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우바이오가 농협중앙회의 손자회사로 들어옴과 동시에 농협 출신 인사들의 ‘낙하산 인사’가 농우바이오에 쏟아졌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2021년 농우바이오 대표 자리만 외부 공모를 진행하면서 당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측근 인사를 농우바이오 신임 대표에 앉히려한다는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농협중앙회는 농우바이오 노조의 반발이 커지자 내부와 외부 인사 지원이 가능토록 했다.
농우바이오에 대한 낙하산 인사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취임 후에도 계속되는 모습이다.
강호동 회장은 지난 1월 25일 열린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제25대 회장에 당선됐고 임기가 3월 7일부터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농우바이오는 올해 3월 20일 주주총회를 열어 사내이사에 양현구·최정훈, 사외이사에 손승열·손덕봉·신현관·강병철 씨를 각각 선임했다.
올해 신규 선임된 농우바이오의 이사 6명 가운데 최정훈 전무와 손승열·손덕봉·신현관 사외이사는 모두 농협 출신이라 할 수 있다. 신규 선임 이사 가운데 2/3를 농협 출신들이 차지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강호동 회장이 측근들을 농우바이오를 비롯해 농협 계열사에 앉힌다는 소문까지 나돌면서 농협중앙회의 지배구조에 대해 보는 눈길이 더욱 싸늘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제작=필드뉴스]
농우바이오의 이사회 구성원 멤버 수에서도 농협중앙회의 지배구조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다.
농우바이오의 올해 6월 말 기준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6명, 기타비상무이사 3명으로 총 11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내 최고의 회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6월 말 기준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6명 등 총 10명으로 이뤄져 있다.
농우바이오의 올해 상반기 별도기준 매출액은 558억원, 당기순이익은 68억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삼성전자의 올해 상반기 별도기준 매출액은 104조9737억원, 당기순이익은 16조8359억원에 이른다.
농우바이오는 삼성전자의 매출액의 0.05%에 불과한 조그마한 회사라 할 수 있지만 이사회 임원 수는 삼성전자를 앞지르고 있다. 농우바이오의 올 상반기 순익은 삼성전자의 0.04%에 불과하다.
농우바이오는 올해 상반기 사외이사 3명에 대해 각각 1600만원, 사외이사로 감사위원회 위원 3명에 대해서는 각각 1500만원의 보수를 지급했다고 공시했다.
농우바이오는 등기이사(기타비상무이사 포함) 5명에게는 올 상반기 평균 6700만원의 보수를 지급했고 기타비상무이사 3명에게는 별도의 기본급을 지급하지 않고 임원보수규정에 의거해 이사회 참석 및 직무수행 등 관련 활동 시 비용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농우바이오의 이사회 활동을 보면 올해 상반기 4차례의 이사회가 열렸고 참석한 임원들은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이사회 임원 가운데 이수철 기타비상무이사는 올 상반기 단 한차례도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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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우바이오의 이사회에는 지역조합장 출신 임원들도 수두룩해 그동안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도와준 인물들이 농우바이오 이사회 임원을 맡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도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농우바이오 이사회에는 농협 출신들이 대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우바이오의 최정훈 전무는 농협중앙회 울산지역본부장 등을 맡은 바 있다. 사외이사 가운데 최공섭 사외이사는 전 남평농협 조합장, 손승열 사외이사는 전 평해농협 조합장, 손덕봉 사외이사는 전 합천호농협 조합장, 신현관 사외이사는 전 농협중앙회 상무 등의 이력을 갖고 있다.
기타비상무이사로는 김승배 기타비상무이사가 현 공산농협 조합장, 김종두 기타비상무이사가 현 청송농협 조합장, 이수철 기타비상무이사가 현 농협경제지주 산지유통부장을 맡고 있다.
농우바이오 이사회 멤버 가운데 농협 출신들이 총 11명 가운데 8명을 차지하고 있어 농우바이오가 농협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기업경영이 이뤄질 위험성도 내재하고 있다.
농우바이오의 지난 10여년간 주가 변동 추이
농우바이오는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으로 방만한 경영 등으로 인한 피해는 소액투자자들의 손실을 가져올 수도 있다.
농우바이오의 주가는 지난 2014년 2만7000원을 넘어서기도 했으나 29일의 주가는 7500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농우바이오의 주가 하락에는 지분 57.91%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인 농협경제지주뿐만 아니라 농협중앙회의 낙하산 인사 등 방만한 경영으로 인한 책임이 있다고 판정될 경우 소액주주들의 비난과 함께 소송을 당할 여지도 배재할 수 없다.
농우바이오 이사들에게 부여되어 있는 선관주의 의무도 문제시될 수 있다. 선관주의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라는 뜻으로 그 사람의 직업 및 사회적 지위에 따라 거래상 보통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주의를 말한다. 일반적이고 객관적 기준에 의해 요구되는 정도의 주의이며 민법상의 주의의무의 원칙이다.
일각에서는 농협중앙회가 농우바이오를 인수해 농협경제지주로 편입한 이후 농우바이오의 주가는 계속 내리막 길을 걷고 있고 농협중앙회의 과도한 ‘입김’이 농우바이오의 실적을 깎아내리는 결과가 됐다는 정황이 판명될 경우 농협중앙회는 지배구조 문제뿐만 아니라 농우바이오의 소액주주들로부터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