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성동광진교육청의 학폭 조사관님들 교육이 있어 다녀왔다.
교육을 의뢰하신 장학사님의 부탁은 학폭 조사후 대화모임(갈등조정)으로 연계가 많이 될 수 있도록 조사관님들에게 대화모임의 필요성에 대한 언급과 말로는 잘 모를 수 있으니 간단한 경험(체험)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학폭 조사관 제도는 처음 시작할때부터 그리 환영받는 제도는 아니었다.
서이초 사건이후 현장에 계시는 선생님들의 학폭 민원을 줄여주겠다는 좋은 취지와는 다르게 그 조사관님들의 구성과 시스템 자체가 교육과는 좀 동떨어진 사법(법적)체계를 아이들(청소년들)에게 적용하는 것 같은 묘한 제도라고 대부분의 사람들(특히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우리 같은 활동가들 내지는 지식인들 및 의식있는 사람들)이 우려를 표명했고, 더 나아가 반대했었다.
그러나 그러한 염려에도 불구하고 제도는 시작되었고, 역시나 많은 불협화음이 현장 곳곳에서 벌어지는 것 같다.
물론 어떤 제도가 정착하기 위해 처음의 혼란과 고통은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 것은 맞다.
그럼에도 지금 조사관님들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은 좀 염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그분들이 하신 말씀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처음 조사관 연수때는 가장 객관적으로 조사만 하라고 했다가 점점 조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학폭 당사자들에 대한 공감과 경청을 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본인들의 직업(대부분 퇴직 경찰과 교원들)상 나름대로 공감과 경청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늘 평가와 판단이 중요하게 생각되었던 일을 하던 그 습관이 고쳐지지 않는다고 하였다.
또 나름대로 하려고 하다보니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쓴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이 때론 이것도 저것도 집중하지 못하는 혼란스러움이 있다고 하였다.
요점은 정확한 매뉴얼(시스템)이 나와서 자신들의 혼란이 좀 줄 수 있도록 요청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안타까움이 올라왔다.
20~30년 가까이 하던 삶의 습관대로 당사자들을 대하다보니 당사자들에게 냉정하고 일 처리에만 급급하다는 인상을 주는 것도 같고, 나름대로 공감과 경청을 한다고 자부했는데, 그것에 대한 교육이 전무하다보니 진정한 공감과 경청이 아니라 설교에 가까운 말을 하는것 같아 당사자들도 자신들도 만족스럽지 않음을 느낀다고 하였다.
또한 현장에 가보면 '대화모임으로 가도 이러한 것이 가능하겠냐?'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하였다.
대화모임에 대한 이해와 확신이 없다고 하셨다.
그러한 많은 염려와 힘듬에 대해 서로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가졌고, 공감경청에 대한 간단한 실습을 하고 마쳤다.
시간이 있으면 더 나은 대책에 대한 논의도 찾아보고, 대화모임을 직접 진행해보는 경험을 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듯 했지만, 1시간 40분동안 하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끝난 교육이었지만 마지막 한마디 소감에서 그래도 서로 이야기 할 수 있어 좋았다, 유익한 시간이었다, 내가 너무 설교처럼 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판단과 평가의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고 있음을 알았다, 경청의 중요성을 알았다, 재밌는 시간이었다, 너무 주절주절 이야기 하지 않고 질문에 대해 간단명료하게 말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등 많은 소감을 나누어 주셨다.
그분들과의 만남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깊은 연민과 돌봄의 에너지가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분들이 많이 고민하고, 잘 하려고 애쓰고 계시는구나!"
기회가 되면 (더 많은 돌봄이 가능하다면) 인생 후반기를 맞이하시는 그분들이 그동안의 삶의 패턴을 좀 내려놓고, 또다른 삶의 기쁨을 배우고 익히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아주 천천히 또 많은 시간과 노력이 있어야겠지만~~
오늘은 9월 처음 맞는 불금이다.
오늘도 기쁨과 사랑이 넘치는 날들 보내시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