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단골 맛집'- 광화문 편 ②>
흰눈 나리면 들판을 서성이다
옛사랑 생각에 그길 찾아가지
광화문 거리 흰눈에 덮여가고
하얀눈 하늘 높이 자꾸 올라가네
-이문세의 '옛사랑' 중
서울 광화문 일대는 청와대, 정부종합청사, 서울시청, 대기업 본사, 언론사와 오피스 빌딩 등이 밀집해 있는 곳이라 오래된 유명한 맛집들이 많다.
용금옥(추어탕, 1932년 개업), 청진옥(해장국, 1937년), 광화문집(김치찌개, 1977년), 미진(메밀국수, 1952년), 부민옥(육개장, 1956년), 남포면옥(냉면, 1963년), 북어국집(1968년), 가봉루(중식, 1972년) 등이 대표적인 노포 맛집들이다.
광화문에 위치한 회사에서 20년 이상 밥벌이 하고 있는 내가 꼽은 광화문 '단골 맛집 7곳'을 작년 5월에 소개한데 이어 8곳을 추가로 소개한다.
# 다담정식
대표적인 가정식 백반집으로 광화문 직장인들의 '최애 맛집'이다.
반찬이 모두 정갈하고 넉넉하다. 매일 반찬이 한두가지씩 바뀌는데 주로 갈치구이, 꼬막무침, 가자미구이, 제육볶음, 계란말이, 오이소박이, 호박나물 등이 자주 나오는 편이다.
예전엔 점심과 저녁 모두 줄이 길었지만, 코로나 이후 줄이 좀 짧아졌다.
이 집 줄이 길면 바로 옆 식당인 '한솔'의 굴국밥, 낙지돌솥밥도 강추다.
-가정식백반 8000원.
-관정빌딩 지하 1층(영풍문고 종각점 옆 건물)
# 감촌순두부
순두부 하면 '감촌'이 떠오를 정도로 유명한 순두부집이다.
거기에 마크 리퍼트 등 주한 미국대사들이 자주 찾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더 유명세를 탔다. '수요미식회'에 소개된 집이기도 하다.
순두부 메뉴가 주력이지만 머리고기, 빈대떡, 모듬전 등도 맛있다.
순두부 치고 가격이 너무 비싼게 흠이고, 서비스 응대가 좋은 편은 아니다.
-순두부찌개 1만3000원, 머리고기 2만7000원, 빈대떡 2만6000원.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5층.
# 가봉루
광화문에서 '동성각'과 더불어 화상(華商)이 운영하는 오래된 중국집 가운데 한곳이다.
짜장면과 짬뽕, 탕수육이 주요 메뉴지만 복어살로 만든 라조위, 동파육과 비슷한 삼겹살찜이 특히 맛있다.
상호인 가봉루(嘉鳳樓)는 '아름다운 봉황이 있는 다락'이라는 뜻이다.
-짜장면 5000원, 짬봉 6000원, 라조위(소) 3만원, 삼겹살찜(소) 3만5000원.
-세종문화회관 옆.
# 호면정
위에 소개한 다담정식과 같은 건물 같은 층에 있는 안동국시 전문점이다.
한우 육수 베이스의 국시는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풍미가 있다. 국시와 국밥뿐 이니라 안주 메뉴들도 대체적으로 무난한 편이다.
안동국시 전문점은 이곳 말고도 동아일보 옆 건물에 '안동국시', 무교동에 '소호정' 등이 있다.
-안동국시 1만원, 안동국밥 1만원, 보쌈(소) 3만6000원, 빈대떡 2만원.
-관정빌딩 지하 1층.
# 막내낙지
매콤한 낙지가 생각날 때 '서린낙지 갈까' '막내낙지 갈까' 늘 고민하는 집이다.
서린낙지와 마찬가지로 주로 낙지볶음과 철판을 함께 시켜 낙지볶음을 철판에 부어 함께 볶아 먹는다.
밥은 공기밥보다 상추, 계란후라이와 비벼 먹는
낙지비빔밥이 잘 어울린다. 매운 속을 달래주는 조개탕도 일품이다.
-낙지볶음 2만2000원, 철판(소) 3만7000원, 조개탕 1만2000원, 계란말이 7000원.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1층.
# 부민옥
1956년에 개업한 대표적인 노포(老鋪)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이 경호원을 시켜 이집 음식을 배달시켜 먹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육개장과 양무침이 주력 메뉴지만, 내가 이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어릴 때 할머니가 만들어주시던 미더덕찜 맛과 비슷한 '부산찜'이다.
시대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해 요즘엔 젊은 손님은 거의 없고 대다수가 장노년층 손님이다.
-육개장 9000원, 선지국 8000원, 양무침(소) 3만원, 부산찜 3만4000원.
-무교동(을지로입구역에서 400미터)
# 장호양곱창
곱창보다 김치찌개집으로 더 유명한 곳이다. 점심 때 김치찌개 생각나면 가끔 찾는다.
김치찌개에 라면 사리는 필수. 작은 접시에 곱창 몇 점이 담겨나오는 '짤라' 메뉴를 같이 시켜먹는 경우가 많다.
광화문 장호양곱창은 분점이고, 본점은 중앙일보 사옥 근처인 충정로에 있다.
-김치찌개 7000원, 짤라 8000원, 양(250g) 2만5000원, 곱창(250g) 2만5000원.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지하 2층.
# 용금옥
추어탕 하면 '용금옥'할 정도로 유명한 집이다.
메뉴판에 추어탕이 아닌 '추탕'으로 적혀 있다.
서울식 추탕은 원래 미꾸라지를 통째로 넣어 끓이는 것이 기본이지만, 손님 입맛을 고려해 주문 받을때 통째 넣은 것 먹을지 갈아넣은 것으로 먹을지 물어본다.
반찬으로 숙주나물, 무채, 마늘장아찌, 열무김치가 같이 나온다.
용금옥은 이 곳 말고 한곳이 더 있다.
이 무교동 용금옥은 1932년 개업한 창업주의 손자가 운영하고, 서촌의 용금옥은 창업주의 셋째며느리가 운영하고 있다.
-추탕 1만원, 미꾸라지부침 1만8000원.
-무교동(을지로입구역에서 300미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