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코스
하모해수욕장-1.8-하모체육공원-대정여고-모슬봉정상-정난주마리아성지-신평사거리-신평 곶자왈-정개왓광장-무릉외갓집(17.3km)
12코스
무릉외갓집-신도생태연못-녹남봉-산경도예-신도포구(9.5km)
11코스 17.3 km +12코스 9.5 km +(신도포구~신도3리 2 km )+(하모체육공원~하모해수욕장 왕복 3.6km)=32.4km
* 하모해수욕장(오전 7시 출발)~신도포구(오후 3시 30분 도착)(총 8시간 30분)
돋보기를 가져오지 않은 것이 엄청난 실수다. 작은 글씨를 눈을 찡그리며 쓰고, 읽는 것이 너무 부담이 크다.
오늘은 새벽 5시부터 시작하려 했으나 룸 메이트인 독일인 친구가 시차 때문인지 밤새 휴대폰만 쳐다보다 4시가 조금 지나 잠이 들었다.
잠을 깨우기가 미안해서 눈치를 보다가 6시가 넘어서며 출발 준비를 살며시 한다.
게스트하우스를 사용한다는 것이 이런 단점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아무튼 출발을 하고 해를 머리뒤에 세워놓고 걸음을 재촉한다.
적당한 시기에 아침을 사 먹을 요량으로 커피에 과자 한쪽 집어먹고 길을 나섰다. 그런데 식당은커녕 가게도 보이지 않고 식수도 가져오지 않았는데,
꼬박 굶어가며 걷다 보니 13km 지점 신평사거리에 편의점이 보이고 식수와 맥주 한 캔을 구입했다.
컵 라면이라도 먹을걸... 나는 당연히 식당이 있으리라 믿고 맥주로 허기를 잠재우고 길을 계속한다.
인향동쯤에서 식당을 만났으나 너무 고급 식당처럼 보이고 가장 싼 비빔밥이 15,000원이라 쓰여있길래 다른 곳도 있겠지 하고 회피하고 길을 계속가지만
끝도 없이 양파밭만 보이고 어쩌다 보이는 cafe나 식당은 폐점했거나 문이 잠겨있다.
결국 빈 속을 커피로 때우고 오후 3시 30분 신도포구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허기진 배를 달랜다.
산을 가듯 충분한 간식거리와 행동식을 준비해야 됐는데 제주를 믿은 나의 불찰이다.
모슬포를 향해 가는 중 텅 빈 공장에 묶여있는 개와 눈을 마주치는데 금세 풀이 죽어 고개를 떨구는 모습이 전여 삶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생활 속 피곤함에 삶의 의지도 버린 지 오래인 듯 보이고 어쩌면 저 모습이 내가 아닐까 하는 자괴감이 든다.
삶 속에 나 자신을 옭매여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하루하루를 영면하기에 급급한 생활을 했던 것이다.
생각하고 사고하는 본연의 삶과는 동떨어진 그냥 세월에 나 자신을 던져놓고 그냥 그렇게 목숨만 보존하고 있었나 보다.
모슬봉 주변은 죽은 자의 성역이다. 올레길 전부가 무덤으로 꽉 차있고 나는 망자를 참배하는 하나의 작은 인간이다.
그들도 한 많은 세월을 보냈고 지금도 저 땅 안에 갇혀 흘러가는 세월을 보내고 있는 건 아닌 지하는 생각을 하며 나 또한 저리 되리라는
진실을 외면할 수는 없는 거 아닌가?
아무튼 오늘 걸음은 삼보일배하는 불자의 수행 행위 같다. 모든 것을 버리고 마음과 육체를 바로 세워야 하는데 나는 아직도
나의 아집과 편견에만 매달려있다. 머리 깎고 탁발승이 되면 나아질까 아님 수도승이 되어 하나님께 매달려 볼가...
아무튼 내일이 기다리고 있으니 조금 더 숙고하고 많은 생각과 반성의 시간을 가져보련다.
내가 묶고 있는 게스트하우스
하모해수욕장
모슬포 항구(대방어 먹던 곳)
담벼락에 오렌지
먼나무
산딸기 꽃
모슬봉 정상
아직도 산방산을 벗어나지 못하고
3년 전에는 무밭만 보이더니 지금은 다수가 양파다
신평 곶자왈 숲
숲의 깊음과 내음이 달콤하고 맛나다.
양탄자 같다.
깜박하면 지나칩니다.(산경도예는 폐업)
정식(11,000원) 강력 추천합니다.
제주의 물가가 비싸다고 투정했는데 이런 식당도 있습니다.
이외에 누른밥도 갖다 주는데
나는 한 가지도 남기지 않고 다 비었더니 아주머니 놀래네요?
멋쩍었습니다!!!
모슬포 바다에 해님이 누워버리다.
첫댓글 제주도를 가셨네요
올레길을 걸으셨네요
ㅎ
걸으면서 번뇌가 대장님을 꽁꽁 묶어두셨네요
대장님은 번뇌도 해탈도 하시니
걱정 하지 않습니다
올레길은 도심지역외에는 점방이 없더라고요
저는 계속 걷다가 시작점과 끝나는점에서 숙소정하고 밥묵고 걸으니 좋았습니다
대장님~~~
보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저에게 이런 자유가 부여되네요...
아주 행복한 시간 보내고 있어요.
귀경하면 이제 한숲에
전념하렵니다.
제주 올레길 풍경 멋집니다 식사도 잘나오네요
자유의 달콤한시간 호젓하게 즐기시며 멋진추억 담아오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