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기해년을 맞으면서
+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5,12)
(가칭)장지동성당의 모든 교우들과 가정에 아기 예수님의 은총과 성모님의 사랑이 가득하기를 기도합니다.
2019년은 천진암에서 신앙의 선구자들께서 강학회를 여셨던 1779년의 4회년(240년)이며, 기해박해(1839년)로 순교한 우리 성당의 수호성인 이광렬 요한의 3회년(180년)입니다. 이 뜻깊은 해를 앞두고 오늘 이 편지를 통해 우리 본당의 사실상 원년인 2019년을 같이 살아내기 위한 몇 가지 말씀을 드립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요한 1,14)
성탄시기에 교회가 가장 많이 선포하는 성경구절이 바로 이 말씀일 것입니다. 그리스어로 sarx라고 쓰인 “살”은 썩어 없어지는 고깃덩어리를 말합니다. 요한복음 사가는 이 단어를 주저 없이 거룩한 성자 예수님의 강생의 순간에 사용합니다. 우리나라 감성에 어색하기에 “사람”이라고 번역되었지만 원래의 뜻은 영혼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더럽고 변화하며 결국 사라지고 말 아무 것도 아닌 살덩어리입니다. 그리고 그 살은 인간을 뜻합니다. 성자께서 거룩하고 변함없으시며 영원하신 하느님이시지만 이 세상에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오셨고 같은 조건으로 사셨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이 단어를 썼습니다. 더구나 요한 복음사가는 예수님께 가장 사랑을 많이 받았던, 그래서 예수님을 가장 잘 아는 분이었던 만큼 이 말을 쓰시면서 우리에게 함의로 알려주시는 것이 정말 많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분은 “우리”이십니다.
그분께서는 우리 가운데 “사셨다”고 합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을 때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유목민으로 유랑하면서 거처로 쓰던 천막을 연상합니다. 계약의 궤를 통해 하느님을 모시고 여기저기 떠돌던 그들 사이에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거처를 두셨습니다. 일정한 삶의 방식이 보장되지 않은 그들에게 늘 흔들리고 걱정이 앞서는 하루하루가 두려움으로 다가오지만 하느님께서 자신들 사이에 살아계시기에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분은 살아계신 하느님, 늘 함께 모든 것을 나누시는 분이었던 것입니다. 심지어 절망과 죽음도 함께 나누셨던 것입니다. 그러기에 사셨다는 말씀을 통해 요한 복음사가는 그분이 다시 한 번 “우리”이심을 표현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런 아기 예수님을 모시고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분은 우리이십니다. 우리와 같은 우리이십니다. 우리를 우리답게 만드시는 우리이십니다. 우리는 그분 때문에 다시 한 번 하느님의 모습을 닮은 참 사람으로 그분과 하나 되어 새로운 우리, 새로운 공동체, 새로운 삶의 양식을 살아갑니다.
“‘경삼’으로도 불렸던 이광렬은 명문 양반인 광주 이씨의 후예로 태어났다. 22세쯤 형 이광헌과 함께 입교한 뒤 헌신적으로 교회 일에 참여하였으며, 정하상(丁夏祥), 조신철(趙信喆), 유진길(劉進吉) 등과 함께 북경을 왕래하며 나 베드로(모방) 신부, 정 야고보(샤스탕) 신부 등을 맞아들였다. 북경에서 세례성사를 받고 귀국한 뒤로는 육식을 끊고, 극기와 인내로 동정을 지키며 생활하였다. 1839년 4월 7일 체포되어 혹형과 고문을 받았으나 모두 이겨 내고, 7월 20일 서소문 밖 형장에서 45세의 나이로 순교하였다.”
이상은 한국 천주교 중앙협의회에 소개된 성 이광렬 요한에 대한 설명입니다. 우리 지역인 광주에서 태어난 것으로 다른 문헌에서는 소개하고 있습니다. 형 성 이광헌 아우구스티노, 형수 성녀 권희 바르바라, 조카 성녀 이 아가타도 모두 기해박해 때에 순교하였습니다. 온 가정이 신앙으로 하나가 되었던 것입니다. 우리성당은 이광렬 요한 성인을 수호성인으로 모시기로 하고 교구에 허락을 청원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몇 가지 지향을 두었습니다.
이광렬 요한 성인은 북경에서 지내면서 회개하고 세례를 받은 자신의 형 이광헌의 권유로 신자가 되었습니다. 양반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살림이 넉넉지 못했던 성인은 평생 혼자 사셨습니다. 늦은 나이인 22세에 신앙에 입문하였지만 세상의 흐름을 따르지 않고 예수님의 가르침에 따라 수계생활을 하셨습니다. 마치 수도자와 같은 엄격한 삶을 사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성직자를 위해 헌신하였고, 신자들을 위해 훌륭한 봉사자로 사셨습니다. 성경과 교리가 전혀 우리말로 없었기에 그분이 프랑스인 성직자들과 함께 다니면서 어떤 수고를 하셨을지 상상이 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모든 면에서 우리에게 모범이 되십니다.
먼저 개인적으로 하느님께 대한 경건함과 사랑을 가지고 신앙인으로서, 사람이 보건 안 보건 아무 상관없이 일관되게 사셨던 모습을 기억합니다. 변하지 않는 하느님을 섬기려면 한 마음, 변하지 않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특히 사람으로서 쉽게 빠질 수 있는 수많은 유혹에 대해 스스로 경계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성인은 그렇게 사셨습니다.
성인의 집안 식구들이 모두 신앙인이고 성인이었습니다. 저는 우리 장지동 교우들 모든 가정이 성가정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비신자도 냉담자도 계시는 것이 우리들 가정의 현실이지만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모범을 가지고 살아가면 가족들이 하느님께 돌아옵니다. 성인께서도 형님의 권고와 삶에서 영감을 얻었던 것입니다.
성인께서는 성직자 영입을 위해 열심히 일하셨고 또한 그분들을 수행하고 신자들을 위해 봉사하셨습니다. 저는 우리 성당에서 많은 성직자와 수도자가 태어나서 교회에 봉사하기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 신자분들께서 성소를 귀하게 여기시고 성직자 수도자들에게 애정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신앙에 대한 확신을 심어 주는 것이 그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또한 성인께서는 모본당인 광남동성당의 수호성인이신 유진길 아우구스티노 성인과 같은 일을 하셨고 동료이며 동반자로 일하였습니다. 같은 기해박해(1839년)에 서소문에서 순교하셨습니다. 모본당과의 유대관계 안에서 우리는 교회 공동체가 형제애를 더욱 잘 배우게 되기를 바랍니다. 서로를 존경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대하도록 합시다.
“영광과 존귀의 관을 씌워주셨습니다.”(시편 8,6)
우리성당에서 제가 일궈내고 싶은 것은 한 가지입니다. “하느님 사랑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시편 저자는 창조주의 모습을 닮은 사람의 모습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사람인 우리는 하느님처럼 다른 사람을 사랑할 때 진정한 의미의 사람이 됩니다. 세상에 수많은 사람에 대한 이상과 확신이 있지만 사람이 되신 그리스도와 같은 사람이 될 때 사람인 것입니다. 그 사람은 초월적인 존재입니다. 자신을 초월하여 다른 사람에게 무엇이든지 내 줄 수 있는 존재입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당신을 내어주신 성탄의 신비 안에서 우리는 사람다운 사람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합니다.
사랑이신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사람다운 사람이 될 은총을 허락하셨습니다. 생명과 하느님이라는 신분까지 포기하신 그분은 우리도 다 포기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주십니다. 진정한 사랑은 낮출 때만 이루어진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영광과 존귀의 관을 쓴 인간은 바로 자신을 낮추면서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것이 바로 사람다운 사람입니다. 저의 유일한 사목 목표도 이것입니다.
“한 마음으로”(사도 2,46)
이제 장지동성당이 독립된 공동체가 되었으니 몇 가지를 알려드리고 부탁도 드립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하느님 사랑으로 형제를 사랑하기 위해서입니다.
임시성당 신축 공사는 12월 31일에 건축자재가 들어오면서 시작될 것입니다. 2개월에서 3개월 시간 동안 60평의 본 건물과 7-8개의 콘테이너로 사무실과 교리실을 쓰면서 살게 됩니다. 멋진 건물이 아니어서 죄송합니다만, 하느님께서 우리들 사이에 당신의 거처를 두시리라는 것을 잊지맙시다.
현재 미사는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0시에 역동에 있는 이편한세상아파트 103동 101호의 사제관에서 봉헌합니다. 주일에는 광남동성당에서 제가 6시와 8시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자분들께서는 일정에 따라 11시와 오후 4시 미사에 오셔도 좋습니다. 다른 데로 가지 마시고 두 성당이 모두 우리의 성당임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그리고 모본당에 대한 사랑을 잊지 말아주시기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나중에 우리의 성당이 생기면 미사시간을 다시 공지하겠습니다. 평일에는 광남동성당과 같은 시간에 미사가 봉헌되고 주일에는 7시, 10시 반, 그리고 저녁 7시 반 미사가 봉헌될 것으로 잠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장 시작되는 공사에 비용을 계산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걱정이 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성당의 모든 계좌번호를 알려드립니다. 저부터 아끼고 절약하겠습니다. 함께 조금 희생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신협 131-019-961783 장지동성당: 여기에 교무금, 감사헌금, 특별헌금
신협 134-002-658636 천주교수원교구(광남동성당): 여기에 건축헌금
농협 355-0060-1386-53 천주교수원교구: 모든 헌금
보내실 때에는 성명과 내역을 써 주세요. 예를 들어 홍길동교무1(홍길동 교무금 1월분), 홍길동건축, 홍길동감사 등으로 써 주시면 회계처리를 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성명과 내역이 명기되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장지동본당에 있는 동안 신자분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저를 위해서도 기도해 주시고, 서로를 사랑으로 대해 주시기 다시 부탁드립니다. 주님께서 모든 것을 이루어주실 것입니다.
주님과 성모님의 사랑이 모든 신자분들과 가정에 가득하기 빕니다.
2018년 12월 30일 성가정축일
첫댓글 신부님께 영육간의 건강과 저희 모두에게도 지혜와 사랑의 은총이 가득하길 기도합니다
장지동성당이 매우 기대됩니다^^
2019년에는 나의 성당이 아니고 우리의 성당이 되길 바랍니다
저의 경험으로는 넉넉한 시절보다 어렵고 힘든 시절이 더 행복하고 은혜로웠습니다
장지동 성당도 아름답고 성령의 빛으로 가득할것이라 생각합니다
밝고 힘찬 새해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