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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앞 전
배가 향하는 쪽 ; 앞
배의 동작상 ; 줄렁줄렁, 질겅질겅
前의 갑골문(肯과 통용)
前의 금문 前의 전문1
前의 전문2
1. 수로를 배로 가는 모양에서 ‘나아가다, 앞’의 뜻을 나타냄
2. 가위로 자르는 모양에서 ‘앞’의 뜻을 나타내며 煎(자를 전)의 원자
3. 배의 갑판에 발을 딛고 있는 모양으로 제일 먼저 상륙하는 것에서 ‘앞’의 뜻을 나타냄
4. 가지런히 자르다. 齊斷也. 『說文』
상기(上記)는 前(앞 전)에 대한 기존의 자원(字源)입니다. 문자란 말의 소릿값에 대한 모방일 수밖에 없습니다. 소릿값에 따르지 않은 글자란 있을 수 없습니다. ‘앞’이란 개념에 ‘항해중인 배’라든지, ‘가위질’의 개념은 개연성을 가질 수 없으며, 모두 작위적인 해석에 지나지 않습니다.
前의 갑골문 자형 중 (1), (2)(표시요망)번은 이가 서로 맞물리는 모양[⑤, ⑥]과 ‘걷다’의 소릿값을 나타내는 止[①]와 동작상(動作相)을 의미하는 점[④]의 합으로 ‘이로 씹는 동작’이라는 것에서 ‘질겅질겅’의 소릿값을 나타내는 肯(즐길 긍)자입니다.
(3)(표시요망)번 자형은 舟[②]와 止[③]의 합이며, 여기서의 舟는 사람 몸의 ‘배’를 나타내며, 止는 ‘걷다’로 ‘걸을 때 배가 향하는 쪽’이라는 것에서 ‘앞’의 뜻을 나타내며, (4)번 자형에서는 止가 行으로 변경되어 있습니다. 여기서의 行은 止와 같은 뜻으로 ‘다니다’를 의미합니다. 갑골문에서 肯과 前이 혼용되고 있는 이유는 자전 분류상의 오류로 추정됩니다.
금문은 止와 舟의 합으로 갑골문(3) 자형을 따르고 있으며, 전문에서는 刀를 덧붙여 져 있습니다. 이 刀도 ‘방향’의 의미를 나타낸다고 보기는 어려운데, 현대 중국어 음에서 刀와 道가 거의 흡사한 것에서 刀를 道의 축약으로 해석한 것입니다.
前의 전문1 자형은 舟와 止의 합으로 ‘배의 동작상’이라는 것에서‘줄렁줄렁(/물 따위가 큰 물결을 이루며 자꾸 흔들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의 소릿값에서 刀로 ‘자르다’의 어기를 더하여, ‘즐그다(/[옛말]지르다)’의 뜻을 나타낸 것입니다. 따라서 前의 전문2가 前의 갑골문 (3)번 자형 및 금문 자형을 그대로 이어받아, ‘앞’의 뜻을 나타냅니다.
前[/肯]後(전후), 前[/肯]進(전진), 以前[/肯](이전), 前[/肯]提(전제), 午前[/肯](오전) 등에서 前[/肯]이 ‘앞’의 뜻입니다.
肯 즐길 긍
질기다, 즐기다, 즐거이, 기꺼이
肯의 갑골문(前과 통용)
肯의 금문 肯의 고문 肯의 전문1
肯의 갑골문 자형은 사람의 이가 서로 맞물리는 모양과, 걷는 모양의 동작상을 나타내는 止의 합자입니다. ⑦, ⑧ 부분으로 이가 서로 맞물리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으며, 네 번째 자형은 아예 어금니의 위에 止가 놓여 있습니다. (2)(표시요망)번 자형은 舟와 沚의 합으로 前자입니다.
금문 자형은 牙(어금니 아)[ⓐ표시요망]의 아래에 肉이 놓여 있는 모양이며, 고문 및 전문 자형은 금문의 牙가 冂[ⓑ표시요망]의 형태로 바꿨을 뿐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이는‘이의 동작 상태’로서 배달말의 의태어‘질겅질겅’을 나타내며, 유사한 소릿값‘즐기다’의 뜻이 도출시키는 것입니다.
현재의 해서 자형 肯은 와자(訛字)이며, 실제로는 肎이 옳은 글자입니다.
齒의 갑골문
齒의 전문
齒(이 치)의 갑골문 자형은 입 속에 나란히 들어차 있는‘이’의 모양을 본뜬 글자이며, 전문 자형에서부터 상부에 止가 쓰이는데, 여기서의 止는 반복되는 동작이나‘질겅질겅’의 소릿값을 나타냅니다.
沚의 갑골문
止의 갑골문 㢟의 갑골문
沚(물가 지)의 옆에 보이는 점[④(표시요망)]들은 止가 멈추고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나타낸 것입니다. 이는 ‘질겅질겅/질척질척’ 등과 유사한 순우리말에서의 의태어(擬態語)를 나타내는 것으로 ‘움직이고 있는 발’로 ‘걸어감[반복되는 동작]’의 뜻입니다. 沚가 비록 사전적으로는 ‘물가’로 훈(訓)을 달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는 발이 움직이는 모양의 의태어이며, 지명(地名)으로는 늪지에 가까운 질척이는 땅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㢟(걸을 지)도 단순한 걸음이 아니라 질척이는 걸음에서 더딘 걸음의 뜻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汜의 갑골문 浿의 갑골문 洧의 갑골문
汜(지류 사), 浿(물이름 패), 洧(강이름 유)의 갑골문 자형의 a 부분이 水(물 수)자입니다. 갑골문에서 ‘물’의 개념은 점을 찍은 물방울에 있는 것이 아니라, ‘흐름’에 있는 것입니다. 浿(물이름 패)에서는 점 없이 아예 흐름의 표시만으로 ‘물’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따라서, 前(앞 전), 肯(즐길 긍)의 갑골문 자형에 보이는 점들은 물을 나타낸 것이 아니라 반복 되는 행위나 그 행위에 대한 의성의태어의 표현인 것입니다.
洗의 갑골문(前, 肯과 통용)
洗(씻을 세)의 갑골문 자형 중 (1), (2), (3)번은 沚와 같으며, (4), (5)번은 肯 자와 같습니다. 肯이 前과도 통용되며, 洗와도 통용될 수 있는 이유는 자형의 구성을 ‘질겅질겅/질척질척’ 정도의 의성의태어로 읽었기 때문입니다.
肯의 ‘즐겁다’의 의미는 ‘질겅질겅’과 소릿값이 유사한 것에 의한 차용입니다. 질겅질겅은 발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음식물을 계속 씹는 모양에 대한 의태어이기도 합니다. 그 모양이 고개를 연속해서 끄덕이는 것에서 ‘기꺼이’의 뜻도 아울러 나타냅니다.
肯[/肎]定(긍정), 首肯[/肎](수긍), 肯[/肎]可(긍가 ; 청하는 일을 하도록 들어줌), 肯[/肎]志(긍지 ; 찬성하는 뜻), 肯[/肎]從(긍종), 肯[/肎]意(긍의) 등에서 肯이 ‘즐거이, 기꺼이’의 뜻입니다.
終風且霾 惠然肯來 莫往莫來 悠悠我思 『詩經』
종일토록 바람불고 또 흙비 내리네, 다정스레 즐거이 오셨는데, 갈 수도 올 수도 없으니, 아득아득한 내 마음.
公子欲見兩人 兩人自匿 不肯見公子. 『史記』
공자(公子)는 두 사람을 보고자 했으나, 두 사람은 스스로 숨어서는 공자보기를 기꺼워하지 않았다.
▣ 조동사로서 동사 앞에 놓여 어떤 일이나 행동을 하고자 함을 나타낸다. ‘~하고자 하다’로 해석한다. 『허사대사전·성보사』
상기 시 경(詩經) 구절의 肯이 ‘즐거이’의 뜻으로 쓰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배달말에서 ‘즐거이’는‘기꺼이’와 같은 뜻이며, 사기(史記)에서는‘기꺼이’의 뜻으로 쓰였습니다. 이‘기꺼이’에 대한 중국어식의 풀이가 조동사로서‘~하려고 하다, 자주 ~하다, 곧잘 ~하다’는 것에서 현재 허사사전에도 그대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方今之時 臣以神遇而不以目視 官知止而神欲行 依乎天理 批大卻導大窾 因其固然 技經肯綮之 未嘗微礙 而況大軱乎. 『莊子』
이제서는 신은 정신으로 대하며 눈으로 보지 않습니다. 관능(官能)과 지식(知識)을 그치면 정신이 행하여질 것이며, 자연의 결에 따라 큰 틈에 짜개고 큰 구멍에 이끌리며, 본래 그러함에 따름이다. 기술의 경지가 질긴 힘줄일 지라도 조금도 구애됨이 없었는데 하물며 큰 뼈에 있어서야!
상기 문장의 肯을 기존에는‘뼈에 붙은 살’이라고 풀이하며, ‘綮(힘줄 경)’은‘뼈와 살이 이어지는 곳’이라는 식으로 풀이합니다. 이런 잘못된 중국어식의 풀이가 나중에는‘肯綮’을 하나의 관용어(慣用語)로‘사물의 핵심이나 일의 관건이 되는 부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의 뜻으로 사용됩니다.
肯이‘뼈에 붙은 살’의 의미로는 이 문장 외에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습니다. 순우리말에는 동물의 고기, 특히 쇠고기의 경우에는 백가지를 넘는 부위별로의 낱말이 존재하지만, 이‘뼈에 붙은 살’로는‘갈비 살’외에는 딱히 없으며, 肯을 갈비의 뜻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여기서의 肯은‘질겅질겅’에서 ‘즐기다’로 다시‘질기다’의 뜻으로 사용된 것입니다. 따라서 ‘肯綮’이란‘질긴 힘줄’입니다.
揃 자를 전
즐그는 손동작 ; 지르다
揃의 전문
揃의 전문 자형은 前과 手의 합자입니다. 前이‘즐그다(/지르다, 자르다, 갈라서 나누다)’의 소릿값을 나타내어, 즐거는 동작[手]에서 ‘지르다/자르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현재는 剪(가위 전) 자로 주로 사용되고 있지만, 剪은 전문 자형에 없는 글자입니다.
湔 씻을 전
물에 즐그다, 지르잡다
湔의 전문
湔의 전문 자형은 水와 前의 합자이며, 前이 ‘즐그다’에서 ‘물에 즐그다(/지르다)’에서 ‘지르잡다(/옷 따위에서 더러운 것이 묻은 부분만을 걷어쥐고 빨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煎 달일 전
지글지글/자글자글, 달이다, 졸이다, 지지다
煎의 전문
煎의 전문 자형은 前과 火의 합자이며, 前이 ‘즐그다’에서 ‘지글지글, 자글자글’로 쓰여, ‘달이다, 졸이다, 지지다’ 등의 뜻을 나타냅니다.
酒煎子(주전자), 煎餠(전병), 花煎(화전), 膏火自煎(고화자전 ; 기름 등불이 스스로 저를 태워 없앤다는 뜻으로, 재주 있는 사람이 그 재주 때문에 화를 입는 것을 비유해 이르는 말) 등에서 煎이 ‘달이다, 졸이다, 지지다’의 뜻입니다.
箭 화살 전
댓줄기, 화살
箭의 전문
箭의 전문 자형은 竹과 前의 합자입니다. 前이 ‘즐그다’에서 ‘줄기’의 소릿값을 나타내어, 대나무로 만든 줄기, 즉 댓줄기로 ‘화살’의 뜻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神機箭(신기전 ; 화약을 장치하거나 불을 달아 쏘던 화살. 신호용으로 사용), 火箭(화전), 響箭(향전 ; 우는 살), 流箭(유전 ; 누가 어디서 쏘았는지 모르게 날아오는 화살) 등에서 箭이 ‘화살’의 뜻입니다.
翦깃날 전
깃을 붙인 살, 깃살대
翦의 전문
翦의 전문 자형은 前과 羽의 합자이며, 前이 箭의 축약으로 ‘깃을 붙인 살’에서 ‘깃살대’의 뜻을 나타냅니다.
鬋 귀밑머리늘어질 전
길게 늘어난 줄기, 귀밑머리
鬋의 전문
鬋의 전문 자형은 歬과, 髮(터럭 발)의 축약인 髟의 합자이며, 前이 ‘줄그다’로 ‘줄기지어 나온 머릿결’이라는 것에서 ‘귀밑머리(/이마 한가운데를 중심으로 좌우로 갈라 귀 뒤로 넘겨 땋은 머리/뺨에서 귀의 가까이에 난 머리털)’의 뜻을 나타냅니다.
글자가 이루고 있는 그대로의 뜻이라면 前의 ‘앞’에서 ‘앞으로 늘어나다’이겠지만, 실제 귀밑머리는 얼굴의 앞쪽에 있지 않습니다. 귀의 가까이인 얼굴의 측면이나 귀 뒤로 넘어간 머릿결을 말하며, 현재의 해서 자형 前은 와자이며, 실제로는 ‘즐그다’의 소릿값을 나타냅니다.
㡐 기표 전
줄기진 띠, 띠
㡐의 전문
㡐의 전문 자형은 前과 帶(띠 대)의 축약인 巾의 합자입니다. 前은 箭의 축약으로 巾과 합하여, ‘띠(/활터에서 한패 안에서 몇 사람씩 나눈 무리)’의 뜻을 나타냅니다.
葥 질경이 전
줄기진 풀, 댑싸리
葥의 전문
葥의 전문 자형은 초본 식물을 의미하는 艹과, 歬의 합자이며, 歬이 ‘즐그다’에서 ‘줄기’로 쓰여, 줄기진 풀에서 ‘댑싸리(/명아줏과의 한해살이풀. 줄기는 비를 만드는 재료로 쓰인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艹湔 질경이 전
질겅질겅한 물결무늬가 있는 풀, 질경이, 산딸기
艹湔의 전문
艹湔의 전문 자형은 초본 식물을 의미하는 艹와 湔의 합자이며, 湔의 水는 ‘물결무늬’를 의미하며, 前의 ‘줄그다’와 더하여 줄기에 물결무늬가 있는 ‘질경이’의 뜻을 나타냅니다. 또 잎사귀에 질겅질겅(/줄렁줄렁)한 물결무늬가 있는 ‘산딸기’의 뜻도 나타냅니다.
媊 별이름 전
줄기찬 자세, 끈기
媊의 전문
媊의 전문 자형은 姿의 축약인 女와 前의 합자이며, 문장에 직접 쓰인 용례는 확인하기 어려우며, 설문(說文)에 ‘明星[밝은 별]’이라고 자원(字源)을 풀고 있는데, 이는 ‘줄기차다’에 대한 풀이로 판단되며, 이 ‘줄기차다’에서 ‘끈기’의 뜻을 나타내는 것으로 추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