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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MLB 팀들 사이트를 둘러보는 것으로 소일거리를 삼고 있습니다.
베이스볼에 관심이 없어서 지금껏 찾아본 적이 없는데, 바블헤드 인형에 대한 조사를 하면서 보게 된 MLB 팀들의 프로모션과 이벤트들을 보니 재미있을 법한 게 많네요.
USA에서는 베이스볼이 매우 인기가 있을 터인데도 팬들의 관심을 유지하기 위해 각종 프로모션과 이벤트를 참 열심히 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연간 경기일정과 함께 프로모션 및 이벤트 일정을 함께 공표하는 모습이었습니다.
K리그의 경우에는 프로모션이나 이벤트가 적기도 하지만 즉흥적으로 시행하는 경우가 많아 팬들에게 홍보가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우기 미디어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K리그이다 보니 팬들은 구단에서 이벤트를 하는지도 모른 채 넘어가는 경우도 다반사(茶飯事)입니다.
USA MLB처럼 연간 프로모션 및 이벤트 일정을 미리 정해 공지하면 팬들도 언제 어느 경기에서 어떤 프로모션과 이벤트가 있는지 미리 알 수 있으니 경기장 방문과 경기 관람 계획을 세우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MLB의 프로모션이나 이벤트라는 것도 K리그에 비해 특별한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K리그에서 한 번씩은 다 했던 이벤트들이고 그 중에는 FC서울도 시행했던 이벤트도 상당합니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USA MLB는 이런 프로모션과 이벤트를 계획적으로 꾸준히 반복적으로 시행해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게 하는 반면에 K리그는 그저 일회성, 단발성 이벤트로 개최하고 말아버려 금방 잊혀진다는 데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류현진 선수가 몸담고 있는 LA다저스 팀을 중심으로 간단하게 살펴보고자 합니다.
▶ SGA (Stadium GiveAway) - 경기장 증정품
MLB의 프로모션을 살펴보다 보면 낯선 용어가 보이는데 바로 SGA라는 것입니다.
SGA는 Stadium GiveAway의 약자로 우리말로 하면 경기장 증정품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TV중계가 활성화되어 있는 USA에서 팬들의 경기장 현장 관람을 유도하기 위해 증정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즉 경기장을 방문하여 티켓을 구매해 입장해야 받을 수 있는 특별선물 같은 것입니다.
집에서 카우치에 누워 감자칩이나 먹으면서 TV로 경기를 시청하는 팬들은 얻기 힘든 선물인 셈이죠.
▶ 바블헤드 인형
바블헤드 인형에 대해서는 일전에 자세히 글을 쓴 적이 있으므로 간략히 사진만 소개하고 넘어가겠습니다.
▶ 헬로키티 미니 바블헤드 인형
LG트윈스에서 헬로키티 라이센스 상품을 많이 출시했던데, USA MLB에서는 헬로키티 캐릭터를 활용한 SGA의 역사가 꽤 깊은 것 같았습니다. 국제적인 캐릭터를 활용해 구단을 홍보하는 것도 좋은 발상 같습니다.
국내에는 뽀로로와 타요, 라바 등 유아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는 유명 캐릭터들이 많은데 FC서울도 FOS와 연관지어 프로모션에 활용해 보는 건 어떨까 합니다.
▶ 구단 달력과 경기스케줄 홍보물
보통 시즌 초에 배포되는 SGA. FC서울의 경우에는 구단 달력은 시즌티켓 구매자에게 선물로 증정하고 경기일정표 같은 경우에는 클래퍼에 담아 배포하고 있죠.
▶ 기타 다양한 생활용품 SGA
▶ 경기후 콘서트 (Post-game concert)와 경기후 영화상영 (Post-game screening)
베이스볼이 경기에 소요되는 시간이 무척 긴 종목인데도 이벤트로 경기후에 음악공연과 영화상영 같은 행사를 또 하더군요.
우리의 경우에는 하프타임 때 2곡 정도 부르는 하프타임 콘서트를 주로 하고 있지요.
올해 예정되어 있는 LA다저스의 경기후 영화상영(Post-game screening) 일정입니다. 주로 야구와 관련된 영화를 상여합니다.
언제 다시 봐도 재미있는 내추럴 같은 명작 영화도 상영하네요.
▶ 불꽃놀이(Firework show)와 랠리 앨리 (Rally Alley)
경기후 콘서트와 영화상영 외에 자주 보이는 이벤트가 불꽃놀이와 랠리 앨리라고 하는 집회 또는 행진입니다.
FC서울의 경우에 이것과 유사한 이벤트가 시행되고 있지요.
불꽃놀이처럼 거창하지는 않지만 매경기마다 전후반 킥오프 때 폭죽을 터뜨리고 있고, '승리의 하이파이브'라고 랠리 앨리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집회 행사를 개최합니다.
물론 요즘처럼 이기지 못하는 경기가 많으면 유명무실은 이벤트가 되어 버리는 단점은 있지만요.^^
▶ 국내 프로축구에서 있었던 프로모션 및 이벤트들
위에 열거한 프로모션이나 이벤트들이 국내에서 전혀 없었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 FC서울의 SGA (=Stadium GiveAway)
팬들의 경기장 현장 관람을 유도하기 위한 증정품 배포는 K리그에서도 있었고 FC서울에서도 있었고 지금도 있습니다.
요즘 가장 대표적인 경기장 증정품이 바로 '클래퍼(clapper)'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팬세이션(Fansation)'이라고 하는 마케팅 홍보용 클래퍼만 나와서 챙기지 않고 있는데요. 일단 이 클래퍼도 대표적인 경기장 증정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클래퍼 외에도 과거에는 선수 포스터나 기념 포스터 등 포스터 내지 브로마이드를 경기장 증정품으로 주곤 했습니다.
요새는 없죠. 마케팅 예산이 없어서 센세이션도 팬보고 일으켜달라고 '애걸 마케팅'을 하고 있는 판국인데 기대난망입니다. ㅋㅋ
작은 선물이기는 하지만 이것도 엄연한 SGA입니다.^^ 2006년 추석 때 경기장을 방문한 팬들에게 증정한 한과 세트입니다.
이건 뭐라고 부르는지 까먹었는데 고무팔찌겠죠? 아무튼 이런 것도 SGA로 나눠 준 적 있습니다.
- K리그 올스타전 SGA
K리그가 배포했던 SGA 가운데 랍스가 가장 오래 간직하고 있는 게 바로 요겁니다.
2003년 K리그 올스타전 때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방문한 팬들에게 나눠줬던 SGA였습니다.
이 인형이 10년 넘게 랍스네 거실 한 쪽에서 장식품으로 전시되어 왔는데 그 정체를 몰랐습니다.
얼마전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Beanie Babies - America The Bear라고 합니다. Beanie Babies라고 USA에서는 한 때 유명했던 수집용 인형 (collectible doll)이라고 합니다.
USA 국기를 엠블럼으로 달고 나온 이유는 이 인형이 USA 911참사의 구호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나온 특별판이라서 그렇다네요.
요즘 국내 유아용 캐릭터가 인기가 많은데 - 타요 버스 인기 폭발을 보더라도- 올해 올스타전 때 K리그 팀들의 유니폼을 입은 뽀로로와 뽀로로 친구들 인형 같은 것을 SGA로 배포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K리그를 보면 정말 아무 것도 안 하면서 흥행을 바라는 도둑심보가 많은 것 같아요.
- 콘서트와 영화상영
MLB에서 경기후 콘서트를 개최하는 것과 달리 국내 프로축구에서는 하프타임 콘서트를 주로 하는 것 같습니다.
2곡 정도 부르는 게 관행 같은데, FC서울의 경우 싸이의 하프타임 공연이 최고의 호응과 인기를 얻었었죠.
티아라 무대복 해프닝 같은 에피소드가 생긴 것도 이 하프타임 콘서트 때였구요.
청명한 가을 밤에 감성에 젖게 만든 색소폰 연주회 같은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이 연주회 때도 연주자가 눈치 없게 수원 삼성 서포터 송인 비틀즈의 '오블라디 오블라다'를 연주해 욕 먹기도..ㅋㅋ)
경기장에서 영화를 상영한 적도 꽤 됩니다.
랍스가 기억하고 있는 것은 두 편 정도인데요. '베른의 기적'과 '그레이시'입니다.
서독이 스위스 월드컵 - 우리의 경우 월드컵 처녀출전했던 대회죠. - 에서 기적적인 우승을 달성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고 그레이시는 세계 최강 USA 여자축구의 시작을 알리는 타이틀 나인의 도입과 관련되어 여자 선수가 남자들과 함께 축구를 하는 영화죠.
당시 경기장 음향 상태가 안 좋아서 영화관람에 불편이 많았던 기억이 납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평상시 클럽 경기를 하기엔 규모가 너무 큰 것 같아요.
▶ 랍스의 촌평(寸評)
가만히 생각해 보면 K리그 특히 FC서울의 경우 USA MLB에서 시행하고 있는 프로모션과 이벤트를 거의 다 해본 것 같아요.
MLB의 경기후 콘서트(post-game concert)나 경기후 영화상영(post-game screening)같은 이벤트는 경기전 영화상영 (pre-game screening)과 하프타임 콘서트(half-time concert)로, MLB의 불꽃놀이 쇼(firework show)는 규모는 작지만 전후반 킥오프 폭죽 발사로, 랠리 앨리 같은 경우는 승리의 하이파이브 같은 행사와 비교할 수 있습니다.
'행운의 사다리타기' 같이 수년간 꾸준히 이어져온 장내 전광판 이벤트도 있습니다.
그런데 K리그 그리고 FC서울은 MLB에 비해 프로모션이나 이벤트가 적은 것처럼 느껴질까?
그 답은 바로 프로모션과 이벤트의 사전 홍보와 사후 홍보가 없다시피 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프로모션과 이벤트는 실시하는 것만큼 사전 홍보와 사후 홍보가 중요합니다.
그래야 팬들의 뇌리에 오래 남지요.
사후 홍보가 아주 뛰어나서 대중적으로 팬들의 뇌리에 강렬하게 남고 대중문화처럼 되어 버린 게 바로 베이스볼의 시구 이벤트가 아닌가 합니다.
야구장에서 보면 시구하는 것은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 작은 공이 보일 리가 없지요.
그럼에도 베이스볼 시구 이벤트가 언론에서 화제가 되고 대중에게도 높은 인지도와 관심을 받게 되는 이유는 사후에 언론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사진들 때문입니다.
축구에서 있어 센터 서클에서 시축을 하느냐 페널티 킥 마크에서 시축을 하느냐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결국 어떻게 포장을 해서 대중에 알리느냐가 관건. 촬영과 편집의 묘미가 전혀 살지 않는 게 축구이다 보니 축구 시축행사가 주목을 못 받는 것 같아요.
그리고 역사성의 부여 미비.
축구는 베이스볼과 달리 경기수가 적기 때문에 - 특히 홈경기는 엄청 적죠. - 시축 기회도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1대, 2대, 25대 등 역대 시축자에게 특별함을 부여해서 역사성을 부여하면 좀더 기억에 남는 이벤트가 될 것 같은데 구단의 무관심이 아쉬울 때가 많습니다.
역대 시축자의 사진만 경기장에 전시를 해놔도 충분한 볼거리가 될 겁니다. (경기장이 어렵다면 홈페이지에라도)
MLB의 바블헤드 인형 SGA 같은 경우에는 오랜 세월 꾸준히 지속하다 보니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사례겠지요.
FC서울의 경우에도 8년째 지속하여 문화로 자리잡게 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선수카드이지요.
이렇게 꾸준히 지속하면 결국에는 팬 문화로 자리잡게 할 수 있는 게 많습니다.
그런데 K리그의 경우에는 어떤 일이든 꾸준히 하는 게 없습니다.
리그 운영 방식까지 3~4년에 한 번씩 바꿔버리는 불안정한 리그이니 더 할 말이 없겠지요.
2월 14일은 발렌타인 데이이고 이 날은 여자가 남자에게 애정의 증표로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이라고 홍보하고 매년 반복하다 보니 현대판 명절처럼 되어 버렸죠?
그것처럼 클럽도 뭔가 매 시즌 반복되는 기념일, 기념행사 같은 것을 자꾸 만들어 팬들이 경기장을 찾을 동기를 마련해 줘야 합니다.
K리그와 FC서울이 정말 부족한 게 이런 면인데, 30년이 넘게 지속된 리그가 매 시즌 반복해서 기념할 기념일 하나 기념 행사 하나 없다는 게 정말 신기할 정도입니다.
이번 주 잉글랜트 프리미어 리그는 모든 경기가 7분에 시작한다고 합니다. 힐스버로 참사 25주년을 추모해서 그렇게 한다고 하네요.
K리그와 FC서울은 이런 이벤트를 할 수 있는 소재가 있나요?
평소 K리그와 FC서울의 역사에 무관심하다 보니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소재가 없지요?
내일 이랜드 그룹이 새로운 서울연고 프로축구단의 창단을 발표합니다.
지금까지 흘러나오는 풍문과 추측들은 온통 부정적이고 어두운 전망들 뿐입니다.
이왕 이랜드 그룹이 프로축구단을 창단하기로 했으면 기존 팀들처럼 축구만 하는 '팀'이 아니라 팬들과 함께 어울어지는 축구 '클럽'으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습니다.
클럽의 역사와 기록은 미래의 가장 중요한 마케팅 소재라는 점을 인식하고 미래를 위한 마케팅 투자라는 관점에서 신중히 관리했으면 좋겠습니다.