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법무법인에서 1년여 간의 변호사 생활을 하고 올해 단독 변호사로 새로운 출발을 하였습니다. 사법시험 합격자 수가 천명에 달하는 지금 단독개업이 힘들다는 주위의 우려와 아직까지도 성실하게 열심히 하면 변호사로서의 좋은 경험과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격려 속에 단독변호사의 생활이 어느덧 7개월 남짓 되었습니다. 아직까지 변호사로서의 경험이 많지 않은 탓에 변론경험담을 써달라는 변호사회 사무국의 부탁을 받고 많이 난감하기도 하였지만 그동안 국선변호를 하면서 느낀 점을 써보고자 합니다. 최근 한 사건의 항소심 국선변호인으로 선임되어 기록을 살펴보니 피고인은 무죄를 주장하였으나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습니다. 피고인을 접견한 결과 피고인은 저에게 자신의 범행을 전부 인정하였고 1심의 형보다 감형되기를 원하였습니다. 저는 피고인에게 자신의 죄를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이 재판부의 선처를 바랄 수 있는 길이라고 하였습니다. 피고인은 자신의 죄를 모두 인정하겠다고 하면서 사선변호인을 선임하면 재판에 더 유리하니 저를 꼭 사선변호인으로 선임하겠다고 하였습니다. 피고인은 1심재판에서도 국선변호인을 사선변호인으로 선임하여 재판을 받았었고 항소심은 저를 꼭 사선변호인으로 선임하겠다고 하면서 변론을 잘 해달라고 하였습니다. 그 뒤 다시 피고인의 접견을 갔을 때도 피고인은 저를 꼭 사선변호인으로 선임하겠다고 하면서 당장 착수금을 입금하여 주겠다고 하였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실질적으로 정상참작 사유를 조사하여 법정에서 단한번의 재판을 받는 것이 전부인데 이런 경우에도 피고인이 간절히 원하면 사선을 선임하여야 하는지 고민이 되었지만 저는 피고인에게 국선변호인으로서 재판을 받는 것과 사선변호인을 선임하여 재판을 받는 것이 재판에는 영향이 없다며 이를 완곡히 거절하고 피고인의 국선변호인으로서 변론을 하였습니다. 제가 짧은 기간 국선변호를 하면서 느낀 거지만 위 피고인과 같이 사선변호인을 선임하는 것이 재판에 더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아직까지도 국선변호인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변호인이 사건을 의뢰받은 경우 우선 당사자 접견과 가족면회 등 다각적인 방법을 통해 피고인 또는 피의자의 주변 및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수사기록이나 증거 등을 수집하는 등 의뢰인에게 최선을 다하여야 함은 당연한 사실입니다. 또 조사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정확한 심문과 충실한 변론,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자료 확보 및 증인의 신청 등 가용할 자원을 최대한 동원하여 의뢰인에게 유리한 소송결과가 나오도록 하는 것은 변호인의 기본적인 의무이며 이는 사선변호인 뿐 아니라 선임방법에만 차이가 있을 뿐 국선변호인에게도 마찬가지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비싼 값을 주고 선임한 사선변호인과 같은 수준의 양질의 서비스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면이 있을 수도 있으나 위 사건과 같이 1심에서 재판을 받았고 항소심에서 모두 자백하는 경우 어차피 정상참작 사유를 조사하여 변론하는 것이 전부라면 이미 선임된 국선변호인을 사선변호인으로 전환하더라도 재판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사선변호인을 원하는 것은 국선변호인의 무성의한 태도로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기 때문이며 나 자신도 지금까지 피고인의 국선변호인으로서 사선변호인일 경우와 다름없이 성실하게 변론하여 왔는지 반성을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현행 법원의 국선변호인제도의 운영 실무에 있어서, 국선변호인 선정이 지나치게 방만하게 운영되어 결과적으로 사법부의 예산낭비, 변호인의 시간,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는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빈곤 기타 시유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때’의 요건을 엄격심사하여 그에 관한 충분한 소명을 한 피의자 또는 피고인에게만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는 것이 사회적 형평성에 부합하는 운영방향일 것이고 가난한 국민들에게 국선변호인 제도를 집중하여 법률서비스를 더욱 확대하여 나가는 것이 사회적 형평성에도 부합하는 바람직한 사법정책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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