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는 세계적으로 벼, 밀, 옥수수 다음으로 생산량이 많은 식용작물입니다. 우리나라의 감자 재배면적은 과거보다 약간 감소되었지만 새로운 품종의 개발과 씨감자의 품질 향상, 그리고 재배기술의 발달로 단위면적당 생산성이 높아져 총 생산량은 오히려 증가되고 있습니다.
1. 감자의 생육단계
감자는 파종에서 수확까지 약 90~120일 정도가 소요되며 크게 다섯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단계는 파종 후 땅위로 싹이 올라오는 과정입니다. 이 때는 생육에 필요한 양분을 어미감자로부터 얻기 때문에 무엇보다 씨감자의 품질의 영향을 크게 받게 됩니다. 가뭄이나 과습으로 인해 출현이 지연될 수 있기 때문에 토양수분을 적절히 유지해주고 배수로를 정비하는 등의 작업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 단계는 지하부 줄기 즉, 복지가 신장하는 시기로 이 때부터 뿌리가 땅속의 영양분을 흡수하고 지상부에서는 광합성이 시작되면서 생장이 급속도로 빨라집니다. 이 단계에서 흑지병과 같은 병들이 발생하기 시작하므로 주의를 해야 합니다. 또한 멀칭을 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이 시기에 배토작업을 해주어야 합니다.
세 번째 단계는 지하부 줄기의 끝이 비대하여 괴경 즉 감자가 달리는 시기입니다. 지상부에서는 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이 시기부터는 생육이 왕성하여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한 시기이므로 가능하면 관수를 해서라도 습도를 적절하게 유지해 주어야 합니다.
네 번째 단계는 감자가 급격히 굵어지는 시기로 지상부의 생육도 최고조에 달합니다. 또한 병해충의 발생도 많은 시기이므로 방제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수확단계로 괴경비대가 충분히 이루어지면 괴경의 표면은 경화되고 지상부의 줄기와 잎은 노랗게 변색되어 수확할 시기가 됩니다.
2. 단계별 재배기술
그럼 각 단계별로 필요한 재배기술을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좋은 씨감자를 준비하는 게 중요합니다. 감자는 영양체를 종자로 이용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좋은 씨감자를 선택하는 것이 감자 농사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좋은 씨감자란 봄, 여름, 가을, 겨울재배 등 재배하고자 하는 작형에 맞는 품종으로 바이러스나 역병 등에 감염되어 있지 않은 무병 씨감자이어야 합니다.
특히 같은 감자를 몇 년 계속 재배하다보면 바이러스병이 만연하여 생산성이 크게 떨어집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굳이 고랭지에서 채종된 보급종 씨감자를 구해서 심는 이유는 바로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무병 씨감자이기 때문입니다.
가. 싹 틔우기
좋은 씨감자를 준비해 두었다가 감자를 심을 때가 되면 우선 싹 틔우기를 합니다. 바람이 잘 통하면서도, 직사광선이 들지 않는 곳에 씨감자를 놓아두면 스스로 하얀 눈이 터져 나오고 싹이 강하게 자라게 되어 파종 후 초기생육이 건실하게 됩니다.
이 때 온도는 15℃ 내지 20℃ 정도가 알맞은데, 온도가 높으면 싹은 빨리 트지만 너무 높으면 부패하거나 건조되어 씨감자의 활력이 떨어지게 되므로 지나친 고온은 피해야 합니다.
눈의 크기는 재배양식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보통 1~2cm 정도가 알맞습니다. 이 정도로 키우는데는 대체로 20~30일이 걸립니다. 이렇게 눈을 틔우는 것을 산광싹틔우기 또는 욕광최아라고도 합니다.
나. 씨감자 자르기
싹은 틔우면서 씨감자를 잘라줍니다. 씨감자를 자른 절편 하나의 크기는 30g 정도가 알맞은데 60g의 감자는 두쪽을 내고 120g 정도의 감자는 네 쪽을 내면 적당합니다. 감자가 커서 광합성을 하기 전까지는 전적으로 이 감자에 있는 영양분을 이용하기 때문에 절편이 커야 싹이 튼튼하게 잘 자라는 것입니다.
감자를 자를 때는 바이러스나 병원균 침투를 막기 위해 소독한 칼을 씁니다. 감자씨를 아끼려고 절편을 너무 작게 잘라 심게 되면 생육이 떨어져 소출이 적어지기 때문에 좋지 않은 방법입니다. 씨감자는 눈이 많이 있는 머리 부분에서 아래로 잘라서 절편마다 눈이 고루 배치되게 잘라야 합니다.
절단한 후에는 절단면 상처의 치유가 잘 되어야 병균의 침입도 막고 씨감자가 썩는 것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절단할 때 끝에 1/5정도는 남겨 두고 자르는 것이 절단면의 상처가 쉽게 아무는데 효과적입니다. 씨감자의 상처 치유에는 환경에 따라 3~4일에서 일주일 정도가 걸립니다.
감자를 재배할 밭은 부숙이 잘 된 퇴비를 살포한 후 쟁기를 이용하여 20cm 이상 깊게 경운합니다. 그리고 비료와 함께 때로는 방아벌레나 진딧물 방제를 위해서 토양살충제를 혼합하여 전면 살포합니다.
이때 시비량은 평야지를 기준으로 성분량으로 10a에 질소 10, 인산 9, 칼리 13kg을 기준으로 하여 상황에 따라 가감 시용하면 됩니다. 골에 씨감자를 심을 때 파종 깊이나 파종방법은 작형과 토양 및 기상조건에 따라서 다를 수 있습니다.
감자 파종기를 트랙터에 부착하여 파종하면 골타기와 파종 및 복토가 동시에 이루어지므로 노력이 크게 절감됩니다. 인력파종을 할 때는 일반적으로 1열재배의 경우 골을 만든 후에 파종 후 멀칭하거나 또는 멀칭후 파종을 합니다.
2열재배의 경우에는 줄을 맞추어 씨감자를 놓은 후 소형관리기를 이용하여 양쪽에서 복토를 한 후에 멀칭을 합니다. 또는 1열씩 골을 만든 후에 퇴비를 넣은 골 양쪽으로 씨감자를 놓은 후에 복토합니다.
봄 조기재배나 남부지방의 봄 재배는 보통 초기생육을 촉진하기 위해서 투명비닐로 멀칭을 합니다. 하지만 중부산간지대의 봄재배에서 투명비닐을 쓰면 파종 이후 생육 초기에 온도가 너무 올라가 고온장해를 입을 우려가 있습니다. 따라서 투명비닐보다 검은비닐을 쓰는 것이 잡초도 방제되고 부패도 막아 좋습니다. 무멀칭재배의 경우에는 파종 후 3~5일 이내에 제초제를 토양표면에 균일하게 살포해 줍니다.
멀칭을 하지 않든 경우 파종 후 김매기를 겸해서 1~2회 정도 북주기를 하는데 1차 북주기는 파종 후 40~50일경 감자 싹이 약 10cm 정도 자랐을 때 실시하고 2차는 1차 북주기 후 15일이 지나 개화기 전에 실시합니다. 개화기 이후에는 북주기 작업을 해서는 안됩니다.
3. 수확과 저장
품종의 숙기에 따라 파종 후 90~120일 지나면 감자의 표피가 성숙되어 수확기가 됩니다. 품종이나 작형에 따라 수확 전에 감자순을 제거해야 할 경우가 있습니다.
여름재배시 만생종은 수확기까지도 지상부가 번무한 상태기 때문에 수확작업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지상부를 낫으로 제거하거나 경엽고조제를 살포하여 제거합니다. 수확은 토양이 건조할 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수확이나 운반시 감자가 상처를 입게 되면 상처부위로 각종 병원균이 침입해서 저장 중 부패의 원인이 됩니다.
따라서 수확 후에 햇볕이 들지 않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1주일 정도 예비저장을 하는데 예비저장시의 온도는 15℃, 습도는 85%정도가 적당합니다.
본 저장은 감자의 이용목적에 따라 온도를 달리하여 저장합니다. 씨감자로 이용할 경우는 4℃에 저장하여야 하며 가공용으로 이용할 감자는 7~10℃에 저장해야 고품질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감자는 식량작물일까요, 아니면 채소일까요? 우리나라에서는 양쪽으로 다 이용되고 있으니 모두 맞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공제품이 아닌 생감자는 수송의 어려움 등으로 수입도 어렵기 때문에 국내수요가 꾸준한 작물입니다. 지역마다 다른 재배환경에 알맞은 작형, 알맞은 재배기술로 생산성을 높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