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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는 여군
삼척 도계초 3학년 최호현
우리 엄마는 아침에 보험 회사에 가고
낮에는 태화마트에 일하러 간다.
엄마는 힘들지 않은가 보다.
나는 학교 갔다가 태권도 갔다 오면
힘들어 죽을 것 같다.
우리 엄마는 꼭 여군 같다.
공사
삼척 도계초 1학년 김소희
학교를 마치고 집에 와 보니
집이 엉망이었다.
보일러가 고장이 나서
가스보일러로 바꾸는 거라고 엄마가 말했다.
지금은 밤 9시다.
보일러 아저씨는 참 힘들겠다.
아직도 보일러를 고치니까!
보일러 아저씨 집에도
나처럼 1학년 아이가 있다고 했다.
아저씨집 아이도 나처럼
아빠를 기다리겠다.
병아리
삼척남초등학교 6학년 변준호
병아리가 죽었다.
새벽 3시 반에 일어나니 죽었다.
병아리가 비게에 깔려 죽었다.
내 때문에 죽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랑 뛰어놀고 내 뱃속에서 놀고
지렁이 잡아주는 생각하면 눈물이 나온다.
불을 꺼도 머리 속에는 병아리 소리가 들린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꿈에도 나타나지 않고……
내가 보고 싶지 않나?
나는 보고 싶어 울었는데
공부 끝나고 집에 오니
삐약삐약 소리가 난다.
물방울 소리가 병아리 소리 같다.
이틀밖에 안 됐는데 이렇게 보고 싶을까?
무덤에 가서 땅에 귀를 대고 누웠다.
그래도 보고 싶다.
병아리야! 천국에 가서 보자.
그때 내가 더 잘해줄게!
빈자리
삼척남초등학교 6학년 배강길
친척들의 빈자리가 너무 크다.
이쪽은 친척누나가 놀던 자리, 저쪽은 친척동생 놀이터
또 여긴 외숙모들이 음식하던 자리,
저긴 모두 모여 함박웃음 짓던 자리
하지만 이제는 이 자리에 유독 흔적만 돋보인다.
모두가 인사하고 갈 때
갔다가 다시 온다고 말하지만 한숨만 나온다.
하지만 우리들보다 한숨 쉬는 사람은 ‘할머니’다.
자식들이 왔다 간 흔적을 보며 그 흔적들을 치우며
한숨을 내쉬며 다음에 올 때를 기다린다.
이렇게 기다리다 보면 어느새
우리 할머니 얼굴에는 주름이 생기고
머리숱도 하얗게 물들어갈 것이다.
한 달, 두 달 기다리다 보면 어느새 나도 커가고
저 멀리 도시에서 여기로 오길 기다리는 동생들도
커갈 것이다.
오늘 가면 다음에 보면 되지만 할머니 마음은……
꽃
삼척남초등학교 6학년 배강길
오늘 학교 마친 뒤 집에 가는데
어느 한 불쌍한 꽃을 보았다.
꽃이 바위 틈 사이에서 뿌리를 내려
빛도 받지 못하고 있다.
같은 종류의 다른 꽃은 주위 평지에 많이 나있다.
그런데 하필 왜 이 꽃은
여기에 뿌리를 내려서 고생을 할까?
도와주고 싶어서 돌을 치우려고 했지만
이 돌은 내가 들기에는 너무 큰 돌이다.
다른 꽃과 달리,
잎도 마르고 꽃도 거의 다 떨어지고 없다.
왜 하필 그 많고 많은 땅 중에 거기니?
돌을 깨부수어서라도,
이 꽃을 다시 파서라도 구해주고 싶다.
하지만 그러다가 이 꽃만 더 안 좋아질까봐 그냥 뒀다.
그냥 두고 가는 발걸음이 약간 무거웠다.
그래서 꽃을 도와주진 못해도 이름은 지어 주었다.
이름은 ‘희망꽃’이다.
이 꽃에게 희망이 있어 보여서다.
시험
삼척 도계초등학교 3학년 이성모
학교에서 점심을 먹고 나서
우리반 다 과학 시험을 봤다.
처음에는 떨었다.
시험지를 받았을 때는 자신이 있었다.
경연이가 내꺼를 매겼는데
열 몇 개 틀렸다.
성훈이랑 나랑 똑같이 맞았다.
성훈이는 나 보고 웃었다.
그래서 나도 성훈이한테 같이 웃었다.
태풍
삼척초 4학년 홍지웅
태풍은 정말 싫다.
사람 생명을 앗아가고
어부 아저씨 배도 침몰시킨다.
바보!
넌 이제 끝이야!
3시에 소멸.
하하하!
벌레
삼척 도계초 1학년 김슬하
방 안에 조그만 벌레가
수학 공책 위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벌레를 연필 위에 앉혀 놓았습니다.
꼼지락 벌레가 움직였습니다.
무척 귀여웠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손으로 벌레를 죽여 버렸습니다.
엄마 보고 "죽이지 마세요!" 했는데
엄마는 벌써 벌레를 죽인 뒤였습니다.
엄마 미워요!
옛날
삼척 도계초 6학년 조수경
20년 전이라도
30년 전이라도
놀거리 천지일 텐데……
컴퓨터, 텔레비전이 아닌
숨바꼭질, 멱 감고 놀 텐데……
집에 꼭꼭 틀어박혀 있지 않을 텐데……
아무리 추워도, 아무리 더워도
놀거리 가득했던
먹거리 가득했던
옛날,
가끔은 옛날이면 좋겠다.
물고기 박사 최기철 할아버지처럼
삼척 4학년 남수민
내 나이 열 살
아직 어린 나이
펑펑 놀아서 위인 된 사람도 있는데
최기철 할아버지처럼
그런데 왜 학원 쫓아다니며
바쁘게 살까?
어른들처럼 바쁘게 살까?
지금이라도 달려가고 싶다.
강 속으로, 풀밭으로
물고기를 잡으며, 풀벌레를 잡으며
진짜 아이로 살고 싶다.
개울가 내 얼굴
삼척 마읍분교 5학년 김초현
어렸을 때 사람들이 나보고
엄마를 많이, 무지하게 닮았다고 한다.
엄마와 아빠가 떨어져 살고 나서
엄마를 다시 볼 수 없었다.
지금 나는 12살이다.
"너, 엄마 많이 닮았다!"
그 생각이 나면
엄마가 보고 싶어서 개울가로 달려가 본다.
개울물 위로 얼굴을 들이대 본다.
내 얼굴이 보인다.
그런데 두 개로 보인다.
한 쪽은 엄마 얼굴 같고
한 쪽은 약간 비슷한 내 얼굴이다.
사람들이 나보고 엄마 닮았다는 게
약간 이해가 된다.
하지만 내 얼굴이 가슴을 바늘로 콕콕 찌른다.
아프다. 울고 싶다.
개울 속 내 얼굴을 보며
상처 나지 않게 조심 또 조심해야겠다.
만두 만들기
삼척 도계초 3학년 김휘석
만두를 만들었다.
나는 속을 많이 넣고 꾹꾹 눌러서
터진 적도 있다.
우리는 못생긴 만두를 만들었다.
나와 대석이가 못생기게 만들어서
어느 게 내 꺼고
어느 것이 대석이껀지 알기 쉬웠다.
엄마는 우리 만두가
맛이 없을 것 같다고 하셨다.
튀김 만두도 먹고 국 만두도 먹었다.
거기엔 어김없이
못생긴 만두도 들어갔다.
만두 만들기는 아주 재미있다.
고모가 놀러 온 것
삼척 도계초 1학년 이정영
고모가 놀러 왔습니다.
지금 고모 배에는
애기가 들어 있다고 했습니다.
어떤 애기가 들어 있는지 무척 궁금합니다.
엄마 애기로는 고모 닮았으면
못 생겼을 거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애기들은 모두
귀여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봄이 오면
삼척남 6학년 홍성표
겨울이 지나면 봄
봄이 오면 모든 것이 바뀐다.
눈이 사르르 녹고
차가운 바람이 따스한 바람으로 바뀐다.
유치원이 1학년으로,
한 학년씩 바뀐다.
듬직한 형들과 동생들이 보기 좋다.
식물
삼척 4학년 김찬묵
땅에 박혀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
해가 뜨면서
위험과 싸움 시작이다.
나는 식물 편이다.
지방선거
삼척 삼척남초등학교 6학년 조성권
오늘은 선거
엄마, 아빠는 투표하러 간다.
누구를 뽑을지는 모른다.
누가 되는지도 모른다.
자기가 되려고 몸부림친다.
병원
삼척 도계초 1학년 권유경
집에 대문을 뛰어넘어 오다가
대문에 걸려서 넘어졌다.
넘어져 울고 있는데
엄마가 와서 보고
바로 병원으로 갔다.
그런데 다친 데가 아픈 것보다
병원에 가는 것이 더 무서워서
막 울었다.
드디어 선물을
삼척 4학년 남은진
드디어 내가 정성껏 만든 꽃을
아빠에게 드릴 수 있는 날이다.
아빠 생신에 아빠는 일직을 했다.
오늘은 아빠가 노는 날이다.
내가 아빠에게 꽃을 드리자
딱 두 말. ‘땡큐’ 이 말이다.
드디어 아빠가 선물을 받아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 아빠 생신을 기다린 것이다.
난 우리 아빠의 큰 힘이다.
우리 밭
삼척남 6학년 이성민
우리 밭은 다른 밭보다
더 빨리 자라는 것 같다.
더 빨리 자라서
우리가 먼저 먹을 것 같다.
그리고 벌레가 별로 없는 것 같다.
밭은 조그마하지만
우리 밭이 좋은 것 같다.
탄광마을 아이들을 읽고
삼척 4학년 남수민
임길택 선생님이 쓴 시를 읽고
얼마나 울었는지
말도 못 한다.
탄광은 그렇게 어려운가?
나는 잘 살면서도 부끄럽다.
내 예쁜 고무줄, 예쁜 옷이
너무 부끄럽다.
거짓말
삼척 도계 3학년 장미랑
아이들이 시끌벅적 이야기하는 곳에서
내가 먼저 끼어들어 거짓말을 했다.
아이들의 눈은 반짝반짝
눈치만 보면서 꼬치꼬치 캐물었다.
겉으로는 진짜처럼 행동해도
속으로는 펑 터지는 풍선처럼
불안하고 불안하다.
집에 와서 생각해 보면
아이들의 눈빛이 생각난다.
아이들은 잘 속아 넘어가지만
내 마음속에 숨어 있는 작은 풍선은
깊은 곳에서 터질 것만 같다.
다음부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떠오르는 거짓말!
아픔
삼척 도계 3학년 전은희
동생과 싸움
엄마한테 혼나서
말 안 하려고 노력한다.
잠을 자는 척 쿨쿨
엄마 들어와서 몰래 약 발라준다.
맘이 흔들려 말을 하고 만다.
엄마는 자는 척 했다고 가짜로 화낸다.
계속 흔들린다.
난로
삼척 6학년 김형규
난로가 불을 뿜는다.
위에 있는 고구마가 쪼그라든다.
아이들이 하나 둘
난로에 모인다.
고구마가 쭈그러들수록
아이들도 늘어난다.
동생에게 미안해
삼척 도계 3학년 유미경
동생 생일 때
곰돌이 인형을 선물하려는데
동생에게 들켰다.
“나 줄 거야?”
이 말을 듣고 주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네 거 아니야!”
동생은 실망한 것 같다.
동생에게 심술을 부려 미안하다.
사진
삼척 6학년 안종구
오늘 사진을 찍었다.
첫째 시간에 나와 사진을 찍었다.
교실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아저씨께서 오셔서 사진을 찍었다.
선생님께서도 나오셔서 사진을 찍었다.
“하나 둘 셋 찰칵!”
소리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세 번 찍었다.
움직이지 않던 애들이 갑자기 움직인다.
마치 얼었다 다시 녹은 것 같다.
할머니 집에 갔다
삼척 도계 3학년 송동렬
난 오늘 할머니 집에 갔다.
그런데 할머니가 나보고
‘우리 똥강아지’라고 했다.
난 그 말을 듣고 기분이 좋았다.
왜냐하면 우리 할머니이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많이 나았다고 해서
기분이 엄청나게 좋았다.
할머니 집에 자주 가야지!
우리 아빠의 놀이터
삼척 정라초 5학년 이예지
우리 아빠는 일 끝나면 당구장에 가신다.
그곳이 놀이터이다.
한 번 가면 빠져나오질 않는다.
쉬는 날, 일 끝나는 날에만 간다.
우리에게 놀이터가 있듯이
우리 아빠도 놀이터가 있다.
아빠는 어린아이처럼
재미나게도 노신다.
고무줄
삼척 4학년 박소희
고무줄하다가 틀리면
번개 치는 것처럼 속이 뒤집힌다.
어떤 애들은 비명을 지른다.
그러면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와 같다.
고무줄하다가 고무줄이 끊어지면
고무줄이 총알처럼 날아와 맞는다.
비가 쏟아지는 것처럼 눈물 나게 아프다.
고무줄하다가 양말에 구멍이 나도
그냥 그저 한다.
구멍이 나면
양말에 무슨 개똥 묻은 것처럼 자꾸 본다.
구멍 나도 엄마한테 맞든 말든
고무줄은 줄이지 않는다.
집에 갈 때 오리가 걱정하는 것처럼
덜덜 떨면서 간다.
순서
삼척 4학년 김샛별
어제는 대화 할머니 댁에 가서
바로 외갓집으로 갔다.
난 외갓집에 먼저 가는 걸
한 번도 못 봤다.
남자쪽이라서?
그건 너무 불공평해 !
순서가 있는 것도 아니잖아 !
변 비
삼척 도계 4학년 김휘석
요즈음 김치는 잘 먹지 않고
기름진 고기를 많이 먹었다.
집에서 똥이 마려워서 화장실로 갔는데
똥이 잘 나오지 않았다.
있는 힘을 다하자
똥구멍에서 아픔이 느껴졌다.
땀이 막 났다.
겨우 감자만한 똥을 쌌다.
이제부터 김치를 많이 먹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똥구멍이 찢어지는 줄 알았다.
붕어빵
삼척남 6학년 김형규
할아버지가 일을 하신다.
장에 나갔다.
붕어빵을 한 봉지 샀다.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붕어빵
버스 기다리다 붕어빵이 식는다.
가슴에 꼭 안고 버스를 탔다.
호박싹
삼척 정라 5학년 김수빈
호박씨를 빼다가 심었다.
첫째날엔 물도 잘 주고 기분이 좋았다.
둘째날엔 물을 주긴 했지만 의심이 됐다.
“이게 싹이 날까?”
셋째날엔 물도 대충 주고 싫증났다.
그 후에 잊고 있었는데 싹이 났다.
꼬부라져서 날개 펼치듯
큰 일 펼치려고 단장하고 있는 것 같다.
꾸미지 않아도 어린 것은 다 예쁘다.
사람이든 싹이든 동물이든.
놀아야 산다.
삼척 정라 4학년 조희인
놀아야 산다.
아이들은 매일 논다.
언제나 놀아야 한다.
놀지 않으면 몸은 근질근질
선생님 목소리는 자장가
안 놀면 못 살아, 못 살아!
엄마는 공부하라고 하는데
그 소리는 나보고 죽으라는 소리다.
아이들은 모두
놀아야 산다.
봄
삼척 마읍 4학년 김시영
봄이 오면 다들
바쁘게 움직이네!
우리는 돌을 고르고
엄마는 꽃씨를 심고
“영차영차”
우리집은 봄기운이 난다네!
나쁜 김씨들!
삼척 4학년 노승준
김수희, 김동음, 김무건
같은 김씨다.
성격도 비슷하다.
김수희는 꼬집는다.
김동음과 김무건은
포도 먹고 날 보고 치우랜다.
치사한 김씨놈들!
화해
삼척 도계 3학년 이하은
어제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 싸우셨다.
오늘 할머니가
무거운 짐을 들고 오시는데
할아버지께서“내가 들게!”하고 말씀하셨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 부끄러운지
고개를 숙이고 계셨다.
나는 마음 속으로
‘“이제 화해하셨나보다!’하고 생각했다.
소독차
삼척도계 1학년 김소희
오늘은 우리 아파트에 소독차가 왔다.
여름에는 모기가 많이 있어서
소독차가 자주 올라온다.
소독차 냄새를 많이 맡은 사람은
모기나 파리처럼 죽을 수 있을까?
나는 정말 궁금하다.
나는 소독차를 따라다니면서
소독 냄새를 많이 맡았는데
큰일이다.
안경
동해 북삼 4학년 김석영
시력이 나쁘다.
안과에 갔다.
안경을 쓰란다.
불편하다.
축구 핑계 대고
안경을 쓰지 않았다.
안경만 보면
눈을 감고 싶다
누나의 피아노
삼척 동막 5학년 김동영
누나의 피아노는
이제 쓸모가 없는 노인처럼
점점 늙어가고 있는 것 같다.
누나가 손을 안 대니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피아노 건반을 누르면 늙은 소리가 난다.
그런 피아노를 볼 때마다
꼭 아빠 생각이 났다.
고생하시며 돈을 버는데
아빠는 조용히 늙어 가시고 있다.
그리고 피아노도 아빠와 같이 조용히 늙어가고 있다.
시상식
삼척 정라 5학년 김지현
시상식을 한다.
두구두구두구
김지현!
듣는 순간
사늘하던 얼굴에
스마일 웃음이 끊기질 않는다.
하지만 참아야 한다.
상을 안 받아본 아이 같기 때문이다.
상을 받을 때면
온 몸이 가벼워진다.
공기가 되어
상이 있는 쪽으로 날아간다.
친구들이 보고 있는 순간
내 몸은 친구들이 조종한다.
할머니
동해 북삼 6학년 이수연
우리 할머니는 아이다.
매일 일하면서 쉴 생각도 안 한다.
소 여물 주고
강아지 사료 주고
닭 모이 주고
농사도 지으면서 싱글벙글
힘들게 짓고 기른 것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주신다.
우리 가족이 할머니집 가는 날
시골 반찬을 모두 내어주신다.
집에 가서 먹으랜다.
우리 할머니는 욕심도 없는 아이다.
앵두
삼척남 6학년 조현준
앵두가 빨갛게 익었다.
우리나라 앵두가 아니다.
일본 앵두이다.
하지만 우리 것보다 맛있다.
우리나라 앵두야
맛있게 자라라!
엄마의 삼겹살
동해 북삼 2학년 전제현
엄마 배가 날씬했다.
누나, 동생이 밥을 남겨서
배가 삼겹살이 됐다.
그래서 엄마 배는
삼겹살 배다.
우리 반 남철환
삼척 4학년 홍셩윤
우리 반 철환이는
웃으면 볼이 톡톡 튀어나온다.
나는 그것을 만져본다.
그러면 기분이 좋다.
철환이 동생도
웃으면 볼이 튀어나온다.
아빠가 늦게 동안 안 온다
동해 북삼 2학년 이지인
아빠가 늦게 동안 안 왔다.
기다리다 지쳐서 재황이가 잤다.
늦게 동안 일하나 보다.
아빠가 늦게 오면 나도 힘들다.
지금도 내가 잘 시간이다.
어제도 늦게 왔는데
그때까지 일을 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일하고 있나 보다.
나도 크면
엄마, 아빠처럼 나중에 바빠지나 보다.
늦게 동안 오면 올수록 잠은 솟구친다.
김민호 뒤통수
동해 북삼 2학년 윤희상
나는 공부할 때마다
김민호의 뒤통수를 쳐다본다.
선생님이 안 보실 때마다 본다.
민호 뒤통수를 볼 때마다 재미있다.
그리고 웃기도 한다.
그런데 왜 웃는지 모르겠다.
나는 지금도 선생님이 못 보는 사이에
민호의 뒤통수를 보면서 웃고 있다.
아이들 노는 모습
삼척초등학교 4학년 류형석
위에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면
신이 난다.
아무 이유 없이 벅차다.
난 왜 그러는지 모른다.
하여튼 내 친구들이 노는 걸 보면
나는 좋다.
못된 어미소
삼척남초등학교 3학년 김다영
“찰싹찰싹”
어미소는 늘 발로 새끼를 걷어찬다.
“으! 나 죽겠네!”새끼소가 소리친다.
어미소는 계모,
새끼에게 젖도 안 준다.
못 먹어서 그런지 엉덩이에 소똥이!
못 먹어서 그런지 주둥이와 바닥에 누런 물
밥도 안 줘!
쭈쭈 안 줘!
새끼소에 눈물이 글썽!
글썽글썽 눈물 맺치다 울음이 팡팡 쏟아지네
내가 사서 밥을 줄까?
내가 사서 친구 할까?
불쌍한 새끼 송아지!
새끼소는 속으로“형만 좋아해!”
어미소가 새끼소를 좋아했으면……
개야, 싸우지마!
삼척남초등학교 4학년 김경식
오늘 우리집 개끼리 싸웠다.
흰개랑 검은개랑 싸웠다.
말려도 계속 물어뜯는다.
막 때려도 놓지 않는다.
막대기로 때려도 귀를 놓지 않는다.
물을 한방 퍼부우니까 싸움을 그친다.
흰개는 쩔뚝쩔뚝거리고
검은개는 물을 턴다.
흰개가 불쌍해서 수건으로 닦아주니
꼬리를 살랑살랑 흔든다.
박주혜의 설거지
삼척남초등학교 4학년 이해주
주혜는 나에게
설거지만 시키는 박주혜
자기네 집에서 밥 먹었다고
설거지를 시켜!
그러니까 나쁜 주혜지!
주혜도 우리집에 밥 먹으러 오면
설거지 시켜야지!
힘이 없는 나
삼척초등학교 박 태 현
나는 힘이 없다.
왜 힘이 없냐하면
공부를 해야한다.
토요일은 힘이 엄청 난다.
우리 동생도 집에 가기만 하면
공부를 해야 한다.
우리 동생도 힘이 없다.
원래 공부를 많이 하면
훌륭한 사람이 되지만
공부는 너무 힘들다.
할머니 옷
삼척초등학교 김 지 영
우리 할머니는 집에 있을 때는
몸빼바지를 입는다.
나도 심심하면 몸빼바지를 입는다.
너무 커서 올리면 허리 조금 위에까지 온다.
얼마나 고무줄이 튼튼한지
두 명이 같이 입어도 쭉쭉 늘어난다.
어디 나갈 때는 몸빼바지 안 입고 간다.
그냥 바지에다가 위에 옷 입고 간다.
그냥 보통 사람이다.
할머니는 자존심은 있는가보다.
몸빼바지 안 입고
그냥 바지 입고 가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개미
삼척초등학교 김 근 기
개미가 모래 구덩이에 빠졌다.
나가려고 허우적댄다.
나가려도 발버둥쳐봐도
모래가 무너져 나갈 수가 없다.
개미가 드디어 탈출에 성공했다.
무래 구덩이는 어른들!
개미는 우리들이다.
언제쯤 우리는
모래 구덩이 바깥으로 나갈 수 있을까?
맛있는 꿀밤
삼척 도계초등학교 김 태 훈
배구부에서 가짜 시합을 했다.
나한테 온 공을 안 잡아서
코치선생님한테 가서
아주 맛있는 꿀밤을 먹었다.
머리에는 맛있는 꿀밤을 먹어서
둥근 혹이 났다.
너무 아파서
머리를 자꾸 쓰다듬어 주었다.
내가 잡아야할 것을 또 안 잡아서
또 꿀밤을 먹고
또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금빛결의 하수구
삼척 도계초등학교 김 다 슬
오늘밤 집에서 세수를 하고 있는데
물이 내려가는 하수구를 보았다.
참 아름다웠다.
물이 금빛 물결이 되어
찰랑찰랑거렸다.
난 오늘 알았다.
하수구에도 우리가 모르고
더러운 줄만 알았더니
우리가 모르는
아름다움 하나가 있다.
준범이 손
삼척 도계초 김 백 현
대구에 가서 만두를 먹었다.
네 살 동생 준범이가 만두를 계속
손으로 만지작거린다.
동생 준범이는 만두를 먹고싶나 보다.
그래서 만두를 손에 얹어주었더니
손에 가득하다.
아픔
삼척 도계초 전 은 희
동생과 싸움
엄마한테 혼나서
말 안 하려고 노력한다.
잠을 자는 척 쿨쿨
엄마 들어와서 몰래 약 발라준다.
맘이 흔들려 말을 하고 만다.
엄마는 자는 척 했다고 가짜로 화낸다.
계속 흔들린다.
애벌레 우리 엄마
속초 청호초 4년 황민서
엄마가 트레이닝복을 입었다.
트레이닝복이 껌처럼
“착!”
엄마 몸에 달라붙었다.
그 순간,
불룩불룩 두 겹의 애벌레
살 언덕이
삐죽
엄마의 튀어나온 허리살이
트레이닝복을 감싸주었다.
우리 엄마,
애벌레가 되었다. (10.14)
파도
속초 청호초 4년 김민혁
파도가 온다
펑펑
돌에 부딪혀
물방울이 튀어 오른다.
바다 위를 날던 새들이
높이 올라
하늘로 간다. (10.14)
상추 잎에 애벌레
속초 청호초 4년 이재혁
상추 잎에
꿈틀꿈틀
검정 애벌레
몸을 말고
달처럼 가만히 누워있다.
내가 바나나 껍질에 조심히 싸서
상추 없는 밭으로 던져주었다. (10.14)
똥과 똥꼬
속초 청호초 4년 최근태
똥을 눌 때 똥꼬가 아프다.
똥꼬가 똥에게 잘가라고 인사한다.
설사가 나오면 빨랑 가라하고
똥이 나오면 잘 가라 한다
굵은 똥이 나오면
자랑스러워서
똥꼬가 오물오물. (10.21)
새알 찾기
삼척 마읍분교장 배 강 익
오늘 학교 끝나고 올라오는데
강길이가 강으로 가자고 했다.
강길이는 오다가 땅강아지를 잡았다.
땅강아지를 사람이 버린 종이컵에 넣었다.
우리는 올라가다가 강길이가 갑자기 멈칫했다.
밑에 보니 새알 4개가 있다.
강길이가 새알 한 개만 가지고 간다고 했다.
나는 안 된다고 했다.
조금 가다가
강길이가 새알 한 번만 더 보고 가자고 했다.
새알 있던 곳으로 갔다.
그런데 새알이 없다.
거기가 자갈이 많아서 찾아내기 힘들었다.
새알이 없다고 가자 하는데 계속 찾았다.
강길이는 가는 척하다가 다시 가서 찾아보았다.
강길이는 가면서 자꾸 뒤돌아보았다.
해를 보니 산을 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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