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으로의 여행은 적어도 1박 이상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차를 가지고 움직이는 섬 여행은 비싼 뱃삯 때문이라도 당일치기는 아깝다. 어쩌다 페리 예약을 못 하고 붐비는 페리 터미널에서 몇 시간쯤 기다리다 보면 차가 쓸모없는 짐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물통 하나 넣은 가방을 메고 가벼운 마음으로 도보 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스박스에 먹을 것 잔뜩 넣어야 움직이는 부담스러운 여행이 아닌, 주말을 이용해 하루 가볍게 기분전환을 할 수 있는 곳이 없을까? 없을 리 없다. 뉴캐슬 섬이다.
뉴캐슬 섬까지 가는 길
뉴캐슬 섬을 가려면 일단 나나이모로 가야 한다. 하루로 가볍게 다녀올 예정이니 차는 호슈베이(Horseshoe Bay) 페리 터미널 옆, 유료 주차장에 주차하거나 호슈베이 행 대중교통을 이용하자. 목적지는 나나이모 디파츄어 베이(Departure Bay)다. 도보여행객으로 표를 끊고 배를 타면 곧 2시간 여의 배 여행이 시작된다. 디파츄어 베이에 도착할 때쯤, 왼쪽에 보이는 나무 울창한 섬이 바로 뉴캐슬 섬이다.
뉴캐슬 섬에 가려면 배를 한번 더 타야 한다. 다행히 그 배를 타는 곳은 터미널과 멀지 않다. 약 3km 가량 스튜워트 에비뉴(Stewart Ave)를 따라 남쪽으로 걸어 내려가면 마페오 서튼 파크(Maffeo Sutton Park)가 나오는데 여기서 뉴캐슬 섬까지 가는 통통배를 탈 수 있다. 천천히 걸으면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다. 걷기 어려운 상황이면 터미널에서부터 택시를 타는 것도 한 방법이다. 걷는 도중, 타운사이트 로드(Townsite Rd)에서 왼쪽으로 걸어 내려가면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 바닷가 산책길을 걸을 수 있는데 그 산책길 끝에 뉴캐슬행 배 선착장이 나타난다.
바닷가에 있는 나나이모의 마페오 서튼 파크는 깨끗하고 아주 잘 가꾸어진 공원이다. 해 질 녘이 되면 흥겨운 공연을 들을 수 있고 바닷물이 깊어 곳곳에서 낚시나 게를 잡는 사람들도 많다. 놀이터도 크고 물을 막아 만든 작은 천연 수영장도 있어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뉴캐슬 섬과 함께 이곳도 여행포인트로 삼고 한번 둘러보면 좋다.
뉴 캐슬행 배는 20분마다 섬을 오간다. 9월 4일까지의 성수기에는 오전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운행한다. 5일부터는 오전 10시에 첫배가, 오후 5시에 마지막 배가 있다. 출발하기 전, 왕복뱃삯(성인기준 1인당 8달러)을 내면 돌아올 때는 언제고 배를 탈 수 있다.
화려하지 않아도 충분히 매력적인 뉴캐슬 섬
마페오 서튼 파크에서 뉴캐슬 섬까지는 배로 10분 정도 걸린다. 배에서 내리면 제일 먼저 드넓은 잔디밭 위에 토템폴이 하나 서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예전에는 이 곳이 한 원주민(Snuneymuxw) 부족의 영토로 수천 년간 그들이 살았다는 흔적이다. 1931년 캐나다의 사립회사가 사들인 적이 있고 지금은 일반인들에게 개방된 주립해상공원이다. 옛날, 원주민들이 섬에 살면서 자급자족을 할 수 있었던 만큼 섬 주변은 다양한 해산물의 보고이며 산딸기 같은 식용열매도 많다.
뉴캐슬 섬은 단출하지만 필요한 시설은 다 갖추었다. 배로 섬에 도착하자마자 처음 보이는 잔디밭 곳곳에 간단한 먹을 거리를 파는 슈퍼, 놀이터, 샤워장을 겸한 화장실, 피크닉 테이블, 자전거/카약 렌탈 숍, 간이축구장으로 사용할 수 있는 널따란 잔디밭, 그리고 1년 내내 운영하는 그룹 캠핑장과 개인 캠핑장이 있다. 그 외의 지역은 숲으로 이루어져 산책로를 제공한다. 그룹 캠핑장은 가족이나 회사 단위로 단합모임을 갖기에 적당해서 수개월 전에 미리 예약을 해야 할 정도로 인기다. 개인 캠핑장은 18개의 사이트가 있는데 선착순으로 사용할 수 있다. 사이트당 8명씩 머물 수 있는데 4명당 15달러로 가격도 매우 저렴하다.
이 섬에서는 하이킹과 자전거 타기가 유명하다. 섬이 작고 길을 잘 정돈해 놓았고 높낮이가 심하지 않아 난이도도 쉽다. 바닷가를 따라 잰 섬 주변 총 길이는 7.5km다. 하지만 중간중간 숲을 가로지르는 지름길을 이용하면 한 시간 정도로 기분 좋은 운동을 마칠 수 있다.
인적이 드문 한적한 숲 속에서는 딱따구리가 나무 쪼는 소리, 귀뚜라미가 우는 소리가 정겹다. 이름 모를 새들과도 마주치고 가끔은 초록색 작은 뱀이 풀밭을 지나가는 소리에 놀라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신선함이다. 키 높은 나무가 만들어 내는 시원한 그늘 사이를 신기한 꽃을 관찰하며 걷고, 또 그렇게 길을 가다 보면 나타나는 시원한 바닷가 풍경은 마치 선물처럼 반갑다. 원주민들은 이 섬을 성스러운 곳으로 여겨 정신수련장소로 많이 사용했다고 하는데 조용한 숲길을 걷고 있으면 왜 그랬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섬 주변에는 물놀이하기 좋은 따뜻한 바닷물이 흐른다. 백사장은 아니지만 물이 깊지 않고 파도가 잔잔해 아이들이 놀기에 좋다. 카누나 카약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이 섬은 아는 사람만 안다. 방문객이 많이 찾는 나나이모에서 불과 10분 거리의 섬인데도 잘 알려지지 않아 인적이 드물다. 당일여행 목적지로 알맞은 이 보물 같은 섬을 발견하는 소수의 행운아가 돼보는 것은 어떨까.
뉴캐슬 섬은…
1. 바닷가에는 입을 꼭 다문 하얀 굴이 지천이다. 하지만 적조현상이 있을 때, 조개류를 먹는 것은 위험하다. 해양청(604-666-2828)에 전화해서 뉴캐슬 섬 주변의 굴을 포함한 조개종류를 먹어도 되는지 꼭 확인해보도록 하자. 굴/조개 채집할 때 낚시 면허증도 반드시 소지해야 한다.
2. 단체 캠핑이나 섬 전역 지도 등에 대해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공식 웹사이트(http://www.newcastleisland.ca)에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