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006[가톨릭문화원 묵상&기도]
매일 조금씩 다르게 변화할 것이 있는지
두리번두리번 제 자신을 살펴봅니다.
인생은 남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어제의 나와 비교하는 것이 되어야
성장하고 성숙해지는 것임을
믿기 때문입니다.
주님,
하늘이 이렇게 맑을 때
어제는 감탄하였다면 오늘은
감사하며 기도하는 변화이게 하소서.
221008
2022년 노벨문학상의 영예는 프랑스의
아니 에르노가 안게 되었습니다.
스웨덴 한림원은 수상자 선정의 배경으로
“개인적 기억의 집단적 억제, 소외, 근원을
파헤친 그녀의 용기와 냉철한 예리함”
이라고 설명합니다.
프랑스 현대문학의 대표적 여성 소설가인 그녀는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은 한 번도 없다”고 고백하듯 ‘계급과 성(gender)’에 관련된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자전적 소설을 쓰는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온 소설가.
체험과 기억에 담긴 불의와 억압,
소외와 고독은 그 자체로 고통임에도,
작가는 이를 작품으로 승화하고
노벨상의 영예를 차지하게 됩니다.
치장하지 않고 자신을 바라보는 성찰과
대면해야 하는 아픔을
내 인생의 작품으로 만드는 힘,
건강한 십자가의 영성에 담긴 것임을
생각합니다. 주님, 오늘도
있는 그대로 날 것의 저를 바라보게 하시고
제 어둠과 그림자에 사랑을 담게 하시어
인생이 예술과 같은 것임을 창조하는 힘,
저의 믿음이게 하소서.아멘
221009
주님, 당신을 생각하면 어느 찰라
다른 세상이 보이고
곤하고 쓸쓸한 여행자의 걸음,
잠시 멈추면
세실리아 내면의 광야에서 듣던
그 음성이 다시 들려옵니다.
기억은 그렇게 소진된 삶을 일어서게 합니다.
“당신과 함께 살다가 당신 안에 새겨지는
이름이게 하소서.”
시리고 자유로운 가을바람에 담는 기도가
오늘도 세속의 집착을 앗아가는 의탁이 되고
영원의 갈망이게 하소서.
221011
사는 동안 기쁜 날과 슬픈 날이 있을 것입니다.
밝은 날보다 흐린 시간, 주님께서 더 가까이
함께해 주시길 기도합니다.
슬픔 가득할 때 같은 거리의 희망을
볼 수 있는 빛이 되어 주소서.
양지에 튼 둥지보다 음지를 떠날 수 없는
운명을 조금 더 축복해 주시길 기도합니다.
하느님은 공평하시나 인간의 시간과 환경은
공정하지 않사오니 슬픔에 주저앉은 자와
전쟁의 공포에 떨고 있는 이들과
의미를 잃어가는 이들이
당신께서 곁에 계심을 깨달을 수 있도록
주님, 저의 믿음은 당신 사랑을 보게 하는
작은 등불이게 하소서.아멘
221012
나무로부터 자리의 의미를 생각합니다.
한 번 뿌리를 내리면 고목이 되기까지
운명(소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묵묵한 모습을
오늘 나무에게서 배웁니다.
비바람 눈보라와 함께 삶과 죽음을 이어가며
생명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성자의 이야기를 들을 때
주님, 제가 구원의 자리인 당신에게서
얼마나 자주 벗어났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견디어내는 힘과 넉넉한 평화,
때로 시련의 자리에서 마침내
운명의 축복을 깨닫는
당신과 함께하는 믿음의 자리에
끝내 머무는 자이게 하소서.아멘
221013
아침, 빛의 신비를 바치는 묵주기도 지향은
‘모든 상실의 상처에 치유를 구하는 기도’
였습니다.
주님, 돌아보니 교회는 성장의 요람이었고
꿈의 서정이 만들어지는 공작소였습니다.
서툰 생각이 말씀의 지혜로 아름다워지고
작은 가슴에 거룩한 사랑의 꽃이 피는
기쁨의 샘이었습니다.
오늘도 저의 빈 자리에 당신을 초대하오니
허허로움을 풍요로 바꾸시는
당신으로 가득한 날이게 하소서.아멘
221014
지금 제 앞에 놓인 책의 제목은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입니다.
듀크대학의 진화인류학 교수와
연구원이 펴낸 책이죠.
삶은 얼마나 많은 적을 정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좋은 친구가 있는가로
평가되어야한다고 하죠.
그것이 실제로 우리 종(種)이 살아남은
비결임을 주장합니다.
제 아침의 공감은
여기에서 시작하려고 합니다.
오래 전, 두 개의 몸에 깃든
하나의 영혼이 친구라던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제에 감탄하며
가슴에 새긴 날이 있었습니다.
진정한 친구는 또 다른 자아의 모습이고
또 하나의 정체성이었습니다.
누가 삶에 함께하는가가
내가 누구인가를 드러냅니다.
주님, 제 인생의 자세에서
친화력의 영성을 다짐하는 아침입니다.
어둠과 빛을 함께 하며 외로운 꿈길이 아닌
우정과 사랑을 나누는
믿음의 길이기를 기도합니다.
제 축복을 위하여 간구하오니
같은 곳을 바라보며
그 피안의 영원에 이르기까지
당신 안에서 함께 평화를 추구하는
소중한 벗들을 축복하소서.아멘
221020
“의인들아, 주님 안에서 환호하여라.”
오늘 미사 화답송의 첫 구절을 읽으며
제 마음이 감탄하며 환호했던
순간들을 더듬어봅니다.
어둠의 바탕에 작은 빛의 실루엣들이
돋아나던 걸 보던 순간,
굳은 가슴이 녹으며 뭉클해지던 순간,
주님, 음악과 미술과 춤 속으로
제 혈관이 함께 흐를 때처럼
위안이 되고 공감을 주고
잠깐의 삶의 축제를 맛보게 했던 것,
어린이였고, 나무와 들풀이었고,
철새와 구름의 날갯짓이었습니다.
한줄기 빗줄기와 바람이었고
삶의 신음 속 어디선가 들려오는
음성이었습니다.
자신을 방어하지도 합리화하지도,
힘겨움을 그대로 견디어야하는
흐느낌 같은 자연의 운명이 이루어내는
시간의 흐름 가운데
생명의 신비와 거룩한 향기를 만날 때
제게 위로와 힘을 주시는 당신께서는
제 영혼을 다시 순수한 영혼이 되게 하셨고
가슴 속 환호와 찬양을 깨어나게 하셨습니다.
하오니 주님,
이 아침 기도를 통해 정화된 하루를 살게 하시고
당신 눈동자에 새겨진 것,
믿음에 담는 날이게 하시어
주님의 계획이 사랑의 완성임을 증거하는
한 점 희망이게 하소서.아멘
221021
주님, 제가 묵상을 하는 이유는
성찰 없이 자아를 만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처지와 생각과 꿈을 알아야
비로소 당신을 대면하며
기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붉어진 나뭇잎처럼
영혼에 물드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볼 때
당신 사랑의 햇살임을
감사하는 믿음의 나날이게 하소서.아멘
221022
주님, 다시 주말입니다.
한 주간 제가 이루어낸 성과보다
삶에 뿌린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는
주말이게 하소서.
풍요로움으로 나누는 기쁨보다
나눔을 통해 얻는 풍요에 기뻐하게 하소서.
주님께로부터 배운 지혜,
사랑과 평화의 하늘나라는
나눔으로써 제 안에 완성되어가는 것임을
고백하게 하는 지혜이시니
제가 손을 내밀 때 맞잡는 또 하나의 손길,
당신이심을 잊지 않게 하소서.아멘
221023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전교주일
모든 민족의 역사 안에서
바른 정의를 드러내시는 주님,
의로우심으로 구원을 펼치시어
그 구원을 보게 하시니
제 노래는 당신을 향한 찬가이며
주님의 자애와 진실을 증언하는
거룩한 승리의 노래이게 하소서.
인간의 길에서 세상을 이기는 힘을
당신께 배우는 믿음의 여정이오니
오늘도 제 영혼의 환성과 환호,
그 기쁨의 힘으로
기쁜 소식을 전하는
아름다운 발자국으로 나아가는
복음의 증거자이게 하소서.아멘
221025
어제는 저무는 강변에서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요즘 신세대식 표현으로
물멍, 풍멍이었습니다.
물과 갈대와 펼쳐진 풍경에 제가 놓인 채
생각도 잠시 내려놓고 있었습니다.
“주님!”
단지 그 한 마디로
가난한 영혼이 이 눈동자에
담고 맺힌 것과 같게 하시어
저문 삶을 사랑하며
친해지고 익숙하게 하소서.아멘
221026
어디에서 무엇으로 살다가 흙으로 돌아가고
흙 한 줌이 키운 풀잎이 자라는 대지에
다시 흙으로 태어날 낙엽이 쌓여갑니다.
낙엽의 마지막 숨결 머금은 밤이 지나고
맞이하는 새벽이 젖은 이유입니다.
주님,
아침은 이렇게 고요하나 웅장합니다.
오늘 맞이한 새날의 기도에는
죽음과 혼인과 탄생의 인간사가 담겨있기에
소중하고 거룩한 남은 자의 다짐이
빛이 되어 동트는 하루이게 하소서
221028
주님, 추수가 끝난 계절인데
빈 들판을 향해 씨앗을 뿌려야겠다는
묵상을 합니다.
제가 바라보는 빈 들녘은
공허함이 느껴지는 세상이고
씨앗은 제마음을 담은 입에서 나오는 언어죠.
세상엔 좋은 생각이 가득해야 하고
희망의 열정이 뿌리를 내리고
자라야 할 것이라고..
묵주알이 굴러가는 만큼
주님께서는 제게 지혜와 힘을 주시어
오늘도 기도가 기쁨의 원천이 되는
하늘의 농부이게 하소서.아멘
221029
주님,
세실리아 마음 깊어져
시선 깊어지는 계절이게 하소서.
사랑으로 시리다 사랑으로 따뜻해져
사랑에 물들게 하소서.
위대한 자연의 시간을 닮아
조급하지 않고 의탁이 자연스러운
믿음이게 하소서,
이 가을엔 특히 그렇게..아멘
가을연주를 부산에서 보게되었다.
챔버홀은 400석의 음향좋은 아담한 홀
피아노도 스타인웨이.
너무 소리가 좋아 건물의 울림과
그 호흡을 같이한다.
앙콜송으로 함께한 '잊혀진 계절'
관객모두 노래로 즐거웠다.
221030
할로인 축제가 뭔지.
어제저녁 부산 멜로매니아음악회끝나고
일찍 들어와 쿨쿨했더니
밤새 어마어마한 사건이
터질줄이야.
아침뉴스가 온통 사고이야기로 꽉.
너무 가슴아프다.
어른들이 좀더 신경쓰고
교통질서를 잡아줘야 했거늘.
코로나로 힘들었던건 약과다.
축제에서 압사라니..
10-20대들의 압사로
축제가 대참사로 돌변한
참혹한 보도가 쏟아지고
주님, 슬픔이 덮친 주일.
채 피어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젊은이들에게
천상의 영원을 허락하시고
비극을 견뎌야하는 유족을
위로해 주소서.
다시 맞는 시련의 아픔을 안고
당신 십자가 앞에서 자비를 구하는
주일이게 하소서.
221031
얽힌 생각을 내려놓습니다.
판단도 분노도 멈추겠습니다.
지금은 안타까운 주검 앞에 애도하는 때,
유가족과 그 벗들과 슬픔을
함께할 시간.
주님, 의미없는 말을 멈추고
구원자이신 당신 앞에
기도하는 시간이게 하소서.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