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길엔 첫길, 새길을 잘 들어야 한다.
배움길은 강길처럼 흐름길을 잘 따라야 한다.
세상길은 흐름길이다.
산골 아이들은 산골길, 자드락길, 수림길, 두멧길, 흙탕길이 등하굣길이었다.
삶은 하룻길로 여긴 것이, 열흘길이 되기도 한다.
구름은 구름길로 비행기는 하늘길, 비행기로 다닌다.
뭐든 제길(자기의 길. 路線)을 갈 때, 운길(운이 트인다는 길)이 된다.
1호선 열차는 1호선을 달린다.
비포장길은 먼짓길이고 고생길이다.
샛길은 지름길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길 옆엔 갓길이 있다.
평길이라 여겼는데 돌너덜길, 비탈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곧은길로 여긴 것이 에움길(굽은 길. 또는 에워서 돌아가는 길)일 때도 있다.
어부는 바닷길, 강길, 뱃길, 고깃길로 다닌다.
할머니는 평생을 우물길을 따라 식구를 먹이셨다.
오소리는 오솔길로만 다닐까요? 푸섶길(풀과 섶이 우거진 길)로도 다닐까요?
생(生)은 잘못된 입길(입질. 입방아. 말질)로 뒤안길, 사양길, 황천길이 되기도 한다.
불에도 불길이 있다. 성격에도 불길이 있다.
농부는 농삿길, 밭둑길, 두렁길, 논틀길, 논둑길을 다닌다.
과욕은 본길, 바른길에서 벗어나 엇길, 아랫길, 내리막길로 들게도 한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 사이에는 평길이 있다.
본길로 걷다가 사잇길로 새기도 한다.
앞길과 뒷길 틈새에는 옆길이 있다.
유행은 바람길을 따른다.
태풍도 바람길을 따른다.
언제든 빗길과 눈길은 조심히 다녀야 한다.
광부도 오소리도 굿길(갱도)로 다닌다.
지름길로 들었는데 덤불길, 꼬부랑길, 가시덤불길, 벼랑길을 만나기도 한다.
천리길, 만리길도 한 발길부터, 새길부터 시작한다.
올렛길은 산과 계곡, 바다 등에 드문드문 난 길을 이은 산책길이다.
세상길에서 살길이라 여겼는데, 하는 일이 사양길에 접어들어 황천길이 되기도 한다.
살길엔 고빗길, 곱길(두 곱이나 걸리는 길)도 있다.
꿈길이 살길이 된다. 누구든 꿈길이 있으면 좋다.
창의성이 있는 사람은 생길(길이 없던 곳에 처음으로 낸 길)을, 새길을, 첫길을 내는 사람이다.
배움길은 된길(몹시 힘이 드는 길)이지만, 앞길로 여길 땐, 돈길이고 살길이 된다.
숫눈길이 생눈길이다.
생눈길은 생눈판인 길. 또는 아무도 가지 아니한 생눈판에 처음으로 내는 길을 말한다. 생눈길을 걷는 소리, 걸어 본 사람만 안다.
원수는 외통길(외길)에서 만난단다.
냇가나 강가 따위에 나 있는, 돌이 많은 길을 서덜길이라고 한다.
돌아가는 길, 돌이 많은 길은 돌길이다.
아버진 방천길, 강둑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논에 가셨다.
전쟁은 난민을 낳고 난민은 피난길을 다닌다.
피난길은 벼랑길이고, 고생길이고, 빙판길이고, 불길이고, 서덜길이고, 먼짓길이고, 구둣발길이고, 먼길이고, 도망길이고, 모래밭길이고, 천리만리길이고, 가시밭길이고, 토막길이고, 진창길이고 낭길(낭떠러지를 끼고 난 길)이고 때론 널길이고 죽음길이다.
살길엔 내리막길도 오르막길도 있다.
살길이, 장삿길, 벌잇길, 눈물길, 자갈길이 되기도 한다.
찻길에서 빗길에 미끄러지기도 한다.
살길에서 종종 싸움길에 들기도 한다.
꿈길을 쫓아가 헛길을 만나 된길에 들기도 한다.
살길을 걷다가 때론, 후밋길(아주 구석지고 으슥한 길)에서 남몰래 울기도 한다. 누구든.
꽃길을 걸을 때도 있다.
나이가 들면 고향길, 동구길을 걷고 싶어 한다.
고향의 고샅길(골목길)은 추억이다.
생은 어둑한 밤길을 걷기도 한다.
곧은길이 외통길이 되기도 한다.
때론 진창길에서 허우적대다 천길만길로 떨어지기도 한다.
눈이 오면 이른 아침 숫눈길을 걷는 기분은 째진다.
무용수는 춤길을 간다.
옛길은 언제나 정겹다.
본길을 걷다가도, 엇길로 갈 때도 있다
세상길엔 왕왕(이따금) 뭇발길, 뒷발길, 앞발길, 싸움길도 있다.
밥길(밥줄)은 멀고도 먼길이다.
수도자와 여행자는 순례길, 여행길, 관광길을 간다.
큰길에선 속길(큰길에서 떨어져 있거나 건물에 막혀 있어 큰길에서는 보이지 않는 골목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
사막에도 길이 있다. 모래밭길이다.
가수는 소릿길을 소리 지르며 걷는다.
택배 노동자분들의 나름길(물건을 운반하는 길)에서의 노고에, 늘 감사합니다.
세상길엔 새길을 잘 들어야 한다.
세상길엔 운길(운이 트인다는 길)이 좋아야 한다.
뭐든 막힌 것은 길이 아니다. 막힌 것은 벽이다.
벽은 쌓고, 길은 낸다.
드나들어야 길이다.
성벽처럼 벽도 살기 위해 쌓는 것이지만, 그래도 생은 벽보다 길이 더 살길이다.
인생은 벽보다 길이다. 행복도 벽보다 길이다.
역사는 흐름이다.
길도 흐름이다.
흘러야 길이다.
우창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