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하느님의 뜻에 합치는 구체적인 방법 우리가 아플때 정확한 진단이나 완전한 치료법이 없는 경우가 흔히 있다. 의료시설의 혜택을 손쉽게 받기 어려운 때도 있다. 또 의사가 진단을 하기 힘든 병도 있다. 그래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치료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계속 병에 시달리며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야 할 때가 있다. 이럴 때에는 우리의 뜻을 하느님의 뜻에 합치면서 그분의 섭리에 의존해야 한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앓는 사람들의 기도에 응답을 잘 해준다는 켄터베리의 성 토마스의 묘소를 한 병자가 찾았다. 그는 자기의 병을 고쳐 달라고 열심히 기도한 결과, 기도의 응답을 받았다. 기뻐서 집에 돌아온 이 사람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생각이 달라졌다. "혹 내가 아픈 것이 내 영혼의 구원을 위해서 좋은 일이라면 구태여 내가 나아질 필요가 어디 있나? 내가 병자의 몸으로 있으면서 내 영혼을 구할 수 있다면 차라리 아픈 것이 낫지 않은가?" "지극히 인자하신 성 코마스여, 제가 당신의 전구로 아픈 몸이 성해진 것은 감사합니다. 그러나 만일 제가 아파 고통 당하는 것이 저의 영혼을 구하는 데 유익이 된다면 저의 치유를 거두어 가도록 하느님께 전구해 주십시오." 이리하여 그는 다시 아픈 몸이 되었지만, 이제는 고통스러운 것이 온전히 하느님의 뜻이라는 것을 깨닫고 만족한 생활을 이어 나갔다고 한다. 이와 비슷한 일화가 또 하나 있다. 한 번은 눈먼 장님이 있었는데, 베다스토 성인에게 기도하여 눈이 밝아졌다. 그 후 면밀히 관찰해 보니 자기가 눈이 밝아짐으로 말미암아 여러가지 세상사에 얽메이게 되고, 그 때문에 영혼 구원에 큰 장애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하늘에 있는 자기 주보 성인에게 다시 기도하기를 만일 눈뜨고 죄짓은 것이 눈멀고 구원되는 것보다 못하다면 다시 눈을 멀게 해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가 바라는 그대로 기도의 응답을 받아 그는 다시 눈이 멀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므로 병으로 고통 당하는 문제에서는 낫기를 바랄곳도 아니요 더 아픈 것을 바랄 것도 아니다. 다만 우리를 완전히 포기하고 하느님의 뜻에 모든 것을 맡겨야 한다. 그래야만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우리에게 필요한 조치를 취해 주신다. 한편 우리가 꼭 건강해지기를 원한다면 그렇게 기도는 하되, 다만 우리가 하느님의 뜻에 온전히 의탁한다는 전제를 두고, 우리가 건강해지는 것이 반드시 영혼의 구원에 도움이 되면 건강을 주시라는 조건부 기도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의 기도는 문제가 있는 기도이고 그런 기도는 응답을 받지 못할 것이다. 하느님이 우리의 이기심을 채우기 위한 기도는 듣지 않으시기 때문이다. 병고는우리의 영성생활의 시금석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병고는 우리의 성덕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나타내 주는 시험지 역활을 해주기 때문이다. 만일 그대의 영혼이 병고로 인해 흔들리는 일 없이 꿋꿋라고 슬퍼하거나 실망하는 일이 없고, 성급히 치료되기를 조바심하며 안절부절못하기보다 오히여 모든 것을 편안한 마음으로 의사와 그대의 장상에게 일임하고, 조용하고 숙연하게 하루하루를 지내면서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긴다면 이는 분명히 그대의 성덕이 확고한 기반에 서 있다는 증거이다. 한편 고통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의 경우는 어떠한가? 그는 사람들이 자기에게 관심을 쏟지 않는다고 투덜거린다. 자기의 아픔은 견디기 어렵다고 한다. 의사들도 제대로 자기 병을 알아 내지 못한다고 하며 하느님의 손길이 자기에게 너무 가혹하다고 넋두리를 한다. 프란치스코회의 보나벤투라 성인이 프란치스코 성인에 관하여 한 이야기는 상기할만하다. 어느 때인가 프란치스코 성인이 병세가 나빠져서 성인이 몹시 큰 고통을 겪게 되었다. 성인을 간호하던 수사 한 사람이 보다 못해서 동정어린 말로 성인에게 여쭈었다. "참 하느님도 무심하시네. 사부님, 하느님의 손이 너무 심한신 것 같습니다. 하느님께 좀 부드럽게 해주십사고 기도하시면 어떻습니까?" 이 이야기를 듣던 성인은 벌떡 일어나면서 정색을 하고 말했다. "사랑하는 형제여. 지금 뭐라고 말했습니까? 형제가 지금 한 말은 비록 간단하게 입 밖에 내놓은 말이지만 그 결과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기나 합니까? 형제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성급히 하느님의 섭리를 심판한 것이 되고 거룩하신 하느님의 뜻을 배반하라고 한 말이 아닙니까? 나는 다시는 형제를 안 보렵니다." 그러면서 병으로 쇠약해진 몸을 일으켜 바닥에 내려와 무릎을 꿇고 마룻바닥에 입을 맞추면서 이렇게 기도하는 것이었다. "하느님 아버지, 저는 당신께서 주시는 이 고통에 감사합니다. 혹 당신이 원하신다면 이보다 심한 고통을 보내 주십시오. 부족한 제가 당신께 간구합니다. 당신이 기쁘시다면 그 기쁨을 저를 위해 아끼지 마시옵소서. 저의 기쁨이란 오로지 당신의 뜻이 저에게서 이루어지는 것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