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한국불교아동문학회 학술대회 탐방 자료>
홍문식 (부회장)
천은사
천은사는 역사의 뿌리를 지키고 왕실의 보은을 품은 사찰이다.
1. 천은사의 건립과 명칭의 변천: 1,200년 역사의 내력
백련대(白련臺): 신라 경덕왕 17년(758년), 덕공(德恭) 스님이 두타산의 수려한 기 운 속에 창건한 수행의 모태이다.
간장사(看藏寺): 고려 시대, 이승휴가 머물며 수만 권의 경전을 탐독하고 우리 역사 의 등불을 밝힌 지혜의 공간이다.
천은사(天恩寺): 1899년, 조선 왕실의 뿌리인 준경·영경묘를 수호하는 원당으로 지 정되었으며 고종 황제로부터 '하늘(임금)의 은혜를 입은 절'이라는 이름을 하사받았다.
2. 동안거사 이승휴: 우리 역사의 주체성을 깨우다
기록의 힘: 고려 후기의 문신 이승휴는 이곳 간장사에서 우리 민족의 시조인 단군부터 기록한 제왕운기(帝王韻紀)』를 집필하였다. 이 책을 쓰던 당시 고려사회는 몽골과의 전쟁에서 져서 원나라의 지배를 받던 시점으로 문인들이 권력을 잡고 있던 시기였다. 지방의 문관이던 이승휴는 이런 현실을 극복하려면 왕의 어진 정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보아 이를 위해 역사의 교훈을 詩로 기록하였다.(다음백과발췌)
독자적 세계관: 중국과 대등한 역사를 가진 당당한 민족임을 선포하며, 외세의 침략 에 맞서 우리 민족의 주체적 자존심을 일깨운 문학적·사학적 성지이 다.
3. 조선의 태동 성지: 준경묘(濬慶墓)와 영경묘(永慶墓)
왕조의 근원: 태조 이성계의 5대조인 양무장군 부부의 묘소가 위치한 곳으로, 조선 왕조 500년의 기운이 태동한 발복지이다.
성역의 수호: 조선 왕실은 이곳을 국가적 성지로 관리했으며, 천은사는 그 묘소를 지키고 제사를 준비하며 왕실과 운명을 함께한 특별한 원당이었다.
4. 기록과 정성이 빛나는 유허비
왕실의 보은, 고양이가 받친 국보: 이번에 국보로 지정된 유허비는 그 형태에 담긴 상징성이 매우 깊다.
민초의 정성과 왕실의 감사: 묘소 정화 작업 당시, 고된 공사에 참여한 일꾼들에게 정성을 다해 공양을 베푼 천은사의 공로를 치하하기 위해 국가에서 세운 비석이다. 이때 일꾼들에게 두부를 만들어주어 단백질을 보충하였기에 현재도 이곳의 두부가 유명하다.
세조의 보은을 잇는 고양이 받침: 보통 비석은 거북이(귀부)가 받치지만, 이 유허비는 독특하게 고양이 형상의 받침을 하고 있다. 이는 조선 세조가 오대산 상원사에서 동자보살의 도움으로 병을 고친 후, 고마움의 뜻으로 상원사에 고양이 석상을 세웠던 유래를 따른 것이다. 즉, 나라의 큰 사업(묘소 정화)에 헌신한 천은사의 공로에 대해 왕실이 전하는 지극한 감사와 보은의 상징으로서 고양이 받침을 선택한 것이다.
문화적 가치: 왕실과 사찰, 그리고 민초의 정성이 '고양이'라는 친근하고 영험한 상징물로 결합된 이 유허비는, 국보로서의 예술적 독창성과 함께 조선 왕실의 보은 정신을 오늘날까지 전하고 있는 보물이다.
[강릉 인문학적 산책]
Ⅱ 지혜의 뿌리에서 나눔의 꽃길로
1. 오죽헌(烏竹軒): 지혜와 예술이 잉태된 검은 대나무 집
오죽헌은 한국 유학의 거목 율곡 이이 선생이 탄생한 곳이자, 그의 어머니이자 위대한 예술가인 신사임당의 친정이다. 이곳은 단순한 유적지를 넘어 우리 민족의 '정신적 자양분'이 만들어진 산실이다.
사임당의 예술과 교육: 몽룡실에서 율곡을 낳은 사임당은 조선 시대 여성이라는 한계를 넘어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하였다. 그녀의 창의적인 태교와 올곧은 교육 철학은 율곡이라는 큰 지성을 길러낸 토양이 되었다.
율곡의 격몽(擊蒙) 정신: 율곡 선생은 『격몽요결』을 통해 "어리석음을 깨뜨리고 사람답게 사는 길"을 가르쳤다. 미래를 내다본 '십만양병설'은 지식인이 가져야 할 선견지명과 국가에 대한 무한한 책임을 보여준다.
율곡 이이, 시대를 깨운 선비
1. 격몽요결(擊蒙要訣): "어리석음을 깨뜨리는 비결"
오죽헌은 율곡 선생이 태어난 곳일 뿐만 아니라, 그가 후학들을 위해 집필한 수많은 저서의 정신적 고향이다. 특히 『격몽요결』은 아이들과 초심자들을 위해 쓴 책이다.
작가적 관점: "공부란 특별한 사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매일 하는 것"이라는 그의 가르침은, 매일 글을 써야 하는 작가들에게 '일상의 성실함'이라는 큰 가르침을 준다.
2. 십만양병설(十萬養兵說): 미래를 내다본 선견지명
율곡 선생은 단순히 방 안에서 글만 읽는 선비가 아니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훨씬 전, 국가의 안위가 위태로움을 감지하고 "미리 십만의 군사를 길러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실을 직시하는 지성: 선비의 고고한 기품 뒤에 숨겨진 철저한 유비무환(有備無患) 정신과 나라를 향한 지극한 사랑은, 시대를 반영하는 글을 쓰는 작가들에게 깊은 통찰력을 선사한다.
3. 견득사의(見得思義): "이득을 보면 의로움을 생각하라"
오죽헌 문성사(文成祠)에 모셔진 율곡 선생의 정신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의로움'이다.
올곧은 선비 정신: 선생은 평생을 정직과 도리로 살았다. 신사임당이라는 훌륭한 예술가이자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그의 인격은, 오늘날 우리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제시합니다.
작가적 사유: 검은 대나무숲 사이로 부는 바람을 맞으며, 작가들은 '어떻게 아이들의 어리석음을 깨우고 올바른 정신을 심어줄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율곡의 생애에서 찾게 됩니다.
2. 선교장(船橋莊): 배다리 마을에 깃든 나눔의 미학
오죽헌에서 선비의 올곧은 정신을 보았다면, 선교장에서는 그 정신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실천되었는지를 만날 수 있다. 효령대군의 후손 이내번이 지은 집으로 이 집은 한국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이다. 이름에 담긴 소통, '배다리' 는 예전 경포호수가 앞마당까지 들어오던 시절, 배를 이어 다리를 만들어 건넜다 하여 '배다리(선교)'라 불렸다. 이는 세상과 단절되지 않고 끊임없이 소통하고자 했던 이 집안의 열린 마음을 상징한다.
마르지 않는 샘물, '활래정(活來亭)': 연못 위에 세워진 활래정은 "근원에서 맑은 물이 끊임없이 흘러온다"는 뜻을 가졌다. 추사 김정희 등 당대 최고의 묵객들이 머물며 예술을 논했던 이곳은, 작가들에게 마르지 않는 창작의 영감을 선사하는 공간이다.
실천하는 지성: 구한말 독립군의 군량미를 보급하고, '동명학교'를 세워 인재를 양성하며, 흉년마다 창고를 열어 민초들을 구휼했던 역사는 '가진 자의 의무'가 무엇인지를 묵직하게 전한다.
[선교장의 깊이 더하기: 배다리와 활래정]
1. 배다리 마을의 선교장(船橋莊)
선교장이라는 이름 자체가 '배 선(船)'자에 '다리 교(橋)'자를 쓴다. 예전에는 경포호수가 지금보다 훨씬 넓어 이곳 앞마당까지 호숫물이 들어왔다고 한다.
이름의 유래: 호수 건너편 마을로 가기 위해 배를 잇대어 다리를 만들고 건너다녔다 하여, 마을 사람들이 '배다리 골'이라 불렀고 이를 한자로 옮긴 것이 바로 '선교장'이다.
상징성: 배를 띄워야 했던 호숫가가 이제는 울창한 소나무 숲과 고택이 어우러진 육지가 되었지만, 그 이름 속에 흐르는 물길의 기억은 선교장을 더욱 신비로운 공간으로 만든다.
2. 활래정(活來亭): 끊임없이 솟아나는 맑은 지혜
선교장의 대문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정자가 바로 활래정입니다. 연못 위에 발을 담그고 서 있는 모습이 마치 한 폭의 수묵화 같다.
이름의 뜻: 주자의 시 구절인 '위유원두활수래(爲有源頭活水來)', 즉 "근원에서 맑은 물이 끊임없이 흘러오기 때문"이라는 말에서 따온 이름이다.
건축적 묘사: 연못 속에 돌기둥을 세워 누마루를 그 위에 올린 독특한 구조이다. 방 안에서 문을 열면 연꽃 가득한 못이 발밑에 펼쳐지며 자연과 가옥이 하나로 합쳐지는 경지를 보여준다.
작가적 관점: 활래정은 이름 그대로 '끊임없이 솟아나는 맑은 물'처럼, 작가들에게 마르지 않는 창작의 영감을 상징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추사 김정희 선생을 비롯한 수많은 묵객이 이곳에 머물며 예술을 논했던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산책을 마무리하며]
"작가 여러분, 오죽헌의 검은 대나무가 혹독한 추위에도 푸름을 잃지 않듯 율곡의 지혜는 시대를 깨웠고, 선교장 활래정의 맑은 물이 쉼 없이 솟아나듯 그 집안의 나눔은 이웃의 목마름을 축여주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 고결한 정신을 품고 삼척 천은사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고려의 자존심 이승휴와 조선의 보은이 담긴 유허비를 만나며, 우리의 글이 이 시대의 '배다리'가 되고 '활래정'이 되기를 함께 다짐해 보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