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메이저리그에서 선풍적인 활약을 하고 있는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의 에반 게티스에 관한 기사입니다.
우리 모두는 살면서 어려움이 없기를 바라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겠지요.
개티스처럼 어려움을 겪고 다시 일어선다면
어려움은 보다 강해지는 기회가 되는 축복이 될 것입니다.
에반 개티스 ⓒ gettyimages/멀티비츠 |
손가락이 세 개밖에 없어 '세 손가락의' 브라운(Three Finger Brown)으로 불린 모데카이 브라운(1876~1948)은 '광부' 브라운(Miner Brown)으로도 불렸다. 메이저리거가 되기 전 실제로 광부 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레전드 스토리]
현재 브라이언 매캔의 부상 공백을 메우고 있는 애틀랜타의 신인 포수 에반 개티스(26)에게도 메이저리거가 되기 전 많은 직업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청소 직원이었다. 얼마전 자신의 트위터에 청소 직원 당시의 출입 카드를 공개하기도 한 개티스는, 지금은 투수가 던진 공들을 담장 너머로 분리수거하고 있다.
청소 직원 시절 개티스의 출입 카드 |
댈러스 출신으로 텍사스주 고교 무대에서 무시무시한 파워히터로 이름을 날린 개티스는, 졸업반이었던 2005년 데이비 존슨 감독과 척 노블락 등 무수한 메이저리거들을 배출한 텍사스A&M 대학으로부터 야구 장학금 제안을 받았다. 그러나 개티스는 입단을 포기했다. 당시 우울증이 심했던 개티스는 마리화나와 알콜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약물 검사에 걸릴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자기가 만든 마음의 동굴 속에 꽁꽁 숨어 있었던 그가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간 곳은 재활 치료소였다. 개티스는 30일 동안 입원했고, 사회 복귀 훈련 시설에서 다시 석 달을 보냈다. 훈련 시설에서 만난 코치의 소개로 오클라호마주에 있는 한 주니어칼리지의 야구 팀에 들어가기도 했지만,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았다. 다시 포기. 개티스는 더 이상 술과 약물에 의지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1년 반을 보냈다.
개티스에게 변화가 찾아온 것은 어머니가 건네 준 비행기 티켓이었다. 이 티켓을 가지고 누나가 있는 콜로라도로 간 개티스는, 발렛 파킹 직원을 시작으로 트럭 세일즈맨, 피자 배달부, 스키장 리프트 요원과 골프장 카트 보이, 청소부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콜로라도주, 유타주, 뉴멕시코주, 캘리포니아주를 전전했으며 와이오밍주에 있는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도 일을 했다.
그렇게 4년이 지나자, 마침내 열망이라는 것이 마음 속에서 생겨났다. 개티스는 대학 코치로 있는 이복 형을 찾아가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했다. 치료소를 막 나왔을 때와 달리 야구에 무섭게 몰입한 개티스는, 야구를 다시 시작한 첫 해 애틀랜타로부터 23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한참을 돌아온 만큼 더 뚜렷해진 목표 의식이 그를 성공의 길로 인도했던 것. 이것이 <애틀랜타 저널 컨스티튜션>이 소개한 개티스의 긴 여정이다.
2011년 싱글A(.322 .386 .601)와 지난해 상위싱글-더블A(.305 .389 .607)에서 발군의 파워를 선보인 개티스는, 시즌 후 참가한 윈터리그에서도 홈런과 장타율에서 1위를 차지하며 베네수엘라 사람들로부터 '흰 곰'(El Oso Blanco)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리고 초청선수 자격으로 스프링캠프에 참가했다. 투수가 구종을 미리 알려주고 던지는 라이브 배팅에서 에릭 오플레허티와 크렉 킴브럴을 상대로 홈런을 때려내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개티스는(오플레허티는 장난삼아 포심이라고 말하고 커터를 던졌는데도 맞았다고), 24경기에서 .368 .393 .772 6홈런 16타점을 기록함으로써 개막전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다.
파워 하나는 일품 ⓒ gettyimages/멀티비츠 |
개티스는 데뷔전 두 번째 타석에서 로이 할러데이를 상대로 첫 홈런을 날리고(홈런은 애틀랜타 방송국이 터너필드를 찾은 아버지와 새어머니를 인터뷰하던 중 극적으로 터져나왔다) 스티븐 스트라스버그로부터는 결승 홈런을 때려내는 등, 첫 16경기에서 6개의 홈런을 날리는 괴력을 선보이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정확성에서 문제를 드러내고 있으며(.250 .310 .566) 포수로서의 완성도도 아직 떨어진다. 여전히 불투명한 미래를 가진 그는, 밑바닥까지 추락했음에도 전혀 훼손되지 않은 '천재성'으로 다시 일어난 조시 해밀턴과는 다른 부류의 선수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개티스에게는 그를 응원하고 있는 동료들이 있다.
[mlb.com 영상] 딱 맞춰 터진 개티스의 데뷔 홈런
2011년 초청선수 자격으로 처음 참가한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서, 개티스는 베테랑 포수 데이빗 로스(36·현 보스턴)를 만났다. 로스는 24살의 루키리그 선수에게 어찌된 일인지를 물었고, 개티스는 버스 정류장의 포레스트 검프처럼 긴 사연을 들려줬다. 26살에서야 제대로 된 메이저리그 생활을 하고 서른 살에 처음으로 100경기에 출장한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서였을까, 로스는 팀이 시키지 않았는데도 따로 시간을 내 개티스를 가르쳤다.
투수들도 그를 응원하고 있다. "그가 내 공을 받게 되면, 그를 위해서라도 잘 던져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 팀 허드슨은, 현재 개티스와 호흡을 맞춘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02, 레어드가 포수로 나선 2경기에서 9.72를 기록함으로써 자신의 말을 실천(?)하고 있다. 허드슨의 200승 달성 경기에서도 마스크를 쓴 개티스는, 허드슨을 위한 4타수2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개티스의 사연을 소개한 <애틀랜타 저널 컨스티튜션>은 개티스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무엇을 찾기 위해 그토록 긴 방황을 했으며, 또 찾기는 찾은 거냐고. 환한 미소와 함께 돌아온 개티스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아뇨. 찾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찾지 않아도 될 거 같습니다"
첫댓글 6/8일 애틀란타전 류현진 등판 경기 때 개티스와 대결하는 걸 봤습니다. 허구연 해설위원이 잠깐 개티스의 배경에 대해 얘기하는 걸 듣고 음~~ 인간 승리군 하고 잠깐 생각했었는데, 여기서 또 좋은 글 봅니다. ^^
배팅할때 흰곰(?)이 무섭게 돌리더라구요. 한번 걸리면 장외 나올정도로 파워가 넘치더군요. 류현진이 잘 막아서 다행입니다.ㅎㅎㅎ 좋은 글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