 수 없는 제안에 잠시 카메라를 들볶는다.떡 본 김에 뭐 한다고 지급으로 만든
커피 한잔으로 마른 입을 적셔본다.자동차들의 소음이 들려오고 가파른 나무 계단을
내려서면 2차선 차도가 고개를 넘는다.이름도 유별난 카터로다.미국의 전직 대통령인
지미 카터와 무슨 연관이 있는가? 그것도 아니면 무슨 다른 곡절이 숨어있는 것은
아닌지?
도로를 곧장 가로지르면 산길이 나 있고 길목에 산행지도와 안내팻말이 친절하게
산객을 기다린다(9시 45분).그지없이 맑고 파란 하늘에 마른 나무가지들이 미세금을
긋고 푸릇푸릇 잎새를 돋아내며 은빛햇살을 연모한다.참나무 숲이 다하면 솔숲이
기다렸다는 듯이 자리를 차고 앉는다,솔가리를 산길에 흩뿌려 놓고.잰걸음을 다독이
는 벤치도 수시로 앞을 가로막으며 느긋함을 권면하고, 아산소방서에서 세워놓은
119안내구조 팻말도 서두름을 감시한다.
끌밋하고 아담한 미색을 보이는 노송 대 여섯그루 아래 벤치 두어 개가 자리하고 있는
삼각봉 쉼터를 뒤로하면 울멍줄멍 바윗길이 시작된다.암릉이 다할 무렵이면
쌍용정사 갈림길이 나오는데 쌍용정사는 우측의 산길을 따르면 된다고 안내팻말은
넌지시 귀뜸을 한다.따사로운 햇살이 가득한 헬기장을 벗어나면 376m봉 쉼터를 만나고
태화산 정상이 1.9km 남았다고 뀌뜸한다. 376봉 쉼터를 뒤로하면 또 다른 헬기장이
나오는데 이곳에는 삼거리 갈렛길이 있다 왼쪽의 내리막 산길을 내려가면 호서대 제 2
캠퍼스로 내려설 수 있는 산길이다.소나무와 참나무들이 사이좋게 숲을 이루고
진달래가 화려함을 구가하는 숲길을 이어가면 소나무들이 빼곡한 솔봉을 내놓는다.
시나브로 고도를 높여 나가는 산길이 이어진다.안락함과 느긋함으로 이어지던 산길이
거친 숨을 요구하고 땀을 내놓으라 한다.커다란 정상빗돌이 멧부리 한복판에 거만하게
서 있는 태화산 정상,해발 461m의 삼거리 봉이다(11시).좌측으로는 10분 이내에 닿을
수 있는 태학산으로 향하는 산길이고 우측으로는 넋티고개를 넘어 망경산을 오를 수
있는 산길이다.빤히 보이는 태학산을 오르려고 서둘러 발길을 옮긴다.그곳에 올랐다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망경산 방향의 여정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5분만에 오른
태학산 정상에는 팔각정이 자리하고 있고 팔각정 주변을 감싸고 있는 노송들이 한폭의
그림같다.정자에는 초로의 아낙산꾼 서넛이 산상오찬을 즐기며 담소에 정신이 없다.
태학산 정상빗돌에는 높이가 455m라고 밝히고 있다.
태학산 멧부리도 여느 멧부리에 뒤짐이 없이 광할하고 거침이 없는 세속의 풍경을
발치에 거느리고 있다.태화산 정수리 삼거리로 돌아와 다음 코스인 넋티고개를
향해서 발길을 돌린다.산길은 완만하게 시작이 된다.따사로운 봄볕을 즐기며
이어가는 발걸음이 가볍다.이럴 때 행복감이 샘솟는다.행복물질이 세로토닌이라
했던가? 걸출한 노송들이 지키고 있는 405m봉을 넘어서면 풍세 갈림길 삼거리봉
이 앞을 막아선다.넋티고개를 가리키는 우측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넋티고개는
1.0km를 가리키고 망경산은 2.5km라고 적고있다. 망경산의 멧덩이가 골리앗 덩치
로 성큼성큼 다가선다.산객을 겁박하려는가? 우측의 산 비탈에 자리한 과수원(태화
농장)의 배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태화농장 입구에서 우측으로 돌아내려가면 오른편 비탈에 작은 절이 하나 자리하고
있다.백련사라는 입간판이 보이고 극락보전 옆 건물 추녀에 매달린 풍경(風磬)들이
날을 바짝 세운 봄바람을 맞아 요란스럽게 징징거리고,입구주변으로는 화사한 벚꽃이
바람을 타고 꽃보라를 흩뿌린다.마을 길을 벗어나면 곧바로 2차선 차도가 고개를
넘나든다.넋티고개다.우측 도로변에 마을 버스정류소도 보이는데, 이곳마을이 수철1리
라고 슬며시 알려준다.고개 좌측으로는 천안시이고 우측은 아산시다.넋티고개는 결국
이 두 도시의 경계인 셈이다.망경산을 오르려면 도로를 곧장 가로지르면 된다.
마침 맞은쪽 숲길 입구에는 산행안내지도와 안내팻말이 초행자들을 격려한다.
숲길을 들어서면 곧바로 우측에는 다섯 기의 묘지가 눈에 띠고 이내 무선기지
시설물이 모습을 드러낸다.이따금 바람에 묻어 들려오는 고개를 넘나드는
자동차들의 헐떡임이 귓전을 두드린다.끌밋하고 헌걸찬 노송들이 지키고 있는
묘지 두어 곳을 지나는데,산속에서 갑자기 장닭 울음소리가 적막을 가른다.
연이어 서너 번 씩이나. 웬 놈이 제놈 울을 빠져나와 이 산속을 겁없이 나다니고
있는가? 두리번 거리며 행색을 살펴보아도 꼴은 뵈지 않는다.그런데 좌측 산비탈
에 자리하고 있는 검은 망을 뒤집어 쓴 하우스가 수상하다. 들려오는 소리를 감지
해보니 소리의 진원지는 그곳으로 부터 들려오는 것이다.그곳이 다름아닌 양계장인
탓이다.
부지불식간 급경사 오르막이 앞을 막아선다.구불구불 줄을 잇는 로프는 수목들의
허리에 비끄러매어 오르막 산길을 안내한다.비탈진 산길 주변으로는 연보라색 들꽃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새의 모습을 띤 형태인데 수북한 꼬리는 장닭의 꼬리를 닮았고
미끈하고 날렵한 몸매는 제비를 연상시킨다.
꽃에 대한 지식이 과문함이 아쉽기만 하다.애면글면 올라 선 480봉 쉼터에 안내팻말이
망경산 멧부리가 이제 0.4km남았으니 힘을 내라고 격려한다.쉼터를 벗어나니
조금 전의 연보라빛 새꽃(?)이 또 다시 군락지를 보인다(산행 이후 얻은 지식으로는
연보라빛깔의 새모양을 한 꽃의 이름은 "현호색"이라고).계속 이어지는 가풀막진
오르막은 고집스럽게 산객의 팥죽땀을 요구한다.돌부스러기와 바위들이 비탈길을
어지러이 뒹구는 급경사길을 힘겹게 올려치니 널찍한 헬기장의 망경산 정상이 손을
벌린다(13시).
망경산의 멧부리는 해발 600.9m다.아산시와 배방읍의 시가지가 시원하게 조망이
되고,배방산과 태화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를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정수리 한구석에
세워져 있는 안내팻말에는 내가 앞으로 가야 할 설화산이 6.9km거리에 있음을 알린
다.바람의 세기가 조금 더 날을 세우고 옷깃을 파고 든다. 밋밋한 산길이 한동안 이어
진다.바람에 몸을 떨고있는 진달래 꽃잎이 파란색을 머금고 있는 듯 파리하다.한동안
이어져 오던 산길이 갑자기 급경사의 내리 꽂히는 산길로 돌변한다. 곤두박질을 면해
보려 엉거주춤 벌벌거리며 내려 선 안부 삼거리, 만복골 삼거리다.우측으로 난 하산길은
만복골을 경유하여 날마루에 이르는 산길이다. 안부삼거리를 뒤로 한 오르막을 헐떡
이며 올라서면 설화산과 광덕산 방향이 갈리는 능선 삼거리다.좌측으로 뻗어나간 능선길
은 광덕산을 향하는 산길이고,우측으로 뻗어있는 산길은 설화산 방면이다.오가는 산꾼도
없는 호젖한 산길을 따르면 이윽고 능선을 가로지르는 임도에 내려서게 된다.절골임도
라고 안내팻말은 말한다.
넋티고개로 내려서며 바라 본,망경산 전경
학생으로 보이는 사내 두명과 여선생인 듯한 젊은 여성이 곤충채집을 하는 모양
인지 곤충 채집함을 곁에 두고 길섶을 헤치며 두런거린다.채집함에는 굼벵이들이
굼실거린다. 임도를 가로지르면 굴참나무 숲길이 시작이 되며 휴식을 위한 벤치
서너 개가 지친 산꾼을 기다린다.잡목이 가득한 무명봉을 지나면 노송들이 번듯한
몸매를 자랑하는 솔봉이 모습을 보이고 솔봉을 뒤로하고 미끈하고 헌걸찬 노송
숲길을 이어나가면 강당리 삼거리 봉에 닿게 된다.벌거숭이 묘 1기가 볼품없게도
삼거리봉을 지키고 있다.
삼거리봉을 지나면 397봉이라고 하는 전망대 바위 안내팻말이 나오는데 전망대
바위라는 명칭이 무색하다.다만 마른 나무가지 사이로 광덕산 주변의 연릉이나
배방산 주변의 전경이 간신히 조망될 뿐이다.홀딱벗은 벌거숭이 상태의 묘지를
지나면 장방형의 거대한 철 구조물이 괴물처럼 모습을 드러낸다.곁을 우회하여
정면을 올려다보니 "자연보호"라는 거대한 네 글자를 알리려고 이렇게 거대한
구조물을 동원한 것이다.구조물 바로 앞은 외암마을 삼거리다.군데군데 하얀색
자작나무가 봄햇살을 받아 한껏 흰빛깔을 발산한다.
설화산의 모습이 성큼 다가 선 느낌이다.이곳에서 보기에는 암마이봉과 숫마이봉
이 어우러진 마이산의 축소판 같아 보이기도 하고,어찌보면 글래머 여성의 아름다운
가슴을 닮은 듯도 하다. 깊은 그늘을 드리운 소나무 숲으로 두부모를 닮은 거뭇한
바위덩어리 두 개가 마주 앉아있다.모습을 보면 영락없이 닮은 꼴인데 쌍동이라고
하면 지나친 표현이라고 할 것이고 형제라면 고개는 끄덕일 것이다.농장 갈림길을
지나면 이내 외암재 갈림길이 나온다.좌측으로 난 산길은 외암마을로 향하는
길이다.안내팻말에 외암마을은 2.7km,설화산은 1.6km라고 한다.
설화산이 이제는 턱밑이다. 꽃 머리를 숙인 채 명상에 잠겨있는 할미꽃이
여럿 피어있는 묘지를 지나면 산길은 소나무 숲길로 모습을 바꾼다.
소나무들은 비교적 키가 낮다.그렇지만 산길에는 솔가리가 촘촘하게 내려
앉아있고 깊은 그늘까지 드리우고 있다. 솔가리가 내려앉은 산길은 시나브로
바윗길로 서서히 바뀌어 나가기 시작한다.소나무와 바위들이 은밀하게 어울린
애기봉,주봉의 위엄이 위압적으로 조망이 되고 광덕산의 연봉이 아스라하게
조망이 된다. 암릉의 산길이 이어지는 가운데 벌거숭이 묘지도 한몫을 거든다.
소나무와 바위들이 서로의 영역을 교묘하게 나눠서 자리잡고 있는 능선을 이어
나가면 이내 작은 봉에 닿게 된다.이곳도 애기봉과 형태와 조망이 별 반 다를
것은 없다. 작은봉을 뒤로하고 급경사 내리막 산길을 엉금엉금 내려서면 이내
사거리 안부다.좌측으로는 외암리 쪽이고 우측으로는 초원아파트 방면이다.
설화산 정상의 태극기
맞은 쪽 설화산의 주봉을 오르는 가파른 급경사의 계단길이 손짓을 한다.
코가 바닥에 닿을 듯한 가파른 오르막 산길은 로프 등의 보조수단이 없다면
안전사고를 장담할 수 없는 위험한 구간이다.낭떠러지와 다를 게 없는 급경사
의 벼랑길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눈 깜짝할 순간에 횡액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면글면 올라선 안전지대에는 지친 산꾼들을 위한 쉼터용 평상(平狀)이 손님을
기다린다.바위 틈마다 어렵사리 터전을 잡은 노송들을 우회하며 마련된 마지막
산길을 오르면 이내 설화산 정상이다.해발 441m의 암봉 정수리에 세워진 국기봉
에는 태극기가 불어오는 하늬바람에 펄럭인다.그리고 그 앞에는 정방형의 평상이
설치되어 있어 힘들여 멧부리에 오른 입산객들의 쉼터 서비스까지 제공을 하니
대견하다.
사방팔방 어느 곳을 바라보아도 거칠 것 없는 눈부신 조망이 우선 산객의 시야를
압도하고 만다.놋쇠로 만든 사각의 안내판이 암봉 멧부리에 달라 붙어있다.그 내용
을 들여다 보면, "설화산의 정상은 붓끝 모양으로 뾰족하여 문필봉이라고도 하며,
그 기세가 영특하고 장관이므로 이 산이 비치는 곳에는 훌륭한 인물이 난다고 전해져
오고 있으며,실제로 이곳에서 많은 문필가가 배출되었다고.또 이곳에는 칠승팔장
(七丞八將;일곱 명의 정승과 여덟명의 장수) 지지(地支)의 명망이 있는 산 이라고
한다.설
화산의 동서 양쪽 산기슭에는 외암리 민속마을과 중리 맹사성 고택이 있고,아산의
인물인 맹사성을 낳기 전에도 그의 어머니가 태몽을 꾸었는데 설화산이 입속으로
들어오는 꿈을 꾸었다고 전한다".대략 이와같은 유래가 빼곡하게 쓰여있다.그런데
갑자기 헬리곱터 엔진소리가 귓전을 때린다.배낭을 뒤져서 남은 간식으로 출출해진
뱃속을 달래려다 흘낏 사방을 둘러보니 해가 뜨는 방향에 자리잡고 있는 태화산
동편 산기슭에서 흰 연기가 하늘로 솟구친다.그리고 헬리곱터 한 대는 수철리 저수지
와 화재현장을 오락가락하며 산불진화에 애간장을 끓이고 있는 것이다.
조금 전까지 카메라 앵글을 들이대며 셔타를 연신 누르고 난 뒤, 막 배낭을 뒤지고
있는 사이에 벌어진 시추에이션이다. 느긋하게 조망의 행복한 시간을 만끽하며
출출함도 함께 달래며 호사를 누리려는 분위기가 손상을 입고 말았다.
어쨋든 산불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은 입산객들의 부주의 탓이 크기 때문이다.
배낭에서 꺼내놓은 간식을 서둘러 해치우고 하산의 발길을 내젖는다.
귀가 교통편을 따져 보아야 한다.외암마을 쪽으로 하산해서 온양온천 역으로 갈 것
인지,아니면 초원아파트 방면으로 내려서서 배방역으로 향할 것인지다.
배방역이 그 중 낮지싶다.조금 전 정상을 오르기 전 안부 사거리로 다시 되돌아
내려선 뒤 초원아파트 방향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15시30분). 사거리 안부를
뒤로하는 산길은 초반에는 가파르게 진행이 되더니 곧바로 완만한 산길이
유지되며 세로토닌이 물씬 샘솟을 듯이 기분좋은 산길을 내놓는다.
"초원설화타운"아파트단지 좌측으로 난 산길을 따르면 이내 단지(團地) 앞이다.
오후 새참을 훌쩍 넘긴 시간인데도 해는 중천에 있는 느낌이다.티없이 맑은 쪽빛
하늘도 변함이 없고 찬 기운을 머금은 하늬바람도 하루종일 날을 곧추 세운 채
고집을 거둬 들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2014,4/6)
설화산 정상에서 바라 본, 태화산 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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