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여수에서 온 아이 김둘
사립문 밖에서 들어온 아이는 나무 상자를 메고 있었지. 어디서 왔느냐, 여수에서 왔지라. 부모는 계시냐, 여기는 촌이라 아이스께끼 안 사 먹는다 읍내로 가봐라 그란디, 그란디... 아이 얼굴에 핏기가 가시더니 풀썩 쓰러졌지.
여수에서 남해까지 걸어 온 아이가 비몽사몽간에 사흘 밤낮을 자다 일어나니 우리 동네 사람들이 하나씩 사 먹었다 차비는 될 것이라 손에 돈 쥐여주며 말했지. 다음에는 오지 말아라. 여기까지 오다 얼음과자 다 녹는다. 여수에서 온 아이는 해마다 한 여름마다 그 동네에 와서 얼음과자 내밀며 웃으니 어찌 천진하던가 아들 셋, 딸도 셋 있는 노인이 그만 의붓아들 삼자고 약조해 버리셨지. 여수에서 남해까지 태풍이 불어도 오던 그 아이는 여수의 갯내 데리고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왔지. 여수 아들 기다리며 한여름마다 동구밖에 섰던 노인이 산에 묻혔어도 구릿빛 얼굴 더 탄탄해져 그 동네 찾아오던 아이. 언제쯤이었나, 그 아한테 무슨 일이 있나 아이스께끼- 아이스께끼- 외치던 그 소리 꿈속에서 듣는다는 노인의 큰 딸. 어느 날 꿈에 나타나 누부*요, 누부요, 미안하요. 내 못가요 미안하요 하더라며 무연히 눈물 흘리던 그 아이. 한여름 되면 저 문간에서 엄메- 아배- 누부요- 내 왔소 아이스께끼 갖고 왔소- 하얀 이 드러내던 그 아이.
뒷산에 오를 때마다 여수 바다를 보며 그 아이 이름 불렀다던 그 집 큰딸. 여수 앞바다에서 뱃고동 소리 들리면 남해 어느 시골집은 목이 콱 메어 버렸지. 자기 입을 수의(壽衣)해 놓은 그 집 큰딸이 아직도 기다리는 그 아이 여수에서 온 아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