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죽지랑가* 2
양한성
여름날 아침 노고단에 서 본 사람은 안다
밤새 숨어있던 바람이 몸을 일으켜
섬진강가 물방울들 몰고 와
구름바다 만든다는 것을
여름날 아침 은빛 노고단에 서 본 사람은 안다
잠든 산하 비추던 별들이
새벽이면 하나 둘 뚝뚝 떨어져
노오란 원추리꽃 피운다는 것을
서쪽 나아가는 하늘 보며
돌멩이 쌓던 사로국 청년
돌탑 속 남은 피멍은 그대로인데
그가 머문 자리
동자꽃 한 무더기 서럽게 피어나고 있다
산새들은 날개를 접고
바람도 잠시 숨을 멈추는
좁은 인연의 길
앞에 놓인 얕은 곳을 건너가면 깊은 곳에 다다를 수 있을까
나의 번민은 꽃망울 하나 맺지도 못한다
왕시루봉 보이는 자드락길 따라
술 한 병 설병 한 그릇
곡진하게 짊어진
득오의 모습이
그대에겐 보이는가 보이지 않는가
* 신라 효소왕 때 득오가 지은 8구체 향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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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글헤는 밤
모죽지랑가2
양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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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27
24.06.17 15:09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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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멋집니다.모죽지랑가~~*
놀라운 일취월장 글솜씨가 대단합니다. 잘 쓰셨어요. 모죽지랑가라니..
최고십니다!
잠시 퍼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