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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의 세계
물고기
물고기란 무엇인가? 물고기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열거할 수 있다. 물속에서 산다, 아가미와 지느러미가 있다, 알을 낳아 번식한다, 주위의 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한다. 이러한 기준에서 본다면 고래는 새끼를 낳기 때문에 물고기가 아니며 끝이 ‘어’자로 끝나는 고등어, 다랑어, 광어, 오징어 등과 끝이 ‘치’자로 끝나는 꽁치, 갈치, 참치, 쥐치 등이 바다에 사는 물고기이다. 육지의 강과 하천, 그리고 호수에는 민물고기로서 잉어, 향어, 붕어, 산천어 등의 토종 물고기와 블루길, 배스 등의 외래어종이 함께 살고 있다.
지금부터 4억 8000만 년 전인 고생대 초기에 물고기의 시조인 무악어류가 등장하였다. 최초 어류는 이빨이 없다고 하여 무악어류라고 하는데, 머리에 투구와 같은 골질판으로 덮혀 있으며 대표적인 것이 갑주어라는 원시 어류이다. 무악어류들은 고생대 전반에 걸쳐 전세계에 번성하였는데, 실루리아기를 거쳐 데본기에 이르러 거의 자취를 감춘다. 실루리아기에 판피어류가 생겨나는데, 이들은 이빨과 비늘을 가진 어류로서 데본기 후반까지 번성하다가 모두 절멸한다. 그 후 생겨난 어류가 현재까지 존재하는 연골어류와 경골어류이다. 연골어류는 비늘이 없는 종류로서 홍어, 가오리, 상어 등이 이에 속하며, 경골어류는 비늘이 있고 척추뼈가 발달되어 있는 어류로서 우리가 현재 보는 여러 종류의 물고기가 경골어류에 속한다.
진화론에 의하면 물고기가 진화하여 육지의 동물이 되었다. 그동안 물고기와 육상동물의 연결고리를 발견하지 못하다가, 2006년에 물고기와 육상동물의 중간단계로 추정되는 네발 달린 물고기의 화석을 발견하였다. 캐나다 북부의 엘레스미어섬에서 발견된 이 화석은 비늘로 온 몸이 덮혀 있고 지느러미가 있는데 악어처럼 생긴 납작한 두개골에 갈빗대가 있어서 영락없는 육지동물의 형태이다. 이 화석에는 틱타알릭이라는 이름이 붙혀졌는데, 몸길이는 1.25~2.75m 정도이고 지금부터 3억 8천만 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었다.
오늘날 바다에 살고 있는 해양생물은 약 3000만 종 이상인데, 이중에서 물고기는 약 3만 종이다. 3만 종의 물고기 중에서 인류의 식탁에 오르는 물고기는 기껏해야 350종에 불과하다.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 사람의 밥상에 오르는 물고기는 고등어, 멸치 조기 청어 등 약 150종으로 알려져 있다.
원양어업과 양식
물고기가 인류에게 중요한 것은 늘어나는 인구를 먹여 살릴 식량을 육지에서만 생산해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곡물 대신 육식을 선호하는데, 가축을 기르는 일은 에너지 측면에서 매우 비효율적이다. 1kg의 단백질을 얻기 위하여 먹여야 할 사료의 kg수는 소고기:돼지고기:물고기=7:4:2로서 물고기가 사료의 효율성이 제일 높다. 물고기는 물속에서 부력을 받으면서 생활하므로 자체 소비하는 에너지가 육지의 가축에 비하여 적기 때문에 물고기에서 단백질 1kg을 얻으려면 사료 2kg이면 충분하다. 그러므로 광우병과 구제역, 돼지콜레라, 조류독감 등으로 소와 돼지와 닭 등이 미래의 식량공급원으로서 불안한 반면 물고기의 양식은 효율이 높고 상대적으로 유지관리비가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재래식 어업인 연근해 어업에서 탈피하여 먼 바다까지 진출하는 원양어업은 우리나라에서는 인도양에서 다랑어줄낚시 어구를 이용한 조업이 1957년에 처음 시작되었다. 원양어업의 전성기인 1992년에는 라스팔마스, 사모아 등 19개국 20개소에 있는 기지에서 원양어선 759척이 출어하여 약 100만 톤의 어획고를 달성하였다. 전 세계의 수산물 생산량은 1995년도에 1억 2천3백만 톤으로서 최고점에 도달하였는데, 수산물을 가장 많이 생산한 나라는 중국이고 2위는 칠레, 3위는 일본 순이었으며 우리나라는 세계 11위를 차지하였다. 그러나 미국과 소련. 카나다등 주요 수산국가가 200해리 어업전관수역을 선포하고 외국의 어선에게는 어획고를 할당하는 정책을 채택하게 되자 원양어업은 사양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원양어업이 시들해지자 ‘잡는 어업’에서 방향을 전환하여 ‘기르는 어업’인 양식이 중요한 수단으로 대두되었다. 수산양식이란 수산생물을 물에서 길러서 수확하는 것으로서 쉽게 말해서 수중농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역사에 나타난 양식의 기원은 상당히 오래 되어, 기원전 1800년 경 이집트의 마에리스왕이 못을 만들어 식용어를 길렀다는 최초의 기록이 있다. 우리나라의 양식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확실한 기록은 없으나, 조선의 인조 때 여수 근처 태인도 어민이 해변에 표류해 온 참나무 가지에 김이 붙어 있는 것에서 착안을 하여 대나무와 참나무 가지를 간석지에 세워 섶 양식을 했다고 한다. 그 후 김 양식 기술은 점차 발달하여 1910년대에는 굴과 자라의 양식이 시도되었다. 이후 대합, 미역, 다시마의 양식 기술이 발달되었고, 육지의 내수면에서는 각종 민물고기를 양식하고 있다. 횟감으로 쓰이는 물고기의 양식이 가능해지자 서민들도 회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현재의 기르는 어업방식인 가두리양식은 한정된 공간에서 먹이를 투입하기 때문에 생산량 증대에 한계가 있으며 바다환경을 오염시키므로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투입한 먹이의 일부만이 활용되고 나머지는 바다에 영양물질로서, 달리 말하면 오염물질로서 작용하게 된다. 바다에 영양물질이 많아지고 수온이 높아지면 적조가 발생하게 된다. 적조(赤潮)는 한마디로 바다의 부영양화라고 말할 수 있는데, 쌍편모조류를 비롯한 식물성 플랑크톤이 평소 농도의 100~1000배로 증식하여 바닷물의 색깔이 붉은 색으로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적조가 나타나 물의 색깔이 변하면 고대에는 불길한 징조로 여겼다. 기원전 300~400년 경에 주나라에서는 용문 30리의 물빛이 핏빛으로 붉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구약성경인 <출애굽기>에는 모세가 유대민족을 이집트 파라오의 압정에서 구해내려고 행한 10가지의 기적 이야기가 나오는데, “나일강 물이 붉게 변하여 강물을 먹을 수가 없었다”는 기록은 적조현상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신라 선덕여왕 8년에 동해가 붉어져서 고기와 자라가 폐사했다는 기록이 나오는데, “더러는 핏빛같다”고도 했고, “더러는 팥죽처럼 검붉었다”고도 했다. 적조를 하늘의 응징인 천재(天災)로 간주한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일치한다. 그러나 적조는 천재라기보다는 인간이 육지나 바다에서 발생시킨 오염물질이 많아져서 생기는 일종의 부영양화 현상으로서 인재(人災)라고 볼 수 있다.
양식의 단점을 극복하는 대안으로서 한국해양연구소는 국립수산진흥원과 공동으로 새로운 방식인 바다목장 사업을 개발하게 되었다. 바다목장이 기존의 양식어업과 다른 점은 자연 상태에서 물고기를 기르고 생산하는 환경친화적인 양식어업이라는 것이다. 자연 그대로의 청정해역에 인공어초(바다 속에 정착하는 인공적인 구조물로서 물고기의 아파트라고 말할 수 있다)를 투입하여 물고기가 모여 살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바다양식의 핵심기술은 치어 때부터 먹이를 줄 때마다 음향급이기를 통해 동일한 음파를 발생시키면 물고기가 모여들어 먹이를 먹는 조건반사원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양식어업을 통해 수산물 증대 및 환경보전 효과가 기대된다.
물고기의 오염
2009년 8월 26일에 ‘생선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EBS 시사프로에서, 임산부와 성장기 아이들은 생선 섭취를 조심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생태학적으로 보면 바닷물에 섞여 있는 극미량의 중금속이 먹이사슬을 따라서 식물성 플랑크톤 -> 동물성 플랑크톤 -> 작은 물고기 -> 큰 물고기의 몸에 생물농축된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특히 참치는 먹이사슬의 최상단을 차지하므로 작은 물고기에 비하여 중금속의 농도가 더 크지만, 허용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는다면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는 메틸수은을 기준물질로 정하고 일반 어류에 대해서는 0.5ppm 이하, 참치 등 육식성 어류에 대해서는 1ppm 이하를 허용기준치로 규정하고 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참치류 중에서도 미국인들이 주로 먹는 몸집이 큰 황새치, 날개다랑어 등에서는 허용치를 초과하였지만 우리나라 참치 캔의 원료가 되는 가다랑어는 수은 함량이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 전문가들은 참치와 연어, 고등어 등 생선에는 뇌의 발달에 도움이 되는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하므로 생선을 섭취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말하고 있다. 생선을 먹을 때에 비타민 C가 많이 있는 채소와 함께 먹으면 비타민 C가 수은을 배출하는 효과가 있어서 더욱 좋다고 한다.
뱀장어나 메기 등의 비늘 없는 생선은 전통적으로 제사상에 올리지 않는 물고기로 분류되는데, 예로부터 비늘이 없는 생선은 부정한 생선으로 간주하였으므로 부정한 음식을 조상에게 바칠 수 없다고 생각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방마다 조금씩 풍습이 달라서, 전남지방에서는 홍어를 제사상에 올리고, 경남지방에서는 가자미를 제사상에 올렸다. 바닷고기 중에서 ‘어’자나 ‘기’자로 끝나는 고기는 고급 어종으로 분류하고 ‘치’자로 끝나는 고기 (멸치, 꽁치, 갈치 등)는 하급 어종으로 분류를 하였다. 그러므로 조상님에게 최상의 음식을 대접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치’자로 끝나는 생선은 제사상에 올리지 않았다.
우리 조상들은 비늘 없는 생선 즉 홍어, 문어, 낙지, 오징어 등은 임산부에게 금기 식품으로 여겼다. 여기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홍어는 뼈가 있기는 하지만 물렁거리는 연골로서 많이 먹으면 뼈가 물러진다고 생각했다. 뼈는 사람과 동물의 형태를 이루고 몸을 지탱하는 받침대로서, 주성분이 칼슘이다. 임신 중에 아기의 뼈가 만들어지므로 칼슘을 충분히 섭취해서 아기의 뼈를 단단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그러나 홍어의 뼈는 칼슘이 적어서 흐물거린다. 맛은 어떨지 몰라도 영양가 면에서는 뒤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가끔 먹는 것은 상관없지만 너무 자주 먹으면 칼슘 겹핍이 올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오징어, 낙지 등도 뼈가 없기 때문에 칼슘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기독교의 한 분파인 안식교에서는 비늘 없는 생선을 종교적인 이유에서 먹지 않는다. 구약성서의 <레위기> 11장 10~12절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무릇 강과 바다에 있는 것으로서 지느러미와 비늘 없는 것은 너희에게 가증한 것이라. 이들은 너희에게 가증한 것이니 그 고기를 먹지 말고 그 주검을 가증히 여기라.” 내가 안식교인에게 왜 비늘 없는 생선이 나쁘냐고 물어보니 다음과 같은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문어, 낙지, 뱀장어 등은 모두 바닥에서 뻘을 먹고 산다. 뻘에는 더러운 오염물질이 퇴적되어 있다. 그러므로 그런 물고기들은 오염되어 있다.” 이러한 설명은 과학적으로 보면 오해라고 볼 수 있다. 음식물이 위속에 들어가 강력한 위산과 섞여서 소화가 되면 원래의 모양은 다 없어지고 새로운 물질로 변한다고 볼 수 있다. 제주도에서는 인분을 먹인 돼지를 먹었는데, 육지 사람들이 보면 돼지고기가 더럽게 느껴졌을 것이다. 이처럼 과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에 형성된 잘못된 지식을 아직도 믿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생각한다. (물개는 수컷 한 마리가 하루에 수십 마리의 암컷을 임신시킨다. 그러므로 물개를 연상하여 해구신을 먹으면 남자의 정력이 강해질 것이라고 믿는 것은 과학적으로는 근거가 없다.)
해양투기
물고기의 생존공간인 바다가 자꾸 오염되고 있다. 해양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1972년에 국제사회에서 조인된 런던협약은 바다에 쓰레기를 버리는 해양투기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지금까지 81개국이 이 협약에 가입했으며 한국도 1993년 뒤늦게 동참했다. 우리 정부는 육상 매립지 부족과, 음식쓰레기 매립으로 인한 악취와 지하수 오염 같은 환경문제가 발생하자 1988년부터 바다에 쓰레기를 버릴 수 있게 허용하였다. 런던협약에 가입한 뒤에도 폐기물의 해양투기는 계속됐다. 폐기물의 해양 배출 비용이 육상보다 많게는 90%까지 싸다 보니 폐기물 배출업체들이 해양투기를 선호하게 되었다. 런던협약 가입 이후 쓰레기 해양투기가 줄어든 유럽 국가와 미국 등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선 협약 가입 이후에도 해양투기를 계속하였다. 정부 관계자는 "선진국은 실정에 맞는 방법을 찾아 쓰레기를 바다에 버리지 않도록 하는 데 성공했지만, 우리의 경우 이런 대처를 소홀히 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해양투기 지역은 서해 군산 서쪽 200km 공해상, 동해의 포항 동쪽 120km 공해상, 그리고 부산 동쪽 90km 지점의 공해상 등 모두 3곳이었다. 과거에 바다에 버린 폐기물은 하수·폐수 찌꺼기와 축산폐수, 음식쓰레기 침출수, 생선찌꺼기 등 거의 모든 종류가 포함되었다. 미국은 1992년, 영국은 1999년 그리고 일본은 2007년에 해양투기를 중단했다. 우리나라는 2012년부터 하수 오니와 가축분뇨의 해양투기를 중단하고 2013년부터는 음식쓰레기의 해양투기가 중단되었다.
물고기의 마음
<장자> 추수편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장자(B.C.369?~B.C.286)가 혜자와 함께 호수(濠水)에 있는 다리 위에서 놀고 있었다. 이때 장자가 말하기를, "피라미가 나와 조용히 노네. 이것이야말로 저 고기의 즐거움이네"하자, 혜자가 말하기를, "자네가 물고기도 아닌데 어떻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아는가"하였다. 이에 장자가 다시 말하기를, "그렇다면 자네는 내가 아닌데, 어떻게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모르는 것으로 아는가"라고 하였다. 혜자가 다시 말하기를, "본디 나는 자네를 모르네, 마찬가지로 자네도 본디 물고기가 아니네. 그러니 자네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모르는 것은 확실하네" 하였다. 이에 장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러면 근본으로 올라가 보세. 자네가 내게 ‘자네가 어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겠는가'라고 말한 것은 이미 내가 그것을 안다고 여겨 물은 것이네. 나는 지금 이 호수의 다리 위에서 저 호수 밑의 물고기와 일체가 되어 마음속으로 통해서 그 즐거움을 알고 있는 것이 되네."
이 이야기는 2007년 연세대 정시 모집에서 논술문제로 나온 문제인데, 모범답안은 다음과 같다고 제시되어 있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의 마음 속은 모른다. 그렇다면, 사람이 아닌 다른 존재의 마음은 알 수 있는 걸까? 장자는 피라미의 마음을 알 수 있다는 전제에서 말하는데, 혜자가 딴지를 건다. 물고기가 아니므로 물고기의 마음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장자가 물고기라도 장자가 지금 바라보고 있는 바로 그 피라미가 아니라면 물고기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다. 그러므로 마치 피라미의 마음을 알 수 있다는 듯 말하는 장자는 일종의 지적 오만을 떨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장자는 이에 지지 않고 혜자가 ‘내가 피라미의 마음을 모른다는 것을 안다’는 전제 하에 말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달리 말하면, ‘혜자 당신은 내가 피라미의 마음을 모른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묻고 있는 거다. 이렇게 보면, 장자는 사람과 물고기 사이의 소통 가능성에 대해서 긍정하고 있는 반면 혜자는 부정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피라미는 피라미이고 인간은 인간이다. 인간끼리는 서로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다고 해도, 인간이 피라미의 마음을 알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장자의 일화는 단순히 소통 가능성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종류가 서로 다른 존재끼리의 소통가능성에 대해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렸던 지난 2010년 11월에, 각국 대표단에 공급되는 화장실 세정수의 수질 점검을 위해 금붕어를 활용한다는 계획을 정부에서 발표하자 미국의 동물보호단체가 발끈하고 나선 적이 있다. 미국의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을 윤리적으로 대하려는 사람들(PETA)’은 금붕어도 개나 고양이같은 동물들과 똑같이 고통을 겪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의 라이먼 부회장은 한국의 관계자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세계 정상들을 보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동물들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물고기에게 마음이 있는지 없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물고기 또한 지구생태계를 구성하는 중요한 생명체로서 나름대로 존재 이유가 있다고 본다. 인간의 편협된 목적을 위해 물고기를 멸종시킨다면 복잡하게 얽혀서 조화를 이루는 생태계에 어떠한 일이 나타날 지 우리는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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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추천시: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류시화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사랑하고 싶다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
혼자 있으면
그 혼자 있음이 금방 들켜 버리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싶다
주:*비목은 당나라 시인 노조린의 시에 나오는 물고기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