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시골 초등학교(그때는 초등학교라고 했다) 교실에는 화목 난로를 땐다. 당번을 정해서 교대로 장작을 학교로 가져와 난로를 피우지만 간혹 산에 - 요즘으로 치면 현장 학습? - 토끼몰이도 하고 마른 나무 가지나 솔방울을 주어와서 난로 땔감으로 사용한다. 전교생이 온 산에 일렬 횡대로 서서 토끼몰이를 할 때면 간혹 노루나 고라니가 나와서 혼비백산을 할 때가 있다. 토끼에 비해서 덩치가 크니 초등학생들은 겁을 먹고 잡을 생각도 못하고 에움을 틔워준다. 그때나 지금이나 노루와 고라니를 구분을 못해서 고라니라고만 하였다 .
고라니 두 마리가 항상 붙어다니는 경우를 간혹 본다. 그런데 두 마리중 한 마리는 리더(두목)이고 나머지 한 마리(부하라고 하자)는 항상 두목을 따라 다니는데, 두목이 서면 따라서 서고 두목이 달리면 같이 달리고....그래서 어른들은 고라니 두 마리를 다 잡을려면 두목만 잡으면 부하는 달아나지도 못하고 잡힌다고 한다. 다시말해서 자율적으로 어떤 것도 하지 못하고 따라서 한다는 얘기다.
닭이나 오리등 대부분의 조류(가금류 포함)는 알에서 태어났을 때 옆에 있는 동물을 어미로 생각하고 따라 다니는데 옆에 사람이 있으면 사람을, 강아지가 있으면 강아지를 어미로 착각하고 따라다닌다는데 고라니의 행태는 지식이 없어 조류와 같은 행태인지는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다.
필자와 서울에서 동호회 활동을 오랫동안 같이 하는 사람이 있다. 사진 활동도 열심히 하고 사협 회원인 사람인데 촬영 장소에 가면 항상 어떻게 찍어야 하느냐, 남의 카메라를 들여다보고 구도를 확인하여 자기도 맞추고, 조언을 구하여 촬영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렇게 배우고 촬영을 해왔기 때문에 혼자서는 무엇을, 어떻게 찍어야 할지를 잘 모른다.
출사를 나갔을 때 필자는 다른 사람들처럼 자상하게 카메라 파지법이라든지, 어떻게 구도를 잡는다든지, 노출을 어떻게 하여야 한다 등을 자세하게 얘기를 해 주지 못하는 스타일이다. 그렇게 못하는 이유는 필자 역시 남에게 가르쳐 줄 정도로 잘하지 못하는 것과, 자상하지 못한 성격 때문이다. 묻는다면야 아는 대로 가르쳐 줄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이 가르쳐 주는 것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니 참고로 삼아야 하고 자기만의 경지를 구축해야 한다. 남이 가르쳐 주는 대로만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느끼고 깨달아야 진정 자기의 지식과 기술이 되고 발전이 된다고 본다.
피사체를 봤을 때 배치를 어떻게 할까? - 좌측 사선으로 하느냐 우측 사전으로 하느냐, 노출 보정을 해야 하느냐 안해도 되느냐, 좌측에 배치하느냐 우측에 배치하느냐, 위에 배치하느냐 아래에 배치하느냐 등을 셔터 누르기 전에 생각해 보면서 촬영을 하면 사진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20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