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1-09 18:45:45
몇 해전부터 내 또래 여자들에게 화두
폐경에 대한 낯설은 맞닥들임이다
시기도 나름대로 다른 것 같고 그 조짐도 여러 모양이지만
초경이 있었듯이 언젠가는 서운한 그때가 도래할 것이다
에덴동산에서 이브에게 내려진 형벌이라 그런지
글로 쓰기에도 금기시 되는 것 같이 여겨진 여자들의 이야기
일전에 병원에서 불편한 나를 대신해 딸아이가 처리해 준 생리 날 해프닝을 썼더니
나이 지긋한 교감 선생님이 읽고 그 대목은 수필로 쓰기에 부적절한것 아니냐고 충고하시기도 했었다
마법에 걸렸다 빨갱이가 쳐들어 왔다느니 우회해 이야기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왜 그렇게 숨겨야 하는 생리현상 인지 알수 없다
그러니 제목도 여자들의 이야기라 한다
여탕에서 여자들끼리 서로 이해하 듯이..
어느 시기인가 부터는 끝나지 않고 여전히 달마다 찾아 온다는 사실을 나도 모른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는것 같다
부끄러워 감추고 귀찮기만한 존재였는데 마음이란 간사하다
우습게도 나의 초경은 소설속의 주인공을 흉내내듯이 시작되었다
언젠가 책에서 초경의 징조가 보이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 비밀처럼 간직했다는 것을 읽었다
나도 그래야하는 것 처럼 며칠동안 혼자 몸쓸 병 든 아이같이 숨기고 전전긍긍하며 앙큼히 엄마에게 말하지 않았다
물론 첫 경험의 처리 방법도 모른 채 난감하기만 했었으면서
나중에 들켰는지 알렸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결국 엄마가 아시고 화들짝 놀라며 내게 지대한 관심을 보이셔서
사랑 받는것 같아
내심 흐믓했었다
칠칠치 못하게 이부자리나 옷에 흔적을 묻히기도 하고
여고시절 체육복에 묻은 것 때문에 누구거냐고 물으면 자신의 것 아니라고 모르는 척 했다
여럿이 남자친구집에 놀러 갔는데 앉으라 곱게 내어 준 방석에 한 친구가 흔적을 남기고 말았다고 한다
준비도 없이 오랜시간 이야기하는 중 하필 그 날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모르고 있다가 얼마나 낭패였을 것이었는지 한창 예민한 시기에 상상이 가고 남는다
지금도 그 이야기가 여고 동창이 모이면 늘 회자되고 있다 이제는 웃지만 그 때는 참으로 아찔한 사건이었을 것이다
공장문 닫았다고 표현하는것 같이 폐경은 아마도 여성으로써의 생리적인 소통에 문을 닫는거라 여겨진다
따라서 여러가지 갱년기 증상이 몸과 마음에 나타난다고 한다
막히고 소진되었으니 원할하지 않은것은 당연하겠지
의학적 신체적인 것은 차지하고서 라도
한달에 한번씩 잊지 않고 찾아온 현상과 이별한다는 사실
감성적인 면으로도 서운함이 클 것 같다
'귀찮은 것 안하면 좋지'
간혹 그리 말하는 여자도 있지만 어쩐지 요즘 난
'아들 밥해주기 귀찮은데 장가보내니 좋지 편하고'
하고 말하는 것처럼 맞는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오래 지녔던 여성성과 멀어지듯이 내 새끼를 떠나 보내는것 같이 서늘하다
요즘 한방 생리대가 나왔다
그윽한 한약냄새가 얼마나 좋은지 슬쩍 스치는 향이 품위있는 것이 불란서 향수가 부럽지 않다
아마 여성건강에 좋다고 한약초를 넣어 개발한 모양이다
앞으로 생리대가 얼마나 발전을 거듭할런지..
문득 우리나이에 여자들은 생리대를 얼마 만큼 변할때 까지 경험할수 있을까?
벌써 문을 닫아 한방 생리대의 고혹적인 향을 경험하지 못한 여자들이 안스럽게 스쳤다
무방비 상태였던 어느날
친구집 식탁에서 밥 먹고 놀다가 식탁의자 시트에 칠하고
입고 있던 하얀 바지에도 흔적이 당연한지라 친구 원피스 빌려 입고 집에 돌아온 창피한 일이
황당하게도 이제는 문 닫은 친구들에게 내 세울 일 같아 묘한 격세지감으로 느껴졌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나이를 먹어 가는 징후증 하나이다
'좋은 느낌'이라는 그것을 언제까지 나는 대할수 있을까?
그동안 소중하다고 생각지 않고 누렸던것이 새삼 소중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