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전에는 문화답사를 많이 다녔였다.
화엄사와 천은사, 강화도, 마곡사, 경주와 남산, 안동과 하회마을, 밀양 일대 등등.
오래만에 다시 문화답사를 갔다.
멀리 아닌 가까운 곳에 있지만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곳으로.....
2.
동래향교에서 모였다.
참석자는 모두 27명이었다.
어리버리산악회가 부활한 이후의 모임으로는 제일 참석자가 많았다.
회원15명, 비회원이 13명이었다.
이 날의 가이드를 맡으신 세이님의 간단한 해설로서 문화답사가 시작되었다.
(중간에 향교담당 해설사의 해설이 있었다.)
복천동박물관은 고분 중심의 박물관이었다,
금관가야~신라로 이어지는 4~5세기 경의 동래의 역사를 알려주는 흔적들.....
임나일본설을 뒤집은 결정적 증거를 만들어준 곳이라 하여 더 마음이 갔다.
나무로 만든 무덤과 돌로 만든 무덤, 기술의 발달에 따른 것이란다.
장영실기념관을 거쳐 야외 고분을 살펴보았다.
햇살이 따뜻한 편이어서 좋았다.
3.
미리 예약해둔 (원조)동래할매파전에서 점심을 했다.
돌솥비빔밥과 추어탕, 그리고 파전과 동동주.
가격이 다소 센듯했지만 그래도 다들 맛 있어 해서 좋았다.
동래파전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음식이지만 제대로 된 파전을 먹지도 쉽지 않고,
먹어도 그 맛을 제대로 느끼기도 쉽지 않다.
예전 동래는 파가 유명했다.
그 좋은 파와 찹쌀, 해산물 등을 어우러 만든 것이 동래파전이다.
동래파전은 일반적인 파전과는 달리 초장에 찍어 먹는다.
동래파전은 굽기보다는 찐다.
일반적이 파전에 맛을 들인 사람들 중에는 맛이 없다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음식맛을 제대로 아는 사람들은 동래파전이 맛 있다고 한다.
이 날의 분들은 대부분 맛 있다고 했다.
동동주 맛도 나쁘지 않았고.....
4.
산성길을 따라서 충렬사로 갔다.
(일부는 차량을 이용했다.)
생각보다 길이 좋았고, 어느 구간은 낭만도 보였다.
人生門이 남달랐다.
이 문을 통해서 나간 사람들만 살았다고 해서 그리 이름 붙였다고 한다.
가슴 아픈 사연들이 얼마나 많았으랴 싶었다.
산 중턱 무렵에 박차정열사를 기리는 안내판이 있었다.
단재선생의 부인, 집안이 모두 독립운동가, 오빠는 일제의 감옥에서 옥사하고,
열사도 34살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이별했다.
후손은 그들을 챙기고 기려야 하는데,
아직도 친일파와 친일파의 후손들이 득세하고,
일제 때문에 우리나라가 발전했다는 해괴한 논리가 판을 치는 세상이니
그저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을 넘으니 아주 오래 된 듯 구불구불한 골목길이 나왔다.
충렬사, 임진왜란 때 최후까지 성을 지키다가 몰살한 동래사람들을 기리는 곳.
만들어진 지 오래 된 곳이어서 그런지 나무들이 참 좋았다.
다만 좀 쓸쓸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기념관 뒷뜰 가득 바둑과 장기를 두는 노인들의 모습이 쓸쓸함을 더 했다.
아들과 함께 먼저 참배를 했다.
미안한 마음으로.....
나는 전란 관련 인물전 연구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내 연구의 절반 이상이 임진왜란 관련 인물에 관한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충렬사를 30년만에 다시 찾았다.
누구를 탓하리요 싶었다.
나 자신 내 고장 사람들을 널리 알리지 않았으니.....
5.
지하철을 타고 수암역으로 갔다.
최근에 만들어진 동래읍성임진왜란역사관을 찾았다.
지하철 공사를 하다가 대량의 시신과 무기들을 보고 발굴하여 만든 곳이다.
동래성이 함락될 때 죽은 수많은 조선사람들의 시신들이
수백 년 넘게 땅속에 버려진 채 묻혀 있었다니,
그것도 모르고 그 위를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차들이 밟고 다녔다니,
생각할수록 가슴 아픈 역사이고 반성해야 할 후손들이다.
임진왜란역사관은 건물에 비해 유물이 너무 초라했다.
지하철역에 만들어져 있기에 그런지 몰라도 좀 아쉬웠다.
6.
왼종일 몇 분의 해설사들을 만났고 그들의 해설을 들었다.
처음 만난 동래향교의 해설사는 열정과 의욕은 좋으나 감정이 앞섰던 것 같다.
두번째 만난 복천동박물관 해설사는 해설은 괜찮았지만
해설사로서의 기본적인 태도에 문제가 많았다.
처음 우리를 대할 때의 신경질적이고 짜증난 듯한 표정과 말투,
약간 권위적이면서 차분하지 못한 해설......
그 이후에 만난 세 분의 해설사들은 대체로 차분하고 좋았지만
해설의 내용이 너무 천편일률적이었고 다양성과 깊이가 결여되어 있었다.
가끔씩 틀린 정보를 이야기하기도 해서 아쉬움이 컸다.
해설의 기본은 정확한 정보전달인데......
부산분들과는 임진왜란역사관에서 헤어졌다.
울산분들도 동래향교에서 처음 타고 온 차에 따라 헤어졌다.
하루를 되돌아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걸었던 것 같다.
다양한 것들을 접하기도 했지만 조금은 산만했던 것 같기도 했고.....
부담스러운 부탁이었음에도 열심히 최선을 다해준 세이님께 감사한 마음 드린다.
준비한 만큼을 다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그 준비를 느낄 수 있었다.
가입한 지 얼마되지 않았음에도 적극적으로 참석해주신
이슬님, 풍서란님, 숨쉬는 유리님께도 고마운 마음 드린다.
매월 셋째주에는 늘 갖게 되는 문화답사이니만큼
다음에는 더 좋은 시간이 될 수 있기를 미리 바라본다.
첫댓글 교수님 차량을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오해십니다ㅎㅎ
저희들은 평지를 이용해서 가다가 동헌도 잠시 들렀습니다^^
ㅎㅎㅎ 제가 지레짐작했습니다.
미안합니다.
교수님 좋은 시간 가져서 즐거웠습니다.
남편과의 약속시간에 맞추느라 끝까지
함께 못해 죄송합니다.
다음에도 기회가 된다면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제서야 읽어봅니다. '눕지말고 걸어라'라는 글이 생각납니다.걷는다는 것을 항상 즐겁게 생각하고 있던 차,오랫만에 자연 속을 걸어본 것 같았습니다,요즘은 꽉 묶여 지내는 터라 산이며 여행을 접어버린지가 꽤된 것 같았거든요. 말처럼 히힝대고 설치다가 집콕을 하니 모처럼 방출된 느낌 정말 즐거웠습니다.수안 지하 유물관에서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끓어오르던 서글픔,분노는 저만의 소유는 아니었겠지요? 앞으로도 문화탐방엔 꼭 참석하고자 합니다.늘 즐거운 시간되십시오~^^
아픈 역사의 흔적에서 가슴이 먹먹할때도있었지만 유익하고 즐거운 문화탐방이었습니다^^.
하루에 모든 방을 보기도 벅찬데 모든 방에 글을 남기는 해천님의 발빠른 행보는 감탄입니다.!!! 저는 오늘에사 이 곳을 접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