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의 두 번째 모임,
2월 모임은 에밀 아자르(로맹 가리)의 「자기 앞의 生」을 읽었습니다.
노은동 ‘편백숲샤브길’에서 밥을 먹고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참여자는 장경호, 조아라, 장다혜, 박서연 총 4명 참여하였습니다.
모임 당일 일정이 생겨 참여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즐거운 모임이었다는 이야기 전해 들었습니다.
독후활동(나누고 싶은 구절, 소감)
경호)
모모와 로자 아주머니의 생을 생각하면 과거, 현재, 미래가 출구 없는 지하 터널로 연결된 것처럼 암울하게 느껴졌다. 아무리 달려도 빛을 볼 수 없는 어두운 공간에 던져진 것처럼.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는 건 서로 아껴주고 기대며 사랑한 서로였기에 7층과 지하 공간이 그리 나쁘지 않게 느껴졌다는 점이다. 사람은 사랑 없인 살 수 없다는 점을 배웠다.
슬프게도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후 성숙해지고 깊어지는 것 같다. 사랑하는 이와 영원한 이별, 생각만 해도 심히 우울해진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내 앞의 생을 마주하며 사랑하자.
둘레 사람과 의지하고 연대하며 나아가자.
모모와 로자 아주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다혜)
설명하기 어렵지만 이 책은 결국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모모와 로자 아주머니의 모자관계에서 느낄 수 있는 따뜻하지만 잔인한 애증의 사랑, 나딘 아주머니에게 느끼는 동경과 나딘이 모모에게 선사하는 다정한 사랑, 이웃들이 모모와 로자 아주머니에게 주는 순수한 애정이 가득한 사랑 등
우리 사회 어디서나 느낄 수 있지만, 인지하지 못하던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파리 시내의 가장 소외되고, 가장 불우한 이들 간에 행해지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서연)
■ 인상깊은 구절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 (중략) 사랑해야 한다“
“내가 이렇게 할아버지를 부른 것은 그를 사랑하고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아직 있다는 것, 그리고 그에게 그런 이름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기 위해서였다.”
“나도 경찰이 되고 싶다. 그러면 아무것도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고 무얼해야 할지도 알게 될텐데.”
“나는 너무 행복해서 죽고 싶을 지경이었다. 왜냐하면 행복이란 손 닿는 곳에 있을 때 바로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행복이란 것은 그것이 부족할 때 더 간절해지는 법이니까. (중략) 꽃들이 집에 행복의 향기를 풍기기를 바랐다.“
“쉬페르가 감정적으로 내게 점점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자, 나는 녀석에게 멋진 삶을 선물해주고 싶어졌다. 가능하다면 나 자신이 살고 싶었던 그런 삶을.”
■ 소감
‘남자 아이‘라는 공통점 때문인지, 책을 덮을 때 ‘다섯째 아이’ 주인공 ‘벤’이 떠올랐다. 벤은 행복을 찾기 위해 ‘집’을 떠났고, ‘자기 앞의 생’ 주인공 ‘모모’는 밖을 돌다가도 ‘집‘으로 돌아왔다는 상이한 태도 때문일까? 그럼에도 조금 더 안쓰러움이 느껴졌던 것은 ‘벤’이었다. 책의 마지막에는 둘 다 행복을 찾아가게 되었지만 그 시점이 되기까지의 어린 시절 동안, ‘벤’에 비해 ‘모모’가 그 아동에게 있어 중요한 영향을 끼칠 한 사람과 공동체 안에서의 연대와 사랑을 더 많이 느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책 속 어린 아이인 ’모모‘가 애어른처럼 이른 나이에 철학차처럼 ’사랑‘, ’행복‘에 대해 고찰할 때는 서글펐고, 또 스스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애정을 표현하기 위한 방법들을 하나하나 시도할 때는 기특하고 놀라웠다.
서글픔과 기특함 사이에서 나 또한 ‘사랑과 행복‘에 대해 깨닫고 고찰하며, 유한한 인간의 삶 속에서 더 사랑하고, 그 사랑을 더욱 더 표현하며 나누고, 또 지금 여기 순간의 행복을 더 감사하고 흠뻑 느끼며 살아가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더불어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직업적 소명으로 내가 만나는 당사자에게 애정을 표현하고 함께하며 행복을 나눌 수 있는 ‘사회복지사’, ‘사회사업가’라는 직업이 대단하고 의미있게 다가왔다. 조금 더 진정성 있게 다가가고 싶다고 느꼈다.
결말 쯔음 로자 아줌마의 시체와 함께 며칠을 보낸 모모의 모습이 소감을 정리하기 전까지는 그 장면에 대한 이해와 작가의 의도 파악이 어려웠다. 정리해놓은 ’기억에 남는 구절‘을 다시 보며 느낀 것은, 아마 ‘로자 아줌마’와 ‘모모’가 바뀌었다면 ‘모모’가 받고 싶었던 사랑의 모습이었기에, 끝까지 함께 하는 것이 맞다 느낀 것이 아닐까?라고 짐작하며 책 읽기를 마무리해본다.
아라)
■ 인상깊은 구절
- 발길로 엉덩이를 차인다든가 하는 밖으로부터의 폭력은 도망가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안에서 생기는 폭력은 피할 길이 없다. (p.65, 문학동네)
- 그들은 끝까지 괴롭히면서 죽을 권리조차 주지 않을 거야. / 아무리 늙었다 해도 행복이란 여전히 필요한 것이니까. (p206~7)
- 라몽 의사 역시 내 말을 열심히 듣고 있었지만, 나는 무엇보다 나딘이 내 말에 귀기울여주는 것에 신이 났다. “.....로자 아줌마는요, 세상에서 제일 못생겼구요, 내가 아는 사람중에 제일 불행한 사람이에요. 다행히 내가 같이 지내면서 돌봐주고 있어요. (중략) 돌봐줘야 할 유태인 노인네가 있으니까요......” 나는 점점 더 흥분해서 열심히 말했다. 잠시라도 말을 멈추면 그들이 더 이상 내 말에 귀기울이지 않을 것 같아 두려웠다. (p.248~9)
- “죽는다는 게 만족스럽구나, 모모야.” / “난 뭘 하기에 너무 어려본 적이 한 번도 없잖아요, 아줌마.” (p.259)
■ 소감
모모의 삶이, 생이, 너무 안타깝게 느껴졌다. 엄마를 갈망하는 모습이 보여질 때, 또 로자 아주머니를 향한 사랑과 책임감이 느껴질 때 소설 속 모모를 다정하게 안아주고 싶었다. 책모임에서 ‘그래도 로자 아주머니가 있기에, 모모가 가끔의 일탈을 하지만 더 나쁜(엉덩이로 먹고사는 등) 상황으로까지 떨어지지는 않지 않았을까’하는 의견을 나누게 되었는데, 맞는 것 같다. 모모는 로자 아주머니 덕분에, 로자 아주머니는 모모 덕분에,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기에 마지막에서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것 같다. 누군가 보기에 이상해 보일지라도, 서로가 서로를 이해해 주는 한 사람이 되어 고단한 인생의 동반자가 된 것 같다.
소설 뒤로 갈수록 ‘생을 이어나가는 것’이 누군가에게 폭력적일 수 있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로자 아주머니이든, 모모이든, 각자의 삶에서 큰 트라우마를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주변 이웃들과 서로 도우며 살아간다. 그 과정을 따라가며 각자 방식의 위로와 도움이 서로에게 어떻게 힘이 되는지 알 수 있었다. 아픔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서로 바라봐주고 핥아주는 것 자체가 필요한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다,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2025년 3월 책 모임 안내
- 도 서 명 : 「돈키호테」 -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
- 진행일시 : 2025. 3. 15.(일) 9시
- 모임장소 : 줌
* 모임에 관심있는 분, 함께하실 분 댓글 달아주세요.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